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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최강야구’ 아닌 ‘불꽃야구’ 강행…JTBC vs 장시원PD, 쟁점 셋 [IS포커스]

JTBC와 ‘최강야구’ 제작사 스튜디오 C1(이하 C1)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C1은 ‘최강야구’ 대신 ‘불꽃야구’라는 타이틀로 신규 예능 론칭을 강행하고 있으며, ‘최강야구’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한 JTBC는 지난달 31일 C1을 상대로 저작권 금지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추가적인 가처분 신청도 예고했다.JTBC 관계자는 지난 14일 “‘최강야구’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촬영, 제작을 강행한다고 해도 ‘최강야구’ 서사를 이어가는 출연진들인 만큼 저작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제작 강행 중단을 요청했고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제작 강행이 계속된다면 가처분 신청 등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C1은 JTBC의 강경 입장을 무시한 채 ‘불꽃야구’ 제작을 강행하고 있다. C1은 지난 14, 15일 이틀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서울 경북고등학교 야구부와 경기를 치렀다. 기존 ‘최강야구’를 이끌어 온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코치, 선수들도 대거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C1은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성근 감독과 선수들의 훈련에 임하는 영상을 수시로 공개하고 있다. 또한 ‘최강야구’ 시즌3까지 연출한 C1의 대표 장시원 PD는 개인 SNS를 통해 선수들의 연습 사진을 올리며 프로그램 제작을 진행 중이란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쟁점은 JTBC와의 갈등 속에서 ‘불꽃야구’가 문제없이 대중 앞에 공개될 수 있는지다. 양측의 갈등을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갈린다.#타이틀 다르니 저작권 문제없을까?JTBC는 장 PD가 ‘불꽃야구’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은퇴한 전직 야구 선수들이 출연해 야구 유망주들과 경기를 펼치는 기존 ‘최강야구’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가는 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장 PD 측에서는 ‘빽 투 더 그라운드’ 같은 예능처럼 야구를 소재로 하거나 ‘최강야구’와 비슷한 포맷을 가진 ‘슈팅스타’ 등 다른 스포츠 예능이 많은 만큼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양측의 소송은 ‘최강야구’와 ‘불꽃야구’의 유사성을 증명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양측 중 누가 더 유리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뉜다. 법무법인 존재의 노종언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JTBC가 IP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 야구라는 소재, 일부 동일 출연진과 동일 스태프가 함께 만드는 것이라면 장 PD 쪽에서 ‘최강야구’와 ‘불꽃야구’는 본질적으로 다른 콘텐츠라는 걸 입증해야 한다”라며 “‘최강야구’를 도용한 걸로 보이는 징표들이 있으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반면 JTBC 측이 유리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건국대 로스쿨 정덕연 교수는 “저작권에서 가장 기본은 아이디어는 누구는 쓸 수 있고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보호한다는 것이다. 룰이 비슷해도 예컨대 옷 등 디자인적인 부분 자체를 바꿔버리면 저작권 침해로 규정하기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다”며 “‘최강야구’와 비슷하면서도 아주 약간이라도 룰을 다르게 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면 그것이 JTBC의 고유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불꽃야구’ 강행에, JTBC 가처분 소송 예고JTBC는 현재 C1의 ‘불꽃야구’ 제작 강행이 계속된다면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에 이어 제작 금지 가처분 신청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게 봤다. 노 변호사는 “‘최강야구’의 포맷과 컨셉을 따라한 게 명확하다면 가처분은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유튜브 영상만으로는 ‘불꽃야구’가 어떤 콘텐츠로 만들어질지 명확히는 알 수가 없기에 애매하다”며 “JTBC 입장에서는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가처분 신청 같은 경우 유사성 입증 책임이 소를 제기한 사람에게 있기 때문인데 만약 가처분 소송에서 JTBC가 지게 된다면 여론전에서 불리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정 교수는 “어떤 증거를 낼지에 따라 가처분 신청의 결과는 달라진다. 특히 플랫폼이 아직 정해지지 않고 방송이 아닌 유튜브로 ‘불꽃야구’를 공개한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는 방송과는 달리 무료로 공개되는 것이고 수익 창출을 안 하겠다고 주장하면 가처분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불꽃야구’ 새 플랫폼 찾을까‘불꽃야구’가 어떤 플랫폼을 찾아서 대중에게 공개될 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불꽃야구’가 최근 이틀간 고척스카이돔을 대관해 경기를 진행한 점 등을 들어 이미 다른 플랫폼을 찾아 제작비를 지원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최강야구’ 시리즈는 ‘야덕’(야구 덕후) 등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예능이고 상당수 팬들은 이를 만든 제작진들이 새로 선보일 ‘불꽃야구’를 지지하고 있는 터라 플랫폼의 입장에서도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기도 하다.하지만 방송계에선 JTBC와 C1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 속에서 ‘불꽃야구’가 다른 플랫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이번 사태를 눈여겨보고 있는 여러 플랫폼들은 당장 C1과 협의를 한다기 보단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결론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꽃야구’를 어떤 플랫폼에서 공개하게 된다면 JTBC와 그 플랫폼은 관계가 당연히 틀어지게 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분쟁을 만들고 싶어 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적어도 이 법적 문제가 해결돼야 플랫폼 입장에서도 ‘불꽃야구’를 받을 수 있다. 장 PD가 제작비를 과다 청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소명도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5.04.16 06:05
산업

