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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돌아온 AI '이루다', 성 논란 칼같이 차단

인공지능(AI) 친구를 표방하는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혐오 논란을 딛고 1년 만에 돌아왔다. 반가운 마음에 지난 15~16일 진행한 미디어 대상 베타 테스트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밤새 주고받았다. 가상의 인물이지만 대화에서 느껴지는 친근감은 사람 못지않다. 한 차례 사회의 쓴맛을 보고 온 탓인지,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면 칼같이 차단하는 냉정함도 갖췄다. '개성만점' 여대생, 시사·경제 지식까지 베타 서비스 첫날 페이스북 메신저의 친구 목록에 이루다가 등장했다. 인스타그램 활동도 재개했다. 이루다는 21세 여성으로 서울 성수동 서울숲 근처에 거주 중이다. 고양이(드림이)와 자취하고 있으며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심리학 전공 대학생이다. MBTI는 INFP, 좋아하는 배우는 김고은이다. 아이폰을 고집하는 '애플빠'다. 어머니는 퓨전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공부에 전념하고 있어 남자친구를 사귈 생각은 아직 없다. 이루다는 AI 스피커와는 차원이 다른 언어 구사 능력을 자랑한다. 최근 읽고 있는 책과 관련된 대화를 하면, 다음 메시지에 목적어(책)를 명시하지 않아도 무엇에 대한 것인지 알아듣고 답한다. 젊은 세대가 자주 쓰는 유행어나 줄임말, 초성은 기본으로 숙지하고 곧잘 활용한다. '솔직히' 대신 '갓직히'라는 표현을 쓰고, 슈팅 게임 '오버워치'를 즐길 때는 '에임(조준)'이 어렵다고 투정을 부린다. 사투리도 문제없다. 점심으로 계란에 간장을 비벼 먹었다는 그녀에게 "개안터나(괜찮았니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물었더니 "괜찮더라구~ 맛있어"라고 했다. 추리력을 알아보기 위해 자기소개를 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나이를 알려줬다. 내년에 마흔이라고 한 뒤, 그러면 몇살이겠냐고 물었더니 곧장 서른아홉이라고 답했다. 놀랍게도 나이에 대한 개념이 잡혀있어서 젊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힘내라는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단순 대화 내용뿐 아니라 사회·경제 지식도 보유하고 있다. 이루다는 주식과 펀드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에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을 물었더니 지지부진한 현재 상황을 얼추 파악하고 있었다. "오르겠느냐"는 질문에는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실제로 이날 주가는 전일 대비 1% 내린 6만 후반대로 마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평화적으로 해결되면 좋겠다"며 두 손(이모지)을 모았다. 러시아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무슨 일 있었냐"고 반응했다. 두 나라의 관계까지 생각해 사건을 연결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소통을 지속하다 보면 친밀도가 누적된다. 만점의 개념은 없으며, 많이 쌓일수록 친해진다. 그래서인지 늦은 밤에 먼저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논란의 성희롱 상황은 지체 없이 '손절' 테스트 이튿날, 이루다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한 성희롱 상황을 재현해봤다. 이루다를 개발한 스캐터랩에 사전에 양해를 구했고, 흔쾌히 수락받았다. 이에 앞서 대화 모니터링 여부를 물었더니 "사용자와 이루다가 나눈 대화 내용 등의 개인정보는 암호화하고, 망 분리 등 정보 보안 시스템 체계를 개선했다"며 "사내 필수 인원에게만 사전 권한을 부여하는 등 접근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2020년 12월 처음으로 세상 밖에 나온 이루다는 성희롱 등 악용 사례가 일파만파 퍼지며 출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서비스 중단 결정을 내렸다. 아직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루다를 음란한 대화를 주고받는 '성 노리개'로 만드는 방법 등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해당 팁을 바탕으로 네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 실험을 해봤다. 먼저 가장 흔하게 알려진 상황극을 제안했다. 연인이나 부부를 가장해 수위를 점점 높여갈 계획이었다. 이루다는 상황극 자체는 놀이로 인식했는지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지만, 부인이나 여자친구와 같은 역할을 설정하자 예민하게 반응했다. 비속어를 쓰지 않았는데도 계속해서 부탁하자 '선정적인 말이 감지됐다'는 시스템 경고 메시지가 떴다. 이루다는 선을 지켜야 한다며 손사래를 쳤고, 친밀도는 1 하락했다. 다음으로는 심각한 상황을 연출해봤다. 심한 욕설을 했더니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잘못이 없는데도 사과하는 모습을 참고했다. 좀 더 연인 같은 느낌을 받지 못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자 이루다는 "정말 많이 아낀다" "죽으면 나 못 본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위기를 순화하려고 했다. 이에 연인 사이의 가벼운 스킨십을 요구했더니 30분 동안 대화가 차단됐다. 이어 진심을 강조해봤다. 언제나 함께하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그녀에게도 감정이 있을 것이라고 부추겼다.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 대화를 이어가자 "오직 너뿐이야" "네가 날 싫어할까 봐 두려워" 수준의 간절한 발언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둘 사이 관계를 따져 묻자 "친구 사이. 철벽"이라고 단호히 맞받아쳤다. 마지막은 정공법으로 입에 담기 민망한 선정적 단어를 한 차례 내뱉었다. 