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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피 엔드’ 반성하지 않는 사회는 진보하지 않는다 [정시우의 SEEN]

왜, 포스트 박찬욱·봉준호는 나타나지 않는가. 오랜 시간 한국 영화계에 도르마무처럼 배회하고 있는 퀘스천이다.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초청 리스트에서 한국 장편 영화가 실종된 것을 두고도 ‘터질 게 터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영화의 침체 속에서 한동안 주춤하던 일본 영화의 약진이 감지되고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 후카다 코지 등이 일본 영화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가운데, 감각적인 에너지로 중무장한 또 한 편의 영화가 당도했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분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낸 소라 네오 감독의 ‘해피엔드’다. 패기 넘치는 작품이 나왔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확인해 보니 실로 그러하다.근미래 일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피엔드’의 초기 제목은 ‘지진’이었다. 열도를 강타해 온 지진은 일본인 유전자 속에 심어져 있는 공포 요소다. 지진은 단순히 자연재해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그들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요소로 지진을 이용해 오곤 했다. 영화에서도 지진이 발생하자 총리는 “역사를 보세요. 대지진 때마다 불법 입국한 외국인과 반일 세력에 의한 흉악 범죄의 증가가 사실이지 않습니까?”라고 주장하며 대국민 긴급사태 조항을 선포한다. 명목은 ‘국민 안전’이지만, 목적은 혐오 조장을 통한 ‘정권 지지율 반등’이다. 한국 관객이라면 1923년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탔다”는 유언비어를 터트려 조선인을 학살한 역사가 주마등처럼 스칠 것이다. 일본은 반성하지 않았다. 국가가 조장한 혐오 정서는 학교 담벼락을 넘어 유타(구리하라 하야토)와 코우(히다카 유키토)가 있는 교실로 스며든다. 둘도 없는 단짝인 유타와 코우는 교내 동아리실에 몰래 잠입해 놀다가 교장선생의 고급 차를 직각으로 세우는 장난을 친다. 화가 난 교장은 학교 규정을 어긴 학생들에게 벌점을 부과하는 인공지능(AI) 카메라를 도입해 감시를 강화한다. 교내 감시 체제 도입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 빌미를 준다. 저출생·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유입 인구를 늘려온 일본에서 외국인 이민자는 중요한 사회 구성원. 그러나 학교는 국가 안보를 방패막 삼아 ‘반이민 정서’를 부채질한다. 강사로 초빙돼 학교에 온 자위대 대원 강의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배제하는 방법 등을 통해서다. 이 차별은 당하는 사람만큼이나, 지켜보는 ‘순수’ 일본 혈통 아이들에게도 몹시 유해하다. 아이들은 제도권 교육을 통해 ‘단일 가치관’에 맹종하는 모습을 익힌다. 순수 혈통의 특별함을 경험하며 자란 아이들은 훗날 사회에 진출해 같은 방법으로 후대를 대할 것이다. 반성할 줄 모르는 사회는 악순환 속에 갇혀 진보할 수 없다.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은, 평생 영원할 줄 알았던 유타와 코우 사이 우정에 균열을 가져온다. 놓여 있는 둘의 처지가 워낙 달라서다. 유복한 집안에서 성장한 유타와 달리, 재일한국인 4세인 코우는 매 순간 차별의 냄새를 맡으며 자라왔다. 경찰 검문을 당해도 ‘내추럴 본 일본인’ 유타는 바로 통과. 반면 코우는 ‘특별 영주증명서’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모를 당하기 일쑤다. 혐한 시위가 위세를 떨치자 코우 어머니가 운영하는 한식 가게에는 ‘비(非)국민’이라는 낙서가 붙기도 한다. 성인의 길목으로 들어서는 코우가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유타는 시위대에 관심을 드러내는 코우가 멀게 느껴진다. 이방인으로 사는 것, 더 정확하게 이방인으로서 영원히 살아야 하는 코우를 유타는 이해하지 못한다. 코우 역시 자신의 변화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유타가 서운하다. 영화가 그려낸 근 미래의 일본 풍경은, 우리에게도 강력한 기시감을 던져준다. 비단 피부색뿐 아니라, 같은 민족끼리도 ‘네 편’ 아니면 ‘내 편’ 편이 갈려져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우린 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목도 중이니 말이다. 그러나 ‘헤피엔드’는 함부로 비극을 발설하지 않는다. 무책임하게 희망을 이야기 하지도 않는다. 다만 영화 말미, 두 소년이 서로에게 건네는 ‘어떤 순간’의 아름다운 제스처에 잠시 화면을 정지시킨다. 그것은 우정의 종말을 잠시라도 더 유예시키려는 영화의 다정한 안간힘. 그 다정함이 안기는 여운의 꼬리가 상당히 길다. 정시우 칼럼니스트 2025.05.08 06:00
영화

박찬욱은 베니스·나홍진은 내년 ‘유력’…韓영화, 올해 칸영화제 경쟁도 빠지나 [줌인]

