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47) 세종대 교수와 이영무(54) 전 할렐루야 감독. 전.현직 월드컵 지원사령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2006년 독일월드컵을 30일 남겨두고 일간스포츠(IS)가 마련한 대담 자리에서 이구동성으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원천 기술로 자신감을 꼽았다. 지난 5일, 장소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었다.
이용수=월드컵이 3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02한.일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는 최종엔트리 확정이 가장 민감한 문제였습니다. 당시 최종엔트리 23명을 발표하자마자 5월 2일부터 제주도에서 합숙훈련에 들어갔었죠. 개인적으로는 탈락하는 선수들을 우려했는데 히딩크 감독은 23명의 엔트리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빨리 분위기를 수습하고 훈련에 매진한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영무=2002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4년 전에는 겨울부터 연속성있게 팀을 준비해 왔지만 지금 우리는 40여일 전지훈련 후 공백이 있죠. 아드보카트호 역시 최종엔트리 확정이 최대 현안입니다. 이제 감독의 최종 선택만이 남아 있습니다.
이용수=히딩크 감독 시절 팀만들기의 3가지 핵심은 전술.체력.정신이었습니다. 전술과 체력은 꾸준히 준비해 왔고 정신적인 면이 강한 선수들을 뽑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을용. 최진철.김남일.송종국 등 새로 발탁한 선수들은 큰 경기에서도 스트레스로 위축되지 않고 스스로 살아남은 선수들입니다. 독일월드컵은 홈이 아닌 원정경기다 보니 정신적으로 더욱 강인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영무=맞습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데 탁월한 지도자입니다. 10개 중 9개를 실수했어도 잘한 1개를 칭찬합니다. 경기에 졌을 때도 좋았던 장면을 선수들에게 상기시킵니다. 선수들에게 지적할 일이 있어도 마무리는 항상 칭찬으로 매듭짓습니다. 프랑스.스위스는 이번 대회가 홈경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16강에 가려면 자신감과 안정감을 심어줘야 합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프랑스는 언제든 골을 터트릴 수 있는 팀이다. 하지만 우리도 그런 팀이 될 수 있다"면서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자신감을 주문해 왔습니다.
이용수=4년 전에는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식사시간을 활용했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여유있게 식사하기를 바랐습니다. 일부러 코칭스태프의 식사시간을 30분 늦춰 선수들이 식사 후에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죠. 식사 분위기는 정말 왁자지껄하며 즐거웠는데 그 속에서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많이 풀린 듯합니다.
이영무=아드보카트 감독의 코칭법이나 선수 관리법은 히딩크 감독과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식사시간의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이용수=지금 시점에서 기술위원회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지원은 상대 분석 자료를 꼼꼼히 챙겨주는 일이겠죠. 2002년에는 최종캠프 때 상대의 전 경기를 분석한 CD를 히딩크 감독에게 넘겨줬습니다. 하지만 히딩크는 너무 많은 정보를 선수들에게 주입하는 것에 반대하더군요. 상대할 팀의 핵심만을 요약해서 선수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또 우리가 해야 했던 일은 우리 스스로 월드컵 전 경기를 분석할 수 있는 운영팀을 가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영무=우리도 5명의 분석위원들을 독일월드컵 현장에 파견할 계획입니다. 최근 기술위원회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그동안 준비해둔 전력 분석 자료를 건넸더니 "너무 좋다"며 원본까지 요구하더군요. 기술위는 앞으로 상대팀들의 3∼4차례 평가전도 분석해서 감독에게 전달할 겁니다.
이용수=이동국이 다친 것은 정말 아쉽습니다. 그동안 타깃맨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줬는데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의 빈자리에서 안정환이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영무=그렇습니다. 안정환은 2002년 월드컵에서 원톱에 섰던 경험이 있고 유럽에서 익힌 몸싸움과 대처 요령 등 노하우가 많습니다. 다만 조재진만의 장점도 상대에 따라 활용해야겠죠. 조재진은 유럽팀과의 경기에서 헤딩 골을 터트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용수=박지성의 포지션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저는 측면보다는 중앙에 세워야 할 명백한 2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박지성처럼 많이 움직이는 선수가 압박의 선봉에 선다면 효과가 배가될 수 있습니다. 또 상대의 볼을 차단할 경우 박지성으로부터 효율적인 공격을 만들어낼 수 있겠죠. 저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박지성을 중앙에 세운다고 100% 확신합니다.
이영무=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 3월 1일 앙골라전 비디오테이프를 즐겨 봅니다. 앙골라의 플레이스타일이 토고와 비슷하기 때문이죠. 감독은 당시 박지성의 중앙 플레이에 무척 흡족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경기를 지배하려면 미드필드가 강해야 합니다. 박지성을 통해 한국은 강한 상대를 만나서도 정확한 움직임과 패스워크로 중앙 돌파를 감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남은 과제 중 하나는 수비력 강화입니다. 불안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전방 공격수들과 수비수들의 간격만 유지된다면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1선에서 상대의 공격전환을 늦춰주고 2선에서 정확한 패스가 오지 못하도록 압박한다면 포백 수비라인은 위치만 잘 잡아도 위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전훈 때 가능성을 보여줬고 감독도 80% 완성됐다고 밝혔습니다. 반대편에서 넘어오는 롱패스에 대한 약점은 남은 훈련 과정에서 보완할 수 있을 겁니다.
이용수=아드보카트 감독이 포백을 가동한 것은 한국축구를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생각합니다. 수비조직력의 핵심은 결국 4명의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의 유기적인 호흡으로 요약됩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이 1차 블록을 서고, 중앙수비수들이 스피드로 뒷공간을 커버하는 것이죠. 만일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의 공간을 앙리(프랑스)나 아데바요르(토고) 프라이(스위스)에게 내준다면 백전백패입니다. 기동력있게 커버해야 하며 절대 이 공간을 내줘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영무=앞으로 4차례의 평가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세네갈과 가나는 토고보다 한 수 위의 팀들입니다. 이들을 통해 토고전을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겁니다. 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노르웨이전에선 스위스의 체격과 조직력을 뚫을 방안을 찾고자 합니다.
두 사람은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평가했다. 이교수는 "현재 16강 진출을 가늠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16강에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이동국의 부재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1차목표는 그때나 지금이나 16강 진출이다. 해외 전지훈련에 들어갈 때만 해도 막연했지만 지금은 선수들이 자신감으로 넘쳐나고 있다"며 "쉬운 상대는 없겠으나 반드시 토고를 잡고 2승1무나 1승2무로 16강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이용수는
서울체고 서울대를 졸업한 후 해병대와 럭키금성(현 FC 서울)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은퇴 후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스포츠생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1994년부터 세종대 교수를 맡고 있다. 96년부터 KBS에서 축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0년 말 기술위원장에 올라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고 꼼꼼하고 체계적인 지원으로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바탕을 마련했다. 이번 월드컵 때는 다시 축구해설위원으로 독일을 찾는다.
● 이영무는
경희고 경희대를 나와 포철(실업팀)-충의(육군)-할렐루야-임마누엘 등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74년부터 81년까지 8년간 `지구력의 화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합동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사 안수를 받아 축구 선교에 앞장서고 있으며 99년 해체된 할렐루야를 재창단, 감독을 맡아 오다 지난해 12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에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