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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키 17’ 봉준호 “이상한 영화 만드는 감독으로 남길” [IS인터뷰]

“에스프레소를 한 7잔 마셨어요. 박카스 10병 먹은 중학생이 된 기분이죠.(웃음)”일주일 새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을 찍고 귀국한 봉준호 감독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신작 ‘미키 17’ 개봉을 앞두고 만난 봉 감독은 “카페인 때문인지 조금 흥분되기도 한다”면서 “이번에는 (관객이) 좀 쉽고 재밌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오는 28일 한국에서 최초 개봉하는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을 소재로 한다. 영화는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그동안 현실의 쓰라린 모습을 보여주고 풍자하다 보니 영화 속 캐릭터가 가혹한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근데 그중에서도 미키는 가장 가혹해요. 심지어 죽는 게 직업이죠. 하지만 또 착해요. 손해 보고도 계속 웃어요. 그러다 돌아이 같은 미키 18이 나오면서 속이 시원해지죠. 가엾으면서도 웃겨요. 그 관점에서 영화를 쓰고 찍었어요.”알려졌다시피 ‘미키 17’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봉 감독은 몇몇 설정에 크고 작은 변화를 주면서도 굵직한 사건은 그대로 차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특히 신경을 쓴 건 미키와 나샤(나오미 애키) 간 사랑이다.“책을 보면서 미키와 나샤 챕터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났던 적이 있어요. 그 부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죠. 특히 나샤는 미키 만큼 중요한 캐릭터예요. 미키를 부서지지 않게 해주는 동시에 케네스 마셜(마크 러팔로)과도 싸우죠. 영국에서는 나샤가 마셜에게 융단폭격을 날릴 때 박수까지 나왔어요.”자연스럽게 이어진 마셜 이야기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앞서 영화가 공개된 후 해외 언론들은 마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것이란 의견이 잇따랐다. 봉 감독은 “구체적인 모델이 있었지만, 모두 현역 정치인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영화가 현재적인 느낌이라 그런 것 같다”고 짚었다.“이탈리아 한 중년 기자님은 베니토 무솔리니가 모델이냐고 했어요. 한국을 비롯해서 모두 현재 본인들이 겪고 있는 정치적 스트레스를 투사하는 것 같아요. 확실한 건 전 이 시나리오를 2021년에 썼다는 거죠.” 완전히 닫힌, 해피엔딩 결말이 의심쩍다는 반응에는 “지금 보고도 못 믿은 거냐. 너무 하신다”고 장난스레 받아쳤다. 봉 감독은 “이번만큼은, 미키에게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17번 죽인 애를 또 죽이고 싶진 않았다. 대신 마지막 미키의 악몽이 잔상으로 오래 남았으면 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악몽을 극복하지 못하면 언제든 우리는 다시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신작 개봉을 앞둔 지금 전작 ‘기생충’(2019)의 후광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을지도 궁금했다. ‘기생충’은 국내에서 1031만 관객을 동원, 흥행에 성공한 것은 물론, 한국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을 받았다.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받은 트로피를 합산하면 70개가 넘는다.“영화감독은 영화를 찍어요. 육상선수처럼 기록을 경신하는 게 아니죠. 생활이나 작업 방식도 바뀐 게 없고요. 다만 캐스팅은 되게 수월해졌죠. 미국 배우들에게 저와 제 전작을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거절 과정도 안 겪고요. 이제 만나면 먼저 ‘기생충’을 얘기해요. 더 많이 본 걸 강조하고 싶으면 ‘마더’나 ‘살인의 추억’, ‘괴물’을 말하기도 하고요.”차기작으로는 두 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한 편은 지난 2019년부터 기획 중인 애니메이션, 한 편은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공포물이다. 봉 감독은 “제 작업은 그냥 지속적으로 쭉 이어지고 있다. ‘전작 결과가 이랬으니까 이렇게 해야 해’는 없다. 그저 하던 걸 계속할 뿐”이라고 말했다.“전 이상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어떤 환경, 어떤 조건에 던져져도 끊임없이 이상한 톤을 유지할 수 있는 감독이요. 계속 작품을 만드는 원동력도 사실 없어요. 그냥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죠.(웃음) 그리고 모두가 그렇듯 제 직업을 사랑할 뿐이고요.”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2.24 05:50
영화

‘첫 번째 키스’, 영원이 아닌 현재를 [IS리뷰]