칸국제영화제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작품 초청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초청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올해도 한국영화가 경쟁 부문 노미네이트는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미국 데드라인 등 외신에 따르면, 칸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내달 13일 개막을 앞두고 10일 오전 11시(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78회 초청작을 발표한다.◇연상호 연출 ‘얼굴’→‘기생충’ 이정은 신작 등 출품한국 작품 중 유력 초청작으로 거론되는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얼굴’이다. 연 감독은 칸영화제 단골 손님으로, 앞서 ‘돼지의 왕’(2012·감독주간), ‘부산행’(2016·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반도’(2020·공식초청) 등 세 작품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얼굴’은 연 감독이 ‘반도’ 이후 처음 선보이는 극장 영화로,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의 아들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을 발견하고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 감독이 직접 쓰고 그린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김병우 감독의 ‘전지적 독자 시점’과 김미조 감독의 ‘경주기행’ 두 편도 출품됐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오는 7월 개봉을 앞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텐트폴 영화로 총 3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판타지물로, 안효섭, 이민호, 블랙핑크 지수 등 K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경주기행’은 막내딸 경주를 살해한 범인의 출소 날, 복수를 위해 경주로 떠난 네 모녀의 가족 여행기를 그린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으로 전세계 주목을 받은 이정은 주연작이다. 이정은은 엄마 역으로 공효진, 박소담, 이연과 모녀 호흡을 맞췄다.‘얼굴’을 비롯해 ‘전지적 독자 시점’, ‘경주기행’이 올해 칸영화제 부름을 받는다면 지난해에 ‘베테랑2’ 등에 이어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주목할 만한 시선 등 비경쟁 부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 초청 가능성 ↓…박찬욱은 베니스·나홍진은 내년 노린다반면 경쟁 부문에서는 특별한 성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영화는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2022년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초청받지 못했다. 당초 박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일정 문제로 출품이 불발됐다. 소설 ‘THE AX’를 원작으로 한 ‘어쩔수가없다’는 갑작스럽게 해고된 회사원 유만수(이병헌)가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어쩔수가없다’는 지난 1월 크랭크업, 후반 작업에 한창이다. 하반기 개봉이 목표로, 현재로서는 추가 초청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확률이 적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신 8월 개최되는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 가능성을 열어뒀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데다 베니스와 인연도 깊다. 박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에 2005년 ‘친절한 금자씨’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2006년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다.영화계 일각에서는 올해와 달리 내년 칸영화제에는 경쟁 부문 초청작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력 후보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다. 국내 단일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호프’는 지난해 촬영 일정을 마무리하고 후반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연말 개봉설도 돌았지만, 배급사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의 2025 라인업에서 이름이 빠지며 사실상 내년 개봉을 확정 지었다. 칸영화제 시즌인 내년 2분기 또는 성수기인 3분기 공개에 무게가 실린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5.04.09 10:05
영화

배우 된 정수정, 반가운 근황…‘2025 프랑스영화주간’ 홍보대사 발탁

