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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오치아이와 나이키 스윙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2006년 나는 주춤했다. 앞선 세 시즌 동안 연평균 타율 0.320, 홈런 25개를 유지하다가 그해 타율이 2할대(0.291)로 떨어졌다. 홈런은 13개였다. 2006시즌이 끝난 뒤 깊은 고민에 빠졌다. 뭘 어떻게 바꿔야 할까.일단 기술 훈련의 기초인 티배팅 때부터 다시 시작했다. 티 위에 멈춰 있는 공을 빵빵 때리면 속이 시원하다. 재미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티배팅 훈련을 하는 이유는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날아오고, 급격히 꺾이는 공을 쫓을 때 잊기 쉬운 '타격의 본질'을 생각하는 훈련이 아니겠는가.정지해 있는 공은 강하게 치기 쉽다. 세게 친다고 무조건 멀리 날아가는 건 아니다. 정확히 쳐야 한다. 그리고 타구에 회전을 줘야 한다. 투수가 패스트볼을 던질 때 강한 백스핀(backspin·역회전)을 만드는 것과 원리다. 강한 백스핀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떨어지는 공의 낙폭을 줄인다. 그러니까 공이 더 날아가게 한다.타구의 백스핀은 어떻게 생성될까. 일단 투구의 가운데를 때려 정타(正打)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배트가 공 아래 부분을 파고들어야 한다. 방망이는 공과 점(點)에서 만나는 게 아니라, 공과 붙어 15~20㎝ 앞으로 나가는 선(線)을 그리기 때문이다. 글로 설명하기가 정말 어렵지만, 백스핀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배트를 잡은 두 손의 위치(톱 포지션)에서 콘택트 존까지의 거리가 짧아야 한다. 그리고 임팩트 후 폴로 스루(follow through)까지 배트가 살짝 올라가야 한다. 이 스윙 궤적을 옆에서 보면 마치 나이키 로고와 같다. 배트의 회전력, 코킹이 중요하다'나이키 스윙'을 만들기 위해 훈련 때 극단적으로 공을 띄우려 했다. 히팅 포인트를 몸에 최대한 가깝게 두고 간결하게 공을 때리면 강한 백스핀을 만들 수 있다. 이 스윙이 완성 단계에 이르자 배트를 갖다 대기만 해도 공이 다 떴다. 여기서 중요한 게 손목을 돌리는 동작, 즉 ‘코킹(cocking)’이다. 손목을 꺾었다가 풀면서 힘을 만드는 움직임인데, 코킹 동작을 잘 만들어놓으면 간결한 스윙으로도 파워를 전달할 수 있다. 내가 학창 시절만 해도 코킹을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 손목을 꺾으면 백스윙이 불필요하게 커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코킹을 하지 않고 곧바로 치라고 했다. 그런데 이 경우 시속 150㎞의 스피드로 날아오는 투구의 힘을 이겨내기 어렵다. 요즘 투수들의 강속구를 공략하려면 배트의 회전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코킹은 파워 포지션(힘을 전달하기 위한 준비 동작)에서 만들어진다. 과거에는 타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배트를 뒤로 눕힌 채 준비하라고 했다. 그러면 공을 맞히기는 쉬우나, 빠른 공을 이겨낼 힘이 없다. 강한 타구를 만들려는 타자들은 코킹을 통해 회전력을 확보한다. 여기에 나이키 스윙 궤적이 더해지면 더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다. 이건 선택의 문제다. 코킹을 많이 하지 않고 콘택트에 중점을 두겠다고 선택한 타자는 그렇게 하면 된다. 또 나이키 스윙의 메커니즘이 이해되지 않거나, 이해하더라도 실천하기 어려우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타격에는 정답이 없다.어퍼컷 스윙이 정답일 순 없다어떤 이는 이렇게 묻기도 한다.“넌 힘이 좋으니까 간결한 스윙으로도 강한 타구를 만드는 거 아니냐?”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프로 투수들이 던지는 투구에 대응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프로에 들어온 타자가 그 정도 파워가 없진 않다. 프로 선수라면 타고난 힘도 있고, 훈련으로 키운 근력도 있다.내 히팅 포인트는 다른 타자보다 조금 뒤에 형성되는 편이다. 내 힘이 특별해서 타이밍이 늦은 타구를 앞으로 끌고 나오는 게 아니다. 톱 포지션에서 콘택트 존까지의 거리가 짧기 때문에 한 박자 늦어 보이는 타구도 안타로 만드는 것이다.결국 힘이 아니라 기술이다. 1990년대 이종범 선배가 힘으로 쳤을까. 아니다. 체격이 작은 이종범 선배는 방망이를 짧게 내려쳤다. 간결한 스윙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었다.동시대 최고의 타자 중 하나였던 양준혁 선배도 ‘어퍼컷(uppercut·투구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스윙’은 하지 않은 것 같다. 지면과 거의 평행한 레벨 스윙으로 정확성을 높였다. 