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모비스 루키 김시래, 시동 걸렸다 “이름처럼 때가 올겁니다”
울산 모비스의 슈퍼 루키, 살짝 늦긴 했지만 시동은 제대로 걸렸다. 김시래(23·178㎝) 이야기다. 김시래는 올 초부터 최근까지 천국과 지옥을 맛 봤다. 그는 올해 1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모비스에 뽑히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모비스는 김시래를 선발한 뒤 '득점 기계' 문태영(34·194㎝)까지 영입했다. 김시래-문태영과 더불어 기존의 양동근(31·181㎝)-함지훈(28·198㎝)까지 포지션별로 완벽한 '판타스틱 4'를 구성했다는 평가를 들으며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시즌 초반 김시래가 주춤했다. 더불어 외국인 선수가 수준 이하인데다 빅맨 함지훈이 수비자 3초룰의 폐지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고 부진하자 연일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팀을 이끄는 야전사령관인 새내기 포인트가드 김시래의 부담은 더 커져갔다. 그러나 모비스는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8일 외국인 선수 아말 맥카스킬을 퇴출시키고 새로 커티스 위더스(28·197㎝)를 영입한 후 서울 삼성전부터 3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김시래와 함지훈, 리카르도 래틀리프가 완전히 제자리를 잡으면서 기세가 오를 대로 올랐다. 모비스는 어느새 공동 선두 서울 SK와 인천 전자랜드에 반 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11일 원주 동부 전에서 3연승을 이끈 김시래와 전화로 인터뷰했다.-최근 인터뷰에서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밝혔는데."아무래도 그렇다. 팀 승률은 나쁘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팀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나는 비시즌 때 잘 준비해놓고도 개막 직전에 컨디션이 뚝 떨어져서 시즌 초에 너무 힘들었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커서 그랬던 것 같다. 대학 때도 인터뷰는 자주 하지 않았는데, 프로에 와서는 '판타스틱 4'라며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고…. 이런 걸 보면 신인 때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던 김승현 선배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일부 팬들은 "판타스틱4에 대체 김시래는 왜 들어간거냐"고 비난하기도 했다."그런 댓글을 많이 봤다. 마음이 아팠다. 내가 '판타스틱 4에 꼭 나를 넣어달라'고 한 것 도 아닌데…. 솔직히 처음에 내가 '판타스틱 4' 중 하나라고 하는 기사를 보고는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뿌듯하기도 했다. 그 동안 기대 이하였던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모비스 부진의 원인이 양동근과 김시래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아서라는 말도 나왔다. "그 부분은 양동근 선배와 나의 플레이 스타일이 맞고 안 맞고의 문제가 아니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내가 수비에서 자꾸 구멍을 내면서 팀 플레이가 어려워졌다."-11일 동부 전에서는 김시래의 수비가 빛났는데."유재학 감독님이 1쿼터부터 상대 가드진에 바짝 붙어서 풀코트 프레스를 하라고 지시했다. 동부 박지현 선배가 귀찮아 하게 만들었다. 경기 후 감독님이 수비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하셨다."-베테랑인 동부 박지현이 당황해서 실책하는 모습이 이례적이었다. 동부에서는 '김시래가 수비를 해 봐야 얼마나 하겠어'라고 얕본 게 아닐까."어쩌면 그런 걸 수도 있다(웃음)."-득점력이나 리딩 능력을 떠나서, '어시스트 몬스터'로 불렸던 대학 때의 어시스트 능력이 프로에서 안 나왔다는 점이 안타까웠다."대학 때는 경기를 부담 없이 뛰니까 어시스트를 많이 하는 만큼 턴오버도 많았다. 프로에서는 '턴오버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앞서서 어시스트까지 위축됐다. 그리고 사실 초반에는 정신이 없어서 아무 것도 안 보이더라. 눈 가린 경주마처럼 바로 눈 앞에 있는 것만 보였다. 요즘 연승이 이어지면서 패스 길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김시래 스타일'의 플레이는 어떤 건가."뛰는 농구. 빠르게 속공을 이끌어가는 플레이다. 사실 이전에 있던 맥카스킬이 속공보다는 세트 오펜스를 좋아하는 선수라서 같이 뛰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새로 온 위더스는 그런 면에서 좋다. 문태영, 함지훈 선배가 발이 느리다는 걱정을 하는 팬들도 있지만, 그 형들은 일단 뛰면 같이 뛰어주는 선수들이다."-프로에서 뛰어보니 어떤 게 가장 힘들던가."몸싸움이다. 대학 때는 상대팀 스크린 정도는 쉽게 빠져나갔는데, 프로에서는 그조차 쉽지 않다. 양동근 형이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면서 조언을 많이 해준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키가 작아서 근육을 늘리는 게 절실하다."-최부경(SK), 김현수(KT) 등 다른 팀 신인들이 잘 나가고 있다. 자극도 많이 받을 것 같은데."물론이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쟤들도 신인이면서 저렇게 잘 하는데 나라고 못 하겠어?'라며 자극을 많이 받았다."-문경은 SK 감독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최부경이 신인상 못 받으면 은퇴하겠다"고 하더라."최부경이 현재로선 신인 중 가장 잘 하는 게 사실이니까. 하지만 아직 2라운드고, 시즌 초반이다. 아직 남은 시즌은 길다. 난 어릴 때 친구들에게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아서 내 이름이 참 싫었다. 증조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내 이름은 한자로 때 시(時), 올 래(來)를 쓴다. '때가 온다'는 뜻이다. 좋은 뜻 아닌가. 어른이 된 후에는 내 이름의 뜻을 늘 생각한다."이은경 기자 kyong88@joongang.co.kr
2012.11.12 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