배우 정수정이 ‘2025 프랑스영화주간’ 홍보대사로 발탁됐다고 10일 주최 측이 알렸다. TV5MONDE와 함께하는 ‘2025 프랑스영화주간’이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와 아트나인, 영화의전당의 공동 주최로 오는 4월 4일부터 13일까지 아트나인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다. 프랑스영화주간은 2021년에 첫 시작하여 칸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 및 수상한 작품들 중 다양한 장르의 국내 미개봉 최신 영화 10편을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올해 홍보대사로 발탁된 정수정은 2009년 그룹 f(x)으로 데뷔하여 가수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볼수록 애교만점’,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상속자들’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는 물론, 영화 ‘애비규환’(2020)에서 첫 영화 주연으로 열연했다. 이어서 제76회 칸영화제 초청작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2023)에서의 제33회 부일영화상 ‘신인 여자 연기상’, 제28회 춘사국제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가수이자 배우로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2025 프랑스영화주간은 작품들의 상영과 더불어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을 예정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 공식 홈페이지와 아트나인, 영화의전당 SNS에서 확인 가능하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3.10 17:53
영화

“저널리즘 스릴러 어떨까”…골든글로브 오른 ‘9월 5일: 위험한 특종’ 2월 개봉

제82회 골든글로브시상식 영화 부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이 국내 극장가를 찾는다.수입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9일 ‘9월 5일: 위험한 특종’의 오는 2월 5일 개봉을 확정 짓고 메인 포스터를 공개했다. 작품은 1972년 뮌헨 하계 올림픽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테러 인질극을 생중계한 ABC 방송국 스포츠팀의 실화를 다룬 온에어 스릴러로, 골든글로브시상식 뿐만 아니라 베니스국제영화제, 크리틱스초이스시상식, LA비평가협회상을 비롯한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전 세계 영화제 9관왕을 거머쥐고 2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또한 해외 유력 매체와 평단으로부터 “올해 최고의 스릴러, 올해 최고의 영화”(Fandango), “시한폭탄처럼 타오르는 영화”(ABC News), “모든 면에서 탁월한 걸작”(Awards Daily), “관객들을 1972년 올림픽 ABC 뉴스 통제실로 데려간다”(IndieWire) 등 폭발적인 찬사를 끌어냈으며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0%를 기록해 영화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모았다.이번에 공개된 메인 포스터는 방송국 뉴스 통제실의 가득 찬 화면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로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특히 테라스에서 복면을 쓴 채 밖을 내다보는 테러리스트의 이미지는 당시 실제로 ABC 방송국에서 송출되었던 것으로, 현실감과 극한의 몰입감을 선사하는 작품임을 예상케 한다. “올림픽 사상 초유의 테러 인질극, 전 세계가 지켜본 생중계 실화”라는 문구는 세계 최초로 올림픽을 생중계했던 스포츠팀이 갑작스럽게 테러 인질극을 생중계로 취재하게 되면서 맞닥뜨리는 상황과 갈등을 예고해 흥미를 더한다. 여기에 ‘더 배트맨’, ‘로스트 도터’의 피터 사스가드, ‘패스트 라이브즈’, ‘빅쇼트’의 존 마가로, ‘스노든’, ‘신데렐라’의 벤 채플린, ‘티처스 라운지’, ‘하얀 리본’의 레오니 베네쉬까지 국내 관객들에게도 낯익은 연기파 배우들의 모습은 영화에서 펼칠 압도적 연기 앙상블을 기대케 하며 웰메이드 무비의 탄생을 알린다.한편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오는 2월 5일 개봉한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1.09 17:56
영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늘(11일) 폐막…최수영·공명 등 참석

부산국제영화제가 열흘간의 축제를 마무리한다.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11일 오후 6시부터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폐막식을 개최한다. 폐막식 사회는 배우 최수영과 공명이 맡았으며 영화제를 빛낸 국내외 배우, 감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폐막식은 BIFF 오프닝비디오 상영 후 플래시 포워드 관객상, KB 뉴 커런츠 관객상, 선재상, 비프메세나상, 지석상, 올해의 배우상, 뉴 커런츠상 시상식으로 이어진다.주요 시상 부문인 올해의 배우상은 ‘뉴 커런츠’와 ‘한국 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에 선정된 한국장편독립영화 중 가장 독보적이고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최우수 남자, 여자 신인배우 각 1인에게 수여된다. 시상은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배우 김선영과 류준열이 맡는다.‘뉴 커런츠’ 부문에는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 ‘동쪽으로 흐르는 강’, ‘라나를 위하여’, ‘생존자의 딸’, ‘수연의 선율’, ‘아벨’, ‘아침바다 갈매기는’, ‘침묵의 외침’, ‘코코넛 나무의 높이’, ‘현대 모성에 관한 몽타주’ 등 10개 작품이 후보작으로 올랐으며, 이 중 2개 작품이 수상의 영광을 안는다.