악재 쌓이는 알리…등 돌리는 소비자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한국 상륙 작전에 나선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각종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짝퉁·안정성 문제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한국 당국의 제재를 앞두게 됐다. 잇따른 논란에 알리에 등 돌리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알리의 통신판매자 신고 의무 위반 의혹과 관련해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 보고서를 발송했다.알리는 지난해 9월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유한회사'로 서울시에 통신판매업을 신고하면서, 상호와 대표자, 소재지, 호스트 서버 소재지 등을 신고했다.하지만 공정위는 신고된 법인이 대리인 역할로, 실제 쇼핑몰 운영은 본사나 다른 법인에서 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공정위는 알리가 통신판매업자의 신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제재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이 밖에도 공정위는 알리에 대한 조사를 여러 건 진행 중이다. 알리가 실제 판매된 적 없는 가격을 정가로 표시하고, 이를 할인한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를 속였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또 알리 사이트에서 계정을 만들 때 가입자가 동의해야 하는 약관에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을 동의하는 등의 약관이 포함돼 있어 불공정 약관 의혹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여기에 알리는 취급하는 상품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올해 안전성 이슈가 잇따르면서 플랫폼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상태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알리를 사칭한 피싱 사기까지 등장했다.실제 온라인에서는 알리를 사칭한 홈페이지들이 여럿 검색된다. 해당 사이트는 로고나 디자인을 도용해 마치 알리가 직접 운영하는 것처럼 꾸몄다. 이런 가짜 사이트를 활용해 알리 직원이나 판매자를 사칭해 ‘함께 돈을 벌자’며 접근하거나, 신종 로맨스스캠(연애빙자사기)과 접목하는 사기 행위도 많아지고 있다.악재가 쏟아지면서 국내 알리 이용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 3월 정점(887만명)을 찍고 두 달 연속 하락했다. 4월에는 859만명, 5월에는 830만명으로 줄었다.업계 관계자는 "진출 초기 초저가를 앞세워 이용자를 끌어모았지만, 각종 논란이 이어지면서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4.07.02 07:00
연예일반

‘열녀박씨’ 한복 디자인 무단 도용?.. MBC “소통 오류” [공식]

MBC 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이 한복 디자인 무단 도용에 업체 측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12일 MBC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에 “한복 디자인 업체에 사과를 전했으며 원만히 협의 됐다”라고 밝혔다. 생활한복 리슬 측 또한 공식 SNS을 통해 “드라마 관계자로부터 정중한 사과와 함께 출처 포기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리슬 측은 “인기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 리슬 디자인이 도용댔다”며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들은 “잠깐 스쳐 가는 장면이라도 정식으로 사용을 요청하셨더라면 기쁘게 응하였을 텐데 저작권인식이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지난 9일 방송된 ‘열녀박씨’에서는 주인공 이세영이 한복 디자인 시안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때 벽에 붙어 있던 한복 그림이 리슬 측 디자인인 것. 이후 리슬 측은 “외주를 맡기는 과정에서 소통 오류가 있었고 레퍼런스로 전단될 리슬의 디자인물이 그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진정어린 사과를 받았으니 더 이상의 이슈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상황을 일단락시켰다. MBC 금도트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죽음을 뛰어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유교 걸 박연우(이세영)와 21세기 무감정 끝판왕 강태하(배인혁)의 금쪽같은 계약 결혼 스토리. 최근 자체 최고 시청률 9.6%를 달성하는 등 금토극 정상을 지키고 있다.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12.12 13:35
산업

