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선출 단장' 6인 시대, 새 얼굴 5인의 활약은 왜 중요한가
올겨울 KBO 리그에 '선수 출신 단장' 열풍이 불어닥쳤다. 지난달 31일 NC가 선수 출신인 유영준 스카우트 팀장을 새 단장으로 선임하면서 10개 구단의 야구선수 출신 단장이 무려 6명으로 늘어났다.지난 시즌만 해도 야구 유니폼을 입었던 단장은 두산 김태룡, SK 민경삼 두 명뿐이었다. 두 단장 모두 현역 은퇴 뒤 프런트 말단부터 시작해 단장 자리까지 올라온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여기에 두산과 SK라는 구단의 조직 문화가 단장 임명에 작용한 케이스였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구단에까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단장을 교체한 7개 구단 가운데 5개 팀이 선수 출신 인사를 자리에 앉혔다. 한화, LG, 넥센, NC가 새로운 흐름에 동참했다. SK는 민 단장 후임으로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을 영입했다.한화가 시작이었다. 지난해 11월 전임 박종규 단장이 사업총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대신 LG 감독 출신인 박종훈 신임 단장을 선임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성근 감독의 유임을 발표하는 동시에, 박 단장의 영입도 공개했다. 박 단장은 1983년 두산의 전신 OB에서 데뷔한 뒤 그해 신인왕과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선수 출신이다. SK와 두산 2군 감독을 거쳤고, 2010년부터 2년간 LG 지휘봉을 잡았다. 한화 단장이 되기 전까지는 NC에서 육성본부장을 맡았다.한 달 뒤에는 LG가 나섰다. 6년간 재직한 백순길 단장이 물러나면서 송구홍 운영총괄에게 새로 단장 역할을 맡겼다. 송 단장은 1991년 LG에 입단한 뒤 ‘허슬 플레이’의 대명사로 불리며 팬들을 사로잡은 내야수였다. 선수 시절 몸담았던 팀에서 단장 자리까지 오른 첫 번째 케이스. 그 어떤 인물보다 선수단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지난달에는 넥센이 고형욱 스카우트 팀장을 새 단장으로 임명했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남궁종환 전임 단장이 물러나면서 선수 출신인 고 팀장이 단장 자리로 올라섰다. 고 단장은 1994년 쌍방울에 입단해 1999년까지 통산 98경기에 등판했던 투수 출신이다. 은퇴 뒤 아마추어 지도자 생활을 하다 2009년 넥센 스카우트팀에 입사했다. 한현희, 조상우, 김하성과 같은 넥센의 기둥 선수들을 직접 뽑은 데다, 넥센이 공들이는 자체 육성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이어 SK도 선수 출신 민 전임 단장의 후임으로 염 전 넥센 감독을 선임했다. LG에서 운영팀장까지 지냈고, 2013년부터는 4년간 넥센 지휘봉을 잡고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던 인물이다. 염 전 감독은 넥센이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뒤 패장 기자회견에서 자진 사퇴했다. 시즌 내내 파다했던 SK 감독 이적설을 전면 부인하고 해외에서 야구 관련 공부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3개월 만에 감독이 아닌 단장으로 SK와 계약했다.NC는 올 시즌 선수 출신 단장 선임 릴레이의 막차를 탄 팀이다. 5년간 구단 살림을 맡아 온 배석현 전임 단장이 구단 국제업무 담당으로 물러나고, 유 스카우트 팀장을 신임 단장으로 발탁했다. 유 단장은 2011년 팀 창단 때부터 스카우트로 합류해 나성범, 이민호, 박민우 등 주축 선수들을 발굴했다. 프로야구에서 뛴 경험은 없지만 배명고와 중앙대, 실업야구 한국화장품에서 포수로 선수 생활을 했다. 장충고 감독도 지냈다. NC는 유 단장의 선임으로 현장과의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고 있다.선수 출신 단장들의 연이은 등장은 김태룡과 민경삼이라는 확실한 성공 사례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김 단장은 2011년 두산 단장에 선임돼 올해로 7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민 전 단장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시즌 동안 SK에서 선수 출신 최장수 단장으로 군림했다. 두 명문 구단의 근간을 확실하게 잡은 인물들이다. 두산과 SK가 아닌 다른 구단들이 과감하게 선수 출신 인사를 선택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물론 그림자도 있다. 김 단장과 민 전 단장은 유독 팬들의 손가락질을 많이 받은 단장이기도 했다. 그만큼 구단 운영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부분이 많아서다. 김 단장은 두산의 전임 감독들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악성 댓글 세례에 시달려 편두통을 달고 살았다. 민 전 단장은 김성근 감독이 SK 지휘봉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김 감독의 사퇴를 반대하는 팬들의 극렬한 반대 시위에 부딪혀 곤욕을 치렀다.이런 어려움은 앞으로 선수 출신 단장들이 필연적으로 겪게 될 과정이다. 선수 출신들이 현장 경험을 통해 쌓은 능력이 '직업적 전문성'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열렸다. 성적에 따른 책임이 감독 한 사람에게만 몰리는 행태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K가 염 신임 단장과 계약 기간을 이례적으로 '3년'이라고 명시한 점도 상징적이다. 그 기간 동안 단장에게도 확실한 공과를 묻겠다는 뜻이다.올해 새로 출발하는 선수 출신 단장 5인이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앞으로 탄생할 새 단장들의 얼굴도 달라질 수 있다. 어려운 숙제이자 가치 있는 도전이다. 배영은 기자
2017.02.01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