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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파박X인간 파퓰러…‘韓위키드’ 왜 박혜나·정선아였을까 [IS비하인드]

“이 캐스팅은 뮤지컬에서도 보기 어려운데 잘 모았다.”엘파바엔 옥주현과 손승연, 글린다엔 아이비와 김소현도 있었다. 그럼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완벽한 ‘엘파박’ 박혜나-‘인간 파퓰러’ 정선아 페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연일 박스오피스 정상을 수성하며 지난달 30일 국내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뮤지컬 영화 ‘위키드’는 자신의 진정한 힘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엘파바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 전혀 다른 두 인물이 우정을 쌓아가며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위기와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0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전 세계 6000만명 관람, 50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동명의 뮤지컬이 원작이다.영화화 소식만으로 개봉 전 전 세계 뮤지컬 팬덤의 기대감을 더한 가운데, 국내에서 유독 쾌재를 부른 것은 뮤지컬 배우들의 더빙 캐스팅 소식이다. 지난 2013년 초연과 2016년 재연, 2021년 삼연까지 세 차례 한국 라이선스 공연의 배우들 목소리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특히 박혜나와 정선아가 주인공 엘파바와 글린다를 맡아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멀티캐스팅을 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같은 배역을 거쳐 간 배우들은 다수다. 각자 저마다의 해석과 표현, 창법으로 사랑받았다. 박혜나와 정선아가 각각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만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공식 더빙 캐스팅 보드는 ‘위키드’ 배급사 유니버설 픽처스의 한국지사(UPI 코리아)가 직접 꾸렸다. 한국 배급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에 “‘위키드’는 뮤지컬로 먼저 한국에서 사랑받아 온 작품인 만큼 뮤지컬판 최다 출연을 기록한 박혜나와 정선아, 두 배우를 1순위로 고려했다”며 “감사하게도 두 분 다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흔쾌히 함께 해주셔서 ‘위키드’ 공식 더빙 캐스트가 완성됐다”고 말했다. 박혜나는 초연과 재연에서 엘파바를 연기했으며, 글린다는 초연과 재연, 삼연에 걸쳐 글린다를 맡았다. 각 캐릭터의 최다 공연 기록을 보유한 두 사람이 먼저 수락했기에 자연스레 다른 배우들에게 별도 제안은 가지 않았다. 또한 극중 피예로, 마법사, 마담 모리블 등 다른 캐릭터 또한 뮤지컬계에서 사랑받는 배우들 중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이를 고려해 캐스팅했다고 이 관계자는 부연했다. 별도의 공채 오디션은 진행되지 않았기에 사실상 모든 출연진이 지명이었으며 미국 유니버설 픽처스 본사에서 최종적으로 승인해 ‘드림팀’이 꾸려지게 됐다.뮤지컬 배우들은 영화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개봉 전 400여 명이 모인 스크린X 커튼콜 시사회에서 박혜나와 정선아, 고은성(피예로 역), 남경주(마법사 역), 정영주(마담 모리블 역)가 직접 하이라이트 OST를 가창했다. 개봉 다음 날인 지난달 21일에 다섯 배우가, 22일에는 리베란테 정승원(보크 역)과 진원(나레이터)이 양일간 총 24회차 무대인사를 진행하며 관객과 더 가까이 만났다. 배급 관계자는 “커튼콜 시사회에 8000명이 응모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지만 추가적인 더빙 캐스트 현장 이벤트는 아직 진행 예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화제성에 비해 개봉 첫 주 대비 더빙 상영관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시간대 역시 이른 오전 또는 일과가 한창인 오후 3~4시경에 편성돼 ‘위키드’의 주 예매 층인 2030 관객에겐 더빙판 감상에 어려움이 있다.각 멀티플렉스들은 이에 대해 “첫 주 대비 더빙 편성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고 전했으나 실질적인 관객 선호도를 따랐다는 공통된 분석이다. 뮤지컬 팬덤에서 ‘위키드’에 높은 관심을 보인대도 영화는 보다 폭넓은 관객층이 대상이기 때문이다.한 극장 관계자는 “일반 성인 관객들에게는 자막이 좀 더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더빙은 어린 연령대에서 선호한다. ‘위키드’는 러닝타임도 160분이다 보니 집중력 짧은 연령이 자막으로 보기엔 장벽이 있다”고 부연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모아나2’가 일주일 차로 개봉하며 더빙 편성을 나눠 갖게 된 현실적 요인도 작용했다.이 같은 한계를 딛고 ‘위키드’ 코리아가 더빙으로도 새 흥행 기록을 써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2.02 06:05
영화

“강아지까지 명배우” 犬미남 봉구 캐스팅…‘핸섬가이즈’ 감독에 물었더니 [IS비하인드]

