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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닌 꿈, 성공 아닌 낭만" 1984년 최동원에게 2025년 야마모토를 묻고 싶다 [김식의 엔드게임]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MLB)에 활발하게 진출한 2000년대 초반, 미국 기자들은 한국야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당시 MLB에서 활약했던 서재응·김병현·최희섭이 1995년엔 한 팀(광주일고)에서 뛰었다는 말을 듣고 “그게 사실이면 세계 최고의 야구 명문일 것”이라며 웃었다.또한 그들은 한국시리즈(KS, 7전 4선승제)에서 4승을 거둔 투수(1984년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가 있다는 말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고 한다. “4승뿐 아니라 1패도 있다”라는 말엔 아연실색했다. MLB 초창기였던 1900년대 초반에도 그런 투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1984년 최동원의 역투, 아니 사투는 올드팬들의 가슴에 선명하게 각인돼 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KS 1차전 완봉승, 3차전 완투승을 올린 그는 5차전에서 완투패 했다. 예정대로라면 7차전에 등판해야 했을 최동원은 6차전에 구원으로 나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때부터 마운드 위의 그는 힘겹고 외로워 보였다.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최동원은 최종 7차전에도 선발 등판, 완투승을 따냈다. 7경기 동안 총 40이닝, 특히 5~7차전이 열린 사흘간 19이닝을 던진 그는 우승의 기쁨을 즐길 힘도 없이 숙소로 돌아와 코피를 쏟았다. 롯데가 최동원을 앞세워 우승한 게 아니라, 최동원이 롯데를 이끌고 우승했다는 전설의 시리즈다.불꽃처럼 뜨거웠던 그때, 최동원은 “알겠심더. 마, 함 해 보입시더”라는 말을 남기고 마운드에 올랐다. “동원아, 우야노. 여까지 왔는데”라는 강병철 롯데 감독의 부탁에 대한 화답이었다. 무쇠 같았던 그도 피로를 견딜 방법이 없어 발바닥에 파스를 붙였다.KS 또는 월드시리즈(WS) 4승은 야구의 현대화·분업화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구원투수도 4번 등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도 가끔 전설을 소환하는 기적이 있다. 지난 2일(한국시간) 끝난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WS가 그랬다. 다저스의 일본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2차전 완투승, 6차전 6이닝 승리에 이어 7차전엔 구원으로 나서 2와3분의2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WS에서 3승을 따낸 투수는 2001년 랜디 존슨 이후 24년 만이다. 지금까지 121번 열린 역대 WS 레코드를 다 뒤져도 14번만 나온 기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야마모토가 아이언맨처럼 활약했다’고 했다. 한국 올드팬은 이 표현을 보고 ‘무쇠팔’ 최동원을 또다시 떠올렸다.당시 최동원은 “이상하다. 내가 정말 4승을 한 건가? 결과를 내고도 날 믿지 못했다”며 “난 돈이 아니라 이름 석 자를 남기려고 야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야마모토는 WS 우승 후 이렇게 말했다. “내 커리어가 끝났을 때 이번 WS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다. 신경 쓰지 않는다. 위기에 처한 팀을 위해 야마모토가 공을 던졌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혹사를 걱정하는 시선에 대해) 야구를 향한 내 마음은 항상 혹사 중이다. 팀이 벼랑 끝에 몰렸는데 ‘팔이 아프니까’ 따위의 이유로 외면하는 선수가 되고 싶진 않았다.”보통의 시각, 최근의 인식으로 보면 두 전설의 인터뷰는 너무 감상적이다. 돈과 성공이 아니라 꿈과 낭만을 좇는 소년 같았다.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그들은 온몸을 부숴가며 그걸 보여줬다.야마모토 덕분에 14년 전 우리 곁을 떠난 고(故) 최동원을 추억할 수 있었다. 코치와 경기운영위원 시절 현장에서 만난 그는 무뚝뚝했다.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주니어 기자의 서툰 질문에도 정성껏 답해줬다. 블루제이스는 1981년 최동원과 계약까지 했던 팀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가 될 뻔했던 그는 병역 문제로 태평양을 건너지 못했다. 그에게 2025년 WS 해설을 들으면 어땠을까. 그럴 수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야마모토의 피칭을 보니 어떠세요?”“WS에 진출한다면 5번이라도 등판하시겠어요?” 김식 기자 2025.11.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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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본 한국야구①] '개척자' 박찬호, '증명한' 류현진, "하지만 선동열은.."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 스포츠에도 미디어에도 생성형 AI가 스며들고 있는 가운데, AI가 바라본 한국야구는 어떤 모습일까. AI 모델들이 KBO리그는 물론, 미국(MLB)과 일본(NPB)에서 활약한 한국 선수들을 모아 '올타임 올스타'를 선정했다.