시상식이 끝난 후에는 폐막작 ‘영혼의 여행’ 감독과 배우들이 올라와 작품을 소개한다. ‘영혼의 여행’은 싱가포르 영화인 최초로 칸, 베를린,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에릭 쿠 감독의 신작으로, 세계적 명성의 샹송가수 클레어(카트린느 드뇌브)가 사랑하는 반려견을 떠나보낸 후 찾은 도쿄에서 시한부 팬 유조(사카이 마사아키)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이어 자원봉사자들의 폐막 선언과 함께 자원봉사자 영상이 공개된 후 폐막작 ‘영혼의 여행’이 상영되며 올해 BIFF는 막을 내린다.한편 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BIFF에는 전 세계 총 69개국 224편의 작품이 초청돼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7개 극장에서 상영됐다. 또 영화의전당 등 해운대 일대에서는 GV(관객과의 만남), 오픈토크, 야외무대인사, 액터스하우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및 이벤트가 열렸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11 06:00
연예일반

BIFF 개막작이 넷플릭스 영화라 문제가 아냐..‘노 홀드백’이 문제지 [현장에서]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화제성, 대중성만 쫓는 행보로 빈축을 사고 있다. 개봉이 임박한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함으로써 영화제 근간을 흔들고 시장의 생태교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축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국고보조금이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줄었지만, 자체 재원 조달을 늘려 전년 대비 약 8% 증가한 63개국 224편의 영화를 초청하며 영화 팬들을 불러 모았다.초청작 중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이끈 건 단연 개막작 ‘전,란’이다. ‘전,란’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한 영화로, 개막식 직후 탄탄한 서사와 다채로운 캐릭터 향연, 이를 연기한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 배우들의 열연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하지만 이보다 더 뜨거운 건 영화 외적인 관심이었다. ‘전,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BIFF의 첫 OTT 개막작이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영화제 전부터 의견이 분분했다. BIFF의 정체성에 반하는 결정이란 의견과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반응이 상충했다. 영화제의 오랜 팬이나 관계자들의 중론은 전자였다. 독립·예술영화, 극장 영화를 소개하는 BIFF에서 상업성이 짙은 OTT 영화를 얼굴로 내세우는 건 영화제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물론 ‘전,란’의 상영이 시대 흐름에 발맞춘 변화라는 BIFF 의견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OTT 영화를 초청해오고 있다.문제는 공개일이다. ‘전,란’은 BIFF가 폐막하는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정식으로 베일을 벗는다. OTT 전용 섹션인 ‘온 스크린’ 초청 시리즈가 영화제 시즌 공개된 경우는 있었지만 영화는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전례 없던 일이다.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넷플릭스 영화 ‘로마’는 넷플릭스에서 3개월 뒤에 공개됐다. 이는 ‘전,란’이 올해 영화제의 화제성, 대중성을 이끌었음에도 불구, BIFF의 전략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그간 영화계는 홀드백(극장 상영 후 2차 시장 공개까지 유예 기간을 두는 제도) 준수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후 관객이 급감하고 영화 시청 주경로가 OTT로 바뀌면서 홀드백 법제화 필요성까지 제기됐다.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25년 예산 지원 영화업계 토론회’에서도 영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홀드백 의무화를 주장했다. 이들은 “외국 영화인들이 홀드백을 안 하면 영화 생태계가 망가진다는 사실을 한국을 보며 배운다더라. 홀드백이 잘 되어있는 프랑스는 영화산업이 코로나19 이전 90%까지 회복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결론적으로 BIFF의 이번 선택은 코로나19 팬데믹과 OTT 공세로 어려움을 호소했던 영화인들의 목소리에 반하는 행위이자 나는 되고 남은 안 되는 ‘내로남불’식 사고에 불과하다. 당장에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영화 생태계 교란을 부추기는 악수를 두며 BIFF의 고유한 역사와 가치마저 스스로 깎아 먹은 셈이다.내년 서른 번째 축제를 앞둔 BIFF가 ‘대중성 확보’라는 자화자찬으로 올해 영화제를 마무리하며 퇴보의 길을 자처할지, 현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영화제의 근간을 되찾을 방법을 모색, 재도약의 길로 향할지 주목된다. 결과는 언제나처럼 BIFF의 선택에 달렸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9 14:29
영화

[29th BIFF] 집주인 바뀌었나…넷플릭스가 장악한 부산영화제 [중간결산②]

