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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 시대를 초월하고 세대를 통합하는 한국판 ‘레미제라블’ [IS리뷰]

광장에서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과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함께 울려 퍼지는 요즘이다. 시대를 노래한 음악은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는 공감대를 새삼 확인한 지금, 앞서 나아간 민주화 세대의 영을 스크린에 불러낸 영화가 함께 노래하자고 손을 내민다.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이하 ‘초혼’)다.‘귀향’, ‘광대: 소리꾼’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의 5년 만 새 영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화와 우리의 얼이 담긴 소리와 장단을 차례로 선보여 온 조 감독은 이번 ‘초혼’에서는 1992년을 배경으로 노동자와 대학생의 민중가요를 통한 연대를 조명했다.“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노동자 애환이 담긴 ‘사계’를 배경음악으로 한 공장 풍경과 새 학기를 맞은 대학가 풍경을 교차하며 영화는 출발한다. 6개월째 임금이 밀린 삼형공업에는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직원들의 모습과 ‘잘도 도는’ 기계의 대조로 불안감이 드리운다. 반면 대학교 2학년이 된 91학번 민영(김정연)의 눈으로 보는 캠퍼스에는 신입 부원 맞이로 들뜬 노래패 ‘들꽃소리’ 부원들이 부르는 음악으로 생기가 가득하다. 두 공간은 전혀 다른 세계 같지만 90년대 초반을 같이 보낸 청춘들이 한뜻으로 모이는 건 예삿일이었다. 당시 총학생회와 사상연구동아리 등 학생 단체는 노조의 연대 요청에 응답하곤 했고 들꽃소리 역시 다르지 않았다. 다만 오직 음악을 향한 관심으로 모인 신입들이 민주화 운동에까지 나가야 할지를 두고 ‘노래패’는 정체성의 기로를 맞는다. 민영 또한 총여학생회장인 사촌 언니 여진(민하은)이 시위에 나간다는 것만 알 뿐, 최루탄을 만나면 자리를 피할 뿐인 평범한 학생이었다. 누구나 가벼이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연약할까. 그렇지 않다고 영화는 역설한다. 부패한 정치권력과 손잡은 자본가의 탄압이 격화됐을 때 입장이 갈린 노동자들끼리 서로를 위로한 건 ‘동지가’ ‘철의 노동자’였다.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아버지를 잃은 민영은 불법집회 혐의로 수배 중인 선배 진규(홍순철)의 사연을 알고 함께 하고 싶다고 ‘우산’을 부른다. 그렇게 삼형공업 노동자와 함께하게 된 들꽃소리 대학생, 이들은 그들을 ‘폭도’로 명명하는 자본-정치, 그리고 국가 권력과 기꺼이 맞선다. 이들이 민중 가요를 부르며 하나 되는 장면은 더할 나위 없는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민중가요가 깃드니 다큐멘터리처럼 담백했던 화면도 음악 영화의 풍미를 낸다. 특히 하이라이트 대치 장면에서 민영의 독창, 그리고 노래패와 노동자의 합창은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라는 소절을 낳은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그 이상의 몰입을 빚는 데 성공한다. 극에 담긴 8~90년대를 풍미한 11곡의 민중가요는 이를 몰랐던 세대도 끓어오르게 만드는 음악의 힘을 실감케 한다.알고 보면 더 애틋한 이스터에그도 심겨 있다. 제목에 맞게 불러낸 혼은 1989년 의문사 당한 고(故) 이내창, 이철규 열사와 백골단 폭압에 스러진 김귀정 열사, 그리고 성남시 소재 금속노련 소속 사업장에서 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지난 2021년 작고한 고 김경호 위원장이다. 특히 세 열사는 민영의 선배 한명 한명의 앳된 얼굴로 대학 풍경에 녹아있어 가슴 아픈 여운을 남긴다.모든 배우들의 열연도 빛난다. 특히 이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2000년생임에도 배우 김정연은 맑은 목소리로 가창 장면뿐 아니라 “이렇게 무서운 장면은 처음 봅니다”, “우리는 폭도가 아니에요”라는 민영의 즉석연설에 진심을 불어넣었다. 노조의 선봉에 선 배우 박철민 또한 깊은 인상을 새겼다. 필연적으로 스크린 밖, K팝이 흐르고 응원 봉이 빛나는 광장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까지, 조정래 감독이 예견하고 만든 작품은 아니지만 시국을 정확히 관통한다. 산 자라면, 기꺼이 함께 부르고 싶어질 119분이다. 오는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3.13 06:00
영화