‘자칭 미남’들의 배꼽 빠지는 웃음 향연으로 입소문을 탄 영화 ‘핸섬가이즈’에 사람 아닌 신스틸러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짧은 다리에 묘하게 잘생긴 외모, 러닝타임 내내 생사를 궁금하게 하는 쫄깃한 열연까지. 어엿한 ‘견미남 배우’에 등극한 그 이름은 ‘봉구’다.‘핸섬가이즈’는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던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하필이면 귀신들린 집으로 이사 오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은 영화로, B급 감성 코미디와 호러 장르를 조화롭게 엮은 A급 수작으로 호평받고 있다. 주연 이성민과 이희준, 공승연을 비롯해 박지환, 이규형, 우현 등 최고의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입으로도, 몸으로도 웃겨주는 가운데 반려견 봉구 역의 강아지 배우까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봉 전 시사 반응부터 뜨거웠던 이 작품에서 봉구는 빠짐 없이 언급되는 호평 포인트 중 하나다. 최악의 우연과 오해가 겹쳐 하이라이트로 치닫는 전개에서 내내 크고 작게 활약했기 때문. 봉구 역은 원작 영화 ‘터커&데일VS이블’(2010)에도 등장하는 어엿한 배역이다. ‘핸섬가이즈’에서는 주인인 상구만큼이나 순둥한 매력의 비주얼이지만, 원작에서는 ‘잰거스’(Jangers)라는 이름의 아메리칸 불독이다. 원작을 한국 관객 정서에 맞춰 성공적으로 리메이크한 남동협 감독은 일간스포츠에 “연기 훈련을 받은 강아지들 중 캐스팅을 진행했다”며 “원래는 원작처럼 불독, 퍼그 같은 강아지를 캐스팅하려고 했지만, 묘하게 잘생기고 독특한 비율을 가진 믹스견 ‘복순’을 보고 생각이 변했다”고 밝혔다.그러나 복순을 봉구로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난관이 있었다. 남 감독은 “시나리오상 봉구는 수컷 설정이었다. 그러나 성별 때문에 복순이 캐스팅을 포기하기에는 아쉬웠다”며 “그래서 성별이 드러나지 않도록 옷을 입혔고, 결과적으로 그 어떤 강아지보다 재필, 상구와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봉구는 극 중 빨간 바탕 검은색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멜빵 청바지를 입고 등장한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바로 알아차렸겠지만 바로 호러 영화의 바이블 ‘사탄의 인형’ 속 ‘처키’ 의상이다. 성별을 감추기 위해 입혀진 옷이지만 남 감독의 디테일이 더해져 ‘핸섬가이즈’에 흐르는 호러 DNA를 사랑스럽게 표현했다.특히 복순의 개인기로 화룡점정을 찍은 명장면도 있다. 바로 상구의 뮤직비디오급 구애 댄스 신. 봉구는 상구와 엉덩이 하이파이브를 선보여 관객에게 놀라운 웃음을 안긴다. 이에 대해 남 감독은 “점프하여 사람 엉덩이 치는 특기가 있었던 것도 캐스팅 가산점이었다. 이 특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상구 댄스 장면에 봉구컷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인간 배우들의 쉴 틈 없는 개그와 ‘죽어 나가는’ 슬래셔가 펼쳐지는 와중 봉구는 소소한 힐링을 전한다. 배우 정우성이 지난 2일 진행된 ‘핸섬한 GV’에서 카메오로 맡아보고 싶은 역할에 박지환의 ‘최 소장’ 역보다 “봉구”를 먼저 언급할 정도로 관객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애견인들의 소소한 지지를 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부 관객들은 봉구가 첫 등장하는 마트 장면에서 목줄을 잘 착용하고 있다는 포인트를 짚기도 했다. 무엇보다 봉구의 극 중 안전 여부 또한 작품 추천에 작용했다. 해외 영화 사이트 중에는 ‘Does the Dog Die’라는 이름의 영화 정보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도 있을 정도로 호러 영화에선 극 중 반려동물이 먼저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 봉구는 마지막까지 건강하기에, X(구 트위터)의 한 누리꾼은 “‘핸섬가이즈’를 강아지 전형으로 평점 만점 줬다”고 게시하기도 했다.출연하는 강아지까지 섬세한 디테일이 빛난 ‘핸섬가이즈’ 표 웃음이 흥행으로 향하고 있어 배급사 NEW 관계자도 “복순이가 인기가 많아 영화 화제성도 견인해 주고 정말 효견(孝犬)”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07.09 05:55
연예일반