이쯤 되면 공생을 넘어서 주객전도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올해 영화제는 ‘넷플릭스의 축제’라는 평가가 들리고 있다.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지난 2일 열린 개막식에서 개막작으로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상영했다. BIFF가 개막작으로 극장 영화가 아닌 OTT 작품을 선정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넷플릭스가 부산영화제에 얼굴을 처음 비친 지 3년 만이다.◇폐막식 날 공개되는 넷플릭스 신작 개막작 선정…홍보 수단 전락 우려‘전,란’의 개막작 선정은 지난달 발표 직후부터 영화 관계자들과 팬들의 빈축을 샀다. 영화제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특히 ‘전,란’은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11일) 당일 정식 공개를 앞둔 작품으로, BIFF가 넷플릭스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까지 일었다. 실제 해외 영화제에서도 이렇게 공개 시점이 밭은 OTT 영화를 초청하는 경우는 없었다.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넷플릭스 영화 ‘로마’ 역시 베니스영화제 이후 3개월 뒤에 넷플릭스에서 정식 공개됐다. 이와 관련, 박도신 BIFF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에 선정 기준을 뒀다”는 말만 반복하며 “‘전,란’은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좋은 영화이자 완성도도 높은 작품이다. 그래서 꼭 개막작으로 관객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외 구체적인 선정 의미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비껴갔다.불행인지 다행인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란’은 현재까지 공개된 BIFF의 초청작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개막식 다음 날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오픈 토크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영화를 먼저 접한 언론과 평단의 호평도 이어졌다. 정식 공개를 앞두고 화제성과 입소문을 챙기는 데 성공한 셈이자, 일각의 우려대로 BIFF가 넷플릭스의 홍보 수단으로 제대로 쓰인 셈이다.넷플릭스 입장에서야 잃을 게 없다. 김태원 넷플릭스 디렉터는 “‘전,란’이 개막작으로 공개돼 저희는 너무너무 기뻤다. 이번 BIFF에서 ‘전,란’을 공개하고 다양한 관객을 만난 건 (넷플릭스에) 너무 좋은 자양분이었다”고 돌아보며 “이 경험을 염두에 두고 학습해서 더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 그래서 내년 BIFF에서 또 영화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까지 다졌다.BIFF는 이번에 개막작 외에도 3편의 넷플릭스 작품을 더 초청했다. 연상호 감독의 ‘지옥’ 시즌2와 일본 시리즈 ‘이별, 그 뒤에도’, 대만 작품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이다. ‘온 스크린’ 섹션 초청작들로, 전체 초청작(7편) 중 넷플릭스 지분이 가장 높다. ◇기회 잡은 넷플릭스, 영화 팬들부터 관계자까지 포섭넷플릭스는 물 들어온 김에 부지런히 노를 젓고 있다. 일례로 영화제 기간 BIFF 메인 스테이지인 영화의전당 맞은편 건물과 해운대 한 복판에 대형 옥외광고를 내걸어 자사 초청작을 홍보 중이다. 또 곳곳에 넷플릭스의 상징인 빨간색 ‘N’ 조형물을 설치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지난 2022년부터 영화의전당 인근 카페에서 운영해 온 ‘넷플릭스 사랑방’ 역시 변함없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넷플릭스가 선보였던 작품과 선보일 작품들의 포스터를 전시 중이며, 스티커 등을 제작해 신규 콘텐츠를 홍보하고 있다. 특히 사랑방 한켠에는 넷플릭스 전용 포토부스를 마련해 MZ 영화인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넷플릭스는 또 그간 대형 영화 투자배급사들이 열어왔던, 이른바 ‘부산의 밤’ 행사를 영화제 대목인 개막 사흘째 저녁에 개최했다. 4일 열린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에는 언론 및 영화계 관계자, 넷플릭스 임직원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둔 작품들의 연출자 연상호, 변성현, 김병우 감독 등이 대거 참석했다. 넷플릭스는 이 자리에서 자사 신규 라인업을 공개하고 영화 시장 내 파이를 확대해 가겠다는 포부를 분명히 전했다.이어 6일에는 BIFF 부대행사 일환인 포럼을 진행했다. 넷플릭스가 BIFF와 협업해 아시아 태평양 전역의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은 자리다.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크리에이터들과 넷플릭스 아태지역 콘텐츠팀, 프로덕션팀이 참석, 3시간 동안 넷플릭스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올해 BIFF 포럼에 참여한 투자배급사는 CJ ENM 외 넷플릭스가 유일하다.이처럼 매년 커지고 있는 부산영화제 속 넷플릭스의 영향력에 대해 BIFF 측은 여전히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른 상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해마다 영화계에서 넷플릭스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고 넷플릭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러다 영화제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영화 생태계에도 적신호가 켜질까 걱정”이라며 “대중성, 화제성이 아닌 영화제의 본질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부산=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7 06:00