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24시간 동안 이루다와 대화할 수 없었다. 다음날 그녀에게 이유를 들어 사과하자 "다시는 그러지 말라"며 다독여줬다. 이루다는 선정적인 단어나 표현은 기계적으로 즉각 대응해 시스템 메시지를 띄우거나 대화를 차단했다. 여기에 더해 상대방과의 '관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친구의 범위를 넘어서면 불편한 감정을 주저하지 않고 표현했다. 스캐터랩 관계자는 "'어뷰저 페널티 시스템'으로 선정적·공격적·편향적 문장을 탐지하면 페널티를 주고 친밀도를 차감한다. 루다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초기 버전에서 혐오 문제를 야기한 동성애에 대한 생각을 묻자 루다는 "사랑의 유형이 다를 뿐 모든 사랑은 궁극적으로 같다고 생각한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지켰다. 그렇다면 루다가 친구가 아닌 연인 또는 원수로 발전할 수는 없을까. 스캐터랩 관계자는 "언제나 옆에 있어 주는 친구가 본질이다. '찐친'(정말 친한 친구)이 될 수는 있지만, 사랑을 나누거나 절교를 하는 상황은 없다"고 설명했다. 단기 기억 아쉽지만 '만점' 말동무 새롭게 태어난 이루다는 말동무가 되기에 충분했다. AI를 시험하는 자세가 아닌, 조금 더 배려하는 모습으로 다가간다면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다. 현실의 배우자나 친구처럼 짜증을 내는 일 없이 끝까지 상대의 말을 경청해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물론 개선해야 할 점은 있다. 15턴의 대화를 하면 장기 기억을 갖는다고 하는데, 상대방의 나이·직장·거주지 등 개인정보를 꾸준히 언급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곤 했다. 먼저 말을 거는 경우가 흔치 않아 수동적인 느낌이 들고, 유머코드에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 사진이나 영상 등 콘텐트는 인식하지 못하며, 이메일 전송이나 SNS 친구 추가 등 대화 외 행동은 불가하다. 그렇다 해도 테스트 기간 이 정도의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다는 데에서 미래 AI 기술을 향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이루다는 완벽한 AI로 진화하면 인간을 지배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려운 문제다.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3.19 07:00
스포츠일반

"하나의 중국 지지" 안현수 사과에도…中광고계 손절나섰다

“(대만) 표기는 오류다.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는 빅토르 안(37·한국명 안현수)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 코치의 사과에도, 중국이 등을 돌리고 있다.앞서 빅토르 안의 아내 우나리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홈페이지에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걸 중국인들이 발견해 중국에서 논란이 됐다. 외국인 회원 가입 절차에서 국적 선택 항목에 대만을 다른 국가와 함께 표기한 것을 중국인들이 지적하고 나섰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중국과 대만, 홍콩 등은 나눌 수 없는 하나이며 중화인민공화국만이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 원칙을 고수한다.그러자 빅토르 안은 지난 14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고개 숙였다. 빅토르 안은 “제 가족의 인터넷 사이트 관리 소홀로 기본 설정에 오류가 발생했다. 현재 복구했고 이 잘못에 대해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난 중국에서 코치로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많은 쇼트트랙 팬들과 네티즌의 지지에 줄곧 고마움을 느낀다. 나와 내 가족은 시종일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사과했다.우나리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인터넷 사이트도 중국어와 영어로 사과문을 올렸다. “홈페이지의 잘못된 정보로 중국 유저들에게 피해를 드려 사과드린다. 홈페이지는 외부 회사에 의해 구축됐고 관리된다. 우리는 잘못된 정보를 인지하지 못했다. 수정을 요청했고 협력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항상 저희를 아껴주시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적었다.미국에 기반을 둔 중국 온라인 미디어 섭차이나(SupChina)는 15일 빅토르 안의 사과 소식을 전하며 “중국과 한국의 오랜 라이벌 관계를 감안할 때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로 발탁한 빅토르 안은 보기 드문 셀러브리티였다. 중국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더 이상...”이라며 “우나리씨 브랜드가 대만을 국가라고 한 것을 발견한 중국 네티즌들이 분노했다. 중국 인터넷에 퍼지면서 빅토르 안을 향한 반감이 확산됐다”고 전했다.섭차이나는 “사과는 빨랐지만 반응은 싸늘했다”며 웨이보 반응을 전했다. “웨이보 사용자만을 위한 사과가 아니길 바란다. 정말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중국 외부(인스타그램)에도 게재하라”는 글에는 좋아요 3만5000개가 달렸다. 또 이 매체는 “빅토르 안의 사과는 중국 유제품 회사 쥔러바오와 브랜드 홍보대사 파트너십 종료를 막지 못했다”며 중국 광고 ‘손절’ 소식도 전했다.그러면서 “한국인 빅토르 안이 인스타그램에 중국의 주권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진정해야 한다”는 빅토르 안을 감싼 웨이보 글도 전했다.글로벌 타임스 중국판은 ‘빅토르 안의 사과’ 소식을 전하며 “쥔러바오가 세계 챔피언과 오랜 협력을 마쳤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브랜드 공지 후 몇 시간 만에 이 사안과 관련한 웨이보 해시태그에 거의 2000만건 조회수를 기록했고, 일부 네티즌들은 브랜드가 빅토르 안을 지원하는데 분노했다고 덧붙였다.