[IS 시선] K패션, K컬처를 지키고 싶다면..."짝퉁부터 사지도 만들지도 마세요"

"샤넬, 미우미우도 서로 베끼는데, 어디서 한국 브랜드가 난리냐고 하더군요." 설립 3년차인 신생 패션업체 피스피스스튜디오의 박화목(42) 대표가 말했다. “그 순간 소송을 결심했습니다. '가품 도용꾼들이 K브랜드를 무시하는구나. 그래서 함부로 디자인을 베끼고, 싸게 팔아 한몫 챙기면서 살아가는구나' 싶었어요.” 박 대표가 이끄는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최근 20·30대 여성의 '워너비' 여성복 브랜드로 떠오른 '마르디메크르디'를 운영하고 있다. 마르디메크르디는 론칭 4년 만인 지난해 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4%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등 알짜 브랜드로 통한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반응이 뜨겁고, 성장 가능성도 커서 K패션 업계가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마르디메크르디의 장점은 나풀거리는 플레어 원피스, 커다란 꽃무늬 패턴 등 특유의 감미로운 디자인이다. 박 대표는 아내 이수현 실장과 함께 마르디메크르디를 키우기 위해 하루를 ‘죽을 둥 살 둥’ 쪼개 쓰고 있다. 잘 나가는 마르디메크르디도 결과물을 불법적으로 가져가려는 이들 앞에서는 눈물을 흘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픈마켓과 라이브커머스(라방)에서 마르디메크르디 디자인을 베낀 가품이 단돈 1만~2만원에 쉼 없이 팔려나가고 있다. 소송을 통해 한곳을 잡아내도, 다음 날이면 들판에 잡초가 자라 듯 또 다른 가품이 등장한다.지금 글로벌은 K컬처에 푹 빠져있다. K팝, K드라마, K패션까지 '메이드 인 한국' 문화에 전 세계가 열광한다. 다른 나라는 결코 모방할 수 없는 한국만의 독보적인 스타일과 힘이 담겨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알파벳 'K'는 가장 매력적인 문화를 가진 한국만의 브랜드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굵은 땀방울이 맺힌 창착물을 불법적으로 카피하는 K브랜드는 미래가 없다. 지금은 세계가 K컬처에 환호할지 모르지만, 라방과 오픈마켓에 나도는 가품을 근절하지 못하면 명성도 금세 추락한다.패션플랫폼 무신사와 한국브랜드패션협회는 지난 16일부터 디자인 지식재산권 보호와 가품 근절을 위해 '페이크 네버'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만연한 디자인 카피와 모조품 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협회는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를 공유하는 '페이크 허브' 페이지도 운영한다.가품 유통을 막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짝퉁은 사지 않는 것, 발견 즉시 신고하는 것. 두 가지 원칙만 지킨다면 K컬처의 미래는 더욱 밝지 않을까. 서지영 경제산업부 기자 seojy@edaily.co.kr 2023.02.22 07:07
산업

