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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를 죽여야 해"...싸움닭 변신 예고한 순둥이 김진욱 [IS 피플]

롯데 자이언츠 왼손 투수 김진욱(23)은 2024 정규시즌 이닝당 투구 수 19.3개를 기록했다. KBO리그 선발 투수 평균(17.1개)보다 2.2개 많았다. 김진욱도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반대 계열(오프 스피드·직구와 구속 차이가 큰 구종) 공이 적다 보니 타자와의 승부에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선발 투수로서 긴 이닝을 막아줘야 하는 데 투구 수가 많았다"라고 인정했다. 김진욱의 주 무기는 2024 정규시즌 기준 구사율 37.3%를 기록한 슬라이더다. 오프 스피드 구종은 커브뿐이다. 프로 데뷔 뒤 체인지업 연마를 위해 노력했지만, 실전에서는 좀처럼 쓰지 못했다. 2025시즌 김진욱은 더 공격적인 투구로 승부 레퍼토리가 적은 단점을 극복하려 한다. 팀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와의 대화를 통해 마운드 위에서 '싸움닭' 기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졌다. 김진욱은 "평소 반즈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 자신은 항상 타자를 죽이겠다는 마인드셋(Mindset·마음가짐)을 하고 마운드에 올라간다며 '너도 무르게 하지 말고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자세로 승부하길 바란다'며 받은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김진욱은 자신의 성향이 호전적이라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바꾸려 한다. 그는 "팀에선 (마무리 투수인) 김원중 선배가 그렇게 전투적인 성향으로 투구를 하는 것 같더라. 나는 아직 그런 게 서툴러서 조언도 많이 구하고 있다. 원래 내 성향이 그렇지 않더라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상대 타자가 나를 얕보지 않게, 의식적으로라도 승부욕을 드러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김진욱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유망주다. 강릉고 2학년이었던 2019년 '고교 최동원상'을 받을 만큼 빼어난 자질을 보여줬고, 2021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롯데 지명을 받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프로 데뷔 3년(2021~2024) 연속 6점대 평균자책점에 그쳤다. 김진욱은 지난 시즌(2024) 성장 발판을 만들었다. 5월 중순 대체 투수로 선발진에 합류해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데뷔 뒤 가장 많은 18경기에 선발로 나서 4승(3패)을 거뒀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2025시즌 그를 4선발로 쓸 계획이다. 김진욱은 원래 지난해 12월부터 군 복무를 할 예정이었다. 실제로 상무 야구단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입대 직전 왼쪽 팔꿈치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복무를 미루는 결정을 내렸다. 김진욱은 더 단단한 마음가짐을 갖추고 당면한 현실을 마주할 생각이다. 2025시즌 선발 투수로서 한 단계 올라서,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금메달 획득에 기여한다면, 병역 특례를 받을 수도 있다. 김진욱은 "내 미래가 달린 군 문제이기 때문에 고민이 컸다. 이제 결단을 내렸으니 후회하지 않겠다. 내년 열리는 AG 출전을 노려보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동안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긴 게 사실이다. 이제 조금 무뎌졌다. 2025시즌 1차 목표는 규정이닝을 채우는 것이다. 앞서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감독님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5.02.0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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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까지 던지고파" 쿠동원으로 돌아온 쿠에바스, 각오도 '쿠동원' 다웠다 [WC1 스타]

"한국시리즈(KS)까지 던지고 싶다."KT 위즈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돌아왔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쿠에바스는 다시 한번 KS 무대를 밟고 싶다. 쿠에바스는 지난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PS) 와일드카드(WC) 결정전 1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103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WC 결정전 1차전 최우수선수(MVP)는 단연 쿠에바스의 몫이었다. 반전이었다. 쿠에바스는 올 시즌 두산에 다소 약했다. 두산을 상대로 3경기에 나와 1승 2패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했다. 하지만 빅 게임 피처답게 PS에서는 달랐다. 평균 140km/h 의 컷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사용하며 두산 타자들을 무실점으로 돌려 세웠다. 이강철 KT 감독은 "2021년 타이 브레이커를 보는 듯했다"라고 극찬했다. 당시 쿠에바스는 나흘(2경기) 동안 217개의 공을 던지며 KT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1위 결정전에선 이틀 쉬고 등판해 7이닝 무실점 짠물 투구를 펼쳤다. KS 1차전에서도 7⅔이닝 8탈삼진 1실점으로 맹활약하며 통합 우승까지 견인했다. 가을만 다가오면 살아나는 쿠에바스가 올해도 변함없이 돌아왔다. 