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126건
프로야구

"나 같은 늙은이가 차지하고 있으면 안 된다" 4번 타자 용퇴론, 스스로 거부하는 최형우 [IS 피플]

"KIA 타이거즈가 발전하고 좋아지려면 나 같은 타자는 이제 물러날 필요가 있다."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최형우(42·KIA 타이거즈)가 한 말이다. 당시 최형우는 "지금도 늦었다. 3년 전부터 물러나야 했다"며 "젊은 선수들이 중심 타자를 쳐야 팀이 발전한다. 나 같은 늙은이가 차지하고 있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웃음 섞인 이야기였지만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최형우가 지난해까지 때려낸 홈런은 395개. 지난 시즌에는 '17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하며 개인 통산 8번째이자 4년 만에 시즌 100타점 고지를 재정복하기도 했다. 나이를 잊은 활약을 이어간 그가 '중심 타자 용퇴론'을 꺼내 든 이유는 그만큼 팀의 성장을 바라기 때문이다. 김도영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중심 타선에 포진하는 게 팀의 미래를 위해서 더 낫다고 판단, 자신에게 어울리는 타순으로 6번을 꼽기도 했다. 최형우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형우는 올 시즌에도 어김없이 KIA의 중심 타선을 지킨다. 28일 기준으로 팀이 소화한 28경기 중 22경기에서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NC 다이노스와의 개막 2연전 4번 타자로 외국인 선수 패트릭 위즈덤(최형우 5번)을 선택했으나 무안타로 침묵하자 세 번째 경기부터 최형우를 4번 타순에 포진시켰다.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도영(햄스트링) 박찬호(무릎) 김선빈(종아리) 등 주요 선수들의 릴레이 부상이 나오면서 타선 변동이 컸는데 '4번 타자 최형우'는 고정에 가깝다.A 구단 전력 분석관계자는 "최형우만큼 4번 타자에 어울리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최형우는 부진하더라도 언제라도 홈런을 터트릴 수 있다는 위압감이 크다"며 "전성기만큼의 파워는 아니더라도 노련하게 타격한다"라고 호평했다. 최형우는 올 시즌 출전한 첫 26경기에서 장타율 0.500을 기록했다. 이재현(22·0.479) 김영웅(22·이상 삼성 라이온즈·0.467) 강백호(26·KT 위즈·0.437) 등 자신과 띠동갑 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에게 밀리기는커녕 오히려 앞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범호 감독도 '4번 타자 최형우' 카드를 거둬들이기 쉽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IA는 최근 또 다른 중심 타자 나성범이 부상으로 이탈, 최형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최형우는 올 시즌을 마치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아야 한다. 지난해 1월 계약한 1+1년, 총액 최대 22억원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올해 스프링캠프 시작에 앞서 그는 "은퇴를 정하지 않았지만, (2025시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은퇴할 생각도 있다"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유니폼을 벗기 전까지 그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최형우는 최근에도 "내가 6번(타순)을 해야 KIA가 더 앞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팀을 생각하면 당연히 내가 6번으로 내려가고 젊은 선수들이 (중심 타순에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그게 자기 것이 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5.04.29 12:20
프로야구

37세 이재원·36세 장성우가 마캠까지 다녀온 사연 [IS 호주]

