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28·삼성)가 방출선수 출신 첫 최우수선수(MVP)가 될수 있을까. 이젠 충분히 욕심을 내볼만 하다.
최형우(28·삼성)는 홈런과 타점 부문 1위가 유력하다. 3일 SK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쳐 27개를 기록 중인 이대호(롯데)에 3개 차로 앞서 있다. 타점도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던 이대호를 결국 제쳤다. 이날 홈런으로 114타점을 기록, 공동 선두였던 이대호보다 2개 더 많다. 최형우의 2개 부문 타이틀 수상 가능성은 높아졌다.
최형우는 이날 홈런으로 MVP 수상에도 한발짝 더 다가섰다. 홈런왕과 타점왕 타이틀을 굳히는 동시에 MVP의 보증 수표라고 할 수 있는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해서다.
최근 10년 간 MVP는 투수와 타자가 각각 5번씩 나눠 가졌다. 그런데 MVP를 수상한 타자들은 대략적인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한 가운데 3할-30홈런-100타점을 넘겼다는 점이다. 2002년과 2003년 수상자 이승엽, 2009년 최우수선수에 오른 김상현, 지난해 MVP 이대호가 모두 이 조건을 채웠다. 예외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2001년 MVP 이승엽이 타율 0.276 39홈런 95타점으로 MVP를 수상했다.
최형우도 타자 MVP의 필요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최형우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335 30홈런 114타점. 타율은 높고 홈런과 타점이 좀 적긴 하지만 2009년 MVP 김상현의 성적(타율 0.315 36홈런 127타점)과 엇비슷하다.
여기에 정규시즌 1위를 이끌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삼성은 투수력이 8개 구단 중 최강인 반면, 타력은 평균 수준이다. 팀 타율 0.260으로 전체 6위, 팀 홈런은 95개로 4위에 불과하다. 이런 지키는 야구의 득세 속에 최형우의 공격력은 확실히 돋보인다. 최형우가 없었다면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로선 투수 윤석민(KIA)이 최형우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윤석민은 17승5패 평균자책점 2.46 탈삼진 178개로 트리플크라운을 확정했다. 승률 1위(0.773)까지 보태면 1991년 선동열(해태) 이후 20년 만의 4관왕이다.
▶TIP프로야구 30년 역사상 투수 트리플크라운과 홈런왕·타점왕을 차지한 3할-30홈런-100타점 타자의 MVP 경합은 단 한 차례 있었다. 선동열과 장종훈이 1991년 MVP를 다퉜는데 장종훈이 수상했다. 물론 선동열이 19승4패 평균자책점 1.55로 그 전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점이나 장종훈이 35홈런을 쳐 당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는 점은 참고가 돼야 한다.
최형우는 결국 예년 타자 MVP와 비교해 압도적이지 않은 3할-30홈런-100타점 타자라는 점이 수상의 걸림돌이다. 또 같은 팀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독보적인 성적을 내고 있어 표가 갈릴 우려도 있다.
3할-30홈런-100타점 달성 타자 MVP 수상은?
연도 이름(소속) 성적 비고
2010 이대호(롯데) 0.364-44-133 타격·홈런·타점 1위
2009 김상현(KIA) 0.315-36-127 홈런·타점 1위
2003 이승엽(삼성) 0.301-56-144 홈런·타점 1위
2002 이승엽(삼성) 0.323-47-126 홈런·타점 1위
1999 이승엽(삼성) 0.323-54-123 홈런·타점 1위
1998 우즈(OB) 0.305-42-103 홈런·타점 1위
1997 이승엽(삼성) 0.329-32-114 홈런·타점 1위
1991 장종훈(빙그레) 0.345-35-114 홈런·타점 1위
※ 성적은 타율-홈런-타점 순.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