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골프 여제' 박인비 "가장 영광스러웠던 올림픽 금, 두 번째 도전은..."
세계 최고. 한국 여자 골프 앞엔 이 만 한 수식어가 붙을 만 하다.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 시즌 메이저 2승을 거둔 박세리 이후 수많은 한국 여자 골퍼들이 LPGA 무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5년부터 한국 선수들은 최다 합작 우승 1위를 지켜왔고, 매년 LPGA 투어 신인상 수상자를 배출해왔다. 그리고 지난 1일엔 2006년 여자 골프 세계 랭킹 도입 후 처음 한국 선수들로만 1~3위(고진영·박성현·이정은6)를 휩쓸었다. 올 시즌에만 LPGA 투어 26개 대회 중 딱 절반인 13개 대회(6일 기준)를 석권했다.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박세리가 LPGA 무대를 개척했고, 2000년대 중후반 신지애를 거쳐 2010년대에 접어들어서 박인비가 평정했다. 그리고 2019년엔 LPGA 2년차 고진영이 한 시즌 메이저 2승으로 최근 10주 연속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며 한국 여자 골프 에이스 계보를 이어갔다. 한국 여자 골퍼 중 가장 오랫동안 세계 1위를 경험했던 박인비, 현재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고진영. 이들이 말하는 '한국 여자 골프의 힘'은 무엇일까. 이들은 내년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 여자 골프의 또다른 영광의 한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골프 여제. 박인비(31) 앞에 따라붙는 이 수식어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6승을 했던 2013년부터 그를 대표하는 단어다. 박세리(42)가 해외 무대에서 처음 한국 여자 골프를 빛낸 선수였다면, 박인비는 일찍이 미국에 가서 기량을 쌓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골퍼로 계보를 이었다. 아마추어 시절이던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19세 11개월)으로 처음 주목을 받았던 그는 2015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휩쓴 7번째 LPGA 선수로 기록됐다. 2013·2014·2015년에 3년 연속 단일 메이저 대회(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를 제패했던 그는 2016년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처음 열린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이뤘다. 여자 골프에선 처음이었다. 2013년 4월 처음 세계 1위도 올랐던 그는 총 106주동안 세계 정상을 지켰고, 2016년엔 역대 최연소의 나이에 LPGA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여러가지 성과를 이뤘던 그에게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박인비는 리우올림픽 금메달 순간을 단연 꼽았다. 당시 그는 손가락 인대 부상 등으로 각종 대회에서 컷 탈락을 거듭하는 등 성적이 곤두박질쳤다가 리우올림픽에서 기적처럼 금메달을 땄다. 박인비는 "다른 어떤 대회보다 절실했고, 그만큼 노력하면서 힘들었다. 출전부터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출전을 강행했다. 실낱같은 희망 속에서 도전했고 거기서 결실을 거뒀다"고 회상했다. "골프 선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가장 큰 영광의 순간이 공존했던 때"라고 한 박인비는 "아이러니하지만 최고의 순간으로 내겐 기억된다"고 말했다.박인비는 지난해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이후 LPGA 통산 우승 기록이 19승에서 멈춰있다. 그러나 그는 예전처럼 우승이 없다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은 골프 인생에 대한 생각도 예전과 달라졌다. 그는 "특별히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겠단 것보단 그저 매 라운드에서 최선을 다 하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번 금메달을 땄던 올림픽에 두 번째 도전하는 소회도 비슷했다. 그는 "올림픽이 어떤 무대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면서 "기회가 온다면 뜻깊은 일이 되겠지만 대표팀 선발 자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지금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고 싶다"고 말했다.김지한 기자
2019.10.1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