한국-토고 전이 열린 13일 프랑크푸르트 발트경기장에는 경기 시작 4시간 전인 오전 11시(현지시간)부터 붉은악마 응원단이 몰려들어 거리 응원전을 펼치지 시작했다. 입장권을 미처 구입하지 못한 붉은악마와 교민들은 경기장으로부터 차로 20여 분 거리인 아고라 광장과 뢰머 광장에 모여 별도의 응원전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대형스크린이 설치된 마인강 변에도 정오부터 붉은악마와 교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경기 시작 무렵에는 강변 일대가 붉은 물결로 가득 찼다.
현지 한인식당 즐거운 비명
프랑크푸르트로 집결한 붉은악마 등 한국인 응원단들로 인해 현지의 한식당 등 한인업체들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1981년부터 한식당을 운영해온 교민 조왕웅(55)씨는 “20년 넘게 식당을 해왔지만 요즘처럼 장사가 잘된 적이 없었다. 어제는 평소의 5배가 넘는 450명의 손님이 몰렸다”며 “ 월드컵이 매년 열린다면 금방이라도 빌딩 한 채를 올릴 수 있겠다”고 좋아했다. 교민 박동석(48)씨도 “예전 차범근 선수가 활약하던 이후로 이렇게 많은 한국인이 프랑크푸르트에 몰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인들 "붉은악마 대단해요"
붉은악마 응원에 매료된 독일인들도 발트경기장에서 한국 쪽 응원석에 자리를 잡고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 태극기를 들고 붉은악마 응원석 가운데 자리를 잡은 독일인 마크 브레머(32)는 “2002년 텔레비전을 통해 봤던 붉은악마의 응원이 인상적이었다. 응원에 직접 참여해 그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 일부러 한국 응원석으로 입장권을 예매했다”며 “남은 경기도 한국이 계속 이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족단위 원정응원 많아
가족단위로 한국에서 원정응원을 온 경우도 많았다. 이들은 4년간 이번 원정응원을 준비해온 경우였다. 환갑인 부인과 함께 응원을 왔다는 붉은악마 회원 정모(69)씨는 “캠핑장에서 젊은 붉은악마 회원들과 숙식을 함께 하고 있다”며 “프랑스ㆍ스위스전까지 모두 지켜보고 귀국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생 아들과 함께 원정응원을 왔다는 신대명(49)씨는 “2002년 아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스페인전을 관전했는데 그 감동을 못 잊어 독일까지 오게 됐다”며 “6개월 전부터 독일로 응원 올 생각에 잠을 설칠 정도였다”고 말했다.
'벤치에 앉는다, 만다’ 억측이 난무했던 오토 피스터 감독이 결국 토고 벤치에 앉았다. 피스터 감독은 경기 시작 한 시간여 전 코조비 마웨나 코치와 함께 토고 팀 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도착했다. 토고 대표팀 연락관은 이날 경기 시작 두 시간 전 국내 취재진에게 “피스터 감독과 코조비 마웨나 코치가 둘 다 벤치에 앉는다”고 확인했다. 이로써 보너스 갈등으로 경기를 불과 사흘 앞두고 팀을 떠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던 피스터 감독의 사퇴는 해프닝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