그리고 임팩트 후 팔을 들어올리는 양준혁 선배의 ‘만세 타법’은 나이키 스윙의 메커니즘과 다르지 않다.201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플라이볼 혁명(fly ball revolution, 타구의 발사 각도를 높이는 움직임)’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라운드볼(땅볼)보다 플라이볼(뜬공)의 생산성이 더 높다는 건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를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날이 갈수록 그라운드 컨디션은 계속 좋아지고 있다. 내야 수비력도 향상됐다.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수비 시프트(타구 방향을 분석해 수비수 위치를 조정)까지 발달하면서 땅볼을 때려봐야 안타가 될 확률이 낮아졌다. 땅볼의 가치가 하락하자 타자들은 공을 띄우려 노력했고, 그 변화에 이르는 과정이 혁명적이기까지 하다는 게 플라이볼 혁명의 요체다.이 과정에서 어퍼컷 스윙이 유행했다. 타구를 띄우려면 콘택트 존에서 스윙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를 못 쳐도 뜬공을 날렸다면 만족한다”는 MLB 선수도 나왔다. 그러나 올려친다고 해서 타구를 띄울 수 있을까. 그 타구에 힘이 있을까.2015년 이후로 MLB 선수들은 경쟁적으로 어퍼컷 스윙을 시도했다. 성공 사례도 있었지만, 실패한 경우도 꽤 많았다. 뛰어난 성과를 낸 선수라고 해도 그게 정말 어퍼컷 스윙 덕분인지 나는 알 수 없다.이런 트렌드는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KBO리그에도 상륙했다. 2020년 전후로는 너도나도 어퍼컷 스윙을 얘기했다. 참 희한했다. 투수와 타자는 거의 그대로인데, 타격 이론이 이렇게까지 급변할 수 있는 것일까. 이론이 아니라면 유행이란 말일까.이와 관련한 얘기를 MLB에서 뛰는 최지만 선수(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나눌 기회가 있었다. “MLB 타자들이 어퍼 스윙에 신경 쓰느냐”는 내 질문에 그는 “아니다. 어퍼컷 스윙으로는 시속 160㎞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에 대응할 수 없다. MLB 타자들도 간결한 임팩트에 집중한다. 그리고 백스핀을 걸기 유리한 스윙을 만들려고 한다”고 답했다.어퍼컷 스윙을 하는 타자 중 좋은 선수는 내 기억엔 없다. 올려 쳐서는 절대로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임팩트 후 배트가 위로 올라가면 톱스핀(top spin)이 걸린다. 백스핀과 반대 개념인 톱스핀은 배트가 앞으로 나가면서 공의 윗부분을 때려 만들어진다. 투수가 던지는 커브가 이런 원리로 떨어진다. 톱스핀이 걸리면, 마치 탁구의 드라이브처럼 공이 점점 가라앉는다. 타자에게 좋을 리 없다.테드 윌리엄스가 이상적이라고 말한 스윙은 억지스러운 어퍼컷이 아니다. 마운드 위에서 오버핸드 투수가 던져서 만들어지는 투구 각도만큼 약간(slight) 올려치는 게 아니다. 그러면 투구와 배트가 만나는 면적(윌리엄스는 임팩트 존이라고 표현했다)이 넓어진다.내 해답은 오치아이 스윙이다그러나 과연 이게 답일까. 물론 훌륭한 스윙인 건 틀림없지만, 저게 정답일까. ‘윌리엄스 스트로크’는 이론적으로 뛰어나다. 다만 타구에 스핀을 걸긴 어렵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윌리엄스의 스윙을 피칭에 비유하자면 무회전 볼 같다. 잘 맞은 타구는 배트와 15㎝ 이상 붙어 나간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배트의 중심과 공의 중심이 붙어 있다면(마치 팜볼처럼) 잘 맞은 것 같은 타구도 외야로 날아가서는 추진력을 잃게 된다. 투수는 패스트볼을 릴리스할 때 검지와 중지로 공을 꽉 눌러서 백스핀을 만든다. 타구도 그래야 한다. 그게 깎아 치기다. 배트로 공의 중심을 정확히 맞힌 뒤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백스핀을 만드는 것이다. 배트가 공의 아랫부분을 감싸 안아 올리는 느낌이다. 공을 때린 뒤 팔을 쭉 뻗는 동작, 즉 폴로스루 과정에서 회전력을 만드는 거다. 이 스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오치아이 히로미쓰(일본)의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은퇴 후 자신의 타격 비밀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는 ‘공의 아래를 파고들듯 때리라’고 말한다. 이 영상에서 본 오치아이의 페퍼 게임(pepper game, 가까이서 던진 공을 타자가 가볍게 치는 훈련)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보통 타자들은 정면의 그물을 보고 때리는데 그의 타구 각도는 평균 45도를 넘을 만큼 컸다.선수 시절 오치아이는 경쟁자들에 비해 체격이 작은 편이었다. 키가 1m77㎝로 그리 크지 않았고, 풀스윙도 하지 않았다. 툭 친 것 같은데 그의 타구는 쭉 뻗어 나갔다. 그는 일본에서 홈런·타점·타율왕을 5번씩 수상했다. 오치아이의 타격 비결이 ‘깎아 올려치기’였던 것이다.오치아이의 이론은 내가 찾은 답과 가장 가까웠다. 2007년부터 나는 타구에 회전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티배팅 때부터 이를 의식했다. 임팩트 때 오른손 타자가 배트를 쥔 오른손을 ‘잡아주는’ 느낌으로 공을 친다면 나이키 스윙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스윙을 만들기 위해 페퍼 게임을 할 때부터 노력했다. 지나치게 깎아 치는 바람에 타구가 백네트를 넘어 관중석에 떨어지기도 했다. 