[IS리뷰] 첫사랑 조작 ‘그 시절’, K감성 두르니 친근하네 [무비로그]①

학창 시절 ‘첫사랑 조작’ 바이블 같은 대만 영화가 ‘K고딩’ 판으로 돌아왔다. 내겐 없는 기억이라 생각했지만, 문득 한 번쯤 스쳐 갔던 풍경을 돌이켜보게 하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다.로맨스는 얼굴부터가 서사라고, 걸출한 인기 아이돌들이 주인공 소년, 소녀로 분했다. 이제는 배우로 더 각인된 B1A4 출신 진영과 이 작품으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트와이스 멤버 다현이다. 지난 2012년 국내에서도 개봉해 큰 사랑을 받은 동명의 대만 영화(감독 구파도)와 그 원작 소설을 조영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한국에 맞게 이식했다.원작의 ‘그 시절’이 1994년 대만의 한 지방 도시였다면, 이번 한국의 무대는 2002년 춘천이다. 월드컵이 대한민국을 뒤흔든 시기지만, 영화는 시대의 굵직한 사건을 조명하기보단 남자 주인공 구진우(진영)의 열여덟, 동춘천고등학교 재학시절 한 교실 풍경을 그려낸다. 특정 시대의 기록이기보단 누구에게나 있는 ‘그 시절’, 졸업앨범의 한 페이지를 들춰보는 것 같은 인상이다.이야기는 원작의 큰 줄기를 따라간다. 진우와 네 명의 친구들은 전교 1등 모범생 반장 선아(다현)를 짝사랑하고, 선아는 그중에서도 자신을 퉁명스럽게 대하는 진우에게 서서히 관심을 두게 된다. 장난도 심하고 문제아인 진우지만, 우연한 계기로 그를 다시 보게된 선아는 제 나름의 표현으로 공부를 알려주면서 가까워진다. 서로를 통해 보다 나은 자신으로 변화하는 두 사람이지만,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거리감 속 시계는 20대로 속절없이 흘러간다. 학급비 사건이나 두 사람의 성적 내기, 입시와 졸업여행 같은 원작의 주요한 사건 포인트를 짚지만, 향수를 건드리는 미술과 음악 등 디테일이 달라졌다. 코미디언 신기루, 이선민이 재치있게 연기한 학교마다 꼭 있던 스타일의 선생님들과 “아~하 그렇구나” 같은 ‘개그콘서트’ 유행어, 그리고 핑클 빵과 폴더폰 같은 소품들이 등장한다. 다만 2025년 관객이 보기엔 다소 경악스러운 원작 속 ‘사춘기와 성’ 관련 농담 소재는 많이 덜어냈다. 원작을 모르는 관객에겐 추억여행을, 아는 관객에겐 철저히 대만에서 통했던 코드들을 어떻게 변주했는지 비교하며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배우의 ‘그림체’가 주는 인상도 확연히 다르다. 가진동이 연기한 커진텅이 혈기 왕성 치기 어린 구제 불능 문제아 느낌이었다면, 진영을 만난 진우는 인기가 많은 ‘인싸’지만 아무도 고백은 못 해봤을 아우라를 두른 인터넷 소설 남주 상이다. 또 션자이는 평범한 인상이라는 설정이었으나 평소 ‘두부’라는 별명을 지닌 다현이 완성한 선아는 말갛고 새하얀 ‘첫사랑 아이콘’ 등극 감이다. 진우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기에 두 사람의 연기 합도 진영이 능글거리면서 밀어주고 당겨준다면, 다현은 첫 연기라는 떨림 속에서도 선아의 감정선을 놓지 않고 포착했다. 두 주인공이 교복을 벗고 대학생이 되면서 10대 시절과 어떤 차이를 두어 표현하는지도 볼거리다. 누군가에겐 영화가 그리는 지나간 시절이 극중 대사처럼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바로 그 지점에서 글로벌 관객이 충분히 흥미로워할 요소가 가득한 ‘K 청춘물’이란 점은 미덕이다. 진영과 다현의 한복 차림새나 수능 끝난 풍경을 당시 유행가였던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와 함께 뮤직비디오처럼 담아내는 등 친근한 K의 맛이 가득하다. 21일 개봉. 102분. 12세 이상 관람가.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2.21 05:45
영화

‘첫 번째 키스’, 영원이 아닌 현재를 [IS리뷰]