[IS비하인드] ‘파묘’ 화림 김고은은 왜 대살굿을 하다 손을 숯불에 넣었을까

영화 ‘파묘’가 개봉 4일째 누적 관객 수 200만을 넘기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자연히 이 영화의 주요한 키워드인 무속신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작품. 무속신앙을 주로 음산하고 기괴하게 다뤘던 여느 작품들과 비교해 ‘파묘’는 젊은 층에 소구될 수 있는 세련미를 가미해 눈길을 끌고 있다. 무당인 화림(김고은)이 굿을 할 때 스니커즈를 신고 있다거나 봉길(이도현)이 타투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설정 등이 MZ 세대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는 모양새다.◇화림의 대살굿에 살아 있는 디테일극에서 화림이 펼치는 대살굿. 최민식이 현장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할 만큼 김고은의 연기력이 압도적인데, 사실 놀라운 건 연기력만이 아니다. 장재현 감독의 꼼꼼한 취재와 전문가들의 손길이 가미된 대살굿의 디테일은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롭다.먼저 굿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 김고은이 칼로 자신의 얼굴을 베는 장면, 손을 뜨거운 숯불에 넣는 장면이 있다. 흔히 굿하는 장면 하면 ‘작두 타는 무당’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대살굿은 동물을 죽여 신에게 바쳐 하는 굿이다. 묫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악지의 묘. 이를 이장하다 보면 안좋은 기운이 인부들에게 들 수 있는데, 무속인이 이를 대신 받아 날려버리는 원리다.화림이 뜨거운 숯에 손을 넣거나 칼로 얼굴을 긋는 퍼포먼스를 하는 건 자신에게 신이 들어왔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봐봐, 내가 이렇게 해도 멀쩡하지? 내 안에 신이 들어왔어. 그러니까 여러분은 안전할 거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파묘’에서도 이를 확인한 인부들이 일을 시작한다. 굿 중간 화림이 동물 피를 마시는 것은 자신 안에 들어온 신에게 주기 위함이다. 일종의 밥, 혹은 영양제를 신에게 바치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신과 함께 살아야 하는 무속인에겐 필수적인 의식이다.◇왜 일본 귀신은 이유가 없이도 죽일까영화에서 화림은 동료 무속인들로부터 “그거 일본 귀신이야. 하지마. 일본 귀신은 이유가 없어도 그냥 옆에 있으면 죽인다고”라는 말을 듣곤 자신도 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일본 귀신은 뭐가 다르기에 옆에 있기만 해도 죽인다는 걸까.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원’(怨)과 ‘한’(恨)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한국의 귀신은 ‘한’을 갖지만 일본의 귀신은 ‘원’을 갖는다. ‘한’이란 몹시 원망스럽고 억울하거나 안타깝고 슬퍼 응어리진 마음이다. 한국 귀신이 바라는 건 이 한을 푸는 것이다. ‘장화 홍련’과 같은 전래동화를 생각해 보라. 귀신들이 사또 앞에 나타나 “우리들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요청하지 않나. ‘파묘’에서도 악지에 묻혔던 할아버지 귀신은 이 한을 풀고자 자손들을 찾아간다. 반면 ‘원’은 원망과 미움이다. 억울함을 풀고 싶은 게 아니라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쌓여 그 자체로 ‘원’이 된다. 일본에서 인식하는 귀신은 이런 원망심 덩어리다. 사념덩어리에게 말이 통할리 없다. 그들은 자신이 품고 있는 그 마음을 표출하는 데 집중한다.‘원’은 일본어로 ‘온’이라 읽는다. 영화 ‘주온’은 저주와 ‘원’이라는 뜻으로, 이 영화 속 귀신을 떠올리면 왜 ‘파묘’에서 무속인들이 일본 귀신을 조심하라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주온’의 귀신은 자신에게 미움을 남긴 대상을 향해 복수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살던 곳에 들어온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도깨비불은 CG가 아니었다장재현 감독도 스스로 인정했듯 그는 ‘파묘’에서 CG를 최소화하려고 했다. 최대한 리얼한 장면을 구현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당연히 CG라고 생각했을 확률이 높은데, ‘파묘’에 등장하는 대형 도깨비불은 사실 실제였다. 최민식은 “CG였다면 허공을 보고 연기해야 했을 텐데 실제 불을 붙여 돌려준 덕분에 더 실감나는 연기가 가능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덕분에 현장이 따뜻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장재현 감독은 “나는 블루스크린에서 찍은 감독님들이 진짜 천재인 거 같다. 내 시각에서는 도저히 분위기가 안 잡히고 느낌이 안 난다”며 CG를 지양하는 이유를 공개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4.02.27 06:05
연예일반