중요한 건 보이지 않는 영원이 아닌, 현재 살고 있는 이 순간이다. ‘첫 번째 키스’는 당연해서 잊고 사는 이 간명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작품이다.칸나(마츠 타카코)는 오랜 권태로 남편 카케루(마츠무라 호쿠토)와 이별을 결심한다. 하지만 이혼 서류를 제출하기로 한 날, 카케루가 사망한다. 카케루는 퇴근길 선로에 떨어진 아기를 구하다가 목숨을 잃고, 예상치 못한 작별에 칸나는 망연자실한다.그럼에도 현생의 시간은 흐르는 법. 칸나는 슬픔을 누릴 새도 없이 업무에 투입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다. 그날 저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칸나는 늦은 밤, 급한 업무 연락을 받고 차를 몰고 나간다. 회사로 향하던 차는 느닷없이 의문의 터널을 통과하고, 칸나는 15년 전 여름에 도착한다. 카케루를 처음 만난 바로 그날이다.‘첫 번째 키스’는 ‘과거로 가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전개되는 타임슬립 로맨스 영화다. 남편의 죽음을 되돌리기 위해 시공간을 건너간 칸나가 사건의 매듭을 풀고 사랑하는 이의 운명을 바꾸려고 분투하는 게 골자다. 시간을 되돌리는 매개는 터널, 주어진 시간은 도쿄 수도고속도로 공사 시즌이다. 공사가 끝나는 순간 터널은 막히고 칸나의 타임슬립도 종료된다.여느 타임슬립 영화와 다른 독특한 지점은 시대 분위기에 기대지 않는 것이다. 통상 이 부류의 영화는 정치, 사회, 문화 등 시대의 굵직한 사건을 배경으로 쓰거나 당시 유행했던 영화, 노래 등을 가져와 복고 정서로 활용한다. ‘첫 번째 키스’에서 칸나가 당도한 2009년 8월은 그저 주인공들의 첫 만남이 이뤄진 배경에 불과하다. 공간 역시 호텔과 팥빙수 가게 근방을 벗어나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오직 둘 사이, 관계 변화에만 집중한다. 과거 안에서 흐를 수 있는 시간 역시 반나절로 제한했는데, 이는 곧 반나절이 무한 반복되는 구조라는 의미다. 지루한 순간은 없다. 과거와 현재의 충돌을 통해 꾸준히 유머 코드를 만들어낸 덕이다. 사망 당일 남편의 일정을 바꾸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크로켓 구입을 막았더니, 난데없이 15년 후 그가 크로켓집의 도넛 마니아가 되어버린 식이다. 영화는 이처럼 이별의 반복을 시종 유쾌하게 그려냄으로써 관객이 지치지 않고 칸나의 시간 여행에 동행하도록 만든다. 물론 웃음으로만 소비되는 작품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쉴 새 없이 과거로 몸을 내던지는 여자, 그런 여자의 행복을 우선으로 삼는 남자의 사랑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인상적인 건 카케루의 최후 선택. 마지막 만남을 기점으로 칸나에게서 운명의 키를 넘겨받은 그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행복을 선택하고, 결과가 아닌 과정을 바꾼다. 영화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지금이 영원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칸나와 카케루, 두 사람의 유한한 시간과 무한한 사랑으로 증명한다.18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은 마츠 타카코와 마츠무라 호쿠토의 부부 호흡은 인상적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베테랑 배우 타카코가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이끌면, 호쿠토가 스펀지 같은 매력으로 관객을 흡수한다. 전작 ‘새벽의 모든’보다 확장된 어리숙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마츠무라 호쿠토의 매력이 오래 남는다. 15년이란 시간 속 외적 변화는 기술력을 빌렸다. 타카코는 AI(인공지능) 디에징기술로 20대를 연기했고, 호쿠토는 분장으로 40대 중년을 소화했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사카모토 유지 작가의 신작이다.오는 26일 메가박스 단독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2.20 06:05
영화

봉준호, ‘미키 17’으로 ‘트리플 천만’ 감독 될까 [무비로그③]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개봉 앞두고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쏟아지는 기대감 속 ‘괴물’, ‘기생충’을 잇는 또 한편의 천만 영화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18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미키 17’은 개봉을 10일 앞둔 이날 오전 10시 기준 예매량 5만 3637장, 예매율 23.2%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로 직행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16.8%)를 비롯한 경쟁작을 모두 제친 수치로, ‘미키 17’을 향한 관객들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이 같은 반응은 봉준호 감독 자체에 기반한다. 봉 감독은 이른바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감독 중 흥행성을 인정받는 몇 안 되는 감독이다. 다작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장편 영화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제외하고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긴 흥행 타율 100% 감독이다. 특히 ‘괴물’과 ‘기생충’으로는 각각 1090만, 1031만명을 동원하며 ‘쌍천만 감독’ 타이틀을 따냈다. 첫 할리우드 영화인 ‘설국열차’ 역시 국내에서만 935만명을 모았다. 무엇보다 이번 ‘미키 17’은 ‘기생충’ 이후 봉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란 점에서 더욱 기대감을 높인다. ‘기생충’은 흥행을 차치하고도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한국 최초의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을 받는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70개가 넘는 트로피를 품었다. 이에 그 차기작인 ‘미키 17’은 제작 단계부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독차지하며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국내 대진운도 좋다. 현재 극장에 걸린 작품 중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뒷심이 빠진 상태다. 밥 딜런 전기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이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국내 반응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외 경쟁작으로 꼽을 만한 이병헌, 유아인 주연의 ‘승부’는 3월 26일 개봉으로 텀이 있고 강하늘, 유해진 주연의 ‘야당’, 마동석 주연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김윤석, 배두나 주연의 ‘바이러스’, 하정우 연출작 ‘로비’ 등 한국영화들은 ‘미키 17’을 피해 일찌감치 4월로 개봉을 잡았다.여기에 더해진 ‘대한민국 최초 개봉’이란 타이틀은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호감도와 궁금증을 최고치로 올려놨다. ‘미키 17’은 엄연히 따지자면 미국 플랜B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고, 워너브라더스에서 배급한 할리우드 영화다. 하지만 줄곧 영화는 한국 관객 프리미엄에 공을 들였다. 여러 차례 개봉 일정을 수정했을 때도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애초의 원칙은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국내 영화 팬들의 예매를 부추겼다.우려가 있다면 실제 및 체감 상영시간이다. ‘미키 17’ 러닝타임은 137분으로 봉 감독의 작품 중 가장 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의 러닝타임이 계속해서 짧아지는 추세 속,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극장에 걸린 박스오피스 3위 작품 중 2시간이 넘는 영화는 없다.더욱이 ‘미키 17’은 속도감을 동력 삼는 작품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종종 늘어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앞서 영국 런던 시사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월드프리미어에서 영화를 접한 외신들 역시 비슷한 대목에서 혹평을 내놨다. UK 옵저버는 “러닝타임 2시간 17분 동안 헐렁하며 때때로 서사적 긴장감이 느슨해진다”고 짚었고, 미국 버라이어티는 “너무 많은 부분이 허술하고 과장됐으며 설교조”라고 평했다.봉 감독 영화의 ‘맛’으로 꼽혔던 정치, 사회를 향한 날 선 비판이나 유한했던 사색 거리가 약하다는 점도 호불호 요소로 꼽힌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미키 17’에 대해 “매끈하게 잘 만든 영화지만, 익숙한 느낌이 강하다. ‘설국열차’ ‘기생충’에서 본 전작의 요소가 많고, 생각하게 만드는 구조가 아니다. 굉장히 직설적으로, 일방적으로 이야기한다. 시선이나 메시지 또한 이미 우리가 공유한 것들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2.19 05:50
연예일반