중요한 건 보이지 않는 영원이 아닌, 현재 살고 있는 이 순간이다. ‘첫 번째 키스’는 당연해서 잊고 사는 이 간명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작품이다.칸나(마츠 타카코)는 오랜 권태로 남편 카케루(마츠무라 호쿠토)와 이별을 결심한다. 하지만 이혼 서류를 제출하기로 한 날, 카케루가 사망한다. 카케루는 퇴근길 선로에 떨어진 아기를 구하다가 목숨을 잃고, 예상치 못한 작별에 칸나는 망연자실한다.그럼에도 현생의 시간은 흐르는 법. 칸나는 슬픔을 누릴 새도 없이 업무에 투입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다. 그날 저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칸나는 늦은 밤, 급한 업무 연락을 받고 차를 몰고 나간다. 회사로 향하던 차는 느닷없이 의문의 터널을 통과하고, 칸나는 15년 전 여름에 도착한다. 카케루를 처음 만난 바로 그날이다.‘첫 번째 키스’는 ‘과거로 가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전개되는 타임슬립 로맨스 영화다. 남편의 죽음을 되돌리기 위해 시공간을 건너간 칸나가 사건의 매듭을 풀고 사랑하는 이의 운명을 바꾸려고 분투하는 게 골자다. 시간을 되돌리는 매개는 터널, 주어진 시간은 도쿄 수도고속도로 공사 시즌이다. 공사가 끝나는 순간 터널은 막히고 칸나의 타임슬립도 종료된다.여느 타임슬립 영화와 다른 독특한 지점은 시대 분위기에 기대지 않는 것이다. 통상 이 부류의 영화는 정치, 사회, 문화 등 시대의 굵직한 사건을 배경으로 쓰거나 당시 유행했던 영화, 노래 등을 가져와 복고 정서로 활용한다. ‘첫 번째 키스’에서 칸나가 당도한 2009년 8월은 그저 주인공들의 첫 만남이 이뤄진 배경에 불과하다. 공간 역시 호텔과 팥빙수 가게 근방을 벗어나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오직 둘 사이, 관계 변화에만 집중한다. 과거 안에서 흐를 수 있는 시간 역시 반나절로 제한했는데, 이는 곧 반나절이 무한 반복되는 구조라는 의미다. 지루한 순간은 없다. 과거와 현재의 충돌을 통해 꾸준히 유머 코드를 만들어낸 덕이다. 사망 당일 남편의 일정을 바꾸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크로켓 구입을 막았더니, 난데없이 15년 후 그가 크로켓집의 도넛 마니아가 되어버린 식이다. 영화는 이처럼 이별의 반복을 시종 유쾌하게 그려냄으로써 관객이 지치지 않고 칸나의 시간 여행에 동행하도록 만든다. 물론 웃음으로만 소비되는 작품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쉴 새 없이 과거로 몸을 내던지는 여자, 그런 여자의 행복을 우선으로 삼는 남자의 사랑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인상적인 건 카케루의 최후 선택. 마지막 만남을 기점으로 칸나에게서 운명의 키를 넘겨받은 그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행복을 선택하고, 결과가 아닌 과정을 바꾼다. 영화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지금이 영원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칸나와 카케루, 두 사람의 유한한 시간과 무한한 사랑으로 증명한다.18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은 마츠 타카코와 마츠무라 호쿠토의 부부 호흡은 인상적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베테랑 배우 타카코가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이끌면, 호쿠토가 스펀지 같은 매력으로 관객을 흡수한다. 전작 ‘새벽의 모든’보다 확장된 어리숙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마츠무라 호쿠토의 매력이 오래 남는다. 15년이란 시간 속 외적 변화는 기술력을 빌렸다. 타카코는 AI(인공지능) 디에징기술로 20대를 연기했고, 호쿠토는 분장으로 40대 중년을 소화했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사카모토 유지 작가의 신작이다.오는 26일 메가박스 단독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2.20 06:05
영화

[IS리뷰] ‘미키17’ 우주에서 완성된 봉준호의 해피엔딩 [무비로그①]