선정 기준은 5년 이상의 전성기를 구가한 선수, 그리고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등의 국제 대회 기여도가 높은 선수 우선이다. 올스타 선정은 '챗GPT'와 '퍼플렉시티', '제미나이', '그록' 등 4개 모델의 결과값을 취합해 정리했다. 선발진 5명은 4개 AI 모델 의견이 일치했다. '무쇠팔' 최동원과 '국보급 투수' 선동열,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3선발에 이름을 올렸고, KBO와 MLB에서 굵직한 활약을 펼치고 국제대회에서도 맹활약한 류현진, 김광현도 포함됐다. 최동원은 롯데 자이언츠 시절인 1984년, 전무후무의 한국시리즈(KS) 4승 신화를 거둔 '무쇠팔'로 이름을 날렸고, 선동열은 KBO리그 통산 평균자책점(ERA) 1.20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국보급 투수'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MLB에서만 124승을 거둬 지금도 깨지지 않은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6년 KBO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 다승(18승)·ERA(2.23)·탈삼진(204개) 트리플크라운까지 달성한 류현진도 포함됐다. '왼손 에이스' 김광현 역시 KBO와 MLB, 각종 국제대회에서 활약했다. 선발 순서로 따지면, 선동열이 3표(퍼플렉시티, 제미나이, 그록)를 받으며 1선발로 낙점됐다. 2선발은 퍼플렉시티와 제미나이의 선택을 받은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뒤를 이었고, 3선발은 그록을 제외한 3표를 받은 류현진이 이름을 올렸다. 이후 4선발에서 2표를 받은 최동원과 5선발 만장일치인 김광현이 뒤를 이었다. AI들은 선동열을 1선발을 꼽은 이유로 '압도적인 KBO리그 내 절대 지배력'과 '국제무대 상징성 및 리더십'을 꼽았다. 구위와 정신력도 높게 평가했다. 박찬호, 류현진 등 메이저리거들도 있지만, MLB 상위권 성적보다 KBO에서의 '압도적인 성적(ERA 1.20)'을 더 고평가했다. 선동열은 한국의 첫 세계 제패 무대인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 우승의 주역이자 은퇴 후에도 대표팀 감독으로 금메달(2018 아시안게임)을 이끌기도 했다. AI는 박찬호를 두고 '국제무대 개척자'로서의 상징성을 높게 평가했지만, 국제무대 실질 성적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고, 류현진은 기술적 완성도는 최고지만, '절대적인 구위'나 리그 내 지배력은 선동열보다 조금 떨어진다고 봤다. AI는 세 선수의 활약을 '박찬호가 한국 야구를 세계로 보냈고, 류현진이 세계에서 증명했다면, 선동열은 '한국 야구 그 자체'를 상징한 투수였다'라고 종합했다. 윤승재 기자 2025.10.0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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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물었다① '만장일치' 올타임 올스타 선발진은? 선동열·최동원·박찬호, 그리고 류현진·김광현 [창간56]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 스포츠에도 미디어에도 생성형 AI가 스며들고 있는 가운데, AI가 바라본 한국야구는 어떤 모습일까. AI 모델들이 KBO리그는 물론, 미국(MLB)과 일본(NPB)에서 활약한 한국 선수들을 모아 '올타임 올스타'를 선정했다.선정 기준은 5년 이상의 전성기를 구가한 선수, 그리고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등의 국제 대회 기여도가 높은 선수 우선이다. 올스타 선정은 '챗GPT'와 '퍼플렉시티', '제미나이', '그록' 등 4개 모델의 결과값을 취합해 정리했다. ▶'만장일치' 선발진, 최동원-선동열-박찬호-류현진-김광현선발진 5명은 4개 AI 모델 의견이 일치했다. '무쇠팔' 최동원과 '국보급 투수' 선동열,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3선발에 이름을 올렸고, KBO와 MLB에서 굵직한 활약을 펼치고 국제대회에서도 맹활약한 류현진, 김광현도 포함됐다. 최동원은 롯데 자이언츠 시절인 1984년, 전무후무의 한국시리즈(KS) 4승 신화를 거둔 '무쇠팔'로 이름을 날렸고, 선동열은 KBO리그 통산 평균자책점(ERA) 1.20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국보급 투수'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MLB에서만 124승을 거둬 지금도 깨지지 않은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6년 KBO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 다승(18승)·ERA(2.23)·탈삼진(204개) 트리플크라운까지 달성한 류현진도 포함됐다. '왼손 에이스' 김광현 역시 KBO와 MLB, 각종 국제대회에서 활약했다. ▶이견없는 마무리는 '돌부처' 오승환과 '창용불패' 임창용오승환은 KBO리그에서 427세이브,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작성한 '마무리 전설'로, 4개의 모델 모두 그를 이견없는 마무리 투수로 꼽았다. 임창용 역시 한·미·일을 모두 경험한 사이드암 스로 투수로, 변화무쌍한 고속 뱀직구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마무리 정대현이 2표(챗GPT, 제미나이)를, KBO 투수 최다 출전(1005경기)의 정우람(퍼플렉시티)과 KBO리그 통산 세이브 2위(271개)의 손승락(그록)이 뒤를 이었다. 윤승재 기자 2025.09.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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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팔' 최동원 13주기 추모행사, '제자' 류현진도 빛냈다