훈련 때 그렇게 극단적으로 깎아 쳐야 실전에서 유효한 타구 회전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다가 오치아이의 영상을 보고 “내가 찾은 방법이 틀리지 않았구나”라며 안심했다. 무엇보다 나이키 스윙은 나와 맞는 타법이었다. 물론 그런 메커니즘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영상에 나오는 젊은 선수들도 오치아이처럼 치려다가 헛스윙을 연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복 훈련을 통해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나이키 스윙은 내가 아는 가장 완벽한 메커니즘이다.고교 시절 날 보고 “오치아이의 타격과 닮았다”고 말씀하신 분이 있었다. 당시에는 오치아이의 영상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니까 애초에 백스핀을 만드는 스타일이었던 거다. 프로에 와서 슬럼프에 빠진 걸 계기로 나이키 스윙을 더 발전시켰다. 난 스윙을 더 날카롭게 다듬었다. 그럴수록 더 강하게, 더 멀리 칠 수 있었다. 2007년 다시 홈런 20개 이상을 때려내고, 2008년 홈런왕(31개)에 올랐던 비결도 내 스윙을 완성한 덕분이었다. 내 전성기가 시작된 거다. 2009년 경기 중 뇌진탕 부상을 입기 전에는 내 스윙은 나름대로 완성 단계였다. 타석에서 어떤 투수의 공이라도 다 쳐낼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큰 부상을 당해 상승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면, 내 전성기가 더 길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1.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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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 박병호 "타이틀? 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이틀홀더로 다시 찾은 시상식장에서 박병호(36·KT 위즈)가 비로소 밝게 웃었다. 박병호는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KBO 시상식에서 홈런왕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는 정규시즌 출전한 124경기에서 35홈런을 기록, 2위 호세 피렐라(28개·삼성 라이온즈)를 7개 차로 따돌렸다. 2019년에 이어 3년 만이자, 개인 통산 6번째로 홈런 1위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나란히 5번씩 차지했던 '국민 타자' 이승엽(은퇴·현 두산 베어스 감독)을 넘어 KBO리그에서 홈런왕을 가장 많이 차지한 선수가 됐다. 역대 최고령 홈런왕 기록도 썼다. 박병호는 2020시즌 타율 0.223 21홈런, 2021시즌 타율 0.227 20홈런에 그쳤다. 30대 중반이 넘어선 그의 성적이 크게 떨어지자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전성기를 보낸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하지 못하고,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몸값(3년 30억원)에 KT로 이적했다. 박병호의 재기를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홈런왕'이라는 수식어를 되찾았다. 65경기 만에 지난 시즌 기록한 20개를 채웠다. 더불어 KBO리그 최초로 '9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전반기만 27홈런을 기록하며 타이틀을 향해 질주했다. 7월 28일 키움전에선 끝내기로 30번째 홈런을 장식했다. 이후 5개 더 때려낸 그는 통산 362홈런을 기록, 이승엽(467개) 최정(429개) 이대호(374개)에 이어 이 부문 4위에 올랐다. 시상식이 끝나고 만난 박병호는 "홈런왕보다 마음속에 목표로 세웠던 30홈런을 달성해 기쁘다. KT 이적 뒤 새로운 마음으로 야구를 했고, 달라진 환경 속에서 많은 분이 도움을 준 덕분에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했다. 부상 탓에 홈런을 더 많은 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팀이 1~2승만 더했어도 3위에 오를 수 있었다. 홈런을 추가하지 못한 건 아쉽지 않지만, 팀에 미안했다"고 전했다. 최다·최고령 신기록을 세운 점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했다. 박병호는 "최초 기록에 내 이름을 올렸다. 그 점을 정말 뿌듯하다"며 웃었다. 7번째, 8번째 홈런왕에 오른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병호는 "올 시즌 30홈런을 넘었을 때 '다시 잘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내년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몸 관리를 잘하고 작년보다 나은 시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또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이정후(키움)는 "홈런왕 트로피엔 (박)병호 선배님 이름이 새겨져야 정품 같다. 