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에이스도, 출루왕도, 4번타자도 없는데…잘 나가네 LG
'우승 후보' LG 트윈스가 주전 공백에도 불구하고 시즌 초반 잘 나가고 있다. LG는 지난 5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8-4 역전, 개막 3연승을 달렸다. 이날 LG 4번 타자 채은성이 허리 통증으로 결장했다. 대신 유강남이 4번 타자를 맡았고, 신예 문보경과 송찬의가 각각 5~6번을 책임졌다. 타선의 무게감이나 짜임새가 떨어질 것으로 보였으나, 셋은 나란히 멀티 히트를 때려내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앞선 두 경기에서도 LG는 100%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시범경기 도중 허리 통증을 호소한 홍창기의 개막 엔트리 합류가 불발됐다. 홍창기-박해민-김현수로 1~3번을 구성하려던 LG의 계획은 시작부터 틀어졌다. 대신 4년 총액 60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은 박해민이 1번 타자로 나서 공격 첨병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또한 개막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케이시 켈리가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지난해 LG의 개막전 선발을 맡았던 그는 올해엔 발목 부상으로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건너뛰기로 했다. 에이스와 리드오프, 4번 타자까지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홍창기는 지난해 타율 4위(0.328) 출루율 1위(0.456)를 기록하며 골든글러브(외야수 부문)를 품에 안았다. 단일 시즌 출루 역대 2위(297회)를 기록했고, LG 선수로는 최초로 한 시즌 100볼넷을 얻었다. 켈리는 LG에서만 통산 42승(27패)을 올려 구단 역대 외국인 최다승 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올해로 네 시즌째 뛰고 있다. 정규시즌(3.00)보다 포스트시즌(1.78) 평균자책점이 더 낮다. 채은성은 LG 선수 한 시즌 최다 타점(2018년 119타점) 기록을 보유한 해결사이자, 최근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돌파한 중심타자다. 이들이 빠진 가운데서도 LG는 개막 3연승을 내달리며 '우승 후보'다운 모습을 입증했다. LG는 최근까지 주전 1~2명이 빠지면 팀이 흔들렸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이나 포스트시즌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에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주전급 선수가 빠져도 이를 대체하는 선수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범경기 홈런 1위에 오른 송찬의의 깜짝 등장과 함께 문보경과 문성주가 성장세를 보여줬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였던 마운드에서도 김윤식과 임준형, 손주영 등이 선발 자원으로 올라섰다. 켈리가 빠진 가운데 플럿코-이민호-임찬규가 선발 등판한 3경기를 모두 이겼다. 주전 선수의 안도감은 사라지면서 점차 경쟁 분위기가 조성된다. 대체 불가 유격수로 통하던 오지환도 "예전에는 내가 주전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후배들이 성장해 긴장감이 생겼다. 내가 다쳐서 자리를 비우면 (다른 선수들로) 채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신예 선수들이 기회를 얻고 경험을 쌓고 있다. LG도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하는 힘을 갖추면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 LG는 곧 '완전체'를 앞두고 있다. 켈리는 이번 주말 NC와 주말 3연전에 선발 등판 예정이고, 홍창기는 8일부터 퓨처스(2군) 경기에 나선다. 고척=이형석 기자
2022.04.06 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