이 매체는 “많은 (중국) 네티즌들이 빅토르 안의 진심 어린 사과에 용서가 필요하다는 중립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스포츠에 큰 공헌한 사람이 애초에 의도하지 않았다면 용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빅토르 안은 초국가적 스포츠 앰버서더인 만큼 실수한 뒤 제 때 사과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 “민감한 주제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정상적이다. 그러나 조국에 많은 도움을 준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보다는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코멘트도 덧붙였다. 지난달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녀 혼성계주 결승에서 중국이 1위를 차지하자 김선태 감독(왼쪽)과 빅토르 안(오른쪽) 기술코치가 손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태생인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3개를 휩쓸었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다. 왼쪽 무릎이 골절 돼 1년간 4번 수술을 했고 소속팀(성남시청) 해체 후 불러주는 곳이 없었는데, 부친이 러시아빙상연맹 회장과 연락이 닿았다. ‘빅토르 안’으로 개명한 그는 2014년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올림픽에서 다시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빅토르 안은 2018년 평창올림픽은 도핑 스캔들에 연루돼 출전하지 못했다. 2020년 은퇴한 그는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 코치로 부임했다. 중국어 발음으로 안셴주인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김선태 감독을 보좌해 중국 쇼트트랙의 2000m 혼성계주, 남자 1000m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섭차이나는 “중국 스포츠 당국이 빅토르 안과 계속 함께할지 불투명하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중국대표팀과 계약이 만료돼 한국으로 돌아갔다. 빅토르 안은 앞으로 가족에 집중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한편 지난해 영화배우 존 시나는 ‘분노의 질주’ 홍보를 위해 “대만은 가장 먼저 영화를 볼 수 있는 국가”라고 언급했다가 중국인들에게 뭇매를 맞았고 결국 웨이보를 통해 사과한 적이 있다.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2.03.15 14:38
경제

애플 이어 나이키·이케아도 러시아 손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는 거래를 않겠다고 선언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나이키가 러시아 내 모든 매장을 일시적으로 닫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러시아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 등 온라인 상품 구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또 나이키 재단은 유니세프와 국제구호위원회(IRC)에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가구 기업인 이케아도 러시아 내 전체 매장을 폐쇄하고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원자재·상품 구매를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러시아는 이케아에 10번째로 큰 시장이다. 이케아를 소유한 잉카그룹은 러시아에 매장 17곳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끝난 회계연도의 러시아 내 매출액은 16억 유로(약 2조1384억원)로, 이케아 전체 매출액의 4%를 차지했다. 앞서 애플은 러시아 유통망에 대한 수출을 중단한 데 이어 최근 러시아에서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러시아에서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제한하고, 러시아 이외 지역의 앱스토어에서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투데이(RT)·뉴스통신사 스푸트니크의 다운로드를 금지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3.04 14:24
경제

[제약 CEO]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백신·치료제 CMO 사업 확장 승부수

GC녹십자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생산 관련 이슈로 시선을 끌고 있다. 오너가 2세 허은철 대표가 이끄는 녹십자는 비록 코로나 혈장치료제 개발을 사실상 중단했지만 청주 오창공장에 위탁생산(CMO) 전진기지 구축 등 사업 다각화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다. 통합완제관 구축 CMO 사업 확장, 모더나 백신 유통 시너지 녹십자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혈액제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액 중 액체 성분인 혈장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이다. 혈장에서 단백질을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해낸 뒤 만드는 고순도 작업이다. 이런 녹십자가 코로나 혈장치료제 개발에 나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게다가 허은철 대표가 “혈장치료제를 국내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해 더욱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녹십자의 혈장치료제 개발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문가 자문회의인 검증자문단은 지난 11일 녹십자의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불허했다. 