스물다섯에 진 꽃…고 김새론, 하드코어 인생아 [IS포커스]

배우 김새론이 유명을 달리했다. 스물다섯이란 이른 나이에 고됐던 영화 안팎의 삶을 모두 정리하고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김새론은 16일 오후 4시 54분께 성동구 성수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망 경위는 조사 중으로, 외부 침입 흔적이나 타살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연기 인생은 17년으로 결코 짧지 않았다. 그 동안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많은 아역 출신 배우들이 있지만 김새론은 그 길이 ‘하드코어’라고 할 만큼 평범하지 않았다. 그의 사망 소식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하드코어 1막, ‘여행자’→‘도희야’ 김새론은 2001년 잡지 ‘앙팡’ 아역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건 2009년 우니 르콩트 감독의 영화 ‘여행자’였다.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이 작품에 합류한 김새론은 고아원에 버려진 소녀로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영화는 그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김새론은 칸 레드카펫을 밟은 최연소 한국 배우에 이름을 올렸다.이듬해에는 영화 ‘아저씨’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아저씨’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617만 관객을 동원하며 신드롬급 화제를 모았다. 극중 태식(원빈)을 기다리는 납치 피해자로 분한 김새론은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그 때부터 김새론은 “본인 작품을 못 봐서 어떡하냐”는 인사에 “원래 본 적이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배우였다. 아역부터 유난히 하드한 작품이 많았다. 일례로 ‘이웃 사람’에서는 연쇄살인마의 희생자이자 또 다른 표적이었고, ‘바비’에서는 심장을 구해 올 아빠를 기다리며 죽어가는 소녀였다. ‘도희야’에서는 신체적, 성적 학대로부터 매일을 견디는 학생이었고, ‘눈길’에서는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당하는 소녀였다.여느 아역 배우들이 귀엽고 예쁜 역할만 찾을 때 김새론은 간접적으로도 체험해 보지 못했을, 인생의 모든 업보를 짊어지고 걸었다. 성인 연기자도 버티기 힘든 가학의 공간에서 몸을 웅크린 채 눈물을 쏟았다. 쉽진 않았겠지만, 이 시간들은 켜켜이 쌓여 김새론만의 차별점이 됐다. 그는 아역 배우들이 우후죽순 등장할 때도 자신만의 명확한 셀링 포인트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갔다.내공이 쌓이면서는 표현의 깊이와 세밀함까지 더해졌다. 대체로 김새론에게 주어진 역할은 어둠 혹은 가여움의 범주에 들어갔지만, 김새론은 세심한 관찰력과 표현으로 이 캐릭터들에 한 데 묶을 수 없게 만들었다. “친구가 평범한 드레스를 받고 울더라. 그래서 그냥 내 예쁜 드레스랑 바꿔줬다. 연기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입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든지 내가 하는 거에 따라서 빛나 보일 수 있다”며 눈을 반짝이던 10대 소녀는 그렇게 자신의 바람대로, 목표대로 성장해 나갔다. ◇하드코어 2막, 음주 운전→셀프 열애설하지만 아역 배우 프레임을 벗고 성인 연기자로 출발한 지 오래지 않아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김새론은 지난 2022년 5월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운전 중 가드레일 등 구조물을 들이받았다. 당시 김새론은 음주 상태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김새론을 향한 믿음과 애정만큼 대중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김새론은 연기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공개를 앞뒀던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는 대부분 편집됐고, 캐스팅이 확정됐던 드라마 ‘트롤리’에서는 하차했다.이후 김새론은 이상하리만치 논란을 자처했다. 자숙 기간 중 술 파티를 펼치려던 정황이 포착되는가 하면, SNS에 김수현과 찍은 사진을 게재, 셀프 열애설을 만들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이슈에 대중은 자숙의 진정성을 의심했고, 김새론은 그렇게 성공한 아역 배우에서 문제아로 전락했다. 논란에 논란이 더해지면서 그의 본업 복귀는 더욱 멀어졌다. 김새론은 지난해 연극 ‘동치미’ 출연을 확정했다. 하지만 출연 고지 하루 만에 돌연 하차 소식을 전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였지만, 하차 요구가 빗발친 상황이었다. 당시 극단 배우들과 MT를 다녀올 정도로 작품에 열의가 넘쳤던 김새론은 다시 한번 꿈을 접었다.하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김새론은 꾸준히 복귀 의사를 내비치며 문을 두드렸고, 음악영화 ‘기타맨’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기존 출연작들과는 결이 달랐지만, 그렇기 때문에 배우로서 가치를 증명할 장이 될 수 있었다. 개인의 문제를 차치한, 배우 김새론은 현장에서 누구보다 밝고 열정적인 프로였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기타맨’의 제작자이자 상대 배우로 출연한 이선정 성원제약 대표는 “미팅 때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일어서보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하게 됐다”며 “연기 열정이 컸던, 연기할 때를 가장 즐거워했던 배우였다. 감정 조절이 힘든 상황에서도 언제나 컨트롤을 잘했다. 보고 있으면 늘 ‘연기자는 연기자’란 생각이 들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한편 김새론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9일이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 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5.02.17 15:09
영화