한화 이글스 베테랑 포수 이재원(37)은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호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젊은 선수들의 공을 열심히 받고 있다. 투수들과 호흡이 척척 맞는다. 1월 말 시작한 스프링캠프에 앞서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에서부터 후배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프로 20년 차 30대 중반 선수가 시즌 직후에도 쉬지 않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다. 1군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만으로 피로가 상당하기 때문에 베테랑 선수들은 대개 마무리캠프에서 빠진다. 그러나 이재원은 채은성(35) 안치홍(35) 등 고참 선수들과 함께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마무리캠프를 다녀왔다. 호주 질롱 베이스볼센터에서 만난 KT 위즈 포수 장성우(36)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해 말 일본 와카야마에서 열린 마무리캠프부터 호주 스프링캠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장성우는 지난해 정규시즌 131경기를 뛰었다. 포수 수비(856과 3분의 1이닝)도 KBO리그에서 네 번째로 많이 했을 정도로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그런데도 장성우는 2017년 이후 7년 만에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를 모두 소화하고 있다. 이재원은 "김경문 감독님이 (2024년 6월) 한화에 오신 뒤 첫 마무리캠프라 '고참들이 먼저 나서 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장성우 역시 "이강철 감독님이 '너는 운동 안 해도 되니까 신인들 공을 좀 받아보라'고 권유하셔서 참가했다"고 돌아봤다. 고된 만큼 소득도 많았다. 18년간 활약한 전 소속팀(SSG 랜더스)에서 방출돼 지난해 한화에 새 둥지를 튼 이재원은 한화 투수들을 더 많이 경험한 좋은 시간이 됐다. 이재원은 "SSG에선 눈만 봐도 통하는 게 있었지만, 한화에서는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다. 지난 시즌 경험에 마무리캠프까지 하면서 (한화에) 적응할 수 있었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재미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장성우도 2025시즌 1라운더 신인 김동현(19)을 비롯해 여러 어린 선수들의 공을 받으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동현은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서부터 정말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감사했다"고 돌아봤다. 장성우는 "어린 선수들의 공을 받아보니까 좋더라. 새 시즌에 앞서 선수들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재원은 멜버른 볼파크에서 젊은 선수들의 공을 열심히 받고 있다. 오른 어깨 부상에서 회복 중인 문동주(22)에게 이재원은 "딱 규정이닝만 채워줘. 나머지는 포수들이 도와줄게"라고 부담을 덜어줬다. 김서현(21)을 두곤 "올해는 준비하는 것부터 작년과 다르다. 자신감이 많이 쌓인 것 같다"며 기대했다. 신인 정우주(19)를 보고는 "일단 신인은 믿지 않는다"라면서도 "힘을 빼고 공을 잘 던진다. 공도 좋다"며 칭찬했다. 그는 "요즘 젊은 투수들의 수준이 놀랍다. 이들의 경험이 쌓이면 한국 야구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성우도 스프링캠프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T에 좋은 투수들이 많이 보여서 이강철 감독이 싱글벙글한다. 그럴 때마다 장성우는 "감독님, 시즌 들어가 봐야 (진짜 실력을) 압니다"라며 냉정하게 진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장성우도 속으로 '와, 공이 살벌한데'라며 투수들을 칭찬한다고. 장성우는 "새 시즌이 기대되지만 설레발은 치지 않겠다. 선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공을 잘 받아내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질롱·멜버른(호주)=윤승재 기자 2025.02.13 09:04
프로야구

'포수 강백호' 효과는 대단했다! 경쟁 시너지까지 알차게 챙긴 KT 안방 [IS 질롱]

"전반적으로 다 좋아졌네요."포수 마스크를 쓴 강백호(26)를 본 장재중(54) KT 위즈 배터리 코치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해엔 갑자기 포수를 하는 바람에 준비가 덜 된 모습이었지만, (포수로 시즌을 준비한) 올해는 확실히 달라졌다. 기대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강백호는 올 시즌을 포수로 준비한다. 강백호가 포수로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건 프로 데뷔(2018년) 이후 처음. 호주 질롱에서 진행되고 있는 2025년 KT 스프링캠프에서, 강백호는 장성우(35)와 강현우(24) 조대현(26) 김민석(20) 등의 포수조와 함께 움직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포수 수비와 타격 훈련은 물론,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받으며 피드백을 주고 받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처음이지만 어색하진 않다. 서울고 시절 투수와 포수로 활약한 그는 프로 데뷔 이후 외야수와 1루수를 오간 끝에 지난해 다시 포수 마스크를 썼다. 한동안 지명타자로만 나섰던 그는 지난 시즌 중반 이강철 KT 감독의 권유로 다시 포수 미트를 꼈다.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수비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에 KT 코치진은 새 시즌 강백호에게 다시 포수 마스크를 건넸다. 강백호의 포수 전향은 팀에도 강백호 본인에게도 윈윈이 될 전망이다. 지명타자로 활용이 제한됐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포수로 투입하면서 라인업 활용 폭이 넓어졌다. 주전 안방마님 장성우에게도 휴식을 부여할 여유가 생겼다.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자격을 얻는 강백호로서도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장재중 코치는 "FA도 (강)백호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좋은 실력에 의욕까지 넘치니 분명 좋은 모습 보일 것이다"라며 웃었다. 시너지 효과도 기대한다. 새 시즌 KT는 포수 엔트리에 3명의 선수를 넣을 예정이다. 강백호가 지명타자로 나설 때를 대비해 포수가 한 명 더 필요하다. 백업 포수 한 자리를 두고 강현우와 조대현, 김민석의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장 코치는 "강현우는 1라운더(2020년) 출신인데다 타격도 좋다. 조대현은 반대로 수비가 좋다. 두 선수 모두 잘 준비해왔고, 점점 좋아지는 모습이다"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신인으로 2년차가 되는 김민석에 대해서도 "평균 타구속도가 로하스, 안현민 다음으로 팀에서 가장 빠르다. 나이에 비해 여유도 있고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다"라고 소개했다. 장성우는 "전반적으로 포수조 후배들이 젊다보니 경험이 적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다들 재능이 있고 열심히 한다. 나한테 많이 물어보고 나도 많이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경기에 더 많이 나가면서 경험만 쌓인다면 충분히 좋아질 거다"라며 후배 포수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질롱(호주)=윤승재 기자 2025.02.08 12:04
메이저리그