‘미키 17’이 기대 속에 베일을 벗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이 영화는 그의 필모 중 가장 쉽고 직관적이며 대중적이다. 주인공 미키 반스(로버스 패틴슨)는 실패한 자영업자다. 친구 티모(스티븐 연)와 야심차게 마카롱 가게를 열었지만, 장사는 망하고 빚은 순식간에 불어난다. 사채업자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얼음행성 니플하임으로 가는 것. 하지만 별다른 능력도 인맥도 없는 그가 니플하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익스펜더블’뿐이다.‘익스펜더블’은 죽으면 다시 프린팅되는 소모용 인간으로, 인류의 위험한 임무를 대신 처리한다. 예를 들면 피폭 위험도를 측정하거나 백신 개발에 이용되는 식이다. 피를 토하고 신체가 절단되는 건 일상다반사. 미키는 4년 반 동안 익스펜더블로 소모되며, 생과 사를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스템 오류로 미키 17과 18이 공존하는 멀티플 사태가 발생하고, 행복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행할 것도 없던 미키의 삶에도 큰 균열이 인다.‘미키 17’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언제나처럼 영화의 연출과 함께 각본을 맡은 봉 감독은 소설 속 배경을 2054년 근미래로 당기고, 미키의 전직을 역사학자에서 자영업자로, 죽음의 횟수를 17회로 바꿨다. 봉 감독은 이런 크고 작은 변주를 더해 영화에 현실성을 부여했다. 다만 핵심 사건, 이를테면 멀티플의 정체가 들키는 방식이나 주인공에게 주어진 마지막 미션 등은 소설을 충실히 따른다.봉 감독 특유의 해학과 풍자는 유효하다. 봉 감독은 죽음의 문턱 앞에서 매 순간 고통받는 미키, 미키를 죽음으로 내몰면서도 무감한 직원들, 이 모든 걸 직관하는 관리자를 끊임없이 교차해 보여준다. 얼핏 현실의 축도처럼 보이는 니플하임 세계에서 봉 감독은 계급, 자본주의로 도배된 시대가 인간성을 해치는 광경을 포착하고, 이를 희비극의 문법으로 풀어낸다. ‘미키 17’은 봉 감독의 25년 영화사 최초로 로맨스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미키 17’의 핵심 서사 중 하나는 미키와 나샤(나오미 애키)의 사랑이다. 이들의 관계 변화와 에피소드는 제법 많은 지점에서 극의 동력으로 쓰인다. 관객을 가장 많이 웃게 하는 것 역시 두 사람(혹은 세 사람)의 러브 스토리다. 어쩌면 영원히 탄생하지 않을, 봉준호표 로맨틱 코미디의 맛보기 같다.SF 휴먼, 멜로 장르 외 크리처물로서 매력도 충분하다. ‘미키 17’에는 크리퍼라 불리는 행성 토착 생명체가 등장한다. 다리 10개의 식인꽃 얼굴을 한 잿빛 덩어리 형상이다. 얼핏 부대끼는 외형의 이 크리퍼는 ‘옥자’ 속 옥자가 그랬듯 주인공 친구로 공생하며,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메시지로 충실히 기능한다.뜻밖에 지점은 결말에서 온다. ‘미키 17’은 봉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완벽한 해피 엔딩이자 완전히 닫힌 결말을 취한다. 봉 감독은 원작과 동일하게 할 수 있는 가장 희망적인 방식으로,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를 찍는다. 곱씹을 무언가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봉 감독 작품의 별미를 씁쓸한 뒷맛에서 찾았던 관객이라면 아쉬울 만한 대목이다.배우들의 열연은 호불호가 나뉠 수 없는 요소다. 미키로 극을 이끄는 로버트 패틴슨의 매력은 단연 압도적이다. 봉 감독은 미키 17과 18에게 각기 다른 인성을 부여했는데 영화 속 표현을 빌리자면 전자는 ‘찌질이’, 후자는 ‘돌아이’다. 패틴슨은 양극단에 존재하는 두 인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동시에 이들의 내면 변화까지 빠짐없이 담아낸다.미키의 연인이자 연상녀의 표본 나샤 역의 나오미 애키와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마크 러팔로(케네스 마셜 역), 엔딩을 강렬하게 장식하는 토니 콜렛(일파 마셜 역)의 광기 어린 열연도 놓칠 수 없다. ‘옥자’ 이후 오랜만에 봉 감독과 재회한 스티븐 연은 생각만큼 분량이 많지 않다.쿠키 영상은 이번에도 없다. 오는 28일 한국 최초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2.19 05:50
영화

[IS리뷰] 하정우, 직진하다 ‘브로큰’

