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고랭지배추밭에서 일군 스노보드 이상호의 첫 金
삿포로 설원에 태극기가 휘날렸다.이상호(22·한국체대)가 2017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이상호는 19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 데이네 스키장에서 열린 대회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대회전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35초76을 기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이 따낸 첫 메달이자 설상 종목에서 나온 첫 겨울아시안게임 메달이다.이상호가 따낸 이번 금메달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그동안 설상 종목은 한국 겨울스포츠의 변두리에 있었다. 스키, 스노보드를 즐기는 인구는 많지만 국제대회 성적은 저조했다. 쇼트트랙을 비롯한 빙상 종목들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며 '효자 종목'으로 군림해 온 것과 달리 설상 종목은 이렇다 할 성적도 내지 못했고 주목받지도 못했다.하지만 이상호가 등장하면서 설상 종목 첫 올림픽 메달의 희망이 생겼다.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의 고랭지 배추밭을 개조한 눈썰매장에서 처음 스노보드를 시작한 '강원도 소년' 이상호는 중학교 시절부터 국내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또래 중에서는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실력이 탁월해 대표팀과 함께 다니며 훈련을 했고, 2010년부터는 꾸준히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14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활약에 설상 관계자들은 일찍부터 이상호를 '될성부른 떡잎'으로 점찍었다.이상헌(41) 코치와 함께 국제대회를 누비며 경험을 쌓은 이상호는 2015년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평행대회전 금메달, 평행회전 동메달을 따냈고, 2016년 3월 이탈리아 라칭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유로파컵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회전에서는 우승까지 차지했다. 또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카레차에서 열린 FIS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 4위에 오르는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 한국 스노보드 사상 월드컵 대회 최고 성적이었다.비록 지난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20위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세계에 도전하는 이상호에게 아시아는 좁았다. 월드컵 대회 당시 "상호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싸우는 선수다. 아시아에서라면 상호의 적수가 없다"고 단언하던 이상헌 코치의 말대로였다.멘탈도 일품이다. 이상호는 금메달을 따낸 뒤 "지난주 월드컵 실수는 피니시를 통과하는 순간 잊었다"고 시원스레 얘기했다. 오히려 이상호는 "목표였던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서 기분이 좋다"며 "알파인 스노보드 종목에서 '한국 최초'를 계속 써가고 있어서 의미가 있다. 20일 열리는 회전 경기는 더 자신있다"며 2관왕을 다짐했다. 20일 회전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낼 경우 그는 또다시 '한국 최초'로 설상 종목 겨울아시안게임 2관왕이 된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2017.02.2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