'박찬호 캠프 1기 출신' 김혜성...다저스는 내 운명

김혜성(26)의 로스앤젤레스(LA)행은 운명이었을까. 김혜성이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과거 인연들도 재조명받고 있다. 가장 가까이는 지난해 3월 열린 MLB '서울 시리즈' 기간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김혜성은 팀 코리아(KBO리그 영플레이어 올스타) 소속으로 다저스와의 스페셜 매치에 나섰다. 강속구 투수 바비 밀러의 157㎞/h 강속구를 우측 담장에 직격하며 '미래의 동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김혜성은 이 기간 이미 다저스 선수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선발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 시리즈에 참가한 다저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들은 경기가 열리는 고척 스카이돔에서 학생 야구 선수들을 위해 클리닉을 진행했다. 김혜성도 팀 코리아 동료들과 함께 '멘토'로 참가했다. 야구 전문 유튜브 채널 야신야덕은 당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노시환(한화 이글스) 그리고 김혜성이 그라운드 위에서 글래스노우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담았다. 노시환이 김혜성이 빅리그 도전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하자, 김혜성은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후배를 타박했다. 내심 글래스노우의 반응을 살피는 눈치였다. 김혜성은 다저스와 계약이 발표된 뒤 소속팀 키움의 공식 유튜트 채널과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새벽까지 계약에 신경을 쓰느라 늦게 잠을 청했고, 그사이 살면서 가장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팀 동료가 된 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의 인연도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말 미국으로 출국, 3주 동안 체류한 그는 에이전시(CAA 스포츠)가 마련한 LA 소재 훈련 시설에서 운동했고, 같은 에이전시 소속인 오타니를 만났고 "응원한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도 전했다. 이 만남은 김혜성이 포스팅을 신청하기 전이었다고. 다저스를 선택한 이유도 명확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은퇴), '몬스터' 류현진(현 한화 이글스)이 뛴 팀이기 때문이다. 국내 야구팬이 가장 좋아하는 MLB는 상징하는 팀이자 디펜딩 챔피언. 그 일원이 되고 싶었던 것. 김혜성은 제1회 박찬호 유소년 야구 캠프(캠프61) 참가자다. 박찬호는 2018년 8회 행사에서 키움에 입단해 주전 2루수로 올라선 김혜성을 언급하며 뿌듯한 심경을 드러낸 바 있다. 김혜성은 이듬해 11월, 멘토로 이 캠프에 참가해 자신처럼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후배들과 교감한 바 있다. 김혜성의 다저스행을 두고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빅마켓 팀, 고액 연봉자들이 많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보장액 기준으로 다저스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이 없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계약 조건(3+2년·최대 2200만 달러)이 예상보다 박한 건 분명하다. 당연히 김혜성의 성에도 차지 않았을 것. 확실한 건 김혜성은 오랜 시간 다저스의 푸른 유니폼을 동경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1.08 12:55
프로야구

'7번째 황금장갑' 강민호, "이제는 당연한 주전 아닌 경쟁자, 내년에도 이 자리에 오도록 노력하겠다" [2024 골든글러브]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강민호는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수상자에 선정됐다.강민호는 총 288표 중 191표(득표율 66.3%)를 받았다. 박동원(LG 트윈스)이 89표(30.9%)로 뒤를 이었다. 이로써 강민호는 개인 통산 7번째 황금장갑을 품었다. 2008년 처음으로 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강민호는 2011년과 2012년, 2013년 3년 연속 수상의 영예를 안은 뒤, 2017년과 2021년에도 한 차례 씩 황금장갑을 들어 올린 바 있다. 강민호는 올 시즌 136경기에 나와 타율 0.303(403타수 122안타) 19홈런 77타점 48득점을 기록했다. 장타율 0.496, OPS 0.861로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쳤다. 규정 타석을 소화한 포수 중(강백호 제외) 타율 1위, 홈런 2위, 타점 4위, OPS 1위(0.923)를 기록했다. 무대에 오른 강민호는 "상을 받을 거란 생각을 못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상을 받게 돼서 기분이 좋다. 존경하는 야구인 선후배들 앞에서 상 받아서 기쁘다. 올 시즌 삼성을 강력한 팀으로 만들어준 유정근 사장님과 이종열 단장님, 박진만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올 시즌 야구장을 가득 메워주신 10개 구단 모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제 나는 당연한 주전이 아닌 후배들과 경쟁하는 위치다. 내년에도 멋지게 경쟁해서 다시 이 자리에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TV로 보고 있을 가족들 사랑한다"라고 소감을 맺었다. 삼성동=윤승재 기자 2024.12.13 19:04
프로야구