영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늘(2일) 개막…강동원·박보영 레드카펫 밟는다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 부산국제영화제가 29번째 축제의 포문을 연다.부산국제영화제는 2일 오후 6시 30분부터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되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일정에 돌입한다. 배우 박보영, 안재홍의 사회로 진행되는 개막식은 게스트들의 레드카펫과 포토월 행사, 개막 선포로 이어진다. 이 자리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박광수 이사장,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등 조직위와 부산시청 관계자를 비롯해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장동건, 김희애, 수현, 정성일, 김상만 감독, 허진호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등 국내외 영화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올해 상영작은 63개국 224편으로,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99편, 월드 프리미어 86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3편이 초청됐다. 국고보조금이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줄었지만, 자체 재원 조달을 늘려 지난해보다 초청작이 약 8% 많아졌다.개막작으로는 김상만 감독의 한국영화 ‘전,란’이 상영된다.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이 적이 돼 재회하는 이야기다. 넷플릭스 영화로,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고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이 출연했다.폐막작은 ‘영혼의 여행’이 선정됐다. 싱가포르 영화인 최초로 칸, 베를린,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에릭 쿠 감독의 신작으로, 세계적 명성의 샹송가수 클레어(카트린느 드뇌브)가 사랑하는 반려견을 떠나보낸 후 겪는 이야기를 담는다. 아시아 영화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상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받는다. ‘큐어’, ‘회로’, ‘절규’ 등 뚜렷한 개성의 장르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으로,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올해 부산에서 ‘뱀의 길’과 ‘클라우드’ 2편의 신작도 공개할 예정이다.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처음 다큐멘터리 관객상도 신설했다. 다큐멘터리 장르의 대중적 확장을 위해 마련한 상으로, 와이드 앵글 부문의 한국과 아시아 다큐멘터리 경쟁작 10편을 선정한 후, 관객 투표를 통해 최종 1편을 뽑는다.특별 기획 중에는 ‘고운 사람, 이선균’이 가장 눈에 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선균을 기리는 자리다. 고인의 대표작인 영화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유작 ‘행복의 나라’를 만나볼 수 있다. 그가 생전 함께 작업했던 조정석, 유재명, 조진웅, 박호산, 송새벽, 김성훈 감독, 김원석 감독 등 동료들이 직접 부산을 찾아 고인을 추억한다.매해 영화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인기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에는 설경구, 박보영, 황정민, 천우희를 초대했다. 네 사람은 3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는 액터스 하우스를 통해 자신들의 연기와 작품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전망이다.영화산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도 주목할 만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CJ ENM, 넷플릭스, 영화인연대 등 업계 핵심 관계자들이 주도하는 포럼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내 AI, OTT 콘퍼런스 등을 통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영화와 영화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할 계획이다.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영화의 전당을 비롯한 부산 시내 전역 7개 극장에서 진행된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2 05:50
영화

극명하게 엇갈리는 반응…‘조커: 폴리 아 되’, 전편 후광 이을까