경기 후 만난 쿠에바스는 "감독님께서 좋은 말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너무 즐겁고 재밌는 기억이지만, 오늘은 예전 경기를 생각하지 않고 던지려고 했다. 그런 생각으로 던져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큰 경기에 강한 비결에 대해선 "정규시즌 경기라고 생각하고 던지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많은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최대한 차분하게 던지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6회를 마친 쿠에바스는 3루 더그아웃과 팬들을 보며 포효했다. 그는 "마지막 타자를 상대할 때 땅볼도 뜬공이 아닌 삼진을 너무 잡고 싶었다. 팀 동료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었다"며 "내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면서 일깨우고 싶었다. 항상 응원해주는 정말 사랑스러운 팬들에게 제스처를 보낸 것도 있다"라고 돌아봤다. 쿠에바스는 이제 더그아웃에서 팀 동료들을 응원할 예정이다. 그는 "(등판할 수 없기에) 내가 (그라운드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더그아웃 치어리더로서 선수들을 응원할 것이다"며 "어제(5위 결정전)도 너무 신나고 재밌었다. 방방 뛰면서 선수들 때릴 정도로 정말 좋다. 내일도 그렇게 응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쿠에바스의 별명은 '쿠동원'이다. 故 최동원 선수가 1984년 KS에서 4경기에 등판해 모두 승리를 이끌어낸 것처럼, 가을야구에서 쿠에바스가 좋은 활약을 펼쳐준 덕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 그의 각오도 '최동원'을 닮았다. "KS 끝날 때까지 최대한 많이 던지고 싶다"는 쿠에바스는 "경기 수를 생각하지 않고, 승리한다면 몇 경기 나가는 건 신경쓰지않고 던질 수 있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4.10.0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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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10번째 시즌 앞둔 박세웅 "살도 찌고...경험도 많이 했죠"

2014년 3월,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 박세웅(29·롯데 자이언츠)에겐 고민 하나가 있었다. 바로 운동선수치고는 너무 마른 체형. 키(1m82㎝) 대비 체중(75㎏)이 부족했다. 당시 박세웅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다. 더 힘이 실린 공을 던져야 하는 내게 증량은 큰 숙제"라고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박세웅은 체중 85~87㎏를 유지하고 있다. 몸집도 데뷔 초보다 상당히 커졌다. 이제 체중 관리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신인 시절에 비해 가장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체형이다. 그때는 빼빼 말랐지만, 이제는 살이 좀 붙었다"라며 웃었다. 농담 섞인 진담이었다. 박세웅은 2015년 염종석 당시 롯데 투수코치(현 동의과학대 감독)의 조언을 듣고 치킨과 탄산음료를 질리도록 먹었다.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도 병행했다. 2015시즌이 끝난 뒤 맞이한 겨울에만 6㎏를 늘려 80㎏를 만들었다. 현재 체중은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질까지 바꿀 만큼 노력한 결과다. 2014년 1차 지명으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던 박세웅은 '특급 유망주'다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2015년 5월 롯데로 이적한 뒤 선발 투수로 안착했고, 고(故) 최동원과 염종석의 뒤를 잇는 자이언츠의 '안경 에이스'로 성장했다. 2017 정규시즌에는 12승을 거두며 롯데의 포스트시즌(PS) 진출에 기여했다. 롯데는 2022년 10월 구단 최초로 박세웅에게 비(非) 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5년·90억원)을 안겼다. 박세웅은 어느덧 1군 데뷔 10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그는 "팀에서도 중간 서열이 됐다. '벌써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났나'라는 생각에 놀라기도 한다. 신인 시절 그렸던 내 모습과 조금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잘 버텨낸 것 같다"라고 했다. 박세웅이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2015·2016시즌 연속으로 두 자릿수 패전을 기록했고, 2018년 스프링캠프에서 생긴 팔꿈치 부상 탓에 시즌 초반 결장한 뒤 그해 11월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기도 했다. 2020시즌 풀타임을 소화하며 재기한 박세웅은 이후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지난해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선발되며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인정받았다. 지난 9시즌(2015~2023)을 돌아본 박세웅은 "부상이나 부진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얻은 게 더 많다. 선발 투수 임무를 해내며 쌓은 모든 경험이 의미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박세웅은 지난해 10월 출전한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을 이끌며 병역 혜택을 받았다. 미필 상태로 롯데와 다년 계약을 했던 그는 이제 공백기 없이 소속팀에 기여할 수 있다. 