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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개 3일 만 글로벌 1위…연상호 감독 “시대가 잉태한 ‘계시록’…연니버스 벗어나야죠” [IS인터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회니까 지금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거겠죠. 우연찮게 ‘계시록’ 공개가 시국과 겹쳤지만 정확하게 ‘이 시대가 잉태한 작품’이라고 요즘 느낍니다.”지극히 연상호 감독답게 욕망과 신념에 관해 이야기한다. 다만, 짧고 굵게 여운을 남긴다. 그의 새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이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넷플릭스 영화(비영어) 부문 글로벌 1위(21~23일 집계)를 차지했다. 공개에 맞춰 일간스포츠와 만난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를 켠 시청자가 ‘누구 작품 볼까?’ 하다가 제 걸 보고 싶을 때, 그간 다뤄온 종교나 스릴러의 요약 버전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 응축판’이라 표현했다”고 말했다.연 감독이 최규석 작가와 함께 연재한 동명 만화(2022)를 원작으로 하는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류준열)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신현빈)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연 감독은 “사실 찬반이 갈릴 수 있는 내용이다. 아주 대중적인 작품은 아닐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극장 개봉도 고려했으나 당시 경직화된 투자 상황에선 실험적일 수 있는 프로젝트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 코리아가 추구하는 다양한 장르 니즈에 ‘계시록’이 부합했던 것 같다”고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연 감독은 앞서 ‘지옥’ 시리즈를 비롯해 ‘선산’, ‘기생수: 더 그레이’, 영화 ‘정이’를 선보여 ‘넷플릭스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이와 관련 그는 “제 이름이 넷플릭스와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으나 방향성이 맞는다면 협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계시록’은 공개 첫 주 57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스페인,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일본, 인도네시아 등 세계 39개국 10위권에 안착했다. ‘그래비티’로 알려진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점도 초반 화제성에 한몫했다.연 감독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의 논의는 넷플릭스 행 이전부터 이뤄졌다며 “기획 단계부터 마지막 홍보 마케팅까지 크리에이터의 비전을 중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 연기나 기법 하나하나도 재밌게 본 것 같더라. 특히 이번 후반부 롱테이크 신에 대해 ‘카메라가 의지가 없이 흘러가는 게 좋았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사실 이 영화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종교만의 문제는 아닐 거예요. 넷플릭스조차 보고 싶은 ‘당신의 취향을 찾아보세요’ 하잖아요. 다양성보단 개별성, 자신만의 앵글대로 보려는 세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실감했죠. 점점 개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지다 보니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선 고민이 많습니다.”‘돼지의 왕’으로 알려졌듯 독립 애니메이션 베이스를 가진 연 감독은 실사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맛본 뒤 상업성에 대해서도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연 감독이 깨달은 건 “흥행은 창작자 개인의 능력이나 운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사회 분위기나 극장 상황, 대중의 니즈가 맞아야 하며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다”는 것이다.그렇기에 연 감독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매체로 시선을 넓혔다. 최근 경쟁자는 ‘유튜브’라고 생각하며 저예산 시리즈에 도전하고 싶다는 꿈도 들려줬다. “초등학생 딸아이와 요즘 유튜브를 같이 보는데 ‘싸게 만들었는데 재밌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도 예산을 적게 들여 아는 사람들끼리 유튜브처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해서 차기작을(‘얼굴’) 시도해 본 거예요.” 다작하는 ‘K장르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연 감독은 “아이디어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영화를 오래 하기 위해선 추구하는 바가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창작 원동력을 밝혔다. 다만 연 감독은 “제가 가진 욕망을 비틀 수 있는 계기를 다양하게 마련 해두는 편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의 생각에만 사로잡히게 된다”며 “올해 선보이는 작품들은 그런 계기들을 찾고자 수년 전부터 생각해 왔던 작품들”이라고 귀띔했다.“호평하시는 분도 제 모든 작품을 다 호평만 하지는 않거든요. 여러 작업을 하는 게 ‘연상호의 다양성’ 방증이겠다 싶어요.”한국형 좀비물의 시초격인 ‘부산행’, 고지와 지옥 사자라는 설정으로 죄와 벌에 대한 믿음을 비튼 ‘지옥’ 등 한국 사회의 어두운 화두를 날카롭게 비튼 세계관을 선보여 ‘연니버스’라는 색채를 갖게 된 연 감독이다. 그러나 그는 “웬만하면 기존 제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나올 제 다음 작품도 일본 연출자·배우진과 함께하는 작품이다. 신선한 환경도 새로운 계기가 되어 준다”고 의외의 답을 들려줬다.“저는 제 틀 안에서 탈출하고 싶지 ‘연니버스’라는 성을 견고하게 하고 싶진 않아요. 진짜 성도 아니지 않습니까. (웃음).”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3.27 05:35