[IS비하인드] ‘노량’ 시마즈의 갑주는 왜 백색이었을까

대개 일본의 갑주라고 하면 검정색이 떠오르게 마련인데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속 시마즈(백윤식)의 갑옷은 백색이다. 은빛에 가까운 백색의 갑주 속에 백발이 성성한 시마즈의 카리스마가 더욱 빛났다.시마즈의 갑주뿐 아니라 이순신(김윤석)을 위시한 조선군과 비단 장식이 돋보였던 명의 갑주까지. ‘노량: 죽음의 바다’ 의상 제작 과정은 어땠고, 어떤 비하인드가 숨겨져 있을까?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에 모두 참여한 권유진 의상감독에게 들었다. ◇이순신 장군의 갑주, 영화적 상상력 가미‘노량: 죽음의 바다’는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을 다룬 작품.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전이라 불린 이 전투는 밤에 이뤄졌다. 빠르게 전개되는 밤 전투 속에서 각각의 인물 구분이 잘 지어지도록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느냐는 질문에 권 감독은 “김태성 촬영감독, 김경석 조명감독과 많은 의사소통을 해서 정리했다.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또 “조선, 명, 일본의 갑옷은 형태적으로 차이가 많다. 투구의 형태도 차이가 크다. 때문에 특별히 밤 전투라 해서 구분을 짓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실제 역사적인 순서는 한산, 명량, 노량 순이지만 영화는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 차례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노량: 죽음의 바다’에는 ‘한산: 용의 출현’에서 사용한 두정갑과 ‘명량’에서 사용한 찰갑의 형태를 모두 사용했다. 여기에 이순신 장군의 경우 역사적으로 영조·정조 시대 이후 의식용으로 사용됐던 두석린갑(미늘갑)을 차용했다. 권유진 의상감독은 “명의 갑옷이 미늘형태를 많이 갖추고 있었고, 그 영향이 조선군에게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영화적 상상을 토대로 만들었다”면서 “조선의 갑주는 영화적인 면을 전반적으로 많이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명·일본 역사적 고증 철저, 다만 색은 차별화명과 일본의 갑주는 고증에 철저히 따랐다. 영화를 보면 명의 장군들은 비단의 나라에서 온 인물답게 비단으로 장식된 갑옷을 입고 있다. 정재영은 “현장에서 혼자 비단 스카프 같은 걸 두르고 있으니 머쓱하더라”고 했지만, 사실 이는 고증에 기반한 것이다. 정재영이 연기한 진린의 동상을 보면 갑옷 위에 망토 같은 장식을 두르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를 ‘노량: 죽음의 바다’에 그대로 반영했다. 날개가 달린 것 같은 투구의 장식 또한 이 동상과 일치한다. 등자룡 역의 허준호가 갑옷 위에 둘렀던 비단 장식 역시 마찬가지다. 등자룡의 동상을 보면 영화 속 허준호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비단을 한쪽 어깨만 걸쳐 늘어뜨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일본의 갑주는 고증과 영화적 상상력이 모두 들어갔다. 또한 일본 장수별로 특징을 살리려 한 점이 눈에 띈다. 권 의상감독은 “시마즈의 갑주로 많이 알려진 형태를 참고했고, 그 가운데 너무 젊어보이지 않는 형태를 기초 삼아 만들었다”며 “투구의 장식은 살리되 시마즈의 냉정함과 차가움을 표현하기 위해 흰색을 기반으로 갑옷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이무생이 연기한 고니시는 고증대로 작업됐으나 타치바나(최정태)의 경우 실제와 투구에서 차이가 있다. 특유의 투구 모양은 살리되 영화에 맞게 그 사이즈를 조금 줄였다는 설명이다.또한 일본 갑주의 경우 재질이 철제라 무게적인 부분에서 배우들의 고생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백윤식, 이무생 등 영화에서 왜군을 연기한 배우들에 따르면 이 갑주의 무게가 30kg 가량이었다.권유진 감독은 “일본의 갑주는 원래 재질이 철제”라면서 “가볍게 하기 위해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를 ‘명량’에서 사용해 봤으나 격렬한 전투 장면에서 많은 파손이 있었다. 그래서 ‘한산: 용의 출현’ 때부터는 철제로 제작했다. 이 점은 정말 죄송하다. 특히 백윤식 선생님께 더욱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명량’부터 ‘한산: 용의 출현’을 지나 ‘노량: 죽음의 바다’에 이르기까지 ‘이순신 3부작’과 모두 함께한 권유진 의상감독. 그는 “‘이순신 장군 시리즈’를 졸업한 느낌이다. 마음 속에 있던 짐을 내려놓은 것 같기도 하다”며 “세 작품의 의상을 모두 담당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인사했다.이어 “의상보다는 영화가 잘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의상이 잘 눈에 띄지 않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이순신 장군 최후의 전투를 담은 ‘노량: 죽음의 바다’는 지난 20일 개봉,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2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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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비하인드] 알고 보니 진짜 장교가? ‘서울의 봄’ 비하인드5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났던 9시간을 담은 영화 ‘서울의 봄’이 인기를 끌면서 영화와 관련한 여러 재미있는 사실들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알고 보니 실제 장군 출신이더라는 배우부터 어디서 많이 들은 목소리였다 했더니 ‘나는 자연인이다’의 내레이션을 했다는 배우까지. ‘서울의 봄’과 관련한 여러 비하인드를 묶었다. #육군장성 출신 배우 등장‘서울의 봄’의 주요 사건인 12.12 군사반란은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세력이 일으킨 것이다. 따라서 영화 속 대부분의 인물 역시 군인이다.영화 내용에 자문을 하고 실제 영화에도 출연한 배우 이귀우. 그는 1985년 육군사관학교 41기로 입교해 2018년 7포병여단장으로 전역한 실제 육군장성(준장) 출신이다. 지난해부터 배우 활동을 하며 ‘정의의 사람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등의 연극 작품에 출연했다. ‘서울의 봄’에서 연기한 인물의 이름은 본명과 살짝 다른 이귀오였다. #유인촌 장관 아들 출연배우 출신이자 문화제육관광부 장관으로 있는 유인촌의 아들도 ‘서울의 봄’에 출연했다. 극중 이태신(정우성)을 보좌하는 수도경비사령부 작전참모 강동찬을 연기한 인물이 바로 유인촌 장관의 아들인 배우 남윤호다.본명은 유대식으로 로열연극아카데미와 UCLA 연극영화대학교 대학원을 나왔다. 여러 공연으로 얼굴을 알렸으며 소속은 황정민과 같은 샘컴퍼니. 주로 공연 위주로 활동을 했으며 장편영화는 ‘서울의 봄’이 처음이다. #‘나는 자연인이다’가 왜 여기서 나와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라고? 정확하게 들었다. 8공수 여단장 박기홍으로 나오는 배우 정형석은 MBN 시사교양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의 내레이터로도 유명하다.2006년 KBS 성우극회 32기로 입사했으며 2009년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배우로도 맹활약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서울의 봄’ 이전에 ‘30일’에 로펌 대표 역으로 우정출연을 했다.#대머리 분장은 황정민의 아이디어너무나 유명한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사실 김성수 감독은 전두광(황정민) 캐릭터를 꼭 대머리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굳이 실존인물의 외형적인 부분이나 말투 같은 걸 흉내낼 필요는 없겠다고 판단한 것.대머리 특수분장을 해보겠다고 한 건 황정민이었다. 그는 김성수 감독에게 “외국 영화 배우들은 더러 완전히 자신을 지우고 타인이 되는 경우가 있지 않느냐. 관객들이 헷갈릴 정도의 그런 분장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고, 김 감독도 동의해 전두광의 최종 외형이 완성됐다. 이 분장에 걸린 시간은 4시간 정도. 나중에 분장팀도 숙달이 되자 3시간 30분 정도로 줄었다. #화장실 장면 찍기 전 3시간 동안의 대화군사반란에 성공한 뒤 자축해야 할 전두광. 하지만 홀로 화장실로 간 그는 미묘한 표정이다. 복잡미묘한 심경이 교차하는 듯한 전두광을 표현하기 위해 황정민과 김성수 감독은 치열하게 이야기를 나눴다.이 장면에서 두 사람 사이에 이견이 있었고, 결국 촬영 전 한참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야했다. 김성수 감독은 “확실하게 정하고 확실하게 하자는 마음이었다. 화장실에서 3시간 정도 둘이 얘기를 나눴다”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마주 보고 있는 당시 촬영장의 사진을 취재진에게만 슬쩍 보여주기도 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22 06:00
연예일반

