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IS 포커스] 홀로 있어 더 괴로운 외인들의 고충, "보고싶다 내 고향!"
외국인 선수들의 한국 입국 시기는 각 팀 스프링캠프가 끝나던 지난달 중순부터 야구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프로야구 출범 39년 만에 처음으로 KBO 리그 정규시즌 개막일이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캠프 종료 후 많은 외인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던 시기였다. 해외 유력 언론들이 매일 '아시아 바이러스'에 대한 속보를 쏟아내자 한국이 '타지'인 외국인 선수들과 그 가족들은 더 큰 불안감을 느꼈다. LG 외국인 선수 삼총사가 오키나와에서 국내 선수들과 헤어져 미국으로 돌아간 것을 신호탄으로, 가장 피해가 컸던 대구·경북 지역 연고팀 삼성 외인들 역시 동료들과 다른 비행기를 타고 도쿄를 경유해 미국으로 떠났다. 또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훈련한 KT와 한화는 선수들을 현지에 남겨 두고 국내 선수들만 귀국하는 쪽을 택했다. "무리하게 한국으로 동행하는 것보다 외국인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게 구단들의 판단이었다. 물론 모든 외국인 선수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캠프를 마친 두산이 외국인 선수 세 명을 모두 데리고 한국에 돌아왔고, 미국에 있던 NC와 SK, 호주에서 캠프를 끝낸 롯데도 외국인 선수들의 동의를 받아 예정대로 함께 귀국했다. NC는 2년차인 드류 루친스키가 구심점 역할을 해 "함께 들어가자"고 새 외인들을 설득했고, 두산 새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은 "지금은 미국에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고, 오히려 한국이 감소세인 것 같다"고 실리적인 판단을 했다. 결과적으로 플렉센의 선택이 가장 합리적이었다. 실제로 각 팀 선수단이 대부분 귀국한 뒤 한국은 확진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로 접어든 반면, 미국과 유럽 지역에 코로나19가 더 광범위하게 번지면서 해외에 남은 선수들이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반전'이 벌어졌다. 외국인 선수들을 미국 등지에 보냈던 다른 구단들은 현지에 있는 선수들의 감염 위험이 더 커지고 입국길이 막힐 위기에 놓이자 예정보다 더 빨리 외인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과감한 선택을 내린 외인들이 컨디션 관리에 뜻밖의 이점을 누리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코로나19 사태는 가라앉지 않고 개막 역시 계속 연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뒤늦게 입국한 외국인 선수들은 2주간 팀 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채 자가 격리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 선수들 역시 시즌 개막일을 알 수 없고 걸핏하면 훈련마저 취소되는 현실이 답답하긴 마찬가지지만, 같은 언어를 쓰는 가족과 친구들조차 없는 외국인 선수들의 외로움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몸의 병보다 더 무섭다는 향수병과 스트레스가 이방인들의 마음을 서서히 뒤덮고 있다. 특히 처음 KBO 리그에 발을 내딛는 선수들은 주변 환경조차 낯설어 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전에 처음 온 뒤 그 누구보다 자신의 숙소(아파트)가 너무 좋다며 감탄하고 대전 시내 곳곳을 사랑했던 제라드 호잉조차 지금은 지루함과 공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을 정도다. 게다가 미국 주요 도시에 '스테이앳홈 오더(stay-at-home order)'가 떨어지면서 한국과 미국을 잇는 항공편도 곧 한 달 이상 줄줄이 결항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5월 혹은 6월까지 가족들이 한국을 오갈 수 있는 하늘길이 막힌다는 얘기다. 외인 선수들의 외로움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먼 나라에 왔지만, 지금은 한국이 아닌 세계 어디서도 야구를 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이다. 각 팀 감독들은 훈련 부족으로 인한 외국인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를 걱정하고, 코치들과 프런트는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의 스트레스 관리에 깊이 마음을 쓰고 있다. 이래저래 모두를 힘들게 하는 코로나19 정국이다. 배영은 기자
2020.04.02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