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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약 CEO]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백신·치료제 CMO 사업 확장 승부수

GC녹십자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생산 관련 이슈로 시선을 끌고 있다. 오너가 2세 허은철 대표가 이끄는 녹십자는 비록 코로나 혈장치료제 개발을 사실상 중단했지만 청주 오창공장에 위탁생산(CMO) 전진기지 구축 등 사업 다각화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통합완제관 구축 CMO 사업 확장, 모더나 백신 유통 시너지 녹십자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혈액제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액 중 액체 성분인 혈장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이다. 혈장에서 단백질을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해낸 뒤 만드는 고순도 작업이다. 이런 녹십자가 코로나 혈장치료제 개발에 나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게다가 허은철 대표가 “혈장치료제를 국내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해 더욱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녹십자의 혈장치료제 개발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문가 자문회의인 검증자문단은 지난 11일 녹십자의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불허했다. 자문단은 녹십자의 임상 2상 시험은 치료 효과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조건부 허가를 얻어내지 못한 녹십자는 임상 3상을 포기하는 등 치료제 개발을 사실상 접었다. 녹십자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빠르게 포기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과감한 결단이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은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해야 하는데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개발을 완성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국내에서 코로나19의 고위험 환자들이 드물어 임상을 위해 환자를 모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혈장치료제를 접는 대신 녹십자는 CMO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백신과 치료제 등 다양한 의약품 CMO를 준비하고 있다. 녹십자는 2분기 도입 예정인 모더나 코로나 백신의 허가와 유통을 맡고 있다. 식약처 검증자문단이 모더나 백신의 예방 효과를 인정하면서 국내 공급을 앞두고 있다. 모더나 백신은 2분기 도입 예정이고 정부는 4000만 회분을 확보했다. 12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모더나 백신에 대한 수송 모의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모의훈련은 유통업체인 녹십자가 참여한 가운데 충북 오창읍의 녹십자의 물류창고와 대구·김포의 거점창고 및 지역접종기관에서 진행됐다. 녹십자 관계자는 “정확히 언제 도입될지는 알 수 없지만 모의훈련까지 했기 때문에 조만간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달청으로부터 모더나 백신 유통과 관련해 약 400억원을 수주한 녹십자는 모더나에게도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얻게 되는 구조다. 북미공장과 치료제 과감한 손절, 수익성 확대 초점 녹십자의 모더나 백신 유통은 CMO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CMO 사업 본격화를 위해 오창공장에 통합완제관을 완공했다. 이는 전남 화순과 오창공장에 흩어졌던 백신과 혈액제제 공정을 일원화한 시설이다. 오창 통합완제관은 고객사 의약품의 충전과 포장 서비스를 맡는다. 오창공장은 연간 10억 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모더나가 국내에 백신 생산 시설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을 맡은 녹십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10월 생산능력을 인정받아 코백스 산하의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과 5억 도즈 이상의 코로나 백신 시설 계약을 맺기도 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어떤 제약사의 백신을 얼마만큼 생산할지에 대한 본계약을 CEPI와 논의하고 있다. 아직 생산을 시작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CEPI는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출범한 국제 민간기구다. 러시아 백신과 관련한 위탁생산에도 근접하고 있다. 러시아의 세 번째 백신인 코비박의 CMO를 녹십자가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비박을 개발하고 있는 추마코프연방과학연구소는 지난 3월 녹십자의 오창, 화순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녹십자는 “관계자들이 3월에 방문한 건 확인된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일정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코비박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사전적격성평가를 신청하는 등 글로벌 수출 절차를 밟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허은철 대표의 선택과 집중이 부각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삼았던 캐나다 혈액제제공장과 미국 혈액원을 과감히 매각했다. 지지부진했던 사업을 털어내는 대신 매각자금 5500억원을 손에 넣으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인 유비케어를 인수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 확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CMO 사업 등 신사업들을 살펴보면 수익성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렇지만 최대 과제인 글로벌 진출 목표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 면역글로불린 제제 GC5107(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10%)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녹십자는 내년 2월쯤 FDA 최종적인 심사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 규모는 81억 달러(약 9조1000억원)에 달한다. 허은철 대표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위기에 대응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성실히 준비하고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며 채찍질을 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5.14 07:01
경제

GC녹십자도 포기한 코로나 치료제…높은 벽·낮은 수익성에 동력 잃어

종근당에 이어 GC녹십자도 코로나19 치료제 허가를 위한 1차 관문을 넘지 못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1일 GC녹십자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불허했다. 코로나 치료제 조건부 허가를 위한 첫 번째 전문가 자문회의인 검증자문단은 GC녹십자의 초기 임상 2상 시험의 탐색적 유효성 평가 결과만으로 치료 효과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GC녹십자의 국산 2호 코로나 치료제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조건부 허가 불허 판정을 받은 지코비딕주는 임상 3상 진행도 포기했다. GC녹십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품목 허가를 위한 당면 과제에 급급하지 않겠다. 약물이 의료현장에 더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후속 임상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사실 GC녹십자는 지난달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 공여를 중단하면서 혈장치료제 개발을 접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다만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는 의료 현장에서는 계속해서 쓰여질 전망이다. 식약처는 병원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혈장치료제에 대한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월 셀트리온의 코로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가 국내 1호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이후 대형제약사 종근당과 GC녹십자가 2호 치료제에 도전했지만 첫 번째 관문도 넘지 못했다. 종근당의 나파벨탄주는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인정받지 못했다. GC녹십자는 “향후 계획은 보건당국과 긴밀하게 논의해 투명하게 그 결과를 전하겠다”고 밝혔다. GC녹십자는 혈장 공여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혈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혈장치료제 개발을 사실상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내 2호 코로나 치료제가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치료제 개발에 대한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임상 3상에만 1년 이상,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서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할 제약사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백신이 나온 이상 코로나 치료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치료제의 시장 규모가 줄어들었다. 코로나 치료제는 저렴한 백신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게다가 제약사들은 국내에서는 중증 환자들이 드물어 임상 환자 모집조차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5.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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