'무쇠팔' 고 최동원 감독의 13주기 추모 행사가 14일 부산에서 열렸다.최동원기념사업회는 11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광장에서 추모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최동원 유소년야구단과 롯데자이언츠 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한화 이글스의 류현진도 참가해 은사인 최 감독의 동상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고 최동원 감독과 류현진은 사제 사이다. 2006년 갓 프로 무대에 뛰어든 류현진을 당시 한화 투수코치였던 최동원이 지도했다. 최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류현진의 가능성을 꿰뚫어 보고 김인식 전 감독에게 반드시 선발로 기용할 것을 강력하게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감독의 추모행사는 이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도 진행됐다. 경기 시작 전 전광판을 통해 최 감독 추모 영상을 상영한 뒤 선수단과 입장 관중이 함께 묵념했다. 최동원 전 감독은 1980년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했다. 1984년 한국시리즈(KS)에선 혼자서 4승을 수확해 롯데의 레전드로 자리했다. 최 전 감독은 프로야구 선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선수협회 설립에 앞장서기도 했다. 은퇴 이후에는 정치인, 방송인, 야구 지도자로 활동하다가 2011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윤승재 기자 2024.09.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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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14일 '무쇠팔' 최동원 ‘메모리얼데이’ 개최

롯데 자이언츠가 오는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홈경기에서 고(故) 최동원 선수의 13주기 추모행사를 진행한다.행사는 낮 12시 사직야구장 광장에 위치한 최동원 선수의 동상 앞에서 헌화식으로 시작하며, 경기 시작 전에는 전광판을 통해 추모 영상을 상영한 뒤 선수단과 입장 관중이 함께 묵념의 시간을 가지며 최동원 선수를 추모할 예정이다.또한 최동원 야구교실 어린이 선수단의 애국가 제창을 통해 메모리얼데이를 기념하며, 최동원 선수 출신 학교인 경남중학교의 야구부 학생이 특별 시구를 맡는다.광장에서는 메모리얼데이를 기념하며 당일 방문 팬들 대상으로 ‘구속 측정 이벤트’를 진행한다. 구속 111km 이상을 달성한 팬들에게는 챔피언 유니폼을 경품으로 제공한다.아울러 선수단은 최동원 선수의 실루엣이 담긴 추모 패치를 유니폼에 부착하고 경기에 나선다. 23시즌에 이어 선수단 실착 유니폼의 패치는 추후 구단 공식 APP을 통해 경매 예정이며, 수익금은 지역 아마추어 야구단을 위해 쓰일 계획이다.메모리얼데이 관련 자세한 내용은 롯데자이언츠 공식 APP또는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9.1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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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외국인 선수' 레이예스, 203안타 페이스...KBO리그 신기록 겨냥 [IS 피플]

롯데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30)가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에 도전한다. 레이예스는 26일 기준으로 출전한 115경기에서 162안타를 치며 이 부문 리그 1위를 지켰다. 경기당 1.408개를 기록한 그가 부상 없이 정규시즌 남은 경기를 소화하면 산술적으로 203~204개를 쌓을 수 있다. 현재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 안타 기록은 서건창(KIA 타이거즈)이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었던 2014년 경신한 201개다.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10월 17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에서 1회 말 우전 2루타로 KBO리그 최초로 200안타 시대를 열었고, 8회 우중간 2루타로 신기록을 201개로 늘렸다. 서건창이 남긴 200안타는 '9구단' 체제, 팀당 128경기를 치른 정규시즌에서 나온 기록이다. KBO리그는 KT 위즈가 진입한 2015시즌부터 10구단 체제로 팀당 144경기를 치르고 있다. 앞으로 어떤 타자가 200안타를 쳐도, 2014시즌 서건창 기록과 직접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저평가될 수도 없다. 팀당 16경기 더 치르면서도 부상·컨디션·타격감 관리를 잘 해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2022시즌 키움 선발 투수 안우진이 삼진 224개를 기록, '무쇠팔' 故 최동원이 1984시즌 세워 보유했던 종전 단일시즌 국내 투수 최다 탈삼진(223개)을 경신했을 때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레이예스의 최다 안타 경신 도전도 그런 의미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 시즌 KBO리그에 입성한 레이예스는 '콘택트 능력이 좋은 중장거리형'으로 기대받았다. 