'엘린이' 투수 조장, 데뷔 14년 만에 PS 첫 선발승···염경엽도 웃었다

임찬규(32)가 LG 트윈스를 구해냈다. 임찬규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PO) 2차전에 선발 등판, 5와 3분의 1이닝 동안 7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LG가 2차전에서 승리하면서 그는 프로 데뷔 14년 만에 포스트시즌(PS)에서 첫 선발승을 거뒀다. 2차전 데일리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준PO 1차전에서 LG가 2-3으로 졌기 때문에 임찬규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출격했다. 이날 0-0이던 2회 초 2사 후 배정대에게 안타를 내준 뒤 포수 박동원의 송구 실책이 겹쳐 LG는 2사 3루 위기에 놓였다. 임찬규는 황재균에게 선제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3회 초에는 김민혁과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1사 1·3루에서 강백호에게 1타점 희생 플라이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임찬규는 자신의 피칭 리듬을 잃지 않았다.LG는 3회 2점, 4회 2점을 뽑아 역전했다. 타선의 도움을 받은 임찬규는 추가 실점 없이 6회 1사까지 잘 막았다. 임찬규는 올해 후반기 11차례 등판에서 5승 3패 평균자책점(ERA) 3.55를 기록했다. 후반기 ERA 부문 리그 3위, 국내 투수로 한정하면 가장 좋았다. 올 시즌 KT와의 4경기에서도 그는 3승 ERA 2.70으로 잘 던졌다. 염경엽 LG 감독이 2차전 선발 투수로 임찬규를 점찍은 이유다.임찬규는 이날 총 92개의 공을 던졌는데, 스트라이크 비율이 75%에 이르렀다.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4사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이날 임찬규가 던진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140~146㎞/h였다. 구위는 뛰어나지 않았으나,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를 통한 완급 조절로 KT 타선을 요리했다. 이날 임찬규의 커브 구속은 최저 99㎞/h에서 최고 117㎞/h 사이에 형성됐다. 같은 구종도 스피드 차이가 크기 때문에 타자들이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날 임찬규의 체인지업 위력도 빛났다. PS 첫 선발승을 올린 그는 지난해 KT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 등판(3과 3분의 2이닝 1실점)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털어냈다. 임찬규는 '엘린이(LG 어린이 팬)'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응원했던 팀에 입단했기에 LG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하고도 LG 잔류만 생각했을 정도였다. 임찬규는 4년 총 50억원의 조건으로 계약했다. 보장 금액이 크지 않았고,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24억원에 이르렀다.임찬규는 착실하게 가치를 증명했다. 올 시즌 25경기에서 10승 6패 1홀드 ERA 3.83을 기록, FA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데뷔 후 처음으로 2년 연속 10승도 달성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임찬규가 인센티브를 모두 받는 거 아닌가 싶다"라며 허허 웃었다. LG 투수들이 가장 믿고 따르는 선배가 '투수 조장' 임찬규다. LG 구단은 임찬규의 성적뿐 아니라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배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6회 마운드에 내려올 때 임찬규는 내야수들의 뜨거운 축하를 받았다. 관중석의 팬들은 "임찬규"를 연호했다. 그가 왜 LG맨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염경엽 LG 감독은 "임찬규가 선발 투수로 포스트시즌에서 역할을 해줬다. 첫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축하한다. 오늘 투구가 선수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축하했다. 임찬규는 "이제는 새로운 커리어를 쌓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더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잠실=이형석 기자 2024.10.06 20:23
프로야구