“동생은 사고치고, 형은 수습하고 멋지다 야.”하정우의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직진극 ‘브로큰’을 정확하게 관통하는 대사 한마디다. 시원하게 달리고 깨부수지만 ‘멋지다’라는 말이 진심이 될 수 없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주인공 민태(하정우)는 전 조직폭력배였지만 손을 씻고 건설 현장 일을 전전하며 건실하게 살고자 한다. 그러던 어느 밤, 자신을 따라 조폭이 됐던 동생 석태가 약에 취해 사고를 쳤다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여느 날처럼 뒤처리를 도우려던 그에게 돌아온 것은 주검이 된 동생이었다.열이 뻗친 민태는 그 전말을 파악하던 중 제수 문영(유다인)의 행적이 베스트셀러 소설 ‘야행’과 수상할 만큼 닮아있다는 걸 알게 된다. 민태는 사라진 문영을 ‘야행’의 작가 호령(김남길), 그리고 경찰보다도 빨리 찾으려 한다.하정우의 ‘추격자’, ‘황해’ 팬이라면 익숙하게 즐길 수 있는 톤이다. ‘스타 하정우’를 지워내고 너저분한 몰골을 한 채 뒷골목에 녹아든 ‘날 것’의 하정우 얼굴은 관객을 가까이 끌어당긴다. 특유의 능글맞음은 덜어내 그만큼 서늘하다. 오직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에 눈이 돌아간 민태는 배낭에 담긴 쇠 파이프를 꺼내 가로막는 자들을 전부 내리치고 나아간다. 단순한 구조에 미스터리를 더하는 건 호령과 문영의 서사다. 호령은 문화센터에서 수강생으로 만난 문영의 이야기로 ‘야행’을 썼다. 학대받던 여성이 가해자 남편에게 복수하는 플롯을 가진 소설이기에 민태는 더욱 둘을 공모관계로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전략이었는지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두 사람의 전사와 그로 인해 도달한 사건의 빈약한 진실은 미스터리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아리송해질 지점이다.직진하던 민태의 분노가 점점 이유 없는 폭주처럼 보이거나 조폭 누아르에 가까워지는 것도 그 까닭이다. 폭력조직을 소재로 영화 ‘신세계’, ‘아수라’ 등 웰메이드 작품을 선보여온 제작사 사나이픽처스다운 노선이지만, 쇠파이프 액션과 카체이싱 등 넘치는 액션에 비해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지니 마치 급발진처럼 보인다.‘브로큰’은 김진황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하정우는 신인인 김 감독을 독립영화 ‘양치기들’로 눈여겨보던 중 ‘브로큰’으로 손을 잡게 됐다. 하정우가 시나리오에서 발견했다는 ‘활어 같은 파닥거림’은 민태를 통해 성공적으로 표현됐다. 다만 김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의 출발점이라고 밝힌 문영의 쓰임새가 물음표로 남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미스터리한 인물이어야 할 문영이 주체적이기보다는 수동적으로 ‘사용됐다’는 인상을 남길 뿐인 탓이다. 주인공 민태조차 선이라고 할 수 없는, 악이 악을 처단하는 이야기기에 캐릭터를 공감하거나 응원하긴 어렵다. 이는 ‘브로큰’이 마냥 통쾌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그럼에도 인물들로 분한 배우들의 연기는 준수하다. 민태와 상반되게 정적으로 움직이는 호령 역 김남길과 생각지도 못한 임팩트를 남기는 민태의 동행인 병규 역 임성재는 재발견이다. 무엇보다 하정우가 말아주는 추격 스릴러의 팬이라면, 깨알 같은 먹방 신조차 반가울 작품이다. 5일 개봉.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2.05 06:05
영화

베일 벗은 봉준호 ‘미키 17’ 어땠나…관건은 ‘결말’ [줌인]