박세웅에게 "제2의 야구 인생이 시작된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 박세웅은 "좋은 일도 있고,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매 시즌 새로운 경쟁을 맞이하기 때문에 특정 사건을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롯데는 김태형 감독님이 새로 부임하시며 새출발을 앞두고 있다. 나도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롯데팬의 성원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 목표는 시즌 완주다. 2016시즌 전반기 6승을 거두고, 후반기엔 1승에 그쳤던 박세웅은 기록에 연연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는 "솔직히 목표를 세우고 좇으면 (기록을) 의식하게 되더라. 이제 나도 애버리지(평균 기록)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이탈하지 않고 풀타임으로 선발 투수 임무를 소화한다면, 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세웅은 2023시즌 1승 더 채우지 못해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달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154이닝을 막아내며 3시즌 연속 150이닝을 돌파했다. 최근 3시즌 평균 158이닝, 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1.3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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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 '이도류' 전미르 "최동원 선배님이요? 야구하는 사람이 모르면 기본 안 된 거죠"

"세대는 달라도 야구하는 사람이 최동원 선배님을 모르면 기본이 안 되어있는 거다."전미르(18·경북고)의 지명 소감은 빈말이 아니었다. 롯데 자이언츠 대선배를 향한 존경심이 깊이 녹아 있었다.전미르는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전미르는 올해 고교야구 최고 스타 중 한 명이다. 투수로 14경기 5승 1패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하는 한편 타자로도 27경기 타율 0.346 3홈런 32타점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 1.032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경북고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선수 스스로 투타겸업 의지를 드러내면서 한 차례 더 화제를 모았다.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은 그를 지명하면서 "투수, 타격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뛰어난 운동 신경을 갖고 있다"며 "무엇보다 경기에서 지지 않으려는 높은 승리욕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설명했다.전미르는 "롯데 레전드 투수 최동원 선배님이 계셨던 롯데 자이언츠에서 뽑아주셔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최동원 선배님의 반이라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2005년생인 전미르는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의 선수 시절을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다. 최 전 감독이 세상을 떠난 2011년 그는 6살에 불과했다.롯데에 가게 되어 꺼낸 빈말은 아니었을까. 지명 후 취재진과 만난 전미르는 단호하게 "세대는 달라도 야구하는 사람이 최동원 선배님을 모르면 기본이 안 되어있는 것"이라며 존경의 뜻을 강하게 드러냈다.한편 가장 관심사를 모으는 투타겸업에 대해서는 "구단이 필요한 대로, 지시해주시는 대로 하겠다"며 "(기회를 준다면) 두 개 다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음은 전미르와의 일문일답.-이도류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이도류 생각보다도 이렇게 빠른 순번에 뽑히게 돼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상위 순번에 뽑힐 거라는 예상에) 어느 정도 준비는 하고 있었다."-롯데에 지명된 소감은."팬분들께서 열성적이신 걸로 유명하다. 그 속에서 이렇게 야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설렌다. 내년에는 (내가 활약해서) 더 열성적으로 응원하실 수 있게 해드리겠다."-최동원 전 감독님을 언급하셨다. 세대가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세대는 달라도 야구하는 사람이 최동원 선배님을 모르면 기본이 안 돼 있는 거다. 야구도 야구지만, 외적인 부분에서 많이 본받고 싶다. 존경하고, 좋아한다. 인성도 좋으셨고, 자기 생각을 하기보다는 팀 생각을 우선했다. 그런 부분에서 많이 본받고 싶다."-롯데에 친한 선수는 있을지."(경북고 선배인) 진승현 형이 있다. 방금 전까지도 연락을 했다. 승현이 형과는 초, 중, 고를 다 같이 나와 많이 친하다. 굉장히 유머와 재치가 있는 선배였다. 야구도 잘 했고, 할 땐 하고 놀 땐 노는 형이었다."-1군에서 던지는 진승현을 보면서 든 생각은."저 형이 벌써 저기(1군 마운드)에서 던지는구나 싶었다. 좀 멋있었다."-1년 차 전미르를 앞둔 각오는 어떤지."많이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최대한 선배님들께 많이 물어보고, 배울 점을 빨리 배워서 1군에서 빨리 뛰어보고 싶다."-배우고 싶은 선배는."박세웅 선배님이시다. 선발 투수이시니까 투구 수 관리, 타자와 상대할 때 하는 생각을 묻고 싶다. 또 경북고 선배님이시지 않나. 그냥 좀 많이 물어보고 싶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9.1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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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에필로그] 그 짜릿한 포구...레전드 포수의 워너비 투수는 선동열