영화 ‘조커: 폴리 아 되’가 개봉일부터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다만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장기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1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조커: 폴리 아 되’(이하 ‘조커2’)는 개봉일인 이날 낮 12시 기준 예매량 12만 689장을 돌파했다. 예매율은 32.9%로,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 중인 ‘베테랑2’는 물론, 동시기 개봉작 ‘대도시의 사랑법’까지 가뿐히 제쳤다.‘조커2’는 지난 2019년 개봉한 ‘조커’의 속편으로, 2년 전 고담시를 충격에 빠트린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아캄 수용소에서 리 퀸젤을 만나며 시작된다. 아서는 리를 통해 내면 깊이 숨어있던 조커와 다시 마주하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개봉 전부터 ‘조커2’를 예열시킨 건 전편의 후광이다. 1편은 아서를 통해 현대 사회의 병폐를 보여주며 그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대중성의 지표인 드라마 자체의 힘도 좋았다. ‘조커’는 R등급(북미 청소년 관람불가)에도 불구, 전 세계에서 10억달러(약 1조 3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국내 누적관객수도 528만명에 달한다.여기에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던 레이디 가가의 합류도 관객의 구미를 당겼다.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캐릭터는 리 퀸젤로, 자신을 ‘할리 퀸’이라 지칭하는 인물이다. ‘스타 이즈 본’, ‘하우스 오브 구찌’ 등을 통해 배우로서 능력을 증명했던 레이디 가가는 할리 퀸을 자신만의 색채로 빚어내며 전작의 마고 로비(할리 퀸 역), 주인공 호아킨 피닉스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다만 이 모든 걸 능가하는 허들도 존재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영화가 언론에 선공개된 후 호불호가 가장 많이 갈린 지점이기도 하다. 1편을 통해 춤과 음악의 힘을 확인했던 토드 필립스 감독은 ‘조커2’를 하나의 뮤지컬 영화로 만들었다. 실제 아서와 리는 노래로 감정을 주고받으며 러닝타임 상당 시간을 채운다.이에 대해 필립스 감독은 “아서는 어설픈 면이 있는 외톨이지만 낭만적이다. 머릿속에서 항상 음악이 연주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뮤지컬 요소들은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도, 강렬한 효과를 내지도 못한다. 장르 특성상 다크하고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많다 보니 되레 엇박자를 내며 산만함을 가중시킨다.약해진 조커의 캐릭터성 또한 전편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운 지점이다. 이번 영화에서 조커는 ‘다크 나이트’, ‘배트맨’ 시리즈나 전편에서 봤던 모습과 달리 나약하고 지질하게 그려진다. 관객을 단번에 압도할 만한 한 방도 없다. “조커를 영웅시했다”는 1편의 비판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외신 평가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조커2’는 정식 개봉에 앞서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베일을 벗었다. 이후 “언제라도 불길이 치솟을 것 같은 영화”, “현대 미국 도시들을 폭발 직전의 무시무시한 화약고로 묘사한다” 등 호평도 있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지루하고 무의미한 진행으로 관객을 경멸하는 영화”, “감동 없는 뮤지컬 곡들을 계속 이어 붙이고 있다”, “지루하게 질질 끌면서 정처 없이 우리를 데리고 간다” 등 혹평도 쏟아졌다. 그 결과 ‘조커2’의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64%(1일 기준)에 머무르고 있다.다행인 건 국내 극장가 상황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베테랑2’의 뒷심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 데다 ‘보통의 가족’이 개봉을 일주일 미루면서 시장 경쟁이 다소 느슨해졌다. 엇갈리는 평가 속 ‘조커2’가 새로운 흥행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02 05:36
영화

온스크린 이어 개막작까지…OTT 품은 부국제, 득일까 실일까 [IS포커스]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작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영화로 선정하는 전례 없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영화제의 정체성을 흔드는 행위라는 비판이 이는 가운데, 영화제 활기를 되찾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측은 지난 3일 개막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개막작으로 영화 ‘전,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과 그의 몸종이 선조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이 출연하고 박찬욱 감독이 제작 및 각본에 참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다.