“잘 죽고 내일 봐.”(Have a nice death. See you tommorw.)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지난 20일 푸티지 시사회(정식 개봉 전 일부 장면만 공개하는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2019)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차기작으로,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약 20분 분량의 푸티지 영상에는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익스펜더블’(Expendable) 미키의 탄생 배경 등 영화 도입부 내용이 주로 담겨 있었다. ‘익스펜더블’은 단어 뜻 그대로 소모용 인간을 일컫는 말로, 지구 밖 행성에서 인류의 위험한 임무를 대신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익스펜더블의 특이사항은 사망 즉시 복제 생성되며, 기억은 데이터로 형상화돼 다음 버전에 삽입된다는 점이다. 봉 감독은 이를 “휴먼 프린팅”이라고 정의하며 “복제인간과는 다르다. 프린터에서 서류 뽑듯 인간이 출력된다”고 설명했다. 단 익스펜더블에도 규칙은 있다. 오직 한 명만 존재할 수 있는 것. 이 규칙이 깨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미키 17’의 골자다.실상 여기까지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푸티지 영상으로만 짐작하자면 봉 감독은 소설의 얼개를 훼손하지 않고 따른다. 다만 중간중간 설정을 달리하며 자신만의 색을 입혔다. 미키의 전사가 대표적이다. 원작 속 미키의 직업은 역사학자지만 영화에서는 친구 티모(스티븐 연)와 마카롱 가게를 열었다가 실패한 자영업자다. 빚쟁이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익스펜더블에 자원한 그는 원작보다 10번 많은 17번의 죽음을 맞이했다.이러한 설정 변화의 이유는 하나, “땀 냄새 나는 인간으로 더 일상적인 노동자 느낌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이는 봉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궁긍적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봉 감독은 짧은 영상에서조차 계급 사회, 자본주의 체제의 이면을 들추며, 인간성의 상실을 포착하고 인명경시 등 문제를 짚었다.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푸티지에서 공개된 미키의 업무 중 하나는 방사능 위험도 측정. 미키의 피부는 녹아내리고 실시간으로 손이 절단돼 날아간다. 하지만 회사는 그 이상의 것을 증명하고 관찰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미키가 죽음으로 향하며 고통받는 순간을 직관하면서도 개의치 않는다. 그저 목표 지향적으로 결과만 바라볼 뿐이다. 전체 톤은 언제나처럼 희비극을 유지한다. 봉 감독은 코믹하면서도 통렬한 풍자를 통해 다시 한번 현실의 가장 어둡고 깊숙한 지점까지 내려갔다. 실제 봉 감독은 ‘미키 17’이 “거창한 계급 투쟁이나 정치적 깃발을 든 영화는 아니다”면서도 “이전 작품처럼 정치적인 풍자는 담고 있다”고 귀띔했다. SF 휴먼 드라마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장르도 포착됐다. 봉 감독이 예고한 로맨스가 아닌 크리처물이었다. ‘미키 17’에는 크리퍼라 일컫는 행성 토착 생명체가 등장한다. 원작에도 특징이나 특성이 상세히 묘사돼 있지는 않다. 즉 봉 감독의 상상력이 많이 가미된 크리처로, 푸티지 영상에서는 눈코입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잿빛의 거대한 덩어리 형상을 하고 있었다. 얼핏 봉 감독의 전작인 ‘괴물’의 괴물, ‘옥자’의 옥자와도 겹쳐 보였다.미키로 극을 이끄는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는 20분 남짓의 영상만으로도 기대감을 키우기 충분했다. 국내에서 ‘더 배트맨’의 배트맨으로 익숙한 패틴슨은 원치 않게 극적인 사건에 휘말리는, 평범하고 또 약간은 지질한 소시민의 얼굴로 극 한가운데 서 있었다. 봉 감독의 한국영화에서는 주로 송강호가 맡았던 역할이다. 여기에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마크 러팔로가 정치가로 중간중간 비쳐 흥미를 돋웠다.물론 영화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크리처도 배우의 연기도 아닌 결말 그 자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작 소설은 희망으로 끝을 맺는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난 미키 7이 인격 업로드를 그만두고 ‘본질’인 인간으로서 삶을 이어가는 해피엔딩이다. 그간 봉 감독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맺음으로, ‘미키 17’의 가장 큰 반전이자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결말까지 담긴 ‘미키 17’ 전편은 다음 달 17일 열리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다. 정식 개봉일은 한국 2월 28일, 북미 3월 7일로, 각각 15세 이상 관람가, R등급 판정을 받았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1.24 06:00
영화

봉준호 신작 ‘미키 17’,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 판정…“폭력적이나 구체적이지 않아”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국내에서 보다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22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따르면 영화 ‘미키 17’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할리우드보다 낮은 등급이다. 앞서 ‘미키 17’은 폭력적 내용, 언어적 표현, 성적 내용 및 약물 관련 내용 등으로 R등급 판정을 받았다. 리스트릭티드(Restricted)를 뜻하는 R등급은 만 17세 미만은 부모나 보호자가 동반해야 볼 수 있는 영화에 내려지는 등급이다.영등위 측은 이번 등급 판정에 대해 “각종 실험에 사용한 복제 인간 소모품을 불구덩이에 던져 넣는 장면, 도구 등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장면, 우주 생명체에게 공격당하는 장면 등 폭력적인 장면이 있으나 구체적이거나 지속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이어 “대사에 있어 욕설과 비속어, 성적 맥락과 관련된 표현이 등장하지만 지속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아 폭력성, 대사에 있어 15세 이상 관람가”라고 설명했다.‘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이후 6년만에 공개하는 영화다.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국내에서는 지난 20일 푸티지 시사를 통해 일부 공개됐으며, 전편은 내달 17일 열리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된다. 정식 개봉일은 한국 2월 28일, 북미 3월 7일이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1.22 09:28
영화

[IS리뷰] ‘검은 수녀들’ K오컬트에 녹인 여성 연대의 힘 [무비로그①]

