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세계 최고의 팬들에게 'K-볼'을 묻다⑤] 인터넷 방송의 매력, BJ 김인형 "집관과 직관의 매력을 함께 느끼죠"
2024년 KBO리그는 새 역사를 쓰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10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이다. 경기장에 가지 않더라도 TV와 모바일로 야구를 즐기는 팬들은 그 몇 배다.프로야구는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올해는 스포츠를 뛰어넘어 한국 최고의 콘텐츠로 도약하고 있다.1000만 명은 단지 관객이 아니다. 야구장에서 응원가를 만들어 부르는 가수이며, 함께 춤추는 댄서다. 그리고 기발한 응원 문구를 쉴 새 없이 생산하는 카피라이터다. 불같은 열정을 내뿜으면서도 매너는 쿨하다. 야구 종주국 미국과 야구가 국기(國技)로 여기는 일본에서도 깜짝 놀라는 응원 문화다. 일간스포츠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팬으로 불러도 좋을 이들을 만나 'K-볼'의 매력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집관과 직관의 매력을 합쳐 놓은 거라고 할까요."'BJ(Broadcasting Jockey)' 김인형 씨는 인터넷에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편파 중계를 한다. 삼성 팬 시청자들은 물론, 다양한 야구 팬들과 소통하면서 경기를 즐긴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며 희로애락을 팬들과 공유하는 방송의 매력에 푹 빠졌다. 집에서 시청하기에 몸은 편하지만 혼자라 심심하고, 매 경기 직관을 가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두 즐거움과 아쉬움을 절충할 수 있는 야구 방송은 팬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인형 씨는 2010년대부터 삼성을 응원한 열혈 팬이다. 바쁜 직장 생활에 잠시 야구와 떨어져 지냈던 그는 삼성이 정규시즌 2위로 잘 나갔던 2021년 다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2022년부터는 열심히 경기장을 다니다가 이듬해인 2023년엔 아예 BJ를 본업으로 삼고 방송에 뛰어 들었다. 김인형 씨는 "예전과 달리 야구 보기가 너무 편해졌다. 홈 구장이 신식(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으로 바뀌었고, 연령층과 성별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며 "커플, 가족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만큼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직관 팬들이 이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라고 현상을 짚었다. 응원가나 동작도 예전보다 세련돼졌다. 김인형 씨는 "다양한 응원가를 직접 작곡하면서 열성적이기까지 한 김상헌 응원단장이 주도하는 응원은 젊은 팬들을 끌어 모으는 흡입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먹거리에 소리도 마음껏 지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점에서 직관 팬들이 이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집에서는 이런 느낌을 온전히 받을 수 없다. 야구장에 못 가는 날에도 직관과 비슷한 열기를 느끼고 싶었던 김인형 씨는 그렇게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의 매력은 역시 '함께' 응원한다는 거다"라고 말한 김인형 씨는 "다양한 팬들과 만나면서 같이 울고 웃는다는 게 방송의 매력인 것 같다. 혼자가 아니라 심심하지 않고, 아무래도 편파 방송이다 보니 삼성 팬들과 같이 응원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더 좋다"라며 웃었다. 그는 "야구는 매일 경기가 있고 점수 하나하나로 희비가 갈린다. 야구장에서나 방송에서 이런 감정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중계 영상은 볼 수 없지만, 방송 중간중간 팬들이 공유하는 짧은 영상으로 함께 웃고 추억에 빠지는 것도 인터넷 방송의 매력이라고. 김인형 씨가 추구하는 방송은 이런 '편안한 응원 방송'이다. 최근 야구 방송과 다양한 숏폼으로 라이트 팬들의 유입이 많아진 만큼, '가볍게'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방송을 만드는 게 김인형 씨의 목표다. 김인형 씨는 "팬들과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면서 함께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방송을 하는 게 목표다"라며 웃었다. 대구=윤승재 기자
2024.09.25 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