본지는 6회에 걸쳐 ‘포수의 신(信)’ 시리즈를 연재했다. 프로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포수(조범현·김동수·박경완·진갑용·강민호·양의지)들을 차례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 포수가 공 배합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들이는지, 투수와 끈끈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갖는지, 어떤 고충이 있고 무엇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는지 두루 전할 수 있었다. 레전드 포수들 사이에도 투수를 리드하는 최우선 가치에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긴밀한 소통과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포수, 선·후배 관계를 떠나 포수가 주도해 이끄는 호흡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수 등. 물론 정답은 없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건 의외로 포구의 중요성이었다. 포수에겐 일상과도 같은 일, 포일(투수가 던진 공을 빠뜨리는 것)이라도 범하면 쏟아지는 질타를 받을 만큼 쉽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게 포구다. 포수들은 공을 ‘잘’ 받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미트 움직임으로 심판을 현혹하는 프레이밍(catcher framing)이나 도루 저지를 위한 빠른 송구 동작도 일단 공을 정확히 잡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투심 패스트볼(투심) 컷 패스트볼(커터) 등 무브먼트가 있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지면서, 포수의 고충은 더 늘었다고 한다. 강민호도 “3시즌(2010~2012) 동안 배터리를 이뤘던 라이언 사도스키의 투심 패스트볼은 잡을 때마다 (미트를 착용한) 왼손이 아팠다. 나중엔 엄지 보호대를 낄 정도였다”라고 돌아봤다. 이번 릴레이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기도 했다. 사도스키의 투심 구속은 140㎞/h 중반이었다. 더 안정감 있는 포구를 위해 체형을 바꾸는 노력까지 하는 게 포수였다.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은 코치 시절, 소속 포수들이 하반신 근력과 유연성을 모두 키울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지옥훈련’을 견딘 게 박경완 LG 트윈스 배터리 코치였다. 박 코치도 후배 포수들의 유연성 강화를 위해 혹독하게 이끌었다. 지도를 받은 김민식(SSG 랜더스)이 “매일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것 같았다”라고 돌아볼 정도였다. 포구는 포수에게 희열을 안기기도 한다. 빼어난 투수의 묵직한 공을 받았을 때 손끝에서 전해지는 짜릿한 느낌이 포수를 신나게 만든다는 얘기다. 김동수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소속팀에도 좋은 투수들이 많았지만, 한·일 슈퍼게임(1990년대 초반 열린 한·일 프로야구 올스타 정기전)에 나가면 리그 대표 투수들의 공을 받는 것만으로 행복했다”라고 전했다. 강민호도 “국가대표팀에서는 불펜에서 공을 받을 때도 즐거웠다. 특히 다른 소속팀 투수들은 ‘이런 공을 던지니까 내가 (타석에서) 못 쳤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며 웃어보였다. 레전드 포수들에게 배터리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투수를 전제로 “꼭 받아 보고 싶은 공”을 꼽아달라고 했다. 단연 ‘국보투수’로 불리는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진갑용 KIA 타이거즈 수석코치는 “내가 막 프로 무대에 들어왔을 땐 (선동열) 감독님이 일본 리그에서 뛰고 계셨다. ‘투수’ 선동열이 던지는 공은 못 받아봤다”라고 아쉬움을 전하며 “감독님 주 무기였던 슬라이더를 꼭 직접 받아 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강민호도 선동열 전 감독을 꼽았다. 그는 “과거 영상을 보면,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밑에서 위로 올라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공이 글러브로 빨려 들어올 때 기분은 받아보지 않은 이들에게 설명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양의지도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선동열 감독님이 던지는 모습을 보며 야구 선수 꿈을 키웠다. 한 번 꼭 받아 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1995년 열린 한·일 슈퍼게임에서 선동열 전 감독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박경완 코치는 “으레 하는 말 같지만, 내가 받아본 공 중 미트에서 전해지는 전율이 가장 강했던 게 선동열 감독님 직구였다. 돌덩이가 꽂히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김동수 위원은 ‘무쇠팔’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투수 코치를 언급했다. 신인 시절이었던 1990년,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었던 최 전 코치에게 홈런을 때려낸 기억을 돌아본 그는 "프로 입문 전부터 좋아했던 최동원 선배님의 전성기 직구와 커브를 받아보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은 자신이 공을 받아 보지 않은 투수와의 공을 갈망하지 않았다. 대신 중·고교 시절 가장 좋아했던 '1년 선배' 원민구 전 협성경복중학교 야구부 감독을 떠올렸다. 삼성 에이스 원태인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진 야구인이다. 조범현 전 감독은 "그 시절에 스스로 연구해서 커터를 던졌던 선배다. 본인은 슬라이더라고 하는데 정말 살짝 휘어들어갔다. 무엇보다 그토록 자신감이 넘치는 투수가 없었다. 포수로서 그런 느낌을 받은 투수는 이후 없었다. 