[IS비하인드] 대박났던 ‘스위트홈’ 시즌2까지 3년이란 시간 걸린 이유

‘오징어 게임’이 대성공을 거두기 이전 전세계 넷플릭스 구독자들에게 K콘텐츠의 존재감을 보여줬던 작품이 있다. 바로 ‘스위트홈’이다. 2020년 한국 시리즈 사상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톱10에 진입하는 쾌거를 달성했던 ‘스위트홈’이 약 3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스위트홈’은 미국 넷플릭스에서 최고 순위 종합 9위, TV쇼 부문 3위까지 기록하며 당시 K콘텐츠의 신기록을 썼다. 이에 힘입어 빠르게 시즌2, 시즌3 제작을 확정했다. 그리고 시즌2가 나오기까지 약 3년이 걸렸다.연출을 맡은 이응복 감독은 “시즌1을 찍을 때만 해도 그렇게까지 작품이 잘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후속 시즌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이를 위한 보다 구체화된 준비를 할 수 있었겠지만, 시즌1의 결과가 나온 뒤 후속 시즌이 결정됐기에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필요했다는 것이다.특히 ‘스위트홈’ 같은 크리처물은 촬영을 위한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감독은 “‘스위트홈’은 일종의 아포칼립스물이다. 그런데 국내에는 아포칼립스물을 찍을 만한 세트가 없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땅도 넓고 하다 보니 세트가 잘 돼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작품을 찍기 위해 세트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도로를 하나 까는 데만도 몇 억 원이 들었다. 시즌2와 시즌3을 함께 촬영했는데, 촬영 기간만 1년여가 걸렸다”고 설명했다.그나마 시즌2와 시즌3을 한 번에 촬영한 덕에 두 시즌 사이의 공백은 시즌1만큼 길진 않다. 시즌2가 12월 공개됐고, 시즌3은 내년 여름께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약 3년간의 공백이 6개월로 줄어든 셈이다. 시즌1과 시즌2 사이의 공백으로 제작진에겐 남모를 고충이 하나 더 생겼다. 이미 성장이 모두 끝난 배우들은 상관없지만, 아역의 경우 시즌1 촬영 이후 많이 성장해버린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트홈2’의 수영(허율)과 영수(최고)는 시즌1과 거의 흡사한 외모라 놀라움을 자아냈다.이응복 감독은 이에 대해 “사실 둘 다 많이 컸다”고 털어놓으며 웃었다. 그는 “최대한 타이트한 샷을 따서 신체적 성장이 너무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했다. 또 분장팀이 노력을 많이 해줬다. 분장팀과 의상팀이 시즌1 때와 유사한 분위기,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고 설명했다.‘스위트홈2’는 욕망이 괴물이 되는 세상을 배경으로 그린홈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사투를 벌이는 현수(송강)와 그린홈의 생존자들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1일 넷플릭스에서 전편 공개됐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10 09:00
연예일반

CG 아니었던 실사판 ‘오징어게임’ 영희 인형, 만드는 데 얼마 걸렸을까 [IS비하인드]