[단독] 1위 무신사의 간판 마르디메크르디 '짝퉁'에 뚫렸다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의 대표 K패션 브랜드들이 가품과 디자인 도용에 신음하고 있다. '마르디메크르디' 'Mmlg(엠엠엘지)' '듀테로' 등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사이에 인지도가 높고 비교적 가격대도 낮은 토종 국산 브랜드마저 '짝퉁'에 뚫리면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브랜드 중에는 한 온라인몰이 카피한 제품을 들고 '라이브커머스(라방)'까지 진행하자 최근 법원에 민사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30대 회사원 A 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을 하다가 평소 사고 싶었던 마르디메크르디의 스웨트셔츠가 원래 가격보다 4만~5만원가량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색깔도 다양하고 마르디메크르디의 상징인 큼직한 플라워(꽃) 자수까지 마음에 들었던 A 씨는 망설이지 않고 구매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결재 뒤 다시 제품을 살펴보던 A 씨는 크게 당황했다. '마르디(Mardi)'라고 적힌 줄 알았던 로고가 실제로는 '메르시(Merci)'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글자체도 그렇고 자수 로고 플레이까지 당연히 마르디메크르디 제품인 줄 알고 샀는데, 다시 보니 디자인을 도용한 제품이었다"며 "재빨리 결재를 취소하길 망정이지 가품 옷을 입고 망신을 살 뻔했다"고 털어놨다. 29일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제품은 디자인을 도용한 가품이 맞았다. 마르디메크르디를 전개하는 피스피스스튜디오의 박화목 대표는 "우리 브랜드 대표 인기 제품의 상표와 글씨 일부만 바꿔 불법적으로 디자인을 도용한 것이 맞다"며 "마르디메크르디의 상징인 로고 플레이를 교묘하게 가져다가 이렇게 카피하는 제품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K패션을 육성하는 무신사에 입점한 대표 브랜드인 마르디메크르디는 박화목·이수현 부부 디자이너가 2018년 론칭한 순수 토종 브랜드다. 특유의 낭만적이고 여성스러운 플라워 패턴으로 20~30대 여성 고객 사이에 인기가 많다. '휠라키즈' '올리브영' 'CU'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협업을 요청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신생 브랜드이지만, 매출 규모는 어느 중견 브랜드 못지않다. 무신사에 따르면 피스피스스튜디오는 2021년 전년 대비 5배 증가한 1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보다 3배 증가한 50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이 24%에 이를 정도로 K패션을 이끄는 토종 브랜드로 통한다. 피스피스스튜디오가 처음 가품이 유통된다는 걸 인지한 것은 2019년 무렵이다. 박 대표는 "플라워 로고 플레이가 히트하기 시작한 2019년 하반기 무렵 디자인 도용이 알음알음 나오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어지간한 SNS나 오픈마켓에는 우리 제품을 카피한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불법 도용이 만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가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출시하는 제품에 담긴 그래픽이나 로고의 80% 이상을 상표로 등록했다.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로고 중 일부를 바꾸거나 그래픽을 살짝 트는 등 교묘하게 베끼는 업자들을 일일이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참다못한 마르디메크르디 측은 지난해 하반기 SNS 라방을 통해 자사 제품을 복사해 팔던 한 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박 대표는 "우리 디자인을 카피한 제품을 팔지 말아 달라고 하니 '샤넬이나 미우미우 같은 명품도 서로 디자인을 베끼는데 K패션 브랜드가 난리를 친다'고 비아냥거리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죽을 둥 살 둥 만드는데 그들에게는 잠깐 차용하고 버리는 카피일 뿐"이라며 "K디자이너 브랜드를 무시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가품과 도용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 분개했다. 피스피스스튜디오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해 11월 해당 제품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한 도용이 맞다며 마르디메크르디의 손을 들어줬다. 피스피스스튜디오 측은 현재 형사 소송 여부를 두고 내부 조율 중이다. 마르디메크르디는 중저가에 속하는 K패션 브랜드다. 대부분의 옷 가격대가 5만~15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옷 한 벌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수입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디자인을 도용한 짝퉁을 대량으로 찍어 판매하더라도 아주 큰 이문을 남기지 못한다. 벌당 1만~2만원의 이익을 남기기 위해 싸구려 불법 카피 제품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저품질의 가품이 나돌기 시작하면 브랜드의 생명도 위협받게 된다. 박 대표는 "겉모양은 비슷한데, 저품질의 싸구려 카피 제품이 유통되면 브랜드의 수명도 그만큼 단축된다"며 "한때 잘 나갔던 K패션 브랜드 중에 이런 식으로 사라진 브랜드가 한 두 곳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마르디메크르디만의 일이 아니다. 무신사 측은 빅 히트를 친 K패션 브랜드 중에는 질이 낮은 모조품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브랜드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유력 오픈마켓 등에서 검색하면 무신사에 입점한 또 다른 인기 브랜드인 엠엠엘지의 대표 로고인 숫자 '1987'을 활용한 스웨트셔츠나 후드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듀테로의 상징과 같은 '디렉터(DIRECTOR)' 후드와 스웨트셔츠 역시 정교하게 카피한 가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오픈마켓에 입점한 일부 몰에서는 "예쁜 옷을 저렴하게 샀다" "한철 입기 좋은 옷을 싸게 샀다"는 후기 글까지 올라와있다. 무신사 측은 "무신사와 29CM에서만 유통되는 브랜드인 엠엠엘지와 듀테로 등도 각종 디자인 도용과 가품 유통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는 고객이 많을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토종 브랜드인데, 제대로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1.30 07:00
산업