OTT

넷플릭스 김민영 VP, 美 할리우드 리포터 ‘영향력 있는 여성’ 2년 연속 선정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인도 제외) 콘텐츠 VP가 전 세계 방송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는 ‘2024년 국제 방송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31인’(The Most Powerful Women in International Television in 2024)으로 김민영 VP를 선정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할리우드 리포터는 주요 업적 및 업계 기여도, 리더십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매년 선정한다. 올해는 넷플릭스 김민영 VP를 비롯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샬롯 무어 영국 BBC CCO 등 세계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할리우드 리포터는 김민영 VP에 대해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 전략을 설계한 인물이라 평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K콘텐츠를 전 세계에 소개한 주역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현재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전반지역의 영화 및 예능, 드라마 등 전체 콘텐츠를 총괄하며 한국 콘텐츠의 성공을 다른 시장에서도 재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올해로 2년 연속 국제 방송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된 김민영 VP는 ‘좋은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탄생할 수 있고 또 사랑받을 수 있다’는 넷플릭스의 비전을 강조하며 K콘텐츠의 세계적 성장에 이바지해왔다. 드라마부터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주제의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흥행작으로 부상하는 과정을 이끌며 특정 장르 및 국가에 제한됐던 한류의 지평을 대폭 넓혔다는 업계의 평을 받는다.김민영 VP가 ‘국제 방송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린 것은 한국 콘텐츠가 단순히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것을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넷플릭스가 지난 18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적에서도 한국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과 영화 ‘무도실무관’이 대표 흥행작으로 소개됐으며, 4분기 기대작으로는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언급될 정도로 한국 콘텐츠가 현재 전 세계 팬들이 환호하는 글로벌 콘텐츠의 중심에 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넷플릭스 관계자는 “웰메이드 한국 콘텐츠의 힘은 글로벌 인기를 넘어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넷플릭스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형 스토리텔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내 창작 생태계와의 소통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22 12:10
연예일반

김현주 ‘선산’-마동석 ‘황야’, 넷플릭스 글로벌 1위 동시 석권 [종합]

마동석 주연 영화 ‘황야’와 김현주 주연 시리즈 ‘선산’이 나란히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1위를 차지했다.31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황야’와 ‘선산’이 1월 22일주 기준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비영어 영화 및 TV 부문 1위를 동시 석권했다.K콘텐츠가 비영어 영화 및 TV부문 1위를 동시 석권한 것은 2021년 넷플릭스 톱 10 리스트가 도입된 이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및 ‘카터’에 이은 두 번째다. 특히 ‘황야’와 ‘선산’은 각각 허명행 감독과 민홍남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선산’은 310만 시청 수를 바탕으로 글로벌 톱 10 TV 비영어 부문 1위 및 29개국 글로벌 톱10에 등극하며, 한국형 미스터리 스릴러의 강렬함을 전 세계에 부각했다. ‘황야’도 마동석의 독보적인 액션에 힘입어 지난 26일 공개 이후 3일 만에 1430만 시청 수를 기록, 글로벌 톱 10 영화 비영어 부문 1위, 전체 부문 2위에 등극했다.넷플릭스 관계자는 “글로벌 톱 10 비영어 영화 및 TV 부문 1위를 동시에 달성한 것은 한국형 미스터리 스릴러부터 액션 블록버스터까지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K콘텐츠의 저력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한국 창작자들의 빛나는 상상력에 관심을 가져주신 전 세계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01.31 11:03
IT

네카오 vs 이통사 '한국형 AI' 왕좌 누구에게