김새론이 11년 전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다시 읽다..세컨드 찬스에 대하여 [전형화의 직필]

“어떤 해명을 해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을 것.”김새론이 한국 나이로 15살이던 2014년 2월에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입니다. “악플러들은 벼랑 끝으로 키보드를 두들기고 몰아세우고 공격하고 끝을 봐야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는 글을 올렸더랬죠.당시 인터넷 사이트에 누군가 김새론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그가 술담배를 한다고 음해한 데 대해 해명한 것이었습니다. 김새론은 “내가 그동안 바르게 살아왔다면 믿는 사람들은 믿어줄 것이고 날 몰라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들은 좋은 말이든 진실이든 들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그리고 11년이 흘렀습니다. 김새론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새론은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향년이 25세에 불과합니다. 김새론이 2009년 데뷔작인 영화 ‘여행자’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때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김새론은, 기사에 만 나이로 쓰던 시절이라 만으로 8살, 한국 나이로 9살에 칸에 초청받아 역대 한국배우 최연소 초청기록을 세웠습니다. 9살의 어린 김새론이 칸에서 웃는 모습을 사진으로 받아본 기억이 선합니다. 5년 뒤 ‘도희야’로 칸에 초청받았을 때, 현지에서 김새론을 만났습니다. 김새론은 ‘도희야’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 현지에서 영화를 보지는 못했고, 상영이 끝난 뒤 관객에게 인사하기 위해 극장에 들어왔습니다. 폭포 같이 박수가 쏟아지자 15살 소녀는 그만 펑펑 울었습니다.‘도희야’는 어느 외딴 시골에 의붓아버지 폭력에 시달리는 한 소녀가 개인 성향 때문에 그 마을로 전출온 파출소 소장을 의지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배두나와 김새론, 송새벽이 출연했습니다. 김새론은 의붓아버지에게 늘 맞고 사는 도희 역할을 맡았습니다.‘도희야’를 칸에서 보면서 울었습니다. 슬프진 않았습니다. 감동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자식을 죽도록 때리는 아버지의 폭력,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폭력,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 마지막 파출소장인 배두나와 아버지에게 맞고 사는 김새론의 장면에서 그만 눈물이 흘렀습니다.당시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영화 속 김새론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 같았습니다. 영화 속 선택처럼 비겁한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듯도 싶었습니다. 그해는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해였습니다. 한국영화가 칸에 많이 초청됐지만 조심스런 마음에 일부 배우들이 참석을 안 했거나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더랬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자고 다짐했습니다. 그해 ‘도희야’를 본 많은 한국 사람들은, 도희를, 김새론을 지켜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11년이 흘렀습니다. 세상이 갈수록 뒤로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김새론이 11년 전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요즘에 올렸다고 해도 무엇이 크게 다를까 싶습니다. 아니 요즘이 훨씬 더 폭력적인 것 같습니다. 정의봉을 들고 두들겨 패다가 다음 먹이를 찾는 행태가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세월호 이후 강산이 한 번 바뀌었지만, 세상은 더 잔혹해진 것 같습니다. 세컨드 찬스, 두 번째 기회를 생각해 봅니다. 음주운전, 도박, 마약 등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에 대한 질타는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만큼 연예인들은 사회적 영향력이 크니깐요.하지만 진심으로 사과하고 깊게 반성하고 자숙한 연예인들에게 절대 두 번째 기회를 줘서는 안되는 것일까,를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예인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줘선 안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연예인 뿐 아니라 비연예인에게도 같이 적용되기 마련입니다. 사회적으로 두 번째 기회에 더욱 야박해져도 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연예인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지면 되지 않냐는 의견들도 있지만, 연예인에게 연예인은 직업이자 정체성입니다. 또한 내 눈에 띄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방식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건 다들 공감하실 터입니다. 물론 민감한 문제입니다. 피해자가 있을 경우, 피해자가 용서를 하지 않았을 경우, 더더욱 어려운 일이죠. 그럼에도 이제 두 번째 기회를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약을 하다가 감옥에도 다녀왔습니다. 그의 필모그래피가 꽃을 피운 건 감옥을 다녀온 뒤부터입니다. 할리우드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면 우리에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김새론의 명복을 비는 많은 분들이, 이 참에 두 번째 기회도 한번쯤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5.02.17 11:03
해외연예

