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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권지예의 금융읽기] 5일 완판 '뉴딜펀드'…팔기도 힘든 '사모펀드'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참여정책형 뉴딜펀드의 인기가 매우 높다. 저도 가입해서 홍보를 도우려고 했는데, 기회를 놓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참여정책형 뉴딜펀드(이하 국민참여뉴딜펀드) 가입을 하지 못했다. 사실상 원금보장을 약속하며 입소문이 나면서 1300억원대 규모의 물량이 일찌감치 완판됐기 때문이다. 제로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데다가 최근 펀드 손실 사태 등으로 자취를 감춘 금융사의 사모펀드도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만에 1300억원 몰린 '뉴딜펀드' 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KDB산업은행에서 판매한 국민참여뉴딜펀드가 지난 1일 줄줄이 완판됐다. 국민참여뉴딜펀드는 은행 7곳, 증권사 8곳 등 총 15개 금융사에서 판매했다. 7개 은행에 각각 배정된 물량은 KB국민은행 226억원, 기업은행 220억원, 하나은행 155억원, NH농협은행 150억원, 신한은행 110억원, 우리은행 70억원, 산업은행 10억원이었다. 모두 2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국민참여뉴딜펀드 중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은 약 1570억원이었다. 마지막으로 배정된 물량이 남아있던 기업은행도 5일 오전 중 한도가 소진되며 국민참여뉴딜펀드는 다 팔렸다. 증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출시 첫날인 지난달 29일 한국투자증권(140억)과 유안타증권(90억), 하나금융투자(90억), 한국포스증권(90억) 등에 할당된 물량이 판매 완료됐다. 이 펀드는 뉴딜 관련 상장·비상장 기업의 지분이나 메자닌(전환사채나 우선주 등 채권과 주식의 성격이 혼합된 금융상품) 증권에 주로 투자하는 ‘사모투자 재간접공모펀드’다. 위험등급 1∼2등급의 고위험 상품이지만 21.5%까지 손실이 보전된다. 즉 일반 투자자는 펀드기준가가 21.5% 하락할 때까지 원금을 보전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펀드가 반 토막 나더라도 손실률은 36.3%로 제한된다. 수익률은 20%를 넘어서면 초과 수익분은 일반투자자와 후순위 투자자가 4대 6 비율로 나눠 갖는 구조다. 이 펀드가 인기를 얻은 데에는 정책자금이 후순위로 함께 출자해 투자자의 손실을 방어해준다는 데 있었다. 즉 원금을 보장받기 원하면서도 저축 이상의 수익을 원하는 금융소비자들의 갈 곳 잃은 돈이 몰리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참여뉴딜펀드처럼 고수익에 사실상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 조건은 그동안 없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들이 사모펀드 판매 자체를 안 해버리니 투자 길을 찾지 못한 돈들이 몰린 영향도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더 줄어든 '사모펀드' 국민참여뉴딜펀드의 흥행과는 대조되게 사모펀드 상품은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매월 100조원 이상을 기록하던 펀드 판매 잔액이 지난해 12월부터 90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11월 100조7232억원을 기록한 뒤 12월 97조2962억원으로 떨어졌고, 올해 1월 말 98조2707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 사모펀드 잔액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터진 해인 2019년 10월 26억6572억원을 기록하더니 이듬해 6월 21조8667억원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말에는 18조4294억원으로 20조원대가 깨졌다. 은행권 사모펀드 잔액이 20조원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2017년 4월 말 이후 처음이다. 당연히 은행권의 펀드판매 비중도 크게 줄었다. 5년 전인 2016년 1월 말 금융권 전체 펀드 판매 규모 중 은행권의 판매 비중은 22.8%를 차지했으나 올해 1월 말 14.8%까지 하락했다. 은행권 펀드 이탈 현상은 DLF에서 시작해 라임·옵티머스 등 잇단 펀드 손실 사태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은행이 판매하는 펀드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아직까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분쟁조정위원회와 제재심의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 보상에 대한 명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권이 관련 상품 판매를 꺼리고 있기도 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사모펀드 상품 수탁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어 사모펀드 설정 자체가 힘들어졌다"며 "사실상 보이콧"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수탁 펀드 수는 7548개에서 지난 2월말 6258개로 감소했다. 최근 이런 사모펀드 손실 사태로 인해 지난 10년간 국회에서 표류하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통과하면서 펀드 판매 자체가 어렵게 됐다. 사모펀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탄생한 금소법이 막상 펀드를 판매하는 행위 자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 보호 강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금소법이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은행들은 펀드를 판매할 때 고객이 해당 펀드를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금소법에 따라 고객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원천적으로는 금지되고, 은행원은 고객이 원한다고 해도 해당 상품을 판매할 수 없음을 설득해야 한다. 게다가 판매사가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를 했을 경우에 대한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다. 관련 상품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고, 과태료도 최대 1억원으로 상향됐다. 이밖에도 대출을 받으면 전후 1개월간은 해당 은행에서 펀드 등 다른 금융 상품에 가입할 수 없게 됐다. 직전 한 달 이내 은행에서 파는 펀드에 가입한 상태에서 같은 은행의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은행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분쟁 소지 자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상품 판매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1.04.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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