올 상반기 전 세계를 휩쓴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도 속속 칼을 빼들었다. 챗GPT로 불씨를 지핀 오픈AI가 이미 주도권을 가져간 상황에서 '적어도 한국은 지킨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플랫폼과 이동통신사로 나뉜 전장에서 선제공격을 날린 네이버와 SK텔레콤이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통합 검색에 AI 녹이는 네이버2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8월 자사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이후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며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와 생성형 AI 검색 '큐'가 핵심이다.클로바X는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창작과 요약을 비롯한 글쓰기 기능을 생산성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에 관한 영문 에세이를 작성하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친구를 위로하는 떡볶이 노래 가사를 만들 수 있다.큐는 복합적인 의도를 포함한 긴 질문을 이해하고 검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강점이다. '30대 남자가 좋아할 만한 배송 빠른 전자기기 추천해줘'라고 물어보면 인기 제품과 도착 보장일 등을 확인할 수 있다.국내 최대 포털의 야심작이 첫 등장부터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다. 서비스 발표 다음 날이었던 지난 8월 25일 네이버의 주가는 전일 대비 7.86% 뚝 떨어졌다.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증권가는 한 차례 고비를 넘긴 네이버의 생성형 AI가 조만간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 큐를 통합 검색에 탑재하는 과정에서 개인화 라이브 데이터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경쟁 관계인 카카오는 '코GPT 2.0'을 연내 선보일 계획이었는데 차질이 생겼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사법리스크가 불거졌다.카카오 관계자는 코GPT 2.0 공개 시점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빨리 내놓는 것보다 완성도를 높여 다른 서비스와 잘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폰 통화 녹음' 대박 친 SKT AI 비서이동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KT의 주도권 다툼이 한창이다. 지난해 11월 'AI 발전전략'을 발표한 KT가 앞서가는 듯 했지만 SK텔레콤이 AI 개인비서 '에이닷'으로 선취점을 냈다.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해 향후 5년 뒤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지난달 제시했다.AI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초거대 언어모델(LLM)의 'AI 인프라'와 모바일·IPTV 등 코어 비즈니스에 AI를 녹이는 'AIX', 에이닷을 필두로 한 'AI 서비스'를 3대 축으로 설정했다.이 중에서 에이닷은 통신사가 만든 앱 특성상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아이폰 통화 녹음이라는 의외의 기능으로 대박 조짐을 보였다.SK텔레콤 관계자는 "에이닷의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 적용을 발표한 날 오후 애플 앱마켓 무료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용자 저변 확대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KT의 초거대 AI '믿음'은 공개를 앞두고 수출 소식부터 전했다. 최근 태국 ICT 기업 자스민그룹과 태국어 LLM 구축 및 동남아시아 사업화 협약을 체결했다.KT는 전략적인 투자로 리벨리온(AI 반도체 설계)·모레(AI 인프라 솔루션) 등 AI 스타트업과 일찌감치 협업 체제를 구축했다. 기존 솔루션 대비 효율을 대폭 끌어올린 '한국형 AI 풀스택'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다.이용자 친밀도가 높은 플랫폼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다.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광범위하게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 차원에서는 아무래도 이용자 접점이 넓은 플랫폼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를 봐도 이통사가 AI 모델을 내놓은 사례는 없다. 다만 통신 가입자 특성에 맞는 제한된 영역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10.27 07:00
연예일반

뮤지컬 ‘신과함께-저승편’ 돌아온다..영화와 또 다른 재미

이승보다 더 이승같은 저승,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들이 돌아왔다!공연에 이은 영화의 성공까지 대한민국 대표 문화콘텐츠로 꼽히는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를 원작으로 한 서울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 ‘신과 함께-저승편’이 돌아온다.2015년 초연 당시 원소스-멀티유즈의 가장 성공한 사례로 호평 받았던 이 작품은 2017년과 2018년 다시 무대에 올라 거대한 원형무대와 무대바닥 LED스크린에 펼쳐지는 화려한 영상, 원작을 짜임새 있게 압축한 스토리, 웹툰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 등 다채로운 매력으로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층의 큰 사랑을 받았다.4월 15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4번째로 관객들과 만나는 ‘신과 함께-저승편’은 새롭고 참신한 얼굴들과 함께 더욱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다시 한 번 큰 웃음과 감동을 안겨줄 예정이다. ◇ 웹툰과는 다른 재미, 영화와는 다른 감동 서울예술단의 대표작 ‘신과 함께_저승편’이 돌아온다. 2015년 초연 당시,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의 공연화 소식에 많은 관심이 쏠렸고, 원작을 무대 언어로 구현, 만화의 강점에 무대예술의 특성을 잘 얹어낸 작품으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 2017년 재연은 객석점유율 99.7%를 기록하며 서울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를 잡았고, 그 사이 같은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 1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이어진 2018년 3연은 뜨거운 관심과 두터운 신뢰 속에 공연되었고, 같은 해 개봉한 영화의 속편 ‘신과함께-인과 연’ 또한 1,200만 관객을 끌어들여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증명하였다.