내가 존경하던 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수는 육체노동자다. 4㎏에 가까운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 시간 내내 쪼그려 앉아 있는다. 공 배합을 두고 감독의 질타, 투수의 불신을 받기도 한다. 심판과 가장 가까이 있다 보니, 부정확한 볼-스트라이크 판정에도 좀처럼 목소리는 내지 못하는 게 포수다. 심지어 기본 임무인 포구마저 어렵다. 그러면서도 투수의 성장에 기뻐하고, 정답이 없다는 공 배합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무겁고 묵직한 공을 받고 희열을 느낀다. 인터뷰를 나눈 6명 모두 "포수가 된 걸 후회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DNA를 가진 이들. 이런 아이러니가 주는 매력이 포수 탐구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9.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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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 Z세대에게 '라떼' 한 잔을 권한다

일간스포츠가 2023년 신년 시리즈로 '타격은 어쩔티비(feat.김태균)'를 연재합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태균 해설위원이 연구한 야구, 특히 타격에 대한 이론·시각을 공유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타격의 재미, 나아가 야구의 깊이를 독자들이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솔직히 말하면 나는 잔소리 듣는 걸 싫어한다. 선수 시절 선배님이나 코치님, 감독님으로부터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훈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일간스포츠에 〈타격은 어쩔티비〉를 연재하는 이유는 ‘대화’하기 위해서다. 그 상대가 프로야구 선수일 수도 있고, 학생 선수일 수도 있겠다. 내 얘기가 사회인 야구 선수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 야구를 즐기는 팬에게 재미를 선물한다면 그 또한 영광일 것이다. 선수 은퇴 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다시 방망이를 잡을 기회가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상대 팀 20대 선수들이 나를 비롯한 은퇴 선수들에게 다가와 “선배님들 팬입니다”라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촬영은 훈훈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공기가 확 달라졌다. 몇 분 전까지 공손했던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가 이렇게 소리쳤다. “야, 못 쳐. 못 쳐. 그냥 가운데로 던져.” 타석에 서 있던 난 정말 깜짝 놀랐다. 아무리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라지만, 다 들리도록 대선배에게 야유를 퍼붓다니. 게다가 이건 진짜 승부가 아니라 친선경기인데. Z세대는 ‘라떼’와 다르다후배들이 잘못했다거나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눈치 보지 않고 승부에만,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그들이 인상적이었다.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이들)로 불리는 젊은이들은 ‘라떼’와 확실히 다르다. 선수 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예전에는 내가 타석에 서면 투수가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20대 선수들은 전혀 그렇지 않더라.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공을 던졌다. 물론 내가 Z세대 투수들을 상대한 시기는 전성기가 지난 30대 중반이었을 때다. ‘힘 빠진 4번 타자’였기에 젊은 투수들이 자신 있게 덤벼든 측면도 있을 거다. 그래도 요즘 젊은 선수들이 과거와 다른 건 틀림없다. 어디 요즘 세대만 그럴까? 내 또래들도 선배들로부터 “너희는 우리 때와 다르다”는 말을 들었다. 시대에 따라 세대도 변하기 마련이다. 야구도 함께 변한다. 그러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하는 잔소리는 거북하다. 물론 선배들의 경험은 정말 소중한 자산이다. 내 야구도 코치님과 감독님의 가르침 위에서 만들어졌다. 나아가 야구의 고전과도 같은 『타격의 과학(The Science of Hitting, 테드 윌리엄스)』 이나 『3할의 예술(The Art of Hitting .300, 찰리 로)』 같은 이론서도 내 타격의 뿌리가 됐다. 선배들의 지식과 지혜를 배우고 그들을 뛰어넘는 게 후배들의 몫이다. 그걸 해낸 이들이 지금 그라운드의 주인공이다. 때로는 더디고, 어쩌면 틀린 것 같아도 야구는 발전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활동한 시대가 다른 선수들을 비교하는 것에 난 동의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신체 조건은 계속 좋아지고 있고, 인프라도 개선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며, 어마어마한 빅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심지어 같은 선수라도 20대의 타격과 30대의 타격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아니, 달라야 한다. 타자는 매년 나이를 먹는다. 프로에서 살아남는다면 끊임없이 새로운 투수와 상대한다. 그러니 시대와 따라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물론 내 말의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투수들의 기량이 떨어졌다. 볼넷이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래도 야구는, 발전 중이다 볼넷 증가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진 않다. 예전 경기 영상을 보라. 