롯데 젊은 야수들은 기복이 컸고, 베테랑 전준우는 5월 중순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레이예스 홀로 매월 3할 타율 이상 기록하며 꾸준히 좋은 타격감을 유지했다. 사실 레이예스가 '최다 안타' 부문에서 독주 체제를 갖춘 건 아니다. 24일 기준으로 SSG 랜더스 기예르모 에레디아,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와의 차이는 2개뿐이었다. 하지만 레이예스는 소속팀 잔여 경기 수가 다른 두 선수보다 많이 남아 있다. 롯데는 SSG보다 6경기, KT보다 7경기 덜 치렀다. 레이예스는 롯데 타자 중 유일하게 팀이 치른 전 경기(114)에 출전했다. 몸 관리뿐 아니라 프로의식도 강하다. 칭찬에 인색한 김태형 롯데 감독도 "외국인 선수가 이렇게 전 경기를 출전하며 열심히 뛰어주는 것은 고맙고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라고 했다. 역대 롯데 소속 선수 단일시즌 최다 안타는 손아섭(현 NC 다이노스)이 2017시즌 남긴 193개다. 레이예스가 부상 없이 현재 타격감을 이어간다면, 무난히 롯데 구단 신기록은 경신할 전망이다. 단일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 외국인 타자 1호 200안타, 롯데 선수 역대 최다 안타 등 걸려 있는 기록이 많다. 레이예스의 활약이 포스트시즌(PS) 진출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의 레이스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8.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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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에필로그] 그 짜릿한 포구...레전드 포수의 워너비 투수는 선동열

본지는 6회에 걸쳐 ‘포수의 신(信)’ 시리즈를 연재했다. 프로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포수(조범현·김동수·박경완·진갑용·강민호·양의지)들을 차례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 포수가 공 배합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들이는지, 투수와 끈끈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갖는지, 어떤 고충이 있고 무엇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는지 두루 전할 수 있었다. 레전드 포수들 사이에도 투수를 리드하는 최우선 가치에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긴밀한 소통과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포수, 선·후배 관계를 떠나 포수가 주도해 이끄는 호흡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수 등. 물론 정답은 없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건 의외로 포구의 중요성이었다. 포수에겐 일상과도 같은 일, 포일(투수가 던진 공을 빠뜨리는 것)이라도 범하면 쏟아지는 질타를 받을 만큼 쉽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게 포구다. 포수들은 공을 ‘잘’ 받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미트 움직임으로 심판을 현혹하는 프레이밍(catcher framing)이나 도루 저지를 위한 빠른 송구 동작도 일단 공을 정확히 잡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투심 패스트볼(투심) 컷 패스트볼(커터) 등 무브먼트가 있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지면서, 포수의 고충은 더 늘었다고 한다. 강민호도 “3시즌(2010~2012) 동안 배터리를 이뤘던 라이언 사도스키의 투심 패스트볼은 잡을 때마다 (미트를 착용한) 왼손이 아팠다. 나중엔 엄지 보호대를 낄 정도였다”라고 돌아봤다. 이번 릴레이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기도 했다. 사도스키의 투심 구속은 140㎞/h 중반이었다. 더 안정감 있는 포구를 위해 체형을 바꾸는 노력까지 하는 게 포수였다.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은 코치 시절, 소속 포수들이 하반신 근력과 유연성을 모두 키울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지옥훈련’을 견딘 게 박경완 LG 트윈스 배터리 코치였다. 박 코치도 후배 포수들의 유연성 강화를 위해 혹독하게 이끌었다. 지도를 받은 김민식(SSG 랜더스)이 “매일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것 같았다”라고 돌아볼 정도였다. 포구는 포수에게 희열을 안기기도 한다. 빼어난 투수의 묵직한 공을 받았을 때 손끝에서 전해지는 짜릿한 느낌이 포수를 신나게 만든다는 얘기다. 김동수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소속팀에도 좋은 투수들이 많았지만, 한·일 슈퍼게임(1990년대 초반 열린 한·일 프로야구 올스타 정기전)에 나가면 리그 대표 투수들의 공을 받는 것만으로 행복했다”라고 전했다. 강민호도 “국가대표팀에서는 불펜에서 공을 받을 때도 즐거웠다. 특히 다른 소속팀 투수들은 ‘이런 공을 던지니까 내가 (타석에서) 못 쳤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며 웃어보였다. 레전드 포수들에게 배터리 호흡을 맞춰보지 않은 투수를 전제로 “꼭 받아 보고 싶은 공”을 꼽아달라고 했다. 