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현장에서] '나세르 헤자지'의 나라 이란, 그리고 비밀 축구
9일(현지시간) 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4차전을 준비하기 위한 한국 대표팀의 훈련장인 샤흐레 꼬드스 스타디움을 찾았다. 대표팀 훈련은 초반 15분만 공개됐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훈련이었다. 경기장 입구 앞에서 훈련이 끝날 때가지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축구장을 관리하는 직원 8명 정도가 모여 축구를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기자가 현지 코디네이트와 함께 다가가자 대화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그들은 손흥민(25·토트넘)과 기성용(27·스완지시티)에 대해 물었다. 그 지겨운 이란의 6-2 대승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순간 유심히 귀를 기울이게 만든 내용이 있었다. 이란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축구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최근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대표팀 코치로 합류한 이란 축구의 '상징' 자바드 네쿠남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한 사람은 "네쿠남은 이란 축구의 영웅"이라고 말한 반면 또 다른 사람은 "예전에 영웅이었지 지금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한 선수의 이름이 나오자 끝없이 이어지던 논쟁이 끝났다. 이란의 수많은 스타 선수들 중 최고는 '나세르 헤자지'였다. 그는 1970년대 이란 축구를 상징하는 골키퍼였다. 2011년 6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도 이란 축구의 전설로 통한다. 아시안컵 2회 우승, 아시안게임 1회 우승을 비롯해 올림픽과 월드컵 등 메이저 대회는 모두 경험했다. 그리고 1972년, 1976년 아시안컵 2연패를 달성한 주역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아르헨티나월드컵 아시아 예선 당시 나세르의 선방에 고전하며 본선 진출권을 놓친 아픈 기억이 있다.갑자기 축구장 관리자 피우즈 라히미는 기자의 손을 끌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한쪽 벽면에 나세르의 큼지막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는 "이란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축구 선수가 나세르다.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사진을 걸어 놓고 출근할 때마다 본다"며 나세르의 사진을 가리켰다. 이토록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이란도 한국과 4차전을 앞두고는 철저한 비밀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63) 이란 대표팀 감독은 이번 한국전을 준비하면서 단 한 번도 훈련을 공개하지 않았다. 경기 하루 전인 10일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공식훈련이 이란 대표팀 선수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이날 이란축구협회 측은 10일 공식 훈련을 경기가 열리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실시한다고 통보했다. 보통 경기 하루 전에 열리는 공식훈련은 경기가 열리는 장소에서 1시간 동안 하는 것이 관례다. 이란은 공식 기자회견 시간 역시 제멋대로 정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이란이 AFC 규정을 교묘히 피하면서 훈련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꼬드스(이란)=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16.10.1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