‘신과 함께’ 원작자 주호민 작가는 “창작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이 마침내 네 번째 공연이다. 긴 시간 돌고 돌아온 것 같다. 마치 윤회를 표현한 동그란 무대 디자인처럼. 처음 보았을 때 지하철이 무대 하부에서 올라오던 순간의 흥분과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디 많은 분들께 즐거운 경험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4연을 맞은 소감을 전했다.네 번째 공연을 앞두고 담금질에 들어간 ‘신과 함께-저승편’은 원작의 골격과 메시지는 충실히 살리고, 영화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무대만의 판타지를 더욱 강화한 공연으로 웹툰과는 또 다른 재미, 영화와는 또 다른 감동을 약속한다. ◇ 남녀노소, 세대불문 누구와 봐도 좋은 작품 “착하게 살걸 그랬네요.” “저승에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그겁니다.” 망자 김자홍과 변호사 진기한이 나누는 대화다. ‘착하게 살자’라는 메시지 위에 ‘구원과 심판’라는 핵심 모티브가 더해진 공연은 7개의 지옥을 통과하며 ‘심판하려는 자’와 ‘구원하려는 자’의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펼쳐진다. 평범한 소시민 김자홍이 저승의 국선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저승의 대왕들과 지옥 관문을 차례로 통과하며 환생에 가까워질 때, 억울한 원귀의 사연을 어떻게든 해결해 주고자하는 저승차사들의 고민이 짙어질 때, 관객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들에게 감동하고 너와 나의 이야기인 김자홍과 원귀를 응원하게 된다. 한국적 가치를 통해 동시대 관객들과 공감하는 대중적인 작품을 제작해온 서울예술단의 대표작 ‘신과 함께_저승편’은 웰메이드 공연의 진수를 보여주고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특히,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사랑받은 넘버들의 편곡이 풍성해졌는데 1막이 끝나고 관객들로 하여금 손수건을 찾게 만든 김자홍의 솔로곡 ‘이젠 갈 수도 없는데’가 새롭게 바뀌는 등 음악적 변화가 눈에 띈다.박성일 작곡가는 “이전 넘버가 어머니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었다면, 새롭게 바뀐 곡은 김자홍의 마음과 감정의 여백을 담아 마치 어머니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의 곡으로 바꾸었다.”며 새로운 넘버 ‘멀고 먼 저곳으로’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관객들의 흥미를 더하고자 출연진과 함께하는 ‘포토존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매 공연 시작 전 주요배역의 배우들이 페어를 이루어 무대를 축소해놓은 듯한 포토존에서 관객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로 관객들과 다양하게 소통하고 공연을 체험하는 색다른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 상상초월 대체불가 무대미술웹툰의 무대화 과정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저승 세계는 물론 7개의 지옥을 어떻게 무대에 시각화할 것인가’였다. 영화가 지옥 풍경이나 액션을 CG으로 합성해 슈퍼히어로 영화 같은 느낌을 줬다면 공연은 첨단 기술을 십분 활용하되, 그 기술과 사람의 합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공연장에 들어선 관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객석을 향해 비스듬히 놓인 지름 17m의 거대한 바퀴 모양 무대이다. 한국형 저승관인 윤회, 사필귀정의 의미를 담은 이 환형 무대는 이승과 저승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상징적으로 제시하고, 온갖 뉴스가 가득한 신문으로 뒤덮인 바퀴는 이승의 죄와 업을 상징한다.바퀴 안쪽의 공간은 저승으로, 무대 바닥에는 80㎡ 넓이의 LED 스크린을 깔아 뜨거운 지옥 불구덩이부터 얼음 도가니처럼 차가운 푸른색까지 7개의 지옥마다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자아낸다. 배우들의 춤과 움직임이 영상, 조명, 음향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데 특히, 삼차사가 각자의 초인적인 에너지를 보여줄 때 배우들의 동작과 바닥의 영상이 맞아 떨어지는 연출은 영화 CG와는 또 다른 무대만의 매력과 판타지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바닥 LED스크린 외에 무대 전체에는 지전(紙錢)이 늘어뜨려 수직 스크린으로 활용한다. 이는 김자홍으로 대변되는 소시민들이 이승에서 선량하게 살았던 것에 대한 대가를 형상화한 것이다. 전통적인 이미지를 차용하되 전형적인 표현을 지양한 ‘신과 함께_저승편’의 무대미술은 그 자체로 상징성은 물론, 탁월한 시각 효과를 주는 동시에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2023.04.19 11:34
연예일반