456명의 일반인 참가자들이 인생을 뒤바꿀 456만 달러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진짜 ‘오징어 게임’에 도전했다. 넷플릭스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1~5화가 지난 22일 공개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놀라웠던 건 실제로 456명이나 되는 비연예인 참가자들을 하나의 게임에 참여하게 했다는 것.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탈락하는 ‘오징어 게임’의 첫 관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남다른 스케일을 제대로 보여줬다. 제작진은 456명의 참가자들을 수용할 시설을 찾다 1920~1930년대에 비행선들을 만들던 카딩턴 스튜디오를 선택했다. ◇유일하게 다른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의 촬영은 16일 동안 런던의 워프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제작진은 참가자들이 작품 속 세상에 완전히 몰입해 지낼 수 있도록 서로 연결된 사운드 스테이지 6곳에 세트장을 만들었다. 그 안에 발을 들인 이상, 탈락할 때까지 나갈 수 없었다.‘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유일하게 다른 시설에서 촬영한 게임이다. 게임 참가자 수가 무려 456명인 것을 감안할 때 유럽에서 가장 큰 실내 공간이자 영국 베드포드에 있는 카딩턴 스튜디오가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이 스튜디오는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비행선들을 만들던 곳이다. 2800평이 넘는 공간에 두 개의 격납고가 있는데, 하나당 4개의 일반 사운드 스테이지를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고.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의 총면적은 약 100m x 40m였다.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경우 참가자 수가 전례 없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여 제작진은 다수의 참가자를 임의로 선정하여 개별 마이크를 부착했다. 공간 안에는 애트모스 마이크와 카메라를 배치, 다른 참가자들의 목소리와 리액션을 픽업할 수 있도록 했다. 456명의 참가자들 모두에게 추적 장치를 달아 엄격한 심사 과정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인형 제작에만 무려 3개월원작 시리즈의 세트장은 많은 부분에 CG 작업이 들어갔지만 리얼리티에선 그럴 수 없었다. 참가자들이 경쟁에 몰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돼지 저금통 역시 서바이벌을 위해 처음으로 실물로 제작됐는데,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현금으로 가득 찬 돼지 저금통의 무게는 800kg을 넘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영희 인형을 제작하는 것은 엄청난 준비 작업이었다는 전언. 제작에만 3개월여가 소요됐다. 원작 시리즈는 기술적인 부분은 교묘한 편집으로 숨길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인형의 뼈대 안에서 작동하는 로봇을 설계해야 했다. 참가자 모두에게 공정할 수 있도록 노래의 특정 부분에서만 정확하게 고개를 돌려 멈추는 것을 완벽에 가깝게 구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형 머리의 크기와 돌아가는 속도 때문에 계산을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고개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 엔지니어링을 구현하고 모터 및 부품을 조정한 다음 구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멈추는 방식까지 다 계산, 1초도 되지 않는 시간까지 맞춘 끝에 최종형이 완성됐다. 최종 완성된 인형의 키는 4.2미터에 육박했으며 인형의 외골격은 영국에서 가장 큰 3D 프린팅 회사에서 제작했다.◇한국 국민 간식 달고나, 만들기 참 어렵죠?달고나 챌린지에 나온 전설의 뽑기 과자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는 게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 제작진의 설명. 시니어 개발 팀장 아몬 카딤에 따르면 달고나 과자를 수백 개나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레시피인 벌집 웨이퍼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는 “달고나는 만들자마자 먹는 과자다. 그런데 우리는 게임 하루 전에 대량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레시피를 이것저것 시도해 가면서 완벽한 보관 조건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쿠키 크리에이션의 프로젝트 매니저 루시 록은 “벌집은 습기를 흡수한다. 공기에 닿자마자 습기를 빨아들인다. 그래서 차가운 상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공기에 닿은 상태로 있어도 끈적거리지 않을 조합을 생각해야 했다”며 과자 만들기에 진심이었음을 드러냈다.이어 “어떤 과자는 너무 일찍 부서지기도 했고, 어떤 과자는 눅눅해지거나 이동 과정에서 쉽게 부서지기도 했다. 과자의 완성 단계까지 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악몽 같았다”고 털어놨다.달고나 과자에 들어가는 모양 역시, 공정과 균일성을 위해 동시에 같은 깊이로 찍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19개 버전을 거치고 나서야 적절한 레시피가 탄생했다는 후문이다.‘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는 29일 6~9회가, 12월 6일 마지막회가 공개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1.29 05:55
영화