역시 홈런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배"라고 박병호를 치켜세웠다. 박병호는 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이정후를 향해 "절대 안주하지 않는 (이)정후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정말 감탄했다.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고, 노력해서 결과로 보여주는 건 정말 어렵다. 대단하고, 대견하다"고 축하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2022.11.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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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역대 최다 홈런왕' 박병호 "목표 달성, 뿌듯하다"

"뿌듯합니다." 박병호(36·KT 위즈)가 정규시즌을 돌아보며 남긴 소감이다. 떨어진 자존심과 명예를 되찾은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 것에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병호는 10일까지 출전한 정규시즌 124경기에서 홈런 35개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초반부터 홈런 부문 1위를 독주한 그는 이변 없이 홈런왕에 올랐다. 진기록을 쏟아냈다. 박병호는 개인 통산 6번째 홈런왕에 오르며 이 부분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까지 나란히 5번씩 홈런왕을 차지하며 어깨를 나란히 했던 '국민 타자' 이승엽(은퇴)을 넘어섰다. 만 36세인 박병호는 래리 서튼(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갖고 있던 종전 최고령(만 35세) 홈런왕 기록도 다시 썼다. 박경완(은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2개 팀(키움 히어로즈·KT)에서 홈런왕에 오른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병호는 이전 두 시즌(2020~2021) 연속 2할대 초반 타율에 그쳤다. 2021시즌 종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지만, 전성기를 보낸 키움을 떠나 떠밀리듯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그에게 3년 계약(총액 30억원)을 안긴 KT조차 "(단일시즌 기준) 홈런 20개만 쳐줘도 성공한 계약"이라고 평가할 만큼 기대치가 떨어졌다. 박병호는 개막을 앞두고 "LG 트윈스에서 키움으로 이적했던 2011년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야구를 하겠다. 나는 홈런을 쳐야 가치를 인정받는 타자다. 마음속에 정해 놓은 홈런 기록 목표도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반전 드라마를 썼다. 박병호는 65경기 만에 홈런 20개를 때려내며 KBO 최초로 '9시즌 연속 20홈런' 대기록을 달성했다. 6월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개인 통산 352홈런을 기록, 양준혁(은퇴)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경기 흐름을 바꾸거나, 동점·역전을 이끄는 등 영양가 있는 홈런이 많았다. 7월 28일 키움전에선 시즌 30호 홈런을 '끝내기'로 장식하기도 했다. 부상을 딛고 화려한 피날레를 보여줬다. 박병호는 지난달 10일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해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예상보다 재활 치료를 빨리 마쳤고, 대타로 나선 8일 KIA 타이거즈전과 10일 NC 다이노스전에서 홈런을 때려내며 우려를 지웠다. 다시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으며 KT에 왔다. '새로운 마음으로 야구를 하자'라는 초심을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잘 유지한 것 같다. 이전 2년 동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목표로 삼았던 홈런 30개를 다시 넘어서 뿌듯하다. 나를 믿어준 KT의 기대에 부응해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병호는 지난달 발목 부상을 당한 순간, 시즌 아웃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직감했다. 실제로 검진받은 세 병원 전문의들 모두 수술을 권유했다. 그러나 박병호에겐 포스트시즌(PS) 출전이 간절했다. 수술 대신 재활 치료를 선택했고, 이를 악물고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그는 "내 실수로 팀을 이탈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재활 후 (몸 상태가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칠 정도라면 (PS 출전을) 포기했을 것이다. 