예상치 못한 변주와 확장이다. ‘검은 수녀들’이 ‘검은 사제들’과 같은 듯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흡인한다. 송혜교라는 배우의 힘과 연대라는 메시지가 새로운 동력이 됐다.‘검은 수녀’로 불리는 유니아(송혜교)는 소년 희준(문우진)의 몸에 숨어든 악령이 잡귀가 아닌 12형상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당장 올 수 없는 구마 사제만을 기다리다가는 부마자가 희생될 상황. 이에 유니아는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깨기로 한다.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모두의 만류 속 구마를 부정하는 희준의 담당의 바오로(이진욱) 신부까지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희준을 병원에서 빼내기 위해 방법을 찾던 유니아는 바오로의 제자 미카엘라(전여빈) 수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미카엘라는 고민 끝에 힘을 보태기로 하고, 두 수녀는 소년을 살리기 위한 위험한 의식을 시작한다.‘검은 수녀들’은 지난 2015년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과 연결된 이야기다. ‘검은 사제들’은 장르의 문법을 착실히 구현하며 오컬트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544만 관객을 동원, 한국 상업영화의 지평을 넓혔다.‘검은 수녀들’은 전편의 핵심 소재였던 구마(사령을 쫓아내는 일), 부마자(사령이 깃든 사람), 12형상(장미십자회에서 일련번호를 붙여 분류한 사령) 등으로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이어간다. 메가폰을 잡은 권혁재 감독은 소년의 몸에 깃든 악령 퇴치를 위해 구마 의식을 행하는 수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스릴과 공포를 쌓아나간다. 전편과의 가장 차별화된 요소는 극을 이끄는 두 인물이 신부에서 수녀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플롯 자체는 세상의 어둠마저 체화한 이와 삶의 혼란기에 있는 이가 갈등하다 교감하는 버디 무비 구조를 동일하게 따른다. 하지만 성별의 전환이 금기를 깬다는 설정으로 연결되면서 전에 없던 극적 긴장과 재미를 챙겼다. 물론 단순 재미를 좇는 데 그치는 작품은 아니다. 극중 두 수녀는 매 순간 자신의 파멸을 각오하고 악령에 맞선다. 오직 소년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달려드는 두 수녀의 집요하고 대담한 모습은 일견 숭고하기까지 하다. 특히 예상을 뛰어넘는 엔딩은 오컬트 영화에서 기대하기 힘든 묵직한 여운을 안긴다.천주교의 구마를 영화적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무속신앙이란 또 다른 종교를 적극 침투시켰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영화는 가톨릭을 기반으로 하지만 여기에 깊이 천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년을 살리고자 제 발로 무녀를 찾아가고 굿까지 응하는 수녀들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연대를 그린다. 이러한 방식은 종장의 구마 예식에서도 활용되며 중요한 것은 진실된 마음과 믿음이란 메시지를 전달한다.송혜교란 배우의 스타성을 활용했다는 것 역시 ‘검은 수녀들’만의 강점이다. 카메라는 약 2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꽤 자주 송혜교 얼굴 가까이에 머문다. 오프닝부터 시작되는 잦은 클로즈업은 주인공의 심경 변화를 관객에게 전이시키는 동시에 그 자체로서 특별한 볼거리를 만든다. 압권은 엔딩, 불과 맞서는 송혜교다.작품을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인 미카엘라 수녀, 전여빈의 호연도 눈에 띈다. 전여빈은 미카엘라의 찰나의 감정 변화까지 포착해 내며 서사의 틈을 메운다. 선배 송혜교와 함께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도 좋다. 다만 유니아 외 캐릭터들에 부여한 다양한 사연이 밀도 높은 드라마로 연결되지 못한 채 표류하는 건 아쉽다. 또 종교 문외한에게는 친절하지 못한 설명이 진입 장벽이 되고, 오컬트 마니아에게는 사령이란 존재에서 나오는 시청각적 섬뜩함의 부재가 한계로 남는다.영화 ‘해결사’, ‘카운트’ 등을 연출한 권혁재 감독의 신작으로 ‘검은 사제들’을 만든 영화사 집에서 제작했다.오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1.22 06:00
영화

뇌 빼고 낄낄낄 ‘히트맨2’, 생각 없이 웃어라 [IS리뷰]