오스카 최초 트랜스젠더 주연상 나오나…‘에밀리아 페레즈’, 아카데미 최다 후보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트랜스젠더 미국 아카데미상 역사상 처음으로 주연상 후보가 됐다.23일(현지시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발표한 제97회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 명단에 따르면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의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다.가스콘은 ‘위키드’ 신시아 에리보, ‘아노라’ 마이키 매디슨, ‘서브스턴스’ 데미 무어. ‘아엠 스틸 히어’ 페르난다 토히스와 함께 오스카 트로피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에밀리아 페레즈’는 프랑스 거장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만든 넷플릭스 영화다.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수장이 수사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여자로 다시 태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가스콘은 성전환 수술을 하는 멕시코 갱단 두목 델 몬테를 연기했다.가스콘은 실제 트랜스젠더다. 트랜스젠더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지난 1972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남자로 태어난 가스콘은 2018년 성전환 수술을 했다. 이후 여성으로 살고 있는 가스콘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에밀리아 페레즈’로 셀레나 고메즈, 조 샐다나 등과 여자배우상을 공동 수상했다. 칸영화제 최초의 트랜스젠더 배우 수상이었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후보작에 올랐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 외국어영화상, 촬영상 각색상 등 총 13개(12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외국어로 만들어진 영화로는 역대 최다다. 이번 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2일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LA에서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대형 산불과 수많은 피해자를 고려해 행사는 조촐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1.24 18:17
영화

소지섭 또 해냈다…취향 타는 ‘서브스턴스’ 역주행이 값진 이유 [IS포커스]

소지섭이 투자자인 인디영화 수입사 찬란이 선보인 영화 ‘서브스턴스’의 심상치 않은 역주행 흐름에 국내 영화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지난달 11일 개봉한 ‘서브스턴스’는 나, 그리고 더 나은 버전의 나와의 지독한 대결을 그린 블러디 스릴러로, 2024년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이다. 주인공을 맡은 데미 무어가 전라 노출까지 감행하며 연기 투혼을 펼쳐 호평받았다. 그 덕에 데미 무어는 지난 6일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연기 인생 45년 만에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22일 영진위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브스턴스’는 누적 26만 관객을 돌파, 개봉 6주 차임에도 전체 박스오피스 3위에 등극했다. 데미 무어의 “어느 날 미친 대본을 발견했고 그게 ‘서브스턴스’였다. 이런 여자를 연기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라는 골든글로브 수상 소감 영상이 SNS에서 반향을 일으키며 국내에서도 박스오피스 순위가 역주행하기 시작했다.이는 작품이 가진 ‘취향 장벽’을 넘어선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서브스턴스’는 신체를 기괴하게 훼손·변형하는 ‘바디 호러’ 장르라 여성관객들에겐 진입장벽이 있다고 여겨졌다. 실제 젊은 여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수상한 약을 맞은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점점 끔찍한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잔혹하게 묘사하며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까지 받았던 터다. 그런데 오히려 2030여성 관객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역주행의 가장 큰 비결은 외모지상주의와 노화를 혐오하는 에이지즘에 저항하는 작품의 메시지로 꼽힌다. 극중 엘리자베스가 약속 시간에 쫓기면서도 빨간 립스틱을 바르며 예뻐 보이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엔 거칠게 닦아내는 장면 등은 여자라면 공감할 수 있는 장면으로 ‘밈’이 되기도 했다. 코미디언 강유미가 패러디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44만 회 이상 재생됐다. 양경미 영화 평론가는 “젊고 멋지게 살고 싶은 건 남녀 마찬가지지만, 여성이 보다 나이듦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게 현실이다. ‘본질’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내면에 충실 하자는 주제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라며 “또 웬만한 호러에 적응한 젊은 관객도 신선하게 느낄 ‘마라맛’ 영상과 ‘샤이닝’, ‘블랙스완’ 등 명작을 오마주 한 장면 등 분석 거리가 많은 점도 입소문 요소가 됐다”라고 분석했다.‘서브스턴스’가 역주행하면서 관객들의 달라진 눈높이도 확인됐다. 양 평론가는 “최근 관객들은 시각적 볼거리뿐 아니라, 메시지, 영화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찾아낼 수 있는 장면 등에 반응한다. 복합적 만족을 줄 수 있는 작품이 흥행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이 같은 역주행으로 한때 171개로 축소됐던 ‘서브스턴스’의 스크린 수는 300여 개로 증가했다. 지난 주말(1월 3주차)에는 3만 1302명이 관람해 전주 대비 76.8%의 관객 증가율을 보였다. 흥행 뒷심을 보이면서 수입사 찬란과 투자자로 참여한 소지섭의 안목이 다시금 영화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소지섭은 소속사 51K와 찬란 대표의 인연을 통해 지난 2014년 ‘필로미나의 기적’을 시작으로, ‘미드소마’, ‘유전’,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등 국내에서 쉬이 접하기 힘든 독립영화 약 30편 이상을 수입하는 데 투자해 왔다. 소지섭의 이런 투자 행보에 대해 영화 마니아들은 그가 국내 스크린 다양성에 기여한다며 ‘대지섭’이라는 찬사까지 하고 있다. 생경한 작품이 많은 탓에 100만 관객을 넘기기는 쉽지 않지만 지난해 ‘존 오브 인터레스트’와 ‘악마와의 토크쇼’는 국내에서 각각 20만 명, 10만 명이 감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소지섭의 소신도 재조명되고 있다. 2022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소지섭은 “사실 비용이 많이 든다. 투자수익은 거의 마이너스다”라면서도 “좋은 영화가 많아 소개하고 싶어서 한다. ‘덕분에 좋은 영화 봤다’는 이야기가 가장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최근에는 연달아 관객들의 눈에 띄는 작품을 배출했던 터라 소지섭이 투자수익이 회복세를 탔을지도 궁금증이 모인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순 없으나 ‘서브스턴스’는 판권 구입과 홍보에 들인 비용이 높아 걱정했던 것에 비해 역주행에 성공하며 소지섭에게도 희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한다는 수입사 관계자의 전언이다.찬란 측은 “‘서브스턴스’는 이야기가 명확하며 뛰어난 연기와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렇게 재밌는 영화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 수입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평소 수입에 있어 완성도를 우선으로 고려하되, 관객을 극장으로 모을 수 있는 홍보 포인트가 있는지도 살핀다. 앞으로도 보석 같은 영화를 발견해서 소개고자 한다”고 말했다. 찬란은 올해도 작품 10여 편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1.23 06:05
영화