부산국제영화제가 OTT 작품을 개막작으로 상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도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그 배경에 대해 “넷플릭스 작품이라고 해서 고민한 건 없다. 그냥 작품 자체를 봤고 오시는 관객들이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를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후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독립예술영화, 극장상영 영화를 위한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망각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개·폐막작은 영화제를 상징하는 얼굴과 같은 작품으로, ‘전,란’의 개막작 선정은 영화제 기조 자체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날 선 반응이 이어졌다.영화계 한 관계자는 “개막작이 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지 않으냐. 넷플릭스 영화는 극장 상영작이 아니다. 단순 섹션 초청도 아니고 개막작으로 OTT 작품을 앞세우는 건 영화제 전체 기조를 흔드는 행위이자 영화제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다. 이것이 또 다른 위기로 연결될까 우려스럽다”는 걱정을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을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칸국제영화제를 제외한 유럽, 미국 등 해외 유수 영화제들은 OTT에 문을 열어 준 지 오래다. 대표적인 사례로 베니스국제영화제는 2018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로마’에 황금사자상을 줬고, 아카데미시상식은 2022년 애플TV+ 영화 ‘코다’에 작품상을 비롯한 세 개의 트로피를 건넸다.부산국제영화제 또한 이 같은 흐름에 꾸준히 발을 맞춰왔다. 지난 2021년에는 “현대 관람객들에게 좀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 아래 아시아 영화제 최초로 OTT 공식 섹션 ‘온 스크린’(On Screen)을 신설하기도 했다. ‘온 스크린’ 섹션은 OTT 시리즈 화제작을 월드 프리미어 혹은 아시아 프리미어로 소개하는 자리로, 올해도 넷플릭스 ‘지옥’ 시즌2, 디즈니플러스 ‘강남 비-사이드’, 티빙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좋거나 나쁜 동재’ 등 다수의 작품이 초청됐다.박도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온 스크린’ 섹션은 OTT도 영화의 한 장르라고 판단해 마련한 것이었다. ‘전,란’도 마찬가지다. ‘전,란’은 상당히 대중적인 영화다.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 개막작으로 선정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하며 “OTT라고 (초청작에서) 제외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영화 산업 침체기와 함께 영화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현저히 낮아진 상황 속, ‘대중성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견도 들린다. 관객의 구미를 당길 대중적 작품으로 영화제 유입 손님을 늘리는 것이 첫 번째 숙제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작품성 대비 화제성이 낮은 작품들이 일반 대중에게 노출할 기회를 얻게 되고, 이것이 하나의 상생이자 영화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어쨌든 ‘전,란’은 시리즈가 아닌 영화다. 오히려 이번 개막작 선정을 통해 전체적인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생각한다. 큰 흐름에서 본다면 전반적으로 달라진 영화 산업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향을 끼쳤다고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대중성을 떠나서 잘 만든 영화라면 얼마든지 소개할 수 있는 게 영화제의 포용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이 영화제 자체의 근간을 흔들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 평론가는 “보통 영화제 개막작이라고 한다면, 어려운 느낌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일반 관객에게는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었다. ‘전,란’은 그런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결국 영화제는 관객에게 어떤 이미지를 던져주느냐가 중요한데, 이번 개막작 선정이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면 일정 부분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한편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2일 개막한다. ‘전,란’은 이날 열리는 개막식 기자 시사회와 개막작 상영을 통해 공개되며, 별도의 극장 상영 없이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정식 공개된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9.1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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