[2023 K콘텐츠전망①] ‘한국적인 콘텐츠’ 그 정의를 다시 쓰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어쩌면 이제 이 말을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적인 것의 경계란 없다고. K콘텐츠가 가장 한국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던 장르까지 집어삼키며 더 높이 비상하고 있다.일간스포츠는 2023년 2월 13일 재창간을 맞아 ‘한국적’이라는 것을 재정의하고 있는 K콘텐츠의 현주소를 OTT, 제작사 관계자, 평론가 등의 말을 통해 알아보고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일 것으로 점쳐지는 올해의 기대작도 살펴봤다.‘한류’라는 이름으로 K콘텐츠가 떠오르기 시작한 건 1990년대말. H.O.T., 신화 등 1세대 아이돌 스타들이 중화권에서 인기를 끌며 입지를 넓혔고, 이 배턴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이어받아 일본으로 ‘한류’의 무대를 넓혔다. 이후 박찬욱, 봉준호 등 거장의 탄생으로 한국 영화까지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인 OTT가 부상하면서 K콘텐츠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대폭 축소되면서 OTT로 세계 여러 나라의 콘텐츠를 보는 일이 일반화됐고 ‘스위트홈’, ‘D.P,’가 호평을 받으며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는 와중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던 장르의 한국화다. 한국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졌던 좀비물이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을 통해 한국화 됐고, ‘승리호’, ‘정이’처럼 할리우드 전유물로 취급됐던 SF물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이런 좋은 흐름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 콜센터와 고등학생 현장 실습 실태 다룬 영화 '다음 소희' 가 한국 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됐으며 한국이 낳은 세계적 에술가인 백남준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가 ‘미국 선댄스 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2016년 한국 시장에 정식 론칭한 이래 K콘텐츠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는 넷플릭스 측은 일간스포츠에 “한국은 오랜 시간 ‘한류’를 이끌던 스토리텔링 강국”이라며 높은 평가를 내놨다.넷플릭스 관계자는 “글로벌 시청자들이 한국 콘텐츠의 어떤 요소에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한국의 스토리텔러들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수준 높은 작품을 공개해왔다. 한국 시청자들 역시 매우 높은 수준의 눈높이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콘텐츠는 독창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창작자들의 특별한 감수성을 통해 전 세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전달한다”며 “이에 따라 한국에서 사랑받는 콘텐츠는 전 세계에서도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실제 지난해 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는 촘촘한 전개와 다양한 상징을 통해 복수심 등 인간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내며 공개 후 단 3일 만에 19개 국가 넷플릭스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주제로 하는 리얼리티 예능 ‘피지컬: 100’ 또한 공개 직후부터 열띤 반응을 얻으며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기준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다. 토종 OTT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웨이브의 김용배 콘텐츠웨이브 커뮤니케이션전략 팀장 역시 “K콘텐츠의 위상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게 봤다. 김용배 팀장은 “‘킹덤’, ‘오징어 게임’ 같은 장르물이 물꼬를 텄다면 이젠 잔잔한 멜로물이나 SF, 예능 등 여러 장르가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며 “웨이브 역시 웨이브만의 색을 입힐 수 있는 오리지널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제작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웨이브는 최근 미주 지역 K콘텐츠 플랫폼인 코코와(KOKOWA)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도 본격화한 상황이다. 웨이브에 따르면 양사는 2월 현재 미주 지역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K콘텐츠를 수급 및 서비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코코와와 함께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많은 이용자들이 찾아볼 수 있는 콘텐츠 투자 비중을 높이겠다는 게 웨이브의 생각이다. 김용배 팀장은 “K콘텐츠의 창작 여건이 더 좋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소개됐을 때 효과적이었다”며 “웨이브도 글로벌 진출에 시동을 건 만큼 우리 플랫폼을 통해서도 K콘텐츠가 계속 흥행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웨이브는 2021년 23편, 지난해에는 25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론칭했다. ‘약한영웅 클래스 1’처럼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았던 오리지널 작품을 비롯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치얼업’ 등 방송 드라마에 투자한 형태도 있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진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만든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부터 ‘피의 게임’ 시즌2, 이나영 주연의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유승호 주연의 스릴러물 ‘거래’, 영화 ‘데드맨’, ‘용감한 시민’ 등 많은 작품들이 올해 공개돼 시청자들과 만난다.넷플릭스 역시 올해 K콘텐츠는 더 다양화될 것이라 내다봤다. 한국 콘텐츠가 공개와 함께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톱을 장식하는 건 일상적인 뉴스가 된 상황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에미상, 오스카 수상까지 바라볼 정도로 K콘텐츠는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대중문화로 우뚝 섰다.