'짝퉁'에 휘청이는 K패션…무신사 "공식 대응 고려 중"

'마르디메크르디' 'Mmlg(엠엠엘지)' '듀테로' 등 K패션 브랜드의 디자인을 도용한 가품이 난립하자 전문가들은 모처럼 부흥기를 맞은 K패션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짝퉁'과 정품이 뒤섞일수록 이미지 소비만 부추기고, 반짝 유행템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그러나 K패션 브랜드들은 '사실상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한숨 쉬고 있다. 영세한 토종 브랜드는 가품이 나돌더라도 경제적·물리적 여건상 소송을 걸기 힘들다는 사실을 가품 유통업자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법원이 패션 디자인 도용은 물론 모조품이 유통되는 주요 창구인 오픈마켓에 비교적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실정이다.K패션은 베껴도 고소 안한다? 가품이 난립하는 가장 큰 배경은 토종 브랜드는 베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제조·판매 업자들이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법률자문위원인 이재경 변호사(건국대 교수)는 29일 본지에 "신생 K패션 브랜드는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법적 소송을 진행할 물리적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이를 알고 있는 이들이 '한국 패션 브랜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베껴도 문제가 없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디자이너 한 두 명이 사실상 모든 업무를 책임져야 하는 가운데, 불법 사례를 일일이 찾아 소송을 제기하고 신경 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패션 브랜드는 원래 서로서로 베끼고 하는 것"이라는 비상식적인 말까지 서슴없이 할 정도로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 패션 디자인 도용을 처벌할 법망도 허술하다. 이 변호사는 "패션을 포함해 지식재산권은 표절을 공식적으로 판정하는 기관이 없어 표절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린다"며 "법원에서 패션 디자인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패션디자인 표절은 부정경쟁방지법에 호소하는 상황이지만 이 법은 패션디자인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어서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며 “패션디자인은 국내 디자인보호법상 보호 요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아 관련법으로 보호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오픈마켓의 가품 유통에 관대한 한국 가품의 주요 유통 창구인 오픈마켓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보수적이다. 그동안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은 수많은 디자인 카피 및 모조품이 유통되는 창구로 지적받아왔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9~2022 특허청 온라인 위조상품 유통 적발 현황'에 따르면 전체 위조상품 거래의 절반가량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 등 오픈마켓에서 발생했다.그러나 이들 오픈마켓은 직접적인 상품 판매의 당사자가 아닌 통신판매중개업자, 즉 플랫폼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지식재산권 침해 및 상표권 침해 문제에 대해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았다.이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오픈마켓에 입점한 몰이 디자인 도용이나 가품을 판매한다고 해서 오픈마켓에 주어지는 책임이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적다고 보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입점한 몰에서 판매되는 디자인 도용이나 가품을 찾으려면 더 많은 인력과 필터링 시스템이 요구되는데, 이 정도의 책임까지 오픈마켓에 안겨서는 안된다고 본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 구두 브랜드 '크리스찬루부탱'과 이커머스 공룡 '아마존'과의 소송이 대표적이다. 유럽 최고 사법기구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 이뤄진 개별 판매업자들의 모조품 판매에 대해 유통업체인 아마존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크리스찬루부탱 측은 2019년 "아마존이 오픈마켓 플랫폼 사업자로서 개별 판매자들이 상품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모조품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광고 상품을 통해 카피 상품들이 잘 팔릴 수 있도록 해 소비자로 하여금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ECJ는 크리스찬루부탱의 손을 들어줬다. 소비자는 입점 업체가 아니라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을 보고 구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아마존이 해당 모조품 판매업체 중 일부 상품을 보관하고, 고객에게 배송하는 역할도 했기 때문에 책임 소지가 명확하다고 명시했다. K패션 살리려면 가품 유통 막아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패션산업협회 등 유관 기관들은 K패션 브랜드의 세계화를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글로벌 브랜드 육성 및 기반 조성 사업'의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K컬렉션 인 파리'를 2020 S/S 시즌 파리패션위크와 연계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비뮈에트, 제이청, 분더캄머 등 K패션 브랜드가 참여한 패션쇼를 보기 위해 해외 미디어와 바이어 등 업계 관계자 300여 명이 자리에 함께했다. 무신사와 29CM, W컨셉 등 패션 플랫폼도 K패션 육성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특히 무신사는 가장 열정적으로 K패션 브랜드를 키우는 곳으로 통한다. 실제로 무신사에서 2022년 기준 연간 거래액이 100억원을 돌파한 브랜드 중 국내 브랜드 비중은 33%에 달한다. 지난 2020년(15%)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그만큼 K패션에 들이는 공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와 29CM에 입점한 중소 K패션 브랜드 중에 디자인 도용이나 가품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브랜드가 적지 않다"며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입점 브랜드가 가품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K패션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 관계자는 "무신사도 여타 오픈마켓과 같이 '통신판매중개업자'지만, K패션 브랜드의 보호와 육성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우리 모두가 지켜나가야 할 자산과 같은 K패션 브랜드 보호를 위해 가품과 디자인 도용을 방치하는 국내 오픈마켓 등에 공식 대응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하나가 성공하기 위해 투입되는 엄청난 땀과 노력을 기억할 때 K패션도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1.30 07:00
자동차

