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차학연, 확신의 ‘배우’…‘태양의 노래’ 차세대 로맨스 남주 눈도장 [RE스타]
“좀만 기다려 봐요, 장차 국민배우가 될 거니까.” (‘태양의 노래’ 중) 눈을 빛내며 씩씩하게 말한 대사처럼 ‘배우’ 차학연의 내일에 기대가 모인다. 드라마를 통해 안방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차학연이 영화 ‘태양의 노래’로 스크린에 첫발을 내디뎠다.지난 11일 개봉한 ‘태양의 노래’는 한밤중에만 데이트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 미솔(정지소)과 민준(차학연)이 서로 사랑에 빠지며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해 나가는 음악 로맨스 영화다. 할리우드 영화와 국내 뮤지컬로 만들어진 동명의 일본 영화(2006)가 원작으로, 이번엔 오늘날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리메이크됐다.차학연은 극중 배우를 꿈꾸며 장사를 하는 과일 트럭 청년 민준을 연기해 스크린 데뷔작에서 ‘로맨스 남주’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줬다. 햇빛을 보면 피부암 발병 확률이 높은 희귀 질환 XP증후군을 앓는 히로인 미솔과 함께 꿈과 사랑을 키우며 나아가는 동화 같은 이야기에서, 차학연은 화려한 왕자님보단 발맞추는 동반자로서 요즘 관객의 로망을 건드렸다.태양을 피해야 하는 미솔에게 민준은 가족과 단짝 외에 처음 내리쬔 ‘인간 햇살’이다. 그만큼 민준은 긍정적인 에너지로 무장한 캐릭터다. 차학연은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 속 팀 막내 견우보다 유쾌한 톤은 살짝 누르고 순박함이 돋보이는 순정남으로 민준을 잘 그려냈다. 미솔을 연기한 정지소가 시시각각 표정을 바꿔가며 작품을 칠한다면 차학연은 도화지처럼 그를 받쳐주면서 이야기와 여심에 스며들었다.
원작 영화와 달리 20대 청년이 된 민준에게 배우 지망생 설정이 붙은 터라 ‘발연기’를 연기하는 차학연도 재미 포인트다. 당찬 태도에 비해 실력이 어설프지만 솔직하게 부족함을 인정하는 모습에 충실하다. 차학연 또한 점차 성장하는 민준에 자신을 겹치듯 감정 표현을 고조시켰다.특히 민준이 배우 오디션장에서 미솔을 향한 진심을 연기에 실어 행복한데 눈물나는 역설적인 표정을 만드는 순간은 오롯이 차학연이 장악했다. 이는 조력자형 남자주인공 위치에 가려질 뻔한 차학연의 연기력에 대한 의심을 거둘 정도로 깊은 인상을 새겼다. 로맨스 클리셰 서사에 충실해 유치할 법한 이야기 속에서도 정지소와의 케미스트리와 호연은 클라이맥스에서 눈물샘을 톡 건드린다.
조영준 감독은 차학연의 건강한 매력에 민준 역으로 캐스팅했다며 “연기에 임하는 태도가 성실하고, 영화를 찍을수록 점점 인물에 동화되어 가는 속도가 빠른 배우”라고 그의 성실함까지 칭찬했다.2012년 그룹 빅스 멤버 엔으로 데뷔한 차학연은 드라마 ‘호텔킹’(2014)을 통해 본격 연기를 시작해 지난 10년간 조단역부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본격 로맨스 도전은 비교적 최근 이뤄졌다. 지난 2023년 로맨스 서브남주를 소화한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조선변호사’가 이에 해당한다.사실 촬영 순서로 보자면 ‘무인도의 디바’보다도 ‘태양의 노래’가 먼저다. ‘태양의 노래’ 개봉이 미뤄지면서 공개 시기가 늦어졌다. 차학연 또한 스스로에게 새 도전을 할 용기를 준 작품이라며 ‘태양의 노래’에 애정을 표했는데 그만큼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터닝 포인트였던 셈이다.그간 차학연은 로맨스물보다는 특유의 예리한 눈꼬리와 조곤조곤한 음색을 살려 그늘이 드리운 캐릭터로 장르물에서 주로 활약해왔다. 비밀을 감춘 아동 센터 직원으로 분한 수사물 ‘붉은 달 푸른 해’와 충동적으로 납치범이 된 음대생을 연기한 ‘KBS 드라마 스페셜 2022-얼룩’이 대표적이다.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차학연은 이제 아이돌 출신이란 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연기자로서 안정적인 소화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젊은 배우들이 가장 스타성을 키울 수 있는 시기가 로맨스 장르에 출연했을 때다. 이번 영화에서 대망의 로맨스 남주를 소화했는데 흥행까지 성공하면 배우로서 위상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그렇기에 ‘노무사 노무진’과 ‘태양의 노래’를 안착시킨 차학연의 다음 스텝이 중요할 터인데, 그의 차기작은 BL 숏폼 드라마 ‘이웃집 킬러’다. 뜻밖의 선택이자 용기 있는 도전이다. 하 평론가는 “그간 차학연은 아이돌 출신다운 신체 연기, 매력도나 팬덤 등 가진 역량에 비해 저평가됐다. 이를 터뜨릴 수 있는 작품 선택과 운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학연의 다음이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5.06.16 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