최동원 선배, 선동열 선배 같은 위대한 투수는 구위뿐 아니라 커맨드도 뛰어났다. 그러나 그런 톱티어를 제외한 1980~90년대 투수들의 제구는 지금 선수들보다 낫다고 볼 수 없다. 내가 프로에 데뷔한 2001년만 해도 투수들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또는 체인지업)만 던졌다. 투 피치(two-pitch)로도 타자를 충분히 상대했다. 패스트볼 스피드도 시속 140㎞만 넘으면 거뜬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투 피치만으로 타자를 당해낼 수 없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었던 투수들이 한국 무대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국내 선수 중에도 시속 150㎞ 안팎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흔해졌다. 패스트볼도 포심만 던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투심 패스트볼이나 컷 패스트볼도 던질 줄 알아야 살아남는다. 두세 가지 이상의 변화구를 갖춘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투수들은 대부분의 공을 바깥쪽(아웃사이드 피칭)으로 던졌다. 몸쪽(인사이드 피치)으로 던지면 타자를 맞히거나 장타를 허용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실 그때는 투수가 아웃사이드 피칭만 잘해도 충분했다. 가끔 하나씩만 안쪽으로 공을 던져도 타자의 스윙 밸런스를 흔들 수 있었다. 투수들의 기량만 발전하는 건 아니다. 타자들의 파워와 기술도 꾸준히 향상됐다.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타자가 그걸 두려워하지 않으면 얻어맞는다. 그래서 투수들이 타자 몸쪽으로 더 많은 공을 던지는 것이다. 투수에게는 아웃사이드 피치보다 인사이드 피치가 더 어렵다. 몸쪽 제구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다. 그러나 요즘 투수들은 커맨드가 정확하지 않아도 몸쪽으로 빠른 공을 던진다. 그래야 타자와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투수들이 불펜에서 공을 던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요즘 젊은 투수들은 선배들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진다. 불펜에서는 제구도 나쁘지 않다. 다만 실전 승부에서 여러 종류의 변화구를 던지고, 더 많은 공을 몸쪽으로 던지기 때문에 4사구가 많은 것이다. 나는 2020년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하기 몇 년 전부터 만만한 투수가 없다는 걸 느꼈다. 내가 나이든 탓도 있지만, 투수들이 발전한 이유도 분명 있었다. ‘라떼’ 얘기는 그래서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지금 선수들은 20년 전, 10년 전과 다른 야구를 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예전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푸는 것이다. 선배로서 경험과 지혜를 전해주는 건 좋지만 거기까지여야 한다. 후배들이 선배의 어깨에 올라타서 더 멀리 보길 바란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옳다는 독선과 나처럼 하라는 오만은 후배에게 장애물이다. 그들이 각자 해법을 찾도록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타격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KBS 해설위원, 정리=김식 기자 2023.01.04 06:30
야구

SUN 슬라이더 전수 받은 KT 신인...'2022 히트상품' 예고

선동열(59)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수 시절 던진 슬라이더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구종 중 하나로 꼽힌다. 스피드는 시속 140㎞대 이를 만큼 빨랐고, 마치 커브처럼 낙폭이 컸다.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예상한 타자는 갑자기 꺾이는 공에 어설픈 스윙을 연발했다. 그야말로 마구. 선 감독도 슬라이더를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고교(광주제일고) 1학년 때 2년 선배 방수원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좀처럼 손에 익지 않아 잠시 포기했다. 하지만 이듬해 졸업생이 되어 모교를 찾은 방수원으로부터 "공의 솔기를 잡고 직구처럼 던지되, 오른쪽 손가락에 변화를 주면 된다"는 원리를 다시 배웠다. 이후 선 전 감독은 슬라이더를 점차 자신만의 무기로 가다듬었다. 그는 체격(키 1m84㎝)에 비해 손가락이 짧은 편이었지만, 악력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솔기를 감싼 중지에 힘을 가하고, 검지는 중지 위쪽에 살짝 대기만 하는 독특한 그립이 탄생했다. 선 전 감독이 삼성 라이온즈 지휘봉을 잡았던 2008년, 당시 삼성의 외국인 투수였던 톰 션이 슬라이더를 가르쳐 달라며 다가왔다. 선 전 감독은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춰서 만들어진 그립을 설명하며 "배우기 어려울 것"이라며 웃었다. 이에 앞서 권오준, 배영수, 오승환 등 삼성 주축 국내 투수들도 선 전 감독 슬라이더를 연마하는 데 실패했다고. 그런 '선동열 표' 슬라이더를 익히기 시작한 신인 투수가 있다. KT 위즈 오른손 투수 박영현(19)이다. 선 전 감독은 지난 17일부터 열흘 동안 KT 스프링캠프 인스트럭터를 맡으면서 박영현에게 슬라이더 그립을 전수했다. 박영현은 선 전 감독이 슬라이더를 처음 배웠을 때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선 전 감독은 중지에 힘을 더 줘서 던지는 방식을 박영현에게 알려줬다. 중지를 이용해 강하게 찍으면 옆으로 휠 뿐만 아니라 아래로 떨어지는 움직임도 나올 수 있다는 귀띔도 했다. 박영현은 며칠 동안 선 전 감독이 알려준 방식을 연마했다. 이미 KT 코치들 사이에서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영현은 선 전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에 감탄하며 "(슬라이더는) 원래 던졌던 구종이지만, 감독님에게 배운 후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든다"라고 했다. 