단연 ‘국보투수’로 불리는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진갑용 KIA 타이거즈 수석코치는 “내가 막 프로 무대에 들어왔을 땐 (선동열) 감독님이 일본 리그에서 뛰고 계셨다. ‘투수’ 선동열이 던지는 공은 못 받아봤다”라고 아쉬움을 전하며 “감독님 주 무기였던 슬라이더를 꼭 직접 받아 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강민호도 선동열 전 감독을 꼽았다. 그는 “과거 영상을 보면,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밑에서 위로 올라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공이 글러브로 빨려 들어올 때 기분은 받아보지 않은 이들에게 설명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양의지도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선동열 감독님이 던지는 모습을 보며 야구 선수 꿈을 키웠다. 한 번 꼭 받아 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1995년 열린 한·일 슈퍼게임에서 선동열 전 감독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박경완 코치는 “으레 하는 말 같지만, 내가 받아본 공 중 미트에서 전해지는 전율이 가장 강했던 게 선동열 감독님 직구였다. 돌덩이가 꽂히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김동수 위원은 ‘무쇠팔’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투수 코치를 언급했다. 신인 시절이었던 1990년,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었던 최 전 코치에게 홈런을 때려낸 기억을 돌아본 그는 "프로 입문 전부터 좋아했던 최동원 선배님의 전성기 직구와 커브를 받아보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은 자신이 공을 받아 보지 않은 투수와의 공을 갈망하지 않았다. 대신 중·고교 시절 가장 좋아했던 '1년 선배' 원민구 전 협성경복중학교 야구부 감독을 떠올렸다. 삼성 에이스 원태인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진 야구인이다. 조범현 전 감독은 "그 시절에 스스로 연구해서 커터를 던졌던 선배다. 본인은 슬라이더라고 하는데 정말 살짝 휘어들어갔다. 무엇보다 그토록 자신감이 넘치는 투수가 없었다. 포수로서 그런 느낌을 받은 투수는 이후 없었다. 내가 존경하던 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수는 육체노동자다. 4㎏에 가까운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 시간 내내 쪼그려 앉아 있는다. 공 배합을 두고 감독의 질타, 투수의 불신을 받기도 한다. 심판과 가장 가까이 있다 보니, 부정확한 볼-스트라이크 판정에도 좀처럼 목소리는 내지 못하는 게 포수다. 심지어 기본 임무인 포구마저 어렵다. 그러면서도 투수의 성장에 기뻐하고, 정답이 없다는 공 배합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무겁고 묵직한 공을 받고 희열을 느낀다. 인터뷰를 나눈 6명 모두 "포수가 된 걸 후회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DNA를 가진 이들. 이런 아이러니가 주는 매력이 포수 탐구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9.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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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km 듀오'의 무한도전 "내 공에 어떻게 반응할까? 덤벼보고 싶다"

LG 트윈스 고우석(25)과 정우영(24)은 2019년부터 KBO리그 최고 '불펜 듀오'를 형성하고 있다. 고우석은 입단 3년 차였던 2019년 마무리 투수로 보직 전환했다. 이때 정우영은 프로에 갓 입단한 신인이었다.20대 초반 젊은 투수 두 명이 이렇게 몇 년 동안 셋업맨-마무리를 나눠 맡은 적이 KBO리그 역사상 거의 없다. 고우석은 2019년 이후 최근 4년간 리그 최다인 124세이브를 올렸다. 이 기록을 갖고 있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93세이브)을 크게 앞질렀다. 정우영도 같은 기간 KT 위즈 주권과 함께 리그 최다 홀드 공동 1위(98개)에 올라 있다. 2019년 LG 소속으로는 이병규 이후 22년 만의 신인상을 받은 그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지난해 고우석과 정우영은 생애 첫 세이브(42개)왕 홀드왕(35개)에 차지했다. 나란히 최고 시속 155㎞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두 투수 덕분에 LG는 최근 2년 연속 불펜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고우석과 정우영은 내구성도 뛰어나다. 고우석은 "어느 순간 우리보고 철강왕, 무쇠팔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건강함의 대명사'가 되어 있더라. 앞으로도 계속 아프지 않고 잘 던져서 고무팔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서로를 향한 믿음이 큰 거 같다. 정우영(정)="좋은 마무리가 있어서 8회까지만 막으면 된다. 주자를 남겨놓고 내려와도 (우석이 형이) 막아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고우석(고)="좋은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는다. 