‘컬트의 제왕’ 데이빗 린치 감독, 78세로 타계 [종합]

‘컬트의 제왕’ 데이빗 린치 감독이 향년 78세로 별세했다.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그의 가족들은 페이스북에 성명을 내고 린치 감독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유족은 “저희가 이 시간을 조용히 보낼 수 있게 배려해주면 감사하겠다. 이제 그가 더 이상 세상에 없어 커다란 공허함을 느낀다. 린치 감독이 생전 자주 했던 말처럼 ‘도넛의 구멍이 아니라 도넛 자체를 봐달라’”며 “오늘은 황금빛 햇살과 파란 하늘로 가득 찬 아름다운 날”이라고 말했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앞서 린치 감독은 오랜 기간 이어진 흡연으로 2020년 만성 폐질환인 폐기종 진단을 받았고, 이후 건강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사상 가장 독창적인 감독 중 하나로 평가받는 린치 감독은 전통적인 영화 문법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초현실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로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그는 첫 장편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1977)를 시작으로 ‘엘리펀트 맨’(1980), ‘블루 벨벳’(1986), ‘로스트 하이웨이’(1997),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인랜드 엠파이어’(2006) 등 특유의 상상력을 담은 걸작을 탄생시키며 ‘린치적’(Lynchian)이란 표현을 만들어냈다.특히 1990년 내놓은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광란의 사랑’으로는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멀홀랜드 드라이브’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나오미 왓츠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그간 3번의 감독상 노미네이트 등 오스카상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린치 감독은 2019년 아카데미 명예상을 받기도 했다.국내에서는 ABC TV 시리즈 ‘트윈 픽스’(1990~1991) 연출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 수상작인 ‘트윈 픽스’는 1992년 극장판으로도 개봉했으며, 2017년 ‘트윈 픽스 리턴’이란 이름으로 시즌3을 공개했다. 린치 감독의 마지막 작품은 2020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 영화 ‘잭은 무슨 짓을 했는가?’로, 각본, 연출, 주연을 맡았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1.17 08:55
영화

[단독] 정해인 “‘베테랑2’로 사람 얻어…내 인생 100점은 아직” [송년인터뷰]

