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는 FIFA(국제축구연맹) 공인 자격증을 지닌 에이전트가 90명 가까이 있지만 모두 활동을 하고 있진 않다. 자격증을 가진 에이전트가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기도 하고. 스스로 회사를 설립해 운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소임은 좁은 의미로는 선수의 연봉 협상이나 이적 등을 대행하는 것을 말하지만 경기 단체나 선수에 대한 스폰서 유치. 경기와 스포츠 사업 매니지먼트. 홍보 대행 등 스포츠 마케팅 전반적 업무까지를 포함한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궁극적으로 선수의 권익 보호와 효율적 스포츠 마케팅을 담당하는 고도의 전문가라고 할수 있다. 가상의 인물인 스포츠 에이전트 A 씨의 하루를 통해 24시간이 짧기만 한 그들의 세계를 조명해 본다.
■아침
축구 전문 에이전트사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전트 A 씨(36)는 아침 일찍부터 사무실로 출근했다.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소속 선수들에 관한 기사를 검색한 후 합숙 중인 선수를 대신해 가족에게 전화해 기사 내용도 알려 주고 안부도 묻는 등 한참 동안 전화와 씨름하다가 겨우 커피 한잔을 들며 한숨을 돌린다.
에이전트의 세계로 뛰어든 지 벌써 3년. 처음 무명 선수 서너 명을 데리고 시작했던 그는 이제는 K리그에서 뛰고 있는 30명 가까운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오랫동안 축구계에 몸담고 있어 비교적 많은 구단 관계자와 축구계 인사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FIFA 공인 에이전트 자격증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현실은 생각하던 것과 너무 달랐다.
구단과 밀착해서 각종 뒷거래를 일삼는 일부 브로커들을 보며 체계적 에이전트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의욕에 넘쳐 시작한 일이지만 의욕만으로는 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한때는 너무 힘들어 그들처럼 사탕발림이나 물밑 접촉 등을 해 볼까 유혹을 받기도 했다. 결국 숱한 시행착오 끝에 이제 비교적 성공한 에이전트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는 비시즌인 지난 겨울 누구보다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데리고 있는 선수들의 지난 시즌 개인 성적과 팀 공헌도 등 각종 자료를 준비해 구단과 연봉 협상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다행히 지난 시즌 성적이 대체로 좋아 비교적 만족스러운 연봉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소속 선수 가운데 한 명을 해외로 진출시킬 준비를 하고 있어 현지 에이전트와 함께 미리 사전 자료 조사와 현지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이미 일본과 유럽 현지 에이전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낮
그는 시즌이 시작되면서 다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선수별로 경기 일정에 따라 구단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스케줄까지 일일이 챙길 필요는 없지만 재테크 등 연봉 관리는 물론 선수 몸 상태나 경기 성적 등을 꼼꼼히 챙긴다. 또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직접 경기장에 나가 경기 전 얘기도 나누고 플레이 모습도 지켜본다. 선수가 많다 보니 선수들보다도 더 많이 지방을 다닌다. 거기에 선수 훈련도 지켜봐야 하고 가끔은 개인생활까지도 챙겨준다.
선수들은 그를 형처럼 따른다. 때론 어린 선수들에게 술이나 여자 친구 관계에 대한 조언도 해 준다. 선수들에게 그는 때론 부모이고, 형이며, 친구이다. 선수들이 고마움을 나타낼 때는 쌓인 피로가 싹 가시곤 한다.
■저녁
모처럼 짧은 여유를 즐겼던 그는 CF 관계로 광고기획사 직원을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나선다. 저녁에는 구단 관계자와 술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무실을 나서며 챙겨든 다이어리를 펼쳐 까맣게 채워져 있는 스케줄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