한 명이라도 불안하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우영이 덕분에 우리 팀 불펜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서로에게서 뺏어오고 싶은 점이 있나. 고="우영이의 신체 조건(1m93㎝, 고우석 1m78㎝)이 정말 부럽다. 내가 정통파 투수여도 키가 작아서 (사이드암) 우영이의 릴리스 포인트와 별로 차이 나지 않을 것이다(둘 다 웃음). 우영이가 입단 초기에는 호리호리한 몸매였는데 이제는 탄탄해졌다. 노력을 통해 단기간에 체형을 바꿨다."정="우석이 형의 힘 쓰는 법이 부럽다. 나는 온몸을 비틀어서 힘을 쓰는데, 우석이 형은 순간적으로 파워를 이용한다. 그 투구 동작을 배우고 싶다." 인터뷰 중 LG 선수단 얘기가 나오자 고우석은 "넌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냐?"고 물었다. 정우영이 "정보가 많은 편입니다"라고 답했다. 고우석은 "난 주변 일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궁금한 게 있으면 우영이한테 다 물어본다. 우영이는 얘기해 주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고 했다. -두 선수 모두 해외 진출 목표가 있지 않나. 고=단순히 '(해외에 가도) 통하겠지?'라고 여길 뿐이다. (올 시즌 후 해외 진출은) 현실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다. 구단의 허락도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그럴만한 기량을 갖췄느냐에 달려 있다. 해외 진출은 모든 선수가 갖는 꿈이다. 마치 해외 진출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느낌이다. 국내에서도 1이닝도 막지 못하면서 메이저리그(MLB)서 던지는 모습은 상상이 안 되지 않나."정="주변에서 많이 추천한다. 어느 순간 '어? 내가 메이저리그에?'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꿈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더 잘해서 더 큰 무대로 나가고 싶다."고="주위에서 꿈을 심어주는 게 좋다. 나한테는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웃음). 나 혼자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히 (미국 진출) 꿈을 갖기 시작했다."정="스카우트가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해외 팀과 계약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맞다. (해외 구단의 관심이) 전혀 없는 것 같진 않은데, 그렇다고 아직 적극적이진 않다."정="확실한 건 MLB에 진출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또 도전을 선언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형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스카우트들이 KBO리그를) 보다가 다른 선수들도 관찰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에게도 관심을 두는 거라 생각한다." 지난달 초 LG의 신년 하례식, 팀을 대표해 인터뷰에 나선 정우영은 "(고)우석이 형이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일본전에서 야마다 데스토에게 싹쓸이 결승 2루타를 맞는 것을 보고, 내가 던졌으면 유격수 땅볼로 잡았을 텐데"라고 말한 바 있다. 고우석은 이 경기에서 패전 투수가 됐다. 고="우영이의 인터뷰를 기사로 접했다. 예전에도 '내가 망쳤어'라고 말했다." 정="일본 타자 분석을 위해 얼마 전 그 장면을 유튜브로 다시 봤다. 우석이 형은 몸쪽으로 잘 던졌다. 타자(야마다)가 기가 막히게 몸을 빼서 잘 치더라. 타구가 조금만 빗맞아도 3루 땅볼이나 유격수 땅볼이 나올 것 같더라."고="아니다. 구종 선택이 잘못됐다. 당시 '슬라이더를 한 번 던지면 어떨까'하고 망설였다. 직구를 던졌는데 실패였다."정="그 전에 폭투도 나왔고 볼넷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투수는 여유가 없다. 타자는 당연히 직구를 노리고."고="실력 부족이다. 내 선택에 확신이 부족했다. 그냥 들이댈 자신감만 있었다. 그때 경험으로 내게 무엇이 더 필요한지 생각하게 됐다." 2019 프리미어12, 도쿄 올림픽 등에 다녀온 고우석과 달리 정우영은 이번에 처음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고우석은 "나도, 우영이도 더 성장했다. 이번 WBC를 통해 더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WBC가 해외 진출을 위한 쇼케이스가 될 거 같다.정="나는 아직 (해외 진출까지) 멀었다. 그저 상대 타자들이 내 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하다."고="큰 의미가 없다. 우리도, 상대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표본이 될 만큼 경기 수가 많지 않다. 내가 잘 던진다고 '해외 무대에 나가면 통하겠다'고 여겨서도 안 되고, 부진하다고 좌절할 것도 아니라고 본다. 정상 컨디션은 아니어도 뛰어난 클래스를 갖춘 선수들이니까 덤벼보고 싶다. 내 무기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다."-2022년 포스트시즌(플레이오프 패배)에 대한 아쉬움이 클 것 같다. 고="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정="지난 시즌을 통해 우승이 정말 힘들다고 느꼈다. 솔직히 정규시즌 1위 아니면 답이 없는 것 같다. 오죽하면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처럼 1·2위가 같이 유리하도록 제도가 바뀌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아니면 디비전시리즈부터 거쳐야 하는 MLB처럼 바뀌던가."