영화마다 역할이라는 게 있다. ‘히트맨2’의 롤은 가볍고 유쾌한 ‘팝콘 무비’다. 영화는 일견 황당무계해 보이지만, 나름의 색깔과 뚝심으로 크고 작은 웃음을 유발하며 제 몫을 완벽히 수행한다.이야기는 국정원 요원 출신 작가 준(권상우)이 웹툰 ‘암살요원 준’ 시즌2 제작을 확정하며 시작한다. 앞서 준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암살요원 준’의 대히트로 웹툰 작가로서 전성기를 맞았던 상황. 하지만 소재 고갈로 출발부터 흔들리던 시즌2는 공개되기가 무섭게 평점이 1점대로 떨어지고, 준은 악플에 시달린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히트 작가에서 ‘뇌절 작가’로 전락한 준은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웹툰 연재를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치와 상상력을 동원해 독자의 마음을 되돌릴 만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떠올려낸다. 그러나 폭발적인 반응도 잠시, 웹툰을 모방한 테러가 현실에서 발생하면서 준은 웹툰 작가에서 유력 용의자가 된다.‘히트맨2’는 지난 2020년 1월 개봉한 ‘히트맨’의 속편이다. 작정하고 ‘B급 정서’의 힘을 빌려 만든 ‘히트맨’은 웹툰 작가와 암살 요원이란 참신한 설정, 만화와 실사를 오가는 독특한 구성 등으로 주목받았다. 그 결과 240만 관객을 동원, 쟁쟁한 경쟁작들을 모두 제치고 그해 설 극장가 흥행 복병에 등극했다. 성공한 여느 시리즈물이 그렇듯 ‘히트맨2’는 전편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영화는 자신의 웹툰으로 범죄에 휘말린 준이 직장 동료, 가족과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한다는 큰 얼개를 공유한다. 동시에 과장된 표현과 대사, 슬랩스틱이 가미된 코미디 등으로 특유의 가벼운 톤을 유지하며 B급 코미디 장르에 무난히 안착한다. 웃음 타율도 나쁘지 않다.웹툰, 액션 등 몸집을 키운 요소도 있다. ‘히트맨’ 시리즈는 실사와 웹툰이 지속적으로 교차되는 구조를 취한다. 이번 편의 웹툰은 분량 자체도 많아졌지만, 완성도 면에서도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질적, 양적 팽창이다. 액션 역시 업그레이드됐다. 할리우드 영화들에 버금가는 엄청난 스케일은 아니지만, 폭발, 총기 등으로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확실히 스케일이 커졌다. 전편 대비 속도감과 입체감도 좋다. 물론 속편인 만큼 신선도는 약하다. 여기에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오버스러운 상황과 대사가 때때로 과하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하지만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가 이 모든 아쉬움을 보완한다. 주인공 준 역의 권상우는 이번에도 하드캐리한다. 특히 변치 않은 날렵한 몸짓과 감각은 코미디 액션을 순식간에 정통 액션으로 바꿔버린다. 짠내 나는 생활밀착형 코미디 연기 역시 흠잡을 데 없다. 전편에 이어 또 한 번 힘을 보탠 ‘방패연’ 팀의 정준호(덕규 역)와 이이경(철 역), 준의 아내 황우슬혜(미나 역)의 활약도 여전하다. 번듯해 보이지만 어딘가 10%씩 부족한 이들은 각기 다른 개성, 이를 바탕으로 하는 불협화음으로 꾸준히 웃음을 준다. 빌런으로 새롭게 합류한 김성오(피에르 쟝 역), 이순원(용출 역)의 존재감도 기대 이상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극에 새로운 활력을 선사한다.오는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1.20 05:55
드라마

‘원경’ 측, 19금 노출 채널 요구 논란에 “배우별로 협의 거쳐” [공식]

tvN X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원경’ 제작사가 제작진 측이 대본에 없던 노출 장면을 출연 배우들와 합의 없이 진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16일 일간스포츠에 “처음부터 티빙 버전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제작된다는 점을 오픈하고 캐스팅을 진행했다. 노출 장면이 있다는 것도 오픈된 상태였다”며 “노출 수위에 대해서는 캐릭터와 장면의 특징에 따라 각각 배우별로 진행된 부분이 있으며, 제작이 이루어지는 단계별로 소속사 및 각 배우별로 협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앞서 ‘원경’은 지난 6일 첫 공개부터 주연 배우인 차주영의 과도하게 수위가 높은 노출신으로 논란이 됐다. tvN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방영돼 노출 장면이 삭제됐으나, 티빙에서는 배우의 수위 높은 신이 눈길을 모았다. 이와 관련, 이날 한 매체는 ‘원경’의 초반 대본에는 노출 장면에 대한 설명이 없었으나 제작진이 노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대역 배우가 옷을 벗고 촬영한 것을 CG를 입혀 사용했으며, 배우들의 편집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또 다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원경’의 연출을 맡은 김상호 감독은 이날 “연출의 의도로 노출 장면을 촬영했다기보다는 채널의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한편 ‘원경’은 남편 태종 이방원(이현욱)과 함께 권력을 쟁취한 원경왕후(차주영)를 중심으로 왕과 왕비이자 남편과 아내 사이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5.01.1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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