선 전 감독은 박영현이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격려했다. 박영현은 2022 1차 신인 드래프트에 지명된 유망주다. 지난해 제4회 대선 고교 최동원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프로 데뷔전도 치르지 않았지만, 이미 1군 불펜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평소 "투수는 결정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영현이 슬라이더를 체화하면 확실한 결정구를 갖고 데뷔 시즌을 치를 수 있다. KT 구단은 지난해 캠프에도 선 전 감독을 인스트럭터로 초빙했다. 하체 밸런스가 좋지 않고, 중심 이동이 익숙하지 않았던 젊은 투수들이 선 전 감독의 지도로 성장했다. 올해는 '특급 신인' 박영현이 터닝 포인트를 만들고 있다. 안희수 기자 2022.02.28 05:59
야구

'2022 KT 1차지명' 유신고 박영현, 고교 최동원상 수상

2022 KT 1차지명 투수로 지명된 수원 유신고 박영현(18)이 2021 고교 최동원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최동원기념사업회(이사장 조우현)는 22일 “제4회 ‘대선 고교 최동원상’ 수상자로 박영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박영현은 올해 고교야구 16경기에서 총 56이닝을 던져 7승, 평균자책점 0.80을 기록했다. 탈삼진 86개, WHIP(이닝당출루허용수)는 0.75였다. 최고 시속 152㎞의 빠른 공이 강점이다. 박영현은 프로야구 스카우트 30명이 참여한 수상자 선정에서 가장 많은 10표를 얻어 최지민(강릉고, 7표), 윤영철·이주형(이상 충암고, 각 5표) 등을 제쳤다. 최동원기념사업회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스카우트로 구성된 심사위원단도 박영현에게 고교 최동원상 후보 가운데 최고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박영현을 비롯한 3형제는 모두 야구 선수로 활약 중이다. 친형 박정현은 한화 이글스에서 뛰고 있고, 동생 박지현은 경기도 부천시 리틀야구 학생선수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박영현의 사촌 형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박명현이다. 사업회 강진수 사무총장은 “올 시즌 최동원상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처럼 후보 기준을 다소 탄력적으로 적용했다”며 “프로 10개 구단 스카우터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후보 학생선수들의 시즌 성적과 팀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했다”고 밝혔다. 박영현은 “이 상을 받기까지 힘든 상황이 많았는데 감독님과 코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한 만큼 프로선수가 되어서도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덧붙여 “제 옆을 항상 지켜주시고 지금까지 저를 도와주신 부모님 너무 감사 합니다”라며 가족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나타냈다. 상금 1000만원 중 박영현에게 장학금 500만 원, 소속 학교 유신고 야구부에 지원금 500만 원이 지급된다. 이형석 기자 2021.11.22 15:30
무비위크

조진웅, 다큐 영화 '1984 최동원' 내레이션 참여

1984년 가을 한국시리즈 7차전 4승 1패의 주인공, 대한민국 부산의 심장 무쇠팔 최동원의 인생 경기를 담은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1984 최동원(조은성 감독)'에 배우 조진웅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84 최동원'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한국시리즈, 1984년 가을 그야말로 기적 같은 우승을 이끈 롯데 자이언츠 무쇠팔 고(故) 최동원의 투혼을 담은 최초의 다큐멘터리. 조진웅은 '1984 최동원'의 내레이션에 참여하며 영화의 몰입감을 배가시켰다. 조진웅은 지난 2011년 개봉한 최동원과 선동열의 뜨거운 승부를 그린 감동 드라마 '퍼펙트 게임'에서 롯데 자이언츠 4번 타자 김용철로 분해 특유의 코믹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바 있다. 조은성 감독은 내레이션 원고 집필 당시, 조진웅 톤으로 집필하며 기획 단계부터 조진웅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했고, 조진웅은 “내레이션 의뢰가 들어왔을 때 흔쾌히 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조진웅은 '1984 최동원' 내레이션에 참여한 이유를 공개하며 “최동원 감독님은 대한민국 야구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가장 중요한 건 그의 행보보다 스포츠맨십이라고 생각한다. 페어에 대한 정의를 갖고 있고, 페어를 만들기 위해 근성과 신념이 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11월 개봉하는 '1984 최동원'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승리로 기억되는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 최동원의 투혼과, 희생, 도전 정신을 담아낸 작품이다. 올해가 고 최동원의 10주기로 그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84년 최동원과 승부를 겨뤘던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과 최동원의 팀 동료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 강병철 감독까지 생생한 인터뷰 영상과 당시 미공개 영상 자료들을 바탕으로 1984년 가을의 전설로 남은 최동원의 만화 같은 4승 1패의 활약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관객들에게 특별함을 더할 예정이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ongang.co.kr 2021.10.13 08:02
야구