[IS비하인드] '발레리나' 속 '몸값' 찾기

넷플릭스에서만 ‘콜’, ‘발레리나’ 등 두 편의 작품을 했지만, 여전히 이충현 감독을 이야기할 때 단편영화 ‘몸값’을 빼놓을 순 없다. ‘몸값’을 흥정하던 주체와 객체가 바뀌는 소름 돋는 순간. 이충현 감독은 14분 안에 강렬한 스토리텔링을 담아내며 순식간에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발레리나’는 이충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대중영화다. ‘몸값’ 이후로도 ‘콜’을 통해 여성 서사를 그렸던 이 감독은 ‘발레리나’에서도 또 한 번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냈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몸값’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과 장면이 등장, 이충현 감독의 팬들을 반갑게 했다. ◇‘몸값’의 ‘그 남자’ 박형수단연 눈에 띄는 건 배우 박형수의 등장이다. ‘몸값’ 때와 확 달라진 비주얼로 긴가민가했다면 그 남자가 그 남자가 맞다. ‘발레리나’ 속 명식이 바로 박형수다.명식은 일명 ‘약사’라 불리는 인물. ‘물뽕’으로 알려진 마약을 제조해 최프로(김지훈)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최프로는 자신의 범죄 행각을 옥주(전종서)가 알아내고 자신을 공격하자 명식에게 SOS를 친다.‘몸값’에서처럼 이번 ‘발레리나’에서의 명식도 지질하긴 마찬가지. 함께 옥주를 잡자는 최프로에게 “우리 둘이면 되냐. 그냥 사람 하나 쓰자”고 제안하기도 하고 옥주의 등장으로 위기에 처했다가 최프로로부터 구출되자 “우리도 총 있다”며 유치하게 으스대기도 한다. 박형수 특유의 지질해 보이면서도 천연덕스러운 연기력을 ‘발레리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충현 감독은 명식 캐릭터에 대해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물건처럼 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연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가평 모텔→가평 호텔‘발레리나’에는 최프로가 여성들을 꼬여내 마약을 투약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장소가 나온다. 최프로가 옥주에게 “좋은 데 있어. 네가 왠지 좋아할 것 같아”라며 데리고 가는 곳인데 경기도 가평에 있는 호텔이다.‘몸값’을 본 이들이라면 역시 이 장면에서 환호했을 터. ‘몸값’ 속 여고생(이주영)이 자신의 성을 매매하려는 남성을 불러내는 장소가 바로 가평의 한 모텔이기 때문이다. ‘몸값’ 속 모텔은 꽃무늬 소파 등으로 장식된 레트로한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는데, ‘발레리나’에서의 가평 호텔 역시 미술팀의 노고가 엿보이는 형형색색 강렬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이충현 장면은 이 장면에 대해 “‘몸값’과 연결성을 의도한 건 아니다”면서 “무의식 중에 서울 외곽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관성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가 소중한 친구 민희(박유림)를 죽음으로 몰아간 최프로를 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0.13 05:10
영화

형인혁 감독 ‘차박’이 해외 배급사로 공개된 까닭은? [IS비하인드]

지난 5월 다양한 한국 영화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가운데, 칸 필름 마켓에서 저력을 보여준 작품이 있다. 신예 형인혁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차박-살인과 낭만의 밤’(이하 ‘차박’)이 그것. ‘차박’은 평온한 일상, 사랑하는 아내, 모든 것이 완벽했던 한 남자가 결혼기념일을 맞아 떠난 차박 여행에서 낯선 인기척과 함께 순식간에 악몽 같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스릴러 영화다.칸 필름 마켓은 이탈리아의 밀라노 필름 마켓, LA 산타모니카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필름 마켓과 함께 세계 3대 필름 마켓으로 불린다. 필름 마켓은 영화를 사고파는 시장이다. 세계 각국의 영화 관계자들이 모여 판권 계약 등을 논의하는 곳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많은 한국 작품이 칸 필름 마켓에서 주목을 받았다. 앞서 ‘기생충’, ‘오징어 게임’, ‘헤어질 결심’ 등이 한국영화들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기에 해외 바이어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국내 배급사 부스로 향했다. 그런데 국내 배급사 부스가 아닌 해외 배급사 부스에서 인기를 끈 한국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형인혁 감독의 ‘차박’이다. ‘차박’은 미국 EST 스튜디오가 해외 세일즈 에이전트를 맡아 국내를 제외한 전 세계에 선판매를 진행했다. 최근 일간스포츠는 형인혁 감독과 만나 해외 배급사와 연이 닿게 된 배경부터 ‘차박’의 인기 요인 등을 들어볼 수 있었다.형인혁 감독의 말에 따르면 ‘차박’은 기획 단계부터 해외를 겨냥하고 작업됐다. 제작사 타이거 스튜디오의 김영섭 대표와 머리를 맞댄 형 감독은 칸 필름 마켓이 열리기 약 한 달 전 LA에서 상영관을 빌려 현지 영화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스승 맷 심버 감독을 비롯해 영화 ‘코만도’의 마크 L. 레스터 감독, 파라마운트 바이어, EST 스튜디오 바이어 등이 초청에 응했다.형인혁 감독은 “사실 영화를 보시기 전 잘 부탁드린다고 하니 기대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다음 날 해외를 겨냥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형인혁 감독은 해외 배급사인 EST를 통해 ‘차박’을 선보이게 됐다. 필름 마켓을 통해 관계자들 앞에서 상영하게 됐고, 프로모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주연 배우 데니안과 급히 칸으로 향했다. 형인혁 감독은 “칸은 직항도 없어서 20시간이 넘게 걸렸다. 행사에 참여하러 갔는데 한국 언론에서 데니안 을 알아보더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한국 영화는 칸에 한국 배급사가 지원해서 가기 마련인데, 우리는 영화진흥위원회도 모르는 상황에서 칸에 갔다. 우리가 왔다는 걸 알고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한국인의 밤도 초대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차박’은 마켓에서 전 세계 바이어들과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영화를 사고파는 자리인 만큼 생생한 평가를 듣긴 어려웠지만, 관심의 척도는 오퍼(offer)에서 나왔다. ‘차박’에 관심을 보인 곳만 40~50곳이었다. 그 결과 대만,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폴란드, 필리핀, 베트남 11개 국가에서 개봉하게 됐다. 데니안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칸 필름 마켓을 방문한 소감을 전했다. 데니안은 “초청작은 아니었지만, 영화제가 칸이 처음이었다. 상까진 아니더라도 나중에는 초청받아서 가면 너무 좋을 것 같다”며 “맨땅에 헤딩 격으로 감독님이랑 저랑 둘만 급하게 간 거라 레드카펫도 못 밟았지만 큰 영광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차인혁 감독의 영화 ‘차박’은 지난 13일 개봉했다.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9.23 11:36
연예일반