집에서 보다 허겁지겁...두산 2R 최민석 "김택연 선배 직구, 가까이서 보고 파" [드래프트]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26순위에서 두산 베어스가 서울고 투수 최민석(18)의 이름을 불렀다.그런데 그 순간 최민석은 현장이 아닌 집에 있었다. 당초 상위 지명 유력 선수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미리 초대하는데, 최민석은 KBO가 초대장을 보낸 선수가 아니었던 거다.'다행히' 최민석은 행사장까지 갈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잠실 근방에 집이 있었던 덕에 학교 코치로부터 급하게 연락을 받은 그는 급하게 행사장을 찾아가 행사 후 진행된 인터뷰에 늦지 않게 참석할 수 있었다.인터뷰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최민석은 "원래도 2라운드 후반에서 3라운드 초반 정도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빨리 뽑힌 것 같다"고 기뻐했다. 물론 1군 엔트리에 들었을 때 이야기지만, '집 앞'에 취직하게 된 셈이다. 전체 1순위 지명자인 정현우(키움 히어로즈)가 "집이 서울이고 고척돔과 멀지 않아 키움에 지명받길 바랐는데 집밥을 먹으며 다닐 수 있어 기쁘다"고 한 것처럼 그 역시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최민석은 "부모님께선 어느 구단에 지명됐느냐 이전에 먼저 (기뻐서) 우셨다"고 떠올렸다.최민석은 "서울고 김동수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감사드린다. 부모님께서 지금까지 야구하도록 뒷바라지해 주셨는데, 이제 (야구 잘 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겠다"고 전했다.최민석은 롤 모델로 제이콥 디그롬(텍사스 레인저스)을 뽑았다. 2018년과 201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디그롬은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강속구 에이스다. 마른 몸에도 시속 161㎞/h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를 구사한다.최민석도 몸은 조금 말랐지만, 구속에는 자신 있어했다. 140 후반을 던진다고 밝힌 그는 "중학교 때부터 구속이 좀 올라왔다. 원래 사이드암스로였는데 오버로 바꾸고 올랐다"고 전했다.최민석은 1년 선배이자 신인왕 1순위로 꼽히는 김택연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지난해 1라운드 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택연은 3승 2패 17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9로 올해 신인왕에서 최유력 후보로 꼽힌다. 최민석은 "김택연 선수께서 던지는 걸 한 번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는 데도 베테랑 선수처럼 공이 좋다. 말이 안 되는 구위"라고 놀라했다.보는 것 말고 상대해보고 싶은 선배로는 강백호를 꼽았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8년 KT 위즈에 입단한 강백호는 최근 2년 부진을 씻고 올해 타율 0.290 25홈런 92타점 맹타를 휘두르는 중이다. 2018년 신인왕을 시작으로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굵직한 커리어를 쌓은 20대 타자로 꼽힌다. 역시 서울고를 졸업하고 2023년 1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김서현도 강백호를 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타자로 꼽은 바 있다. 최민석은 "서울고 시절에 대해 들려오는 게 있다 보니, 후배들에겐 약간 서울고 야구부 레전드 느낌"이라고 전했다.최민석의 목표는 뭘까. 최민석은 "일단 모든 일엔 순서가 있으니 1군 스프링캠프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후 개막전 엔트리나 시범경기 출전 등을 먼저 이뤄보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 한 번만 반짝이지 않고 꾸준히 반짝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하고 싶은 건 선발 투수지만, 팀이 시켜주시는 대로 하겠다. 자리 잡은 후 선발 투수 기회를 받을 수 있게 노력해보겠다"고 다짐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9.11 18:44
프로야구

물벼락 맞은 흙니폼, '타율 0.097' 심우준은 간절했다 [IS 인터뷰]

경기 후 수훈 선수 방송 인터뷰를 하던 도중 별안간 물벼락을 맞았다. 후배 강백호가 아이스박스에 물을 가득 담아 심우준에게 뿌린 것.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강백호는 다시 한 번 물을 충전해 심우준에게 두 번째 물벼락을 선사했다. 시원한 물세례에 심우준은 환하게 웃었다. 심우준은 지난 2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 9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 4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선제 투런포에 이어 쐐기 적시타 2개까지, KT는 심우준의 활약에 힘입어 5-0으로 승리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후 "타선에서 초반 찬스를 살리지 못했는데, 심우준이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는 홈런 등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심우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라며 그를 칭찬했다. 사실 심우준은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었다. 이날 경기 전 10경기에서 타율 0.097(31타수 3안타) 3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마지막 안타가 일주일 전인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이었다. 이후 5경기 동안 침묵하면서 타선에서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악물고 21일 경기를 준비했다. 기습번트를 대더라도 출루해서 팀에 기여를 하고 싶었다. 마음을 비우니 홈런이 따라왔다. 경기 후 심우준은 "그런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임하니 홈런이 나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홈런으로 혈을 뚫자 안타가 줄줄이 따라왔다. 그는 "전 타석에서 홈런을 쳐서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갈 법도 했는데 득점권에서 오른쪽으로 타구가 잘 날아갔다"라고 말했다. 심우준이 말한 우측 타구는 '밀어치기'로 만들어낸 안타다. 이는 심우준이 상무에서 심혈을 기울여 훈련한 타격법이었다. 심우준은 "군대 가기 전엔 좌측 타구가 많이 나왔는데, 상무에선 투수 쪽, 센터 방향으로 치려고 노력했다. 타이밍이 늦더라도 오른쪽으로 타구를 치려고 한 훈련이 도움이 됐다"라고 돌아봤다. 수비에서도 심우준의 간절함이 드러났다. 2회 무사 1루 상황서 나온 변상권의 2·유간으로 빠지는 타구를 몸을 날려 막아냈다. 공을 잡아내지는 못했다. 대신 유격수 김상수에게 공을 굴려 엎어지며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심우준의 유니폼은 '흙니폼'이 되어 경기 끝까지 이어졌다. 한편, 인터뷰 도중 강백호가 불쑥 찾아와 심우준과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방송 인터뷰 당시 강백호의 물세례에 대해 그는 "이젠 (강)백호가 잘해서 내가 백호를 뿌려줘야겠다. 우리 팀 간판은 강백호 아닌가. 백호가 살아나야 우리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않을까. 옆에서 응원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그를 격려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4.08.22 06:04
프로야구