고="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제도가 바뀌는 첫해 우리가 1등 하면 괜히 안 좋을 수 있다.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형들(유강남, 채은성)이 많아서 우승 열망이 진짜 컸다. 우리가 지금 이런 고난을 겪는 것은 '우승으로 가기 위한 길'이라고 여긴다." 정="형은 항상 행복 회로를 돌린다."고="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 정="저는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지난해 87승을 기록하고도 (우승에) 실패했으니 '더 이상 뭘 어떻게 더 잘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LG 왕조를 세워 우승 반지를 끼고 싶다. 선수 실력은 계속 오르는데 우승을 놓치니까 욕심을 내려놓게 됐다. 우리가 계속 강해진다면 어느 순간 이루어지지 않을까. 포스트시즌 얘기를 하니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처럼 파노라마가 지나간다."-올 시즌 목표는. 고="건강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 단순히 부상이 없는 시즌이 아닌 좋은 컨디션으로 보내고 싶다는 의미다. 또 우승을 목표로 던지겠다."정="아프지 않은 게 최우선이다. 국제대회서 민폐 끼치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싶다."고="어느 순간 우리보고 철강왕, 무쇠팔이라고 표현해주시더라. 앞으로도 건강하게 던져 고무팔로 불리고 싶다."이형석 기자 2023.02.1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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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IS] ‘죽어도 자이언츠’ 왜 구도부산(球都釜山)인가

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라면 구도(球都, 야구의 수도라는 의미)는 부산이다. 왜 대한민국 구도가 부산인가, ‘구도’라는 말은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설명하자면 아마 영화 한 편이 나올 것이다. ‘죽어도 자이언츠’가 바로 그런 영화다. 다큐멘터리 영화 ‘죽어도 자이언츠’는 한국 프로야구 출범과 그 궤를 함께해 온 롯데 자이언츠의 40년 역사를 부산의 근현대사에 투영한 다큐멘터리다. 지난 30여년 간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 한 프로야구팀을 목 놓아 응원하는 팬들과 영광과 상처를 모두 간직한 전·현직 야구선수들이 등장, 롯데 자이언츠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다큐멘터리지만 영화는 마치 블랙코미디처럼 시작한다. 딱 두 가지, 공격과 수비만 못하는 팀 롯데 자이언츠를 향한 팬들의 애증과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 40여년 간 쌓아온 불명예스러운 기록들, 전준우 선수의 ‘월드스타 퍼포먼스’처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짤들이 쏟아지며 갈매기(롯데 자이언츠 팬을 일컫는 말)들을 배꼽 빠지게 한다. 비록 지난 30년간 단 한 차례의 우승도 없었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여전히 프로야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구단이다. 한화 이글스의 팬들이 ‘인내’로 상징된다면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은 ‘불’과 같다. 질 걸 알면서도 매번 사직야구장에 가고, 여지없이 지면 불같이 화를 낸다. 이런 뜨거운 응원 문화가 영화 ‘해운대’(2009)를 비롯해 곳곳에서 풍자적인 요소로 사용되기도 했을 정도다. ‘죽어도 자이언츠’는 이렇게 부산이 야구와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뜨거움을 갖게 된 이유를 역사를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지리적 특성상 야구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지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부산의 사정부터 사직야구장의 준공 비화와 롯데 자이언츠 전신 격인 실업팀의 탄생 과정 등이 107분의 러닝타임 안에 꼼꼼하게 녹아들어 있다. 여기에 프로야구에 전설로 남은 선수이자 롯데 자이언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무쇠팔’ 고(故) 최동원 선수를 비롯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 선수 등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활약상과 인간적인 면모가 곳곳에 등장, 야구팬들의 마음을 흔든다. 전준우, 김원중, 박세웅 등 2022년 롯데 자이언츠의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의 진심 역시 ‘죽어도 자이언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성 라이온즈와 더불어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단 한 번도 구단 명칭이 바뀌지 않은 구단. 그 뚝심의 역사가 ‘죽어도 자이언츠’에서 펼쳐진다. 한국 프로야구에 관심 좀 있다고 하는 사람들에겐 프로야구의 역사를 훑는 재미를,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에겐 다시 한번 내년 시즌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안길 전망이다. 오는 27일 개봉. 12세 관람가. 107분.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2.10.2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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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40년 The moment] 1984년 '져주기 논란', 삼성 저주의 시작