[IS비하인드] 실사화된 ‘원피스’ 만화와 뭐가 다를까?

넷플릭스 시리즈 ‘원피스’의 인기가 파죽지세다. 지난달 31일 전 세계에 공개된 이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흥행 실패’라는 낙인이 찍혀있던 실사화 작품에 ‘원피스’가 호평을 받아내며 선입견을 깨부수고 있다.‘원피스’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반응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글로벌 톱10(8월 28일~9월 3일)에서 공개 나흘 만에 1850만 뷰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일본, 브라질, 이집트, 독일, 인도네시아 등 85개국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원작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에겐 호평을 받는 반면, 원작을 재밌게 본 팬들은 어색하다는 반응이다.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각색됐기 때문이다. 특히 캐릭터의 서사가 뭉개진 점, 원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삭제됐다는 점, 다소 어색한 CG로 몰입도를 깬다는 점 등이 원작 팬들에게 아쉬움을 사고 있다. 원작 만화와 각색된 ‘원피스’를 비교해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살펴봤다. # 캐릭터의 기술‘원피스’의 실사화가 알려졌을 때 ‘이게 CG로 구현이 될까’ 우려가 앞섰다. 비현실적인 요소가 많을 뿐더러 앞서 제작된 실사화 작품들을 통해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특히 캐릭터의 기술은 ‘원피스’에서 캐릭터 그 자체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고무고무 열매를 먹고 고무 인간이 된 루피만 해도 고무고무 총, 풍선 등의 기술을 사용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다.이런 이유로 속도감은 굉장히 중요했다. 조금이라도 허술하게 그려졌다간 금방 티가 나버리는 게 실사화의 단점이기 때문이다. 걱정은 현실로 이어졌다. 루피가 싸우는 장면에서 액션의 긴박감보단 어색한 장면들이 줄을 이었다. 고무 특유의 탄력보다 오히려 흐느적거리게 느껴졌다.조로의 기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조로는 검 3개를 가지고 다니며 호랑이 사냥, 삼천세계 등의 기술을 선보이는 캐릭터다. 만화에서는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어떤 기술인지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있지만, 실사화된 ‘원피스’에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 원작의 감동은 어디에원작을 본 팬들이라면 달라진 흐름에 의아할 수도 있다. 각색하는 과정에서 사라진 몇몇 캐릭터가 있기 때문. 또한 원작과 달리 캐릭터의 서사가 매끄럽지 않게 전개돼 의아함을 자아낸다.먼저 밀짚모자 일당의 첫 번째 해적선 고잉 메리호는 시럽 마을에서 얻게 되는데, 과정이 많이 바뀌었다. 원작에서는 카야가 자신을 구해준 대가로 밀짚모자 일당에게 해적선을 선물한다. 반면 ‘원피스’에서는 해당 플롯은 유지하되 원작에서 멀쩡히 살아있는 캐릭터를 죽였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의문점이 남는다. 고잉 메리호에 하얀 염소머리를 붙여놓은 이유도 이해할 수 없다. 원작 속 고잉 메리호는 동글동글한 얼굴에 귀여운 표정이 매력인 배다. 코코야시 마을의 귤밭, 붉은머리 해적단의 레드포스호, 해상 레스토랑 발라티에는 잘 구현했으면서 왜 고잉 메리호는 이렇게 구현했는지 모를 일이다. # 캐릭터 설정 오류원작과 다른 캐릭터 설정은 헛웃음이 나온다. 원작에서 아론 일당은 어인(漁人)으로 인간보다 몸집이 훨씬 크고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다. 특히 아론 일당의 보스 아론은 이스트 블루에서 가장 높은 현상금을 보유한 캐릭터. 원작에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포스를 가지고 있지만, ‘원피스’에서는 루피와 비슷한 체격의 어인들이 등장해 다소 당황하게 한다. CG를 해서라도 체구를 키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한편 ‘원피스’는 악마의 열매를 먹고 고무 인간이 된 루피가 동료들과 함께 해적왕이 남긴 대비보 원피스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이번에 공개된 실사화 ‘원피스’에는 세계관에서 가장 안전한 바다인 이스트 블루에서 동료들을 만나게 되는 모험의 서막을 담았다. 원작 만화책은 단행본 누적 발행 부수 5억 1600만부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9.0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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