'최다안타 신기록' 손아섭 "난 천재 아냐, 간절함·치열함 덕...후배들도 끝까지 포기 말길" [IS 스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준비하고 노력하면 언젠가 빛을 발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손아섭(36·NC 다이노스)이 KBO리그에 새 역사를 남겼다. 18시즌에 걸쳐 2505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한 타자로 남았다.손아섭은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서 6회 초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2007년 데뷔 이후 쌓아온 안타 수가 이날로 딱 2505개가 됐다. 박용택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이 LG 트윈스에서 뛰며 때려낸 2504개보다 딱 하나 더 많았다. 1982년 KBO리그가 시작된 이래 한 선수가 쌓은 가장 많은 안타의 숫자가 2504개에서 2505개로 바뀐 순간이었다.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손아섭은 "영광스럽다"며 "단지 팀도 같이 이겼다면 기쁨이 훨씬 더 컸을 것 같다. 오늘 경기를 진 게 조금 아쉽다"고 팀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2505개 안타 중 가장 기억나는 건 역시 데뷔 첫 안타였다. 200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했던 손아섭은 그해 4월 7일 수원에서 현대 유니콘스를 상대로 1호 안타를 때려냈다. 손아섭은 "역전 2루타로 데뷔했다. 스타트를 잘 끊었던 게 지금까지 꾸준하게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 같다"고 떠올렸다.많은 이들에게 손아섭은 독한 선수, 높은 목표를 가졌던 어린 선수로 기억된다. 하지만 실제로 손아섭은 천재들만 살아남던 프로야구에서 생존하기 위해 평생을 싸워왔다. 손아섭은 "어릴 때는 이렇게 많이 안타를 칠 거로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다"며 "정말 그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왔던 부분들이, 그 시간들이 모이면서 이런 대기록에 내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 마음과 시간들이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자기 관리를 위해 철저히 루틴을 지키고, 명상을 하면서 술, 담배, 탄산음료를 멀리 해왔다고 했다.KBO리그 신기록을 세웠지만 손아섭은 아직 커리어 마지막을 떠올리지 않는다.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뛴다면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기대했다.손아섭은 자신처럼 '천재가 아닌' 후배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 봐야 한다"며 "나 역시 신체 조건이 많이 부족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작은 체격을 커버할 수 있는 스윙을 연구해 나만의 것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것처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준비하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또 빛을 발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다음은 손아섭과 취재진의 일문일답.-기록을 세운 소감은."영광스럽다. 단지 팀이 이겼다면 기쁨이 훨씬 더 컸을 것 같다. 오늘 경기를 져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2505개 안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데뷔 첫 안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역전 2루타로 데뷔했다. 그렇게 스타트를 잘 끊어서 지금까지 꾸준하게 할 수 있던 것 같다."-어릴 때 이런 선수가 될 거 혹시 생각했는지."솔직히 생각하지 못 했다. 이렇게 많은 안타를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 그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왔던 부분들, 그런 시간들이 모이면서 이렇게 대기록에 내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 같다. 그때 마음과 시간들이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박용택 위원은 손아섭이 완벽한 타자는 아니다, 단점이 있는 타자지만 누구보다 건실하고 매 타석을 소중하게 여기는 타자라고 평가했다."맞는 말씀이다. 난 솔직히 천재형 타자가 아니다. 천재형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간절했다. 타석마다 어떻게든 투수에게 이기고 싶다는 치열함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 그런 것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지금까지 왔다. 천재가 아닌 건 확실하다."-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유형일 것 같다. 커리어가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자신에게 관대해지자는 생각은 안 했는지."성격 자체가 예민하다. 잘 안 바뀌는 것 같다.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지금까지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바꾸지 않고 지금처럼 초심만 잃지 않고 하고 싶다."-박용택 위원은 손아섭이 3000안타에 도전하는 모습을 응원했다. 목표도 있는지."아직 수치상 너무 많이 남았다. 내가 2505개라는 안타를 칠 거라고 생각을 안 했으니 이렇게 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기록을 의식하면 타석에서 밸런스가 무너진다. 그런 욕심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특정 숫자를 정해놓기보다는 지금 같은 마음으로 부상 없이 열심히 뛴다면 많은 분들께서 바라는 숫자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고 싶다."-매 시즌 이렇게 꾸준하게 안타를 치기 쉽지 않다. 꾸준함의 비결이 있다면."아침에 눈을 떠서 자기 전까지 항상 일정한 루틴을 지키려고 했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도 분명 있었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항상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똑같이 경기를 준비했던 부분들이 있기에 꾸준하게 지금까지 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신기록을 세운 순간 감정은 어땠는지."