“아무래도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웃음)”배우 정해인은 2024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정해인은 최근 서울 성동구 FNC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보낸 거 같다. 그래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한 한 해였다”며 환하게 웃었다.정해인은 2024년을 가장 뜨겁게 보낸 배우다. 특별출연한 영화 ‘서울의 봄’은 새해를 맞이하자마자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8월 방영된 tvN 드라마 ‘엄마 친구 아들’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이어 9월 선보인 영화 ‘베테랑2’는 752만명의 관객을 동원, 추석 극장가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정해인 주연 영화 중에서도 최고 스코어다.“‘베테랑2’로 제 필모그래피 흥행작을 경신한 거니까 제 딴에는 더 유의미한 거 같아요. 어쨌든 ‘베테랑2’는 대중 영화이고 전 대중 예술을 하는 배우잖아요. 많은 분이 봐주셔서, 저라는 배우를 많이 소비해 주셔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크죠.”‘베테랑2’의 흥행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정해인의 ‘열혈 홍보’ 덕도 컸다. 정해인은 무려 330회차 이상의 무대인사에 참석하며 ‘베테랑2’ 흥행세에 불을 붙였다. 그는 “주변에서 혹시 계약돼 있냐고들 묻더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주연 배우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자 이 작품을 애정하는 마음인 거 같아요. 가장 뻔한 답이지만 찾아주는 분들이 계셔서 가능한 거였고요. 또 (관객) 상승 작용을 보니까 더 가열차게 하게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체력적으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관객들을 보면서 너무 큰 힐링을 받았죠.” 지금이야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이지만, 사실 정해인은 ‘베테랑2’ 합류 당시부터 개봉 직후까지도 적잖은 부담감에 시달렸다. 전편인 ‘베테랑’은 1341만명을 돌파한 흥행작이었고,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는 여전히 회자되는 조태오(유아인)를 잇는 빌런이었다. 그러니까 정해인의 말마따나 ‘베테랑2’는 “잘해야 본전”인 작품이었다.“행운과 동시에 부담감이 왔죠. 영화가 잘 안되면 ‘쟤 때문’이란 말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여러 경우의 수가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 컸죠. 근데 이 부담을 계속 느낀다고 해결되는 것도 없으니까 그냥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촬영장 가면 그때그때 순간에 최선을 다했죠. 지금은 오히려 그 부담감을 안고 함께 잘 해냈다는 점에서 성취감이 커요.”버티고 이겨낸 결과는 값졌다. ‘정약용 후손’이란 타이틀 때문인지, 특유의 바른 성품 때문인지 데뷔 후 그는 줄곧 반듯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도맡아 왔다. 하지만 ‘베테랑2’로 생애 첫 악역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내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고 그를 바라보는 업계와 대중의 시선도 달려졌다. “아무래도 스릴러, 범죄물 등이 전보다 많이 들어와요. 저의 그런 모습을 더 보고 싶은가 봐요.(웃음) ‘베테랑2’에서도 나쁜 놈이었지만 그런 부분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캐릭터는 아니었잖아요. 좀 아리송한 느낌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아주 나쁜, 대놓고 못된 캐릭터도 들어오더라고요.”본인도 이런 캐릭터에 흥미가 있느냐고 묻자 “전 모든 배역에 흥미가 있다”고 답했다. 정해인은 “제가 하고 싶은 연기는 제한이 없다. 제가 뭘 얼마큼 할 수 있을지 저 역시 궁금하다. 해보지 못한 게 많다”며 “데뷔 11년 차에 이제 빌런 하나 더 보여드렸다.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미소 지었다.물론 정해인이 ‘베테랑2’로 얻은 게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만은 아니다. 정해인은 이 영화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을 얻었다. 여기서 사람이라 함은 류승완 감독, 황정민을 비롯한 ‘베테랑2’ 팀부터 영화를 봐준 관객 모두를 의미한다. 정해인은 이들을 얻은 게 가장 값진 성취라고 했다. “‘베테랑’이 개봉했을 때만 해도 전 신인도 아니었어요. 배우란 꿈을 키워 나갈 때 본 영화를 만들고 출연하셨던 분들과 함께 작품하고 안부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됐다는 게 너무 신기할 뿐이죠. 무엇보다 ‘정해인이 이런 모습도 있네?’라고 알아봐 주신 분들이 생겼다는 점이 뜻깊어요.” ‘베테랑2’를 떠나보낸 정해인은 요즘 팬미팅 투어에 한창이다. 지난 11월 2일 태국 방콕을 시작으로 대만 타이베이, 대한민국 서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필리핀 마닐라 등에서 팬들을 만난 그는 내달 멕시코 멕시코 시티, 브라질 상파울루와 산티아고에서 팬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남미 지역에서 팬들을 만나는 건 처음이다.“무대에 서서 팬들과 시선을 주고받다 보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되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져요. 저를 더 앞으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죠. 전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는 이런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팬분들께 좋은 에너지를 많이 드리고 싶어요. 어떤 관계든 쌍방이어야 건강할 수 있으니까요.”팬미팅을 마무리한 후 정해인은 다시 작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는 “재밌게 보고 있는 작품이 몇 개 있는데 아직 결정된 건 없다.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또 대중이 원하는 것 사이에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교집합에 있는 작품을 찾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귀띔했다.유난히 많은 성과를 냈던 2024년을 놓고는 “80점 이상, ‘우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올해는 너무 만족스러워요. 좋은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도 받았고 어머니 모시고 (‘베테랑2’로) 칸국제영화제도 다녀왔죠. 연말에 기분 좋은 상도 받았고요. 그럼에도 80점을 주는 건 제 인생에 90점, 100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기 때문이죠.”올해를 시작하며 “무탈하자”를 목표로 세웠다는 정해인은 2025년 목표를 “몸과 마음이 크게 다치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작품 스코어, 성취와 관련된 목표는 없느냐는 우문에는 “그런 목표나 바람을 세운 적은 없다. 누구도 매번 홈런을 칠 수는 없다”며 “나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랑받지 못했던 작품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그다음 중요한 건 후회 없이 터는 것”이란 현답을 내놨다.“그래도 물 들어올 때 부지런히 노를 한 번 저어보겠다”고 장난스레 덧붙인 정해인은 ‘잘 나이 든’ 배우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란 각오를 덧붙였다. 단순 필모그래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물론,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도 잘 만들어가고 싶다.“연기에는 살아온 세월이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사람 주름만 봐도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인다고 하잖아요. 선과 악은 주관적이고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옳은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굉장히 중요한 거죠. 그렇게 열심히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완벽한 중년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이 들어감에 있어서 그때그때 맞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면서요.”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2.31 06:00
연예일반