넷플릭스 관계자는 “올해는 시리즈는 물론 영화, 예능, 다큐멘터리까지 여러 장르의 K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면서 “전 세계 시청자가 한국 콘텐츠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기대했다.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올해 한국 영화계에선 어떤 작품을 기대하면 좋을까. 황영미 영화평론가는 “올해는 액션 장르가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점쳤다. 황 평론가는 “하정우와 주지훈이 나오는 ‘피랍’과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 1편과 2편을 통해 한국형 시리즈 액션물의 새로운 역사를 쓴 ‘범죄도시3’,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등 액션 장르의 영화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며 “집 안이 아닌 영화관에서 볼만한 그런 영화들을 기대하면 좋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또 황 평론가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미키7’을 지목하며 “영화 개봉은 내년 3월쯤으로 예정돼 있는데 그 전에 영화제 등을 통해 먼저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며 “해외에서의 반응이 기대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SF 영화 ‘더 문’ 역시 업계에서는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더 문’은 한국 최초로 달 탐사를 다루는 작품으로 한국 VFX(시각적 특수효과)의 명가 덱스터스튜디오의 D1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D1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덕에 버추얼 프로덕션(VP)이라는 시각효과 신기술이 도입될 수 있었는데, 이로써 ‘더 문’은 덱스터스튜디오가 자신들이 개발한 VP 기술을 접목한 첫 장편 영화가 됐다. 물리적 실제 배경이 아닌 대형 LED 화면을 실시간으로 다각도 재생해 적용한 배경으로 촬영하는 이 기술을 통해 제작자들은 날씨, 시간, 장소 등 물리적 요소를 극복할 수 있다. ‘더 문’의 제작사인 블라드스튜디오 서호진 대표는 “김용화 감독 특유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정서와 훌륭한 시각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영화의 미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김혜선 기자, 정진영 기자 hyeseon@edaily.co.kr, afreeca@edaily.co.kr 2023.02.13 07:14
영화

[인터뷰] ‘정이’ 연상호 “신파? 사실 연출하기 까다롭다”

한국형 디스토피아의 선봉장 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로 돌아왔다. 지난 20일 공개된 이후로 “신파가 짙다”와 “한국형 SF의 좋은 예”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으면서도 글로벌 화제작으로 떠오른 ‘정이’의 연상호 감독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신파라는 비판에 대해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라고 털어놨다.“신파가 어떻게 보면 대중에게 굉장히 미움을 받는 장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비판이 있을 거라는 건 당연히 예상은 했어요. 그런데 저는 신파를 한국의 멜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쁘다고 보지 않고 문제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전달하고 싶은 바를 굉장히 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죠. 사실 신파가 비판을 받는 건 ‘너무 편의성을 추구하는 방법 아닌가’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막상 해보니 오히려 연출하기 까다로운 장르더라고요. 효과적인 방식이기도 하고요.”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떠나 사람들이 이주한 쉘터가 배경인 SF 영화다. 이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김현주 분)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고(故) 강수연이 정이 개발 프로젝트의 책임 연구원으로 분해 김현주와 모녀로 호흡을 맞췄다. 김현주는 강수연이 맡은 윤서현의 엄마 역으로 전투에서 크게 다쳐 식물인간이 된 상태로 늙어가는 인물울 연기했다.윤서현은 최적의 전투로봇을 만들겠다는 미명 하에 자신의 엄마인 정이의 복제들이 사망하고 고문당하는 장면을 계속해서 목격해야 했고, 결국 정이가 가진 모성애를 끊어냄으로써 딸로서의 도리를 다하고자 한다. 근미래, 폐허가 된 지구, 디스토피아 등 배경은 스케일이 크고 거대하지만,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만큼은 인간성의 회귀, 모성애 등 인간적이기 그지없는 셈이다. 연상호 감독은 서현이 정이의 모성애를 끊어내는 장면이 바로 ‘정이’의 시작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엄마에게서 모성을 삭제하는 것이 해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딸의 이미지를 통해 ‘정이’라는 한 편의 거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는 것이다.“서현이 그런 선택을 내린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봤어요. 첫 번째는 전쟁이 가져오는 존재론적 회의감이죠. 왜 시작됐는지도 모르는 채 40여 년간 이어졌던 전쟁이 갑자기 끝나버린 거예요. 왜 끝이 났는지도 모르게. 거기에서 존재론적 비참함을 느꼈을 것 같아요. 또 하나의 계기는 자신의 엄마를 우상화했던 한 남자죠. 그가 전쟁영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엄마를 우상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걸 포착하곤 그런 결단을 내리게 돼요. 엄마를 진짜 영웅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 같은 것이었겠죠. 