그냥 실감이 나질 않았다. 사실 기록이라는 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저 좀 멍했다. 많이들 멍했던 것 같다. 순간 '이게 뭐지?'라는 느낌이었다."-19일 경기에서 박용택 위원과 타이 기록을 세웠다. 아무래도 (신기록 가능성이 높으니) 오늘 경기 시작 때 마음가짐은 조금 달랐을 것 같은데."그냥 빨리 달성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어차피 시간과의 싸움이고 달성 자체는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기록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앞으로 몇 살까지 뛰고 싶나."몇 살이 되면 은퇴하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다. 내게 그래도 힘이 남았고, 팀에 도움이 된다면 끝을 정해놓기보다는 할 수 있는 데까지는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생각한다."-최정(SSG 랜더스)은 한 시즌 10홈런을 매 시즌 목표로 삼고, 그 이상은 보너스로 여긴다고 한다. 손아섭의 매 시즌 최소 목표도 있을지."있긴 한데 은퇴 기준은 아니다. 매년 안타 150개는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는 쳐야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 피하는 것도 있는지."특별히 안 하는 게 있진 않다. 술, 담배, 탄산음료를 피하는 정도다. 그게 야구에 도움이 안 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래도 지금까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박용택 위원은 본인이 신기록을 세웠을 때 양준혁 위원이 와줘서 이번에도 축하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전통처럼 되길 바라던데. 손아섭도 그럴 생각이 있을지."아직까진 너무 먼 일이다. 나도 아직 유니폼을 입을 날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면서 야구를 하는 중이다. 당연히 새 기록이 쓰여지는 순간 내가 1등이었다면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배님들께 받은 사랑은 당연히 후배들에게 돌려줘야 한다."-NC로 이적할 때 팀을 떠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부산을 떠나는 게 많이 힘들다고 했다. 부산에서 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을까."특정 구장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래도 이왕이면 홈 구장, 또는 사직야구장이나 잠실야구장처럼 큰 구장에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박용택 선배님이 기록을 세울 때 잠실구장이었는데, 당시 내가 상대 팀으로 있었다. 신기하게 또 잠실구장에서 그 기록을 깼다."-통산 1위 기록을 보유했다는 자부심, 의미는 어떨지."말했듯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가 정말 많이 고생했고, 그렇게 노력했던 시간들이 조금이나마 보상 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은 좋다.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지 않나. 난 앞으로도 야구할 날이 많다. 내가 언제까지, 몇 개까지 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늘의 안타는 그곳을 향해 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보고 싶다." -올 시즌 작년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 이제 조금 올라오는 것 같다. 야구가 어렵다는 생각도 들 것 같다."정말 시즌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초반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정말 야구라는 게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최근 몰랐던 부분도 많이 배우고 있다. 타격은 확실히 '신의 영역'이지 않나 싶다. 어렵고 알다가도 모르겠다."-기억에 남는 지도자들이 있다면."너무 많다. 일단 정말 많이 부족한 선수였던 내게 기회를 주셨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이 생각난다. 김무관 타격 코치님도 그렇다. 신인 때 내 스윙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지금 강인권 감독님도 계시다. 내가 부진할 때도 끝까지 믿어주시고, 경기에 내보내셨다. 너무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허문회 감독님이 많이 생각난다. 당시 허문회 감독님을 만나고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내가 야구적인 생각을 새롭게 할 수 있게 하셨다. 내게서 야구라는 부분을 바꿀 수 있게 도와주셨던 분이다. 이렇게 네 분이 확실히 기억에 많이 남는다."-앞으로 손아섭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후배가 있다면."원랜 당연히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는데, 미국으로 갔다. 김혜성(키움 히어로즈)도 생각했는데 미국에 갈 수 있겠다. 그렇다면 강백호(KT 위즈)다. 타격적으로 정말 완성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시합도 뛰어서 가장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최형우(KIA 타이거즈)도 손아섭을 쫓고 있다."형우 형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잘 치고 계신다. 대단하다. 그런 선배님들이 있기에 오히려 힘이 된다. 동기부여와 목표가 생긴다. 형우 형이 오랫동안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손아섭처럼 천재가 아닌 후배들은 손아섭을 천재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런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할 수 있는 데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나도 신체조건이 정말 많이 부족했다. 그 부분들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내 작은 체격을 커버할 수 있는 스윙을 많이 연구하면서 나만의 스윙을 만들었다. 부족한 부분들을 포기하기보다 끝까지 준비하고 노력한다면 언젠간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6.20 22:17
프로야구

