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녹색의 그라운드에 `파워 피처`가 등장했다. 고졸 좌완 신인 유현진(19)이 최고 151㎞의 광속구를 앞세워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유현진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⅓이닝을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승리투수(4-0 승)가 됐다. 총 투구수는 109개였고, 최고구속은 151㎞를 찍었다. 7회까지 매 이닝 삼진을 뺏어내는 등 탈삼진은 10개를 기록했다. 이병규(3타수 무안타 2K).박용택(3타수 무안타 3K)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타자들은 그의 손놀림에 꼼짝 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고졸.대졸을 통틀어 신인이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기아 김진우(2002년 4월 9일 광주 현대전) 이후 4년 만이며, 데뷔 첫 경기에서 탈삼진 10개는 역대 공동 최다이다. 김진우를 비롯, 박동수(롯데.1985년 8월 31일 구덕 삼미전).박동희(롯데.1990년 4월 11일 대구 삼성전 구원 4이닝) 등 3명이 첫 경기에서 각각 삼진 10개를 잡아냈다. 이날 10탈삼진으로 유현진은 LG 이승호(9개)를 밀어내고 부문 1위로 뛰어 올랐다.
시범경기 때에도 150㎞를 찍은 바 그의 광속구를 감상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현진은 1회 첫 타자 안재만을 풀카운트 접전 끝에 7구째 151㎞의 광속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때부터 `K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2차 1번(계약금 2억 5000만 원)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유현진은 지난 해 청룡기 8강전 성남고와의 경기에서 무려 1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고교 무대에서부터 `닥터 K`로 주목을 받았다. 고교 2학년 때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유현진은 3학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총 53⅔이닝을 던져 6승 1패(평균자책점 1.54)를 기록했다.
경기 초반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던 유현진은 중반부터는 슬라이더(133㎞).팜볼(118㎞)을 섞어가며 신인 답지 않는 여유를 뽐냈다. 총 26타자를 상대해 볼넷을 1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10억 팔` 한기주(기아)를 비롯해 유원상(한화).나승현(롯데) 등 `빅3`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졌던 유현진은 "한기주보다 더 잘하고 싶었다. 8회 1사에서 2루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끝까지 던질 자신 있었다. 첫 승을 거뒀으니 이제 시즌 10승을 위해 던지겠다. 신인왕이 목표다"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잠실=정회훈 기자 hoony@ilgan.co.kril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