한국 프로야구가 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이했다. 1969년 창간한 일간스포츠는 1982년 프로야구 태동을 현장에서 지켜본 국내 유일의 스포츠 전문지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프로야구의 성장과 변화 과정을 기록했다. 이 기간 여러 구단의 희비가 엇갈렸고 수많은 별이 뜨고 졌다. 일간스포츠는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KBO리그 역사를 사진으로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①방수원, 최초 노히트노런 1983년 5월 5일 어린이날. 해태 방수원이 삼미와 홈 경기에서 프로야구 최초로 노히트노런(9이닝 6탈삼진 3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승리 없이 2패만 당했던 그는 7회 금강옥, 8회 우경하에게 안타성 타구를 허용했지만, 2루수 차영화와 좌익수 김종모가 몸을 날려 안타를 막아냈다. ②김용희, 두 번째 '미스터 올스타' 1982년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롯데 김용희는 1984년에도 '별 중의 별'로 빛났다. 3차전까지 치러졌던 당시 올스타전에서 11타수 5안타(1홈런) 5타점을 기록, 동군의 2승(1패)을 이끌었다. 2년 전 '맵시' 자동차를 받았던 김용희는 1984년에는 '로열 XQ'를 받았다. ③삼성의 전기리그 우승 1983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삼성은 OB의 1982년 우승을 이끈 김영덕 감독을 영입했다. 또 일본에서 2년(1977~1978) 연속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던 재일교포 왼손 투수 김일융까지 데려와 우승을 노렸다. 김시진·김일융 원투 펀치, 장효조·이만수가 이끄는 타선을 앞세운 삼성은 전기리그에서 우승(32승 18패)하며 한국시리즈(KS) 티켓을 거머쥐었다. 축승회에는 이건희 당시 삼성 야구단 구단주도 참석했다. ④삼성, 져주기 논란 후기리그 우승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삼성은 9월 22~23일 롯데전에서 '져주기 논란'을 자초했다. OB에 1경기 차로 앞서 있었던 롯데가 삼성과의 2연전을 모두 잡으면 후기리그 우승이 가능했다. 전기리그 우승으로 KS에 선착한 삼성은 껄끄러운 상대인 OB를 피하기 위해 비주전급 선수를 내는 등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결국 롯데가 후기리그 우승을 차지하더니 삼성과의 KS에서도 승리했다. 이후 삼성은 2002년 KS 전까지 저주에 걸린 듯 우승하지 못했다. ⑤최초의 타격 3관왕 이만수 프로야구 1호 홈런의 주인공 이만수는 1984년 타율 0.340 23홈런 80타점을 기록하며 역대 최초로 타율·홈런·타점 부문 타이틀을 모두 석권한 선수가 됐다. 수비 부담이 큰 포수를 맡으면서 해낸 기록이기에 의미가 더 컸다. 이후 21년 동안 나오지 않았던 타격 3관왕은 22년 뒤인 2006년 이대호(롯데)가 명맥을 이었다. ⑥유두열, KS 7차전 역전 홈런 1984년 KS는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남았다. 최종 7차전 8회가 돼서야 승부가 갈렸다. 롯데가 3-4로 지고 있던 1사 1·3루에 나선 유두열이 앞서 KS 3승을 거둔 삼성 에이스 김일융으로부터 역전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롯데는 6-4로 승리,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유두열은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⑦전설을 쓴 '무쇠팔' 최동원 1984년의 주인공은 단연 최동원(롯데)이었다. 정규시즌 51경기에 등판, 284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했다. 후반기 롯데가 거둔 29승 중 23승을 책임졌다. 시즌 성적은 27승 13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40 223탈삼진. 최동원의 어깨는 KS에서 더 뜨거웠다. 1차전에서 KS 최초로 완봉승을 거둔 그는 3차전에서는 KS 한 경기 최다 탈삼진(12개)을 기록하며 또 승리 투수가 됐다. 5차전에서는 완투패(9이닝 3실점)를 당했지만, 6차전에 구원 등판해 롯데의 6-1 승리를 이끌며 시리즈 3번째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7차전에서도 4실점 완투승, KS 최초의 '4승 투수'에 올랐다. 최동원은 그해 정규시즌 MVP에도 뽑혔다. ⑧윤석환, 만장일치 신인왕 OB 투수 윤석환은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만장일치 신인왕에 올랐다. 57경기 146이닝을 소화한 그는 12승(10구원승) 8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2.84를 기록했다. 35세이브포인트(세이브+구원승)를 올리며 구원왕에 오르기도 했다. 안희수 기자 사진=IS 포토, 한국프로야구 30년사 2022.09.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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