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산악인 박정헌 형, 전격 합류
지독한 황사 뚫고 첫 주행 시속 16km
중국에서 포르투갈까지 1만 8000㎞를 자전거로 횡단하는 `2006 유라시아 탐험대`가 드디어 첫 소식을 전해 왔다. 지난 5월 2일 인천공항을 떠난 탐험대는 다음날 톈진(天津)시 탕구 항에 도착, 전열을 가다듬은 후 6일 오전 베이징을 향해 첫 페달을 밟았다.
패기만만한 세 청년 남영호(30).김형욱(27).최다운(26)과 산악인 박정헌(37). 역경과 도전을 마다않는 네 남자의 흥미진진한 탐험기를 매주 금요일 `영페이지` 지면을 통해 연재한다.
인천에서 톈진행 훼리에 같이 몸을 실은 대원은 4명. 애초 3명이었지만, 산악인 박정헌 형이 합류했다. 형은 작년 촐라체 등반 중에 크레바스에 빠진 후배를 구하다 동상에 걸려 여덟 손가락을 잃어버리고, 이제 남은 두 손가락으로 자전거 핸들을 잡고 있다.
5월 6일 아침 7시 30분 톈진 시내. 드디어 첫 페달을 밟았다. 첫 번째 목적지인 베이징(北京)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그러나 무게 50㎏의 캐리어를 끌고 가야 하는 우리 일행은 10시간 이상 걸릴 것이다. 톈진에서 베이징까지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는데, 우리는 104번 국도로 택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전거 인구를 보유한 나라답게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도로의 한 차선을 아예 자전거도로로 지정해 놓았다. 도로의 폭도 넓고, 노면도 깔끔해 고속도로에 버금간다.
한국에서 이미 트레일러를 달고 많은 훈련을 했지만 낯선 곳에서의 첫 주행이라 몸과 마음 모두 긴장된다. 귀청을 찢어 놓을 듯 빵빵대는 트럭의 경적소리와 이리저리 치고 들어오는 오토바이들 그리고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메마른 먼지바람이 폐부를 찌른다. 천안문 광장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30분. 쉬는 시간을 포함해 14시간이나 걸렸다. 애초 운행 속도를 시간당 25㎞로 잡았는데, 실제로는 한 시간에 겨우 16㎞를 달린 셈이다. 정말 형편없는 속도. 그러나 짐의 무게와 첫 주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다. 앞으로 많이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5~6월의 허베이(河北)성은 지독한 황사로 유명하다더니, 연일 날씨가 흐리고 먼지가 무척 심하다. 기념품 엽서의 사진은 맑은 하늘 아래 자금성의 붉은 벽과 금색지붕이 번쩍거리고 있지만, 그런 광경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북경의 자금성과 천안문 그리고 이화원은 우리로 치면 경복궁.광화문.창덕궁 후원쯤 될 것이다. 그러나 관광 명소보다 흥미를 끄는 것은 중국의 시골에서 베이징으로 `서울 구경` 나온 사람들이다. 가짜 나이키상표가 붙은 모자에 별 모양이 달린 왕관을 쓰고 있는 10대 소녀들, 쓰레기통 옆을 지키다 빈병을 수거해 가는 넝마주이, 평생 미소 한번 짓지 않을 것 같은 공안요원, 중국에 와 있다는 걸 새삼 실삼하는 순간이다.
재미난 인간군상을 더 보고 싶다면 후퉁(胡同)이 제격이다. 베이징시 둥청취(東城區)의 작은 골목길. 도심의 으리으리한 빌딩을 지나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진짜 중국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만난다. 후퉁 관광은 방석이 깔려 있는 자전거 택시, 사이클 릭샤 투어를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전거가 있어 직접 페달을 밟아가며 후퉁의 뒷골목을 즐겼다.
서울에서 만들어 온 국제현금카드가 이곳의 현금자동지급기에선 먹통이다. 결국 서울에서 송금한 돈을 베이징에서 수취하는 방법을 취할 수밖에. 수수료 낼 생각에 억울하다. 베이징 역앞에 저렴한 숙소 중 시티센트럴유스호스텔(City central youth hostel)은 트윈룸 160원에 방안에서 인터넷이 가능하다. 주변에 한국식당 한 곳 있고, 길 건너 백화점 5층에 외환은행 지점이 있다.
베이징=글,사진 남영호 탐험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