모성을 끊어낸다는 것은 서현과 복제한 로봇이 나눈 유일한 유대를 끊어낸다는 것과 같아요. 애초에 그런 결말을 바랐어요.” 서현이 엄마인 정이에게 해준 건 어쩌면 미미한 한 마디였을지 모른다. 정이에게 실제 사람이 아닌 복제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자신에게 얽매이지 않도록 끊어낸 것. 아이의 아빠인 연상호 감독은 “부모 입장에서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게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며 “기도하고 빌어주는 것,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실은 그 정도뿐이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어떻게 보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이면서 유일한 방법이잖아요. 축복과 행운을 기원해준다는 것은요. 아이를 낳으면 아이에게 뭘 해줄 수 있을까를 정말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요, 많이 해준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어떨 때는 놔줄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정말 내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별 게 없다는 걸 알게 되죠.”이런 복잡다단한 마음이 ‘정이’의 서현에게 깊게 녹아들어 있다. 엄마를 영웅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과 엄마의 복제들이 계속해서 살해당하는 것만 같은 괴로움 속에서 서현은 간신히 평정심을 유지해나간다. 단순히 ‘신파’라고 보기엔 너무나 복잡하다. 연 감독 역시 서현의 감정선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진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서현이에게 진짜 엄마는 분명히 따로 있죠. 식물인간이 된 상태로 누워 있으니까. 그런데 엄마랑 똑같이 생긴 로봇들이 똑같은 환경에서 죽어가요. 자신에겐 그 복제들이 처한 환경을 조절할 힘이 있고요. 그런 상황에서 로봇과 관계성을 끊어낸다는 건 어떤 것일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또 너무 어려우면 안 되는 감정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강수연은 그런 서현 역을 맡아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후반부 복제된 정이와 독대하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줄곧 감정을 머금다 터뜨려야 하는 장면이었기에 배우도 감독도 공을 많이 들였다.“강수연 선배가 ‘감정을 어느 정도까지 표현해야 하느냐’고 하시더라고요. ‘100을 다 보여 달라’고 했어요. 앞에서 계속 참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선 100을 다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한 150 정도를 보여주시더라고요. (웃음) 현장에서는 소름이 일 만큼 전율이 있었는데, 그걸 다 시청자들께 보여드리면 오히려 전달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음소거를 하고 감췄죠. 보시는 분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부터 누적 관객 수 1000만을 돌파한 ‘부산행’을 지나 ‘정이’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탁월한 상상력으로 한국 콘텐츠 시장에 신선한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 연상호 감독. 그는 “아직 내가 성숙하지 못 한 인간이라 그런지 꽂히는 작품을 하고 싶더라”며 웃음을 보였다.“작은 것 하나라도 꽂히면 그게 제가 창작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성숙한 연출자가 되면 그렇지 않은 작업도 할 수 있겠죠. (웃음) 일단 지금 콘텐츠계는 극적 변화가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이런 변화에 몸을 맡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2023.0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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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사랑의열매에 50억 기부 “청소년이 자신 있게 꿈꾸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청소년들을 위해 50억원을 기부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은 방시혁 의장이 50억원을 기부하며 한국형 기부자맞춤기금 13호로 가입했다고 13일 밝혔다. 방시혁 의장은 이날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열린 가입식에 참석해 조흥식 사랑의열매 회장, 황인식 사무총장 및 관계자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방시혁이 기부한 한국형 기부맞춤기금은 10억원 이상을 일시 또는 기부 약정하는 사랑의열매 개인 기부 프로그램이다. 별도 재단을 설립한 것과 유사한 형태로 기부자의 의사를 반영해 기금 사업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맞춤형 기금사업이다. 특히 이번 기부금은 청소년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됐다. 사랑의열매는 기부금으로 학교 밖 청소년과 시설보호 청소년들을 차별 없이 배움의 기회를 누려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 방시혁 의장은 이날 사랑의 열매를 통해 “음악 창작자로서 또 기업인으로서 성장하기까지 여러 방면의 도움과 지지를 받아 사회적으로 받는 도움이 한 인간을 성장시키는데 큰 양분이 된다는 것을 체득했다”며 “조금이나마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세대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생각해보게 됐다”며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이 자신 있게 꿈꾸고 진취적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금 조성을 위한 기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방시혁 의장은 본인의 개인적 기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 기금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한 이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환원할 수 있는 모습을 희망한다며 이 기금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김다은 기자 dagold@edaily.co.kr 2022.10.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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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IS] ‘뽀로로’와 경쟁 중인 ‘외계+인’… SF 영화 무덤 되나