두 차례 개봉 연기에도 끄떡없다…봉준호 ‘미키 17’, 워너브라더스도 흡족

개봉 연기로 각종 ‘설’에 휩싸였던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 대한 내부 평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의 만족감이 크다는 얘기가 돌면서 영화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14일 영화계에 따르면 워너브라더스는 최근 북미에서 영화 관계자 및 내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영화 ‘미키 17’의 비공개 시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중순 이뤄진 소규모 테스트 시사와는 또 다른 형태로, 봉 감독이 지난해 11월에 끝낸 편집본이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에 “시사에 참여한 이들의 반응이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한다. 워너브라더스 본사 측의 만족도 역시 컸다”고 귀띔했다.‘미키 17’ 개봉을 2025년 4월 18일로 최종 변경한 데에도 이같은 반응이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앞서 지난 7일 워너브라더스는 ‘미키 17’ 개봉일을 기존 2025년 1월 31일(이하 북미 기준)에서 4월 18일로 재변경했다고 고지했다.당초 해당 일자를 선점한 앙투안 푸쿠아 감독의 ‘마이클’이 개봉을 같은 해 10월로 미루면서 워너브라더스가 급히 일정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기는 부활절(2025년 4월 20일) 시즌으로, 북미 극장가 성수기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개봉을 4월로 미루며 ‘미키 17’은 IMAX관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실제 워너브러더스 대변인은 “해당 날짜를 확보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미키 17’의 새로운 개봉 날짜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고 이 작품을 IMAX 특수관으로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이로써 ‘미키 17’의 뜬소문, 예컨대 워너브라더스의 버리는 카드라거나 봉 감독과 워너브라더스 간 갈등 심화와 같은 낭설도 완전히 종식됐다.‘미키 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이 원작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미키 18’이 예기치 않게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봉 감독이 ‘기생충’(2019)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등을 휩쓴 후 내놓는 첫 작품으로,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출연진에 대거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개봉일이 올해 3월 29일로 첫 고지된 후에는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칸국제영화제 공개를 염두에 뒀다는 소문이 함께 돈 까닭이다. 하지만 할리우드 파업 여파 등이 맞물리면서 ‘미키 17’의 개봉은 2025년 1월 31일로 미뤄졌고, 관객의 기대감은 순식간에 실망감으로 바뀌었다.여기에 기름을 부은 건 현지 매체들의 후속 보도였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내부 정보통의 말을 인용, ‘미키 17’ 개봉 연기의 진짜 이유가 “워너브라더스가 봉 감독이 만든 영화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워너브라더스) 경영진이 영화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또 다른 매체에서는 ‘미키 17’이 봉 감독과 워너브라더스 간 의견 충돌로 개봉을 연기했다며 “워너브라더스가 봉 감독에게 조금 더 대중적인 버전으로 최종본을 편집하길 요구했지만 봉 감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설을 퍼뜨렸다.소문이 일파만파 커지자 봉 감독이 집적 해명에 나섰다. 봉 감독은 지난 4월과 6월 타 영화 GV에 참석해 ‘미키 17’ 후반작업이 지난해 11월 끝났다고 알렸다. 이어 해당 기사들이 잘못된 정보라고 짚으며 “‘미키 17’은 애초부터 디렉터스 파이널 컷으로 계약했고 제 편집본으로 마무리됐다. (워너브라더스와) 상호 존중 하에 영화가 잘 끝났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자신했다.사실 ‘미키 17’은 내부 반응과 별개로, 지난해 비공개 테스트 시사에서 이미 관객 호평을 얻었다. 당시 해외 영화 커뮤니티 및 SNS에는 “재밌으면서도 교묘하게 정치적이다”, “날카롭고 스릴 넘친다”, “로버트 패티틴슨의 트윈 연기가 놀랍다” 등 ‘미키 17’에 대한 좋은 평가가 돌았으며, 현지 매체들도 이러한 반응을 전한 바 있다.이 가운데 최근 시사회에서 워너브라더스의 반응 역시 긍정적으로 전환됐다고 전해진 만큼 관객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완결성이 있는 SF 소설을 봉준호 감독만의 시선으로 어떻게 풀지, 어떤 식으로 존재론적 성찰과 연결해 주제를 전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또 봉 감독은 철학적인 주제를 재밌게, 대중적으로 표현하는 감독으로 그 부분 역시도 기대된다”며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 만큼 모두의 궁금증과 기대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1.14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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