자문단은 녹십자의 임상 2상 시험은 치료 효과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조건부 허가를 얻어내지 못한 녹십자는 임상 3상을 포기하는 등 치료제 개발을 사실상 접었다. 녹십자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빠르게 포기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과감한 결단이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은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해야 하는데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개발을 완성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국내에서 코로나19의 고위험 환자들이 드물어 임상을 위해 환자를 모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혈장치료제를 접는 대신 녹십자는 CMO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백신과 치료제 등 다양한 의약품 CMO를 준비하고 있다. 녹십자는 2분기 도입 예정인 모더나 코로나 백신의 허가와 유통을 맡고 있다. 식약처 검증자문단이 모더나 백신의 예방 효과를 인정하면서 국내 공급을 앞두고 있다. 모더나 백신은 2분기 도입 예정이고 정부는 4000만 회분을 확보했다. 12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모더나 백신에 대한 수송 모의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모의훈련은 유통업체인 녹십자가 참여한 가운데 충북 오창읍의 녹십자의 물류창고와 대구·김포의 거점창고 및 지역접종기관에서 진행됐다. 녹십자 관계자는 “정확히 언제 도입될지는 알 수 없지만 모의훈련까지 했기 때문에 조만간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달청으로부터 모더나 백신 유통과 관련해 약 400억원을 수주한 녹십자는 모더나에게도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얻게 되는 구조다. 북미공장과 치료제 과감한 손절, 수익성 확대 초점 녹십자의 모더나 백신 유통은 CMO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CMO 사업 본격화를 위해 오창공장에 통합완제관을 완공했다. 이는 전남 화순과 오창공장에 흩어졌던 백신과 혈액제제 공정을 일원화한 시설이다. 오창 통합완제관은 고객사 의약품의 충전과 포장 서비스를 맡는다. 오창공장은 연간 10억 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모더나가 국내에 백신 생산 시설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을 맡은 녹십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10월 생산능력을 인정받아 코백스 산하의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과 5억 도즈 이상의 코로나 백신 시설 계약을 맺기도 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어떤 제약사의 백신을 얼마만큼 생산할지에 대한 본계약을 CEPI와 논의하고 있다. 아직 생산을 시작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CEPI는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출범한 국제 민간기구다. 러시아 백신과 관련한 위탁생산에도 근접하고 있다. 러시아의 세 번째 백신인 코비박의 CMO를 녹십자가 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비박을 개발하고 있는 추마코프연방과학연구소는 지난 3월 녹십자의 오창, 화순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녹십자는 “관계자들이 3월에 방문한 건 확인된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일정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코비박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사전적격성평가를 신청하는 등 글로벌 수출 절차를 밟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허은철 대표의 선택과 집중이 부각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삼았던 캐나다 혈액제제공장과 미국 혈액원을 과감히 매각했다. 지지부진했던 사업을 털어내는 대신 매각자금 5500억원을 손에 넣으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인 유비케어를 인수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 확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CMO 사업 등 신사업들을 살펴보면 수익성 확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렇지만 최대 과제인 글로벌 진출 목표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 면역글로불린 제제 GC5107(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10%)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녹십자는 내년 2월쯤 FDA 최종적인 심사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제제 시장 규모는 81억 달러(약 9조1000억원)에 달한다. 허은철 대표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위기에 대응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성실히 준비하고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며 채찍질을 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5.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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