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다 놓친' 승리, 캡틴이 구했다...친정 팀에 '결승 투런' 채은성 "수명 줄은 것 같아" [IS 스타]
강력한 친정 팀을 상대로 채은성(35·한화 이글스)이 소중한 1승을 가져왔다.채은성은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원정 경기에 5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해 11회 결승 투런 홈런으로 팀의 6-5 승리를 이끌었다.말 그대로 극적인 승리였다. 초 공격이긴 하지만, 채은성의 홈런은 끝내기 상황만큼 벼랑 끝에서 나왔다. 한화는 경기 초반 4-0으로 앞섰으나 선발 코디 폰세가 홈런 두 방을 맞았고, 7회 상대 더블 스틸 시도 때 내야진이 협살 상황을 처리하지 못했다. 결국 박해민의 적시타로 경기는 원점. 폰세와 코엔 윈이라는 선발 매치업 우위가 이 순간 지워졌다. 분위기를 내준 한화는 11회 초 2사까지 득점을 내지 못했다. 채은성이 아웃 카운트를 내주면 한화가 승리하는 경우의 수는 사라졌다.벼랑 끝에서 채은성이 해냈다. 그는 LG 박명근의 144.6㎞/h 하이 패스트볼을 통타, 잠실구장 왼쪽 담장을 넉넉히 넘기는 투런 홈런으로 한화가 놓칠 뻔한 리드를 안겼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채은성은 "마지막 공격이었고, 2아웃이라 부담 없이 쳤다. 뒤는 없다고 생각했다. 큰 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크게 나왔다"고 떠올렸다.채은성은 이날 경기 어려웠던 흐름에 대해 "다행히 폰세 뒤에 나온 투수들이 잘 막아줬고, 수비수들도 잘 해줬기에 11회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야구가 항상 그렇다. 좋은 투수가 나와도 많이 맞을 수 있고, 잘 막을 수도 있는 게 야구다. 그래도 선수들이 각자 다 할 일을 하면서 이겨내 다행"이라고 전했다. 채은성은 동점을 허용한 후 상황에 대해서도 "따로 이야기를 준 건 없다. 선수들끼리 '일단 나가서 점수를 내자. 내야 이긴다'라는 식 이야기만 나눴다"고 했다.승리하긴 했지만, LG는 마지막까지 한화를 압박했다. LG는 2점 열세로 출발한 11회 말 박동원이 솔로 홈런을 쳐 한 점 차로 추격했다. 또 한화 박상원, 조동욱을 상대로 주자를 쌓으며 2사 만루를 만들었다. 안타 하나면 경기가 뒤집어지는 상황이었는데, 조동욱이 결국 마지막 삼진을 잡아내 경기를 마감했다.
어려웠던 11회 말 상황에서 야수들의 긴장감도 높았다. 채은성도 1루 방향으로 날아가는 파울 타구를 전력으로 쫓아갔고, 긴장한 표정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채은성은 "수명이 줄은 것 같다"고 웃으면서 "마음이야 간단하게 이기고 싶지만, LG가 워낙 강팀이기에 끝까지 그런 상황이 나온 것 같다. 안타 하나면 끝나는 경기였기에 초조했던 것 같다. '재발, 제발' 생각했다"고 말했다.2009년 LG에 입단, 2022년까지 뛰었던 채은성은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하지 못했고, 한화에선 하위권만 경험했다. 그런 채은성에게 LG와 1위를 두고 순위 경쟁하는 느낌은 어떨까. 그는 "한화에 와 3년 째인데, 순위 싸움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별로 감흥은 없었다"면서도 "지고 싶지는 않다. 그런 마음은 있다. LG야 최근 몇 년 동안 강팀이었고, 우리는 밑에서부터 올라온 팀이다. 예전에는 LG에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지금은 만나면 지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
연승가도를 달리던 한화는 최근 주춤하다. 타선의 페이스도 다소 떨어졌던 상황. 채은성은 "타격감이 올라오진 않았다. 최근 하루하루가 다르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영향도 있다. 내가 키가 있다 보니 높은 존에서 볼을 벌 수 없다. 카운트에 쫓기면서 많이 덤비게 된다"고 햇다. 그는 "ABS 존(의 경계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야구라 사실 적응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과감하게 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채은성은 "사실 연승할 때도 우리 팀 타선이 드라마틱하게 터지진 않았다. 투수력이 워낙 좋았다"며 "우리도 타선이 매 경기 20점씩 뽑으면 좋겠는데, 잘 맞지 않으니 부담을 느꼈는데 (이제는) 넘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하겠다. 방어적이기보단 최대한 공격적으로 하자고 했다. 언젠가는 잘 맞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5.05.29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