불혹에도 타이틀 경쟁···베테랑, 야구를 찢다

불혹(不惑)의 나이라는 게 전혀 믿기지 않는, 불로(不老)의 베테랑들이 있다.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과 최형우(41·KIA 타이거즈) 노경은(40·SSG 랜더스)이 대표적이다. 1982년생 오승환은 자신이 보유 중인 '최고령 세이브왕' 기록을 깰 태세다. 지난 11~12일 LG 트윈스전에서 이틀 연속 세이브를 따내 가장 먼저 20세이브에 도달한 그는 19세 어린 KIA 정해영(18세이브)을 따돌렸다. 오승환은 "(정해영이) 후배가 아닌 (구원왕) 경쟁자라고 생각한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오승환은 2005년 루키 시절부터 철저한 몸 관리로 유명했다. 잦은 등판에 지친 상황에서도 경기 전 땀을 흠뻑 쏟으며 러닝을 쉬지 않았다.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오늘 뛰지 않으면 당장은 문제없다. 그러나 내년, 내후년을 위해 달리는 것"이라고 답했다.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최고의 불펜 투수로 활약한 오승환은 데뷔 20년째인 지금도 20대 후배들과의 힘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엄청난 훈련량은 물론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을 까다롭게 고집하는 덕분이다.오승환이 최근 추세를 이어 나간다면 2021년 자신이 세운 최고령 세이브왕 기록도 충분히 경신할 수 있다. 한 달 후에는 역대 최고령 세이브 기록(임창용, 42세 3일) 작성도 확실시된다. 올 시즌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은 12일 기준 1.72로 마무리 투수 중 가장 낮다. 최근 2년 연속 30세이브를 돌파했으면서도 평균자책점이 3점대로 올라가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 우려를 샀던 그는 '끝판 대장'의 모습을 되찾았다. 전성기 '돌직구'와 비교하면 절대 스피드가 떨어지긴 했지만, 패스트볼의 분당 회전수(rpm)는 지난 2년보다 더 빠르다(평균 2490.9). 오승환이 한국과 일본,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쌓아올린 통산 세이브는 542개(일본 80개, 미국 42개)에 이른다. 1983년생 최형우도 '기록의 사나이'로 거듭나고 있다. 12일 SSG 랜더스전에서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4077루타)이 갖고 있던 통산 최다루타(4083개) 신기록을 작성했다. 지난해엔 최다 타점(1598개), 최다 2루타(505개)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형우는 "특별한 것 없는 기록"이라고 겸손해하면서 "꾸준히 선수 생활을 한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곧 있으면 최정(SSG)이 내 기록을 다시 갈아치울 것"이라며 웃었다.여전히 4번 타자를 맡고 있는 최형우는 타율 0.282 11홈런 56타점에 득점권 타율 0.368로 해결사 본능을 자랑하고 있다. 선두 경쟁 중인 KIA의 든든한 엔진이다. 특히 타점 부문에서는 선두 강백호(KT 위즈·59개)를 불과 3개 차로 추격하고 있다. 1984년생 노경은은 마흔 살에 야구인생을 꽃피운 경우다. 올 시즌 17홀드로 삼성 임창민과 함께 이 부문 공동 선두. 지난해 2개 차(KT 위즈 박영현 32홀드, 노경은 30홀드)로 아쉽게 놓친 홀드 타이틀에 재도전한다. 올 시즌 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37경기에 등판한 그의 평균자책점은 2.43으로 준수하다. 30대 후반에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 유니폼을 입은 노경은은 2022년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12승 5패 1세이브 7홀드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견인한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도 팀 불펜에서 가장 좋은 모습이다. 노경은은 "한국 야구도 MLB처럼 42~43세에도 활약하는 선수가 많았으면 한다. 마흔세 살까지 구속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계속 뛰고 싶다. 안 아프고 씩씩하게 던질 자신 있다"라고 말했다. 세 노장의 기록 행진은 탄탄대로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단국대 졸업 후 삼성에 입단한 오승환은 이대호·김태균 등 동기생보다 4년 늦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철저한 자기 관리로 친구들이 은퇴한 뒤에도 굵직한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최형우와 노경은은 한 차례 방출되는 설움을 겪은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더 철저히 훈련하고, 더 간절하게 뛰고 있다. 최형우는 워낙 건강한 몸을 가진 데다 웬만한 부상은 참고 뛰는 '금강불괴'다. 2008년 주전 도약 후 지금까지 전체 일정(2276경기)의 97.5%인 2121경기에 출장했다. 최형우는 "후배들에게도 '주전 선수라면 1년에 130경기는 뛰어야 한다. 80~100경기 뛰면 주전 아니다'라고 말한다"라고 전했다.노경은은 한때 채식을 고집했을 만큼 몸 관리에 신경 쓴다. 요즘도 유튜브를 보며 다양한 야구 이론을 공부한다. 각자의 방법으로 이들은 나이를, 그리고 고정관념을 뛰어넘고 있다.이형석 기자 2024.06.14 13:03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