이제 박스오피스에서 그 존재감마저 흐릿해졌다.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이 관객들로부터 차가운 외면을 받고 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주말이었던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외계+인’은 고작 12만 940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전주와 비교하면 관객 수가 무려 -70.3%나 감소했다. 이는 18만 7548명의 관객을 모은 ‘탑건: 매버릭’보다 낮은 수치다. 지난 6월 22일 개봉한 ‘탑건: 매버릭’보다 개봉이 약 한 달이나 늦은 ‘외계+인’이기에 이 같은 결과는 더욱 쓰다.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만 놓고 볼 때 ‘외계+인’의 적수는 오히려 애니메이션 영화 ‘뽀로로 극장판 드래곤캐슬 대모험’에 가깝다. 같은 기간 ‘뽀로로 극장판 드래곤캐슬 대모험’은 12만 9401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천만 영화를 두 편이나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을 크게 받았던 ‘외계+인’은 감독과 출연진의 화려한 면면에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 하고 있다. 이번 주 또 다른 대작 영화 ‘비상선언’이 개봉하면 박스오피스에서 ‘외계+인’의 존재감은 더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동훈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외계+인이) SF를 쓰는 다른 감독들에게 하나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으나 오히려 창작 SF물인 ‘외계+인’이 외면받는 현 상황에서 또 다른 한국형 SF물이 제작될 가능성이 요원해 보인다. 제작비 330억 원이 투입된 ‘외계+인’의 손익분기점은 700만 명이 넘는다. 1일 기준 ‘외계+인’의 누적 관객 수는 135만 7697명가량. 손익분기점까지 갈 길은 멀고 신작은 계속 추격한다. ‘외계+인’과 최동훈 감독이 막판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박스오피스에 많은 영화인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08.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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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국영화 4파전! ‘한산’ 웃고 ‘외계+인’ 울었다

올여름 한국영화들의 경쟁이 뜨겁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연기해왔던 대작들이 줄지어 개봉하면서 대작과 대작이 맞붙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먼저 고개를 숙인 건 ‘외계+인’이다. 최근 개봉한 ‘외계+인’은 천만 영화를 두 편이나 보유한 최동훈 감독의 신작인데다 한국형 창작 SF물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실망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28일 오전 기준 ‘외계+인’의 평점은 6.92.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영화 ‘암살’의 관객 평점이 9.10인 것과 비교하면 안타까운 수치다. “과거와 현재가 잘 섞이지 않는 느낌”, “이것저것 다 보여주려다 혼돈의 도가니로”, “길게 비판하기도 지친다. 투머치” 등의 평가가 눈에 띈다. 이런 가운데 ‘한산: 용의 출현’은 개봉하자마자 반응이 뜨겁다. 27일 개봉한 이후 관람객 평점은 8.55. 여름과 어울리는 시원한 사극 액션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런 호평에 힘입어 27일까지 사전 예매량 30만장을 넘었다. 올해 개봉해 천만 영화 대열에 오른 ‘범죄도시2’가 사전 예매량 20만장을 돌파한 시간보다 빨라 또 한 편의 천만 영화를 기대하게 한다. 이제 다음 달 3일과 10일에는 각각 ‘비상선언’, ‘헌트’가 개봉한다. ‘비상선언’의 경우 ‘관상’의 한재림 감독의 신작으로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 출연진 면면이 화려하다. 항공 재난물로 지상과 기내의 면면을 모두 섬세하게 담아 언론 시사회 이후 반응이 좋다. ‘헌트’는 배우 이정재가 감독으로 나선 작품이다. 막역한 동료이자 연예계 소문난 절친한 친구인 정우성과 공동 주연을 맡았다. 조직 내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한 안기부 직원들의 심리전을 담았다. 해외 평론가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는 55%로 다소 낮다. 하지만 1980년대의 국내 상황을 잘 알고 마피아 게임에도 친숙한 한국이라면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재의 경우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됐다. 여기에 ‘헌트’가 ‘제57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대돼 상영된 만큼 이 같은 좋은 분위기가 결과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07.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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