트레이닝팀에서 너무 큰 도움을 줘서 정규시즌 종료 전 복귀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개인 8번째 PS 출전을 앞둔 박병호는 "감독님 이하 모든 지도자와 선수단이 정규시즌 내내 최선을 다해 달렸다. 이제는 모든 경기에서 '지면 탈락'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서야 한다. 동료들과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며 PS를 치를 것"이라는 출사표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2022.10.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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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생 출신 최형우, 사상 첫 MVP도전

최형우(28·삼성)가 방출선수 출신 첫 최우수선수(MVP)가 될수 있을까. 이젠 충분히 욕심을 내볼만 하다. 최형우(28·삼성)는 홈런과 타점 부문 1위가 유력하다. 3일 SK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쳐 27개를 기록 중인 이대호(롯데)에 3개 차로 앞서 있다. 타점도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던 이대호를 결국 제쳤다. 이날 홈런으로 114타점을 기록, 공동 선두였던 이대호보다 2개 더 많다. 최형우의 2개 부문 타이틀 수상 가능성은 높아졌다. 최형우는 이날 홈런으로 MVP 수상에도 한발짝 더 다가섰다. 홈런왕과 타점왕 타이틀을 굳히는 동시에 MVP의 보증 수표라고 할 수 있는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해서다. 최근 10년 간 MVP는 투수와 타자가 각각 5번씩 나눠 가졌다. 그런데 MVP를 수상한 타자들은 대략적인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한 가운데 3할-30홈런-100타점을 넘겼다는 점이다. 2002년과 2003년 수상자 이승엽, 2009년 최우수선수에 오른 김상현, 지난해 MVP 이대호가 모두 이 조건을 채웠다. 예외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2001년 MVP 이승엽이 타율 0.276 39홈런 95타점으로 MVP를 수상했다. 최형우도 타자 MVP의 필요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최형우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335 30홈런 114타점. 타율은 높고 홈런과 타점이 좀 적긴 하지만 2009년 MVP 김상현의 성적(타율 0.315 36홈런 127타점)과 엇비슷하다. 여기에 정규시즌 1위를 이끌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삼성은 투수력이 8개 구단 중 최강인 반면, 타력은 평균 수준이다. 팀 타율 0.260으로 전체 6위, 팀 홈런은 95개로 4위에 불과하다. 이런 지키는 야구의 득세 속에 최형우의 공격력은 확실히 돋보인다. 최형우가 없었다면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로선 투수 윤석민(KIA)이 최형우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윤석민은 17승5패 평균자책점 2.46 탈삼진 178개로 트리플크라운을 확정했다. 승률 1위(0.773)까지 보태면 1991년 선동열(해태) 이후 20년 만의 4관왕이다. ▶TIP프로야구 30년 역사상 투수 트리플크라운과 홈런왕·타점왕을 차지한 3할-30홈런-100타점 타자의 MVP 경합은 단 한 차례 있었다. 선동열과 장종훈이 1991년 MVP를 다퉜는데 장종훈이 수상했다. 물론 선동열이 19승4패 평균자책점 1.55로 그 전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점이나 장종훈이 35홈런을 쳐 당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는 점은 참고가 돼야 한다. 최형우는 결국 예년 타자 MVP와 비교해 압도적이지 않은 3할-30홈런-100타점 타자라는 점이 수상의 걸림돌이다. 또 같은 팀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독보적인 성적을 내고 있어 표가 갈릴 우려도 있다. 3할-30홈런-100타점 달성 타자 MVP 수상은?연도 이름(소속) 성적 비고2010 이대호(롯데) 0.364-44-133 타격·홈런·타점 1위2009 김상현(KIA) 0.315-36-127 홈런·타점 1위2003 이승엽(삼성) 0.301-56-144 홈런·타점 1위2002 이승엽(삼성) 0.323-47-126 홈런·타점 1위1999 이승엽(삼성) 0.323-54-123 홈런·타점 1위1998 우즈(OB) 0.305-42-103 홈런·타점 1위1997 이승엽(삼성) 0.329-32-114 홈런·타점 1위1991 장종훈(빙그레) 0.345-35-114 홈런·타점 1위※ 성적은 타율-홈런-타점 순.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 2011.10.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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