[IS 인터뷰] 올림픽·단짝 포수, '안경 에이스'를 진화시키다

롯데 투수 박세웅(26)이 '안경 에이스'라는 별명에 걸맞게 마운드에서 점점 위력적인 모습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 다녀오고, 환상의 짝꿍을 만나면서다. 박세웅은 지난주 두 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리 투수가 됐다. 8월 23일 사직 KT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29일 사직 두산전에서 7이닝 4피안타 2실점을 했다. 8위 롯데는 지난주 5경기에서 2승 1무 2패를 기록했는데, 박세웅이 팀의 2승을 모두 책임졌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은 주간 다승 1위, 최다 이닝 1위, 탈삼진 2위(10개)를 차지한 박세웅을 8월 넷째 주 MVP(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박세웅은 롯데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승운이 따라주지 않아 6승(6패)에 그치지만, 팀 내 유일한 3점대 평균자책점(3.60) 투수다. 댄 스트레일리(4.39)와 앤더슨 프랑코(4.86) 보다 평균자책점이 훨씬 낮다.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의 퀄리티 스타트도 12회(공동 5위)로 팀 내에서 가장 많다. 최동원(1984년)과 염종석(1992년)의 모습을 기대하며 팬들이 붙여준 '안경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세웅은 후반기 페이스가 아주 좋다. 개막 후 5월까지 2승 3패 평균자책점 4.96에 그친 박세웅은 6월 평균자책점 2.77로 반전했다. 후반기에는 평균자책점 0.86(1위)의 짠물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사직 두산전 5회 김인태에게 2점 홈런을 맞고 후반기 18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이 멈췄다. 8월 피안타율 0.114,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0.67로 최소 1위다. 그는 "가장 큰 국제대회인 올림픽을 다녀오고 여유가 생겼다. 마운드에서 쫓기지 점이 없어졌다. 덕분에 타자와 승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웅은 2017 APBC 대회 이후 약 4년 만에 대표팀에 뽑혀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 도쿄올림픽 본선 4경기에서 3⅔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1실점,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다. 박세웅은 "목표로 한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올림픽을 통해 많이 배웠다"면서 "많은 타자를 상대한 건 아니지만, 외국 선수와 승부를 통해 내 공의 경쟁력을 느꼈다"라고 했다.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특히 미국전에 두 차례 등판해 각각 ⅔이닝, 1이닝을 퍼펙트 투구했다. 올림픽은 새로운 의지를 일깨워준 무대이기도 했다. 선발 투수로 뛰는 소속팀과 달리 대표팀에서는 4경기 모두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박세웅은 "보직은 감독님의 결정에 달려 있다"면서 "다음 국제대회에선 선발로 한 경기를 책임지는 주축 투수가 되고 싶다. 올림픽을 통해 새롭게 생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세웅은 최근 단짝 포수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그가 후반기 21이닝을 던지는 동안 모든 공을 받은 포수는 안중열이다. 상무 야구단을 전역하고 후반기 팀에 합류한 안중열은 지시완과 주전 경쟁에서 좀 더 기회를 얻고 있다. 박세웅은 "(안)중열이가 '커브가 일찍 떨어져 한 번 튀더라도 어떻게든 막을 수 있으니 자신 있게 던져라'고 한다. 그 말이 내게 와 닿았다"라고 말했다. 박세웅은 주무기 포크볼 구사율을 크게 낮추고, 올 시즌 커브 비중을 약 20%까지 올린 상태다. 경북고 출신 박세웅과 부산고 출신 안중열의 인연은 2014년 KT에서 시작됐다. 박세웅은 KT의 1차 지명, 안중열은 2차 특별지명으로 입단해 퓨처스리그부터 호흡을 맞췄다. KT가 1군에 처음 진입한 2015년 5월, KT와 롯데는 4대 5 대형트레이드를 했다. 박세웅과 안중열은 이성민, 조현우와 함께 롯데로 옮겼다. 박세웅은 "부산에 연고가 없던 나를 (안)중열이가 많이 챙겨줬다"면서 "내 생각을 읽고 잘 맞춰 리드한다. 반면 본인의 확신이 있을 때 강하게 얘기하면 내가 맞춰주는데, 결과가 좋다. 이를 통해 신뢰가 쌓인다"고 웃었다. 박세웅은 2017년 12승 6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당시 팀 내 평균자책점 1위였다.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년 오른 팔꿈치 통증으로 1승 5패 평균자책점 9.92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남겼다. 그해 11월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았고, 2019년 6월 복귀해 3승 6패 평균자책점 4.20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3년 만에 규정 이닝을 채우며 8승 10패 평균자책점 4.70을 올렸다. 올 시즌 박세웅은 에이스로 돌아왔다. 그는 "올 시즌 초반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금세 페이스를 찾았다. 8월 29일 두산전에서도 초반 컨디션이 나빴는데 7이닝을 던졌다. 버티는 힘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면서 "목표에 점점 다다르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그가 밝힌 2021년 목표는 10승-3점대 평균자책점-160이닝 투구다. 박세웅은 "지금 모습을 유지하면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반겼다. 부산=이형석 기자 2021.09.0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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