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조원 이혼소송’ 노소영 "최태원, 용서할테니 돌아오라"…왜?
"모든 걸 용서하겠다. 가정에 돌아오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조원대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남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선제공격을 날렸다. 이혼 소송을 취하하면 모든 걸 용서하고 혼외자도 가족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돌리고 최 회장을 궁지로 몰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 관장은 이혼 소송 첫 변론기일인 지난 7일 서울가정법원에 직접 출석해 “최 회장이 먼저 이혼 소송을 취하한다면 저도 위자료와 재산분할 소송 모두 취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여론은 유책 사유가 있는 최 회장보다 노 관장을 옹호하는 분위기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의 혼외자도 가족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너그러운 마음까지 내보인 터라 최 회장이 궁지에 몰린 셈이다. 네티즌들은 대체로 "혼외자까지 가족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어땠을까요. 사랑 없는 결혼이라도 최 회장처럼 저러면 안 되지요", "혼외자 받아들이기가 부처의 자비보다 더 힘든 고통이라는 걸 모든 여자가 공감할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 회장은 불륜을 통해 낳은 혼외자의 존재를 밝힌 만큼 결혼 파탄의 책임이 분명하다. 이런 유책 사유 탓에 여론도 최 회장에게 불리하게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노 관장이 "모든 걸 용서하겠다. 가정에만 돌아오라"고 밝혔기 때문에 이러한 의사가 재판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의 의도를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이혼 소송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법률사무소 로진의 길기범 변호사는 “일방적인 이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더 많은 재산분할을 받아내기 위한 언론 플레이일수도 있다”며 “‘축출 이혼’이라는 점을 부각해 최 회장 측을 최대한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여전히 이혼 의사는 있는데 더 많은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축출 이혼이란 바람난 남편 또는 아내가 법률상 배우자 자리에 내연관계인을들여앉히려고 하는 이혼을 말한다. 노 관장은 3억원의 위자료와 최 회장의 SK 지분 42.29%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송 당시 노 관장의 요구한 주식 지분의 가치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소송의 목적이 ‘돈’이라면 ‘축출 이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재산분할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번 소송은 위자료 액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재산분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노 관장이 재산분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버티는 게 유리하다. 길 변호사는 “노 관장 측에서는 이혼하지 않는 게 재산분할을 위해 가장 유리하다. 법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한다면 최 회장 사망 시 배우자에게 가장 많은 재산이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재산 상속의 경우 배우자가 자식보다 1.5배 더 물려받게 된다. 최 회장이 노 관장의 요구대로 가정에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2017년부터 일관되게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자신의 유책 사유가 다 알려졌고, 창피를 당할 만큼 당했기 때문에 소송을 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재벌가의 이혼 소송 전례상 재산분할 금액을 절반 이상 받았던 배우자는 없었다. 오너가의 회사 경영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관례도 있다. 노 관장 측은 법정 논리상 최 회장의 SK 지분 형성이 결혼 이후라는 점을 증명하는 게 관건이다. 최 회장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최대한 출석해 직접 소명할 부분은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다음 변론 기일은 다음달 26일이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4.10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