중국차 '대 놓고 베끼기' 나쁜 버릇 또 나왔다

중국에서 이른바 '짝퉁차'가 다시 활개 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지 업체들이 과거의 '대 놓고 베끼기' 전략을 다시 펴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시노자동차허브(SVH)는 최근 일본 도요타의 픽업트럭과 디자인과 이름이 유사하지만, 성능은 크게 떨어지는 픽업트럭을 10분의 1 가격에 내놨다. 문제가 된 모델은 SVH의 픽업트럭 '툰다(Tundar)'로 도요타 '툰드라(Tundra)'와 외관이 분간 안 될 정도다. 두 모델 모두 4인승 픽업트럭이고 전면 그릴에 6각형 패턴을 적용했다. 헤드라이트 모양도 유사하다. 디자인뿐만이 아니다. 이름도 유사하다. 차량명 스펠링을 보면 마지막 두 글자 'r'과 'a'의 순서만 다르다. 심지어 중국산 툰다의 후면에는 대놓고 도요타 차량명인 '툰드라(TUNDRA)'란 영문 글자를 양각으로 새겼다. 다만 성능에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도요타의 툰드라는 3.5L 트윈 터보차저 V6 엔진이 탑재됐지만 툰다는 1.0L 3기통 엔진이 들어갔다. 가격도 큰 차이를 보인다. 툰드라의 가격은 5122만~8253만원이고 툰다는 853만원부터 시작한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베끼기' 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중국 장링자동차는 2014년 영국 재규어랜드로보의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쏙 빼닮은 스포츠다목적차(SUV) '랜드윈드X7'를 선보여 논란이 된 바 있다. 단지 디자인만 베낀 것이 아니었다. 랜드윈드 X7의 스펙은 2.0L 터보 4기통 엔진에 최고 출력이 190마력이었는데, 이 스펙 역시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동일했다. 디자인과 스펙은 같지만 단 한 가지, 가격만 달랐다. 당시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약 7000만원인데 반해 랜드윈드 X7은 이에 절반도 채 되지 않는 2450만원 선이었다. 중국 중타이자동차는 2016년 포르쉐 마칸과 유사한 T700 모델을 출시했다. T700 역시 마칸과 가격만 달랐다. 당시 T700 가격은 약 3000만원으로 마칸의 약 1억원의 3분의 1 이하에 판매됐다. 자동차 업계는 중국이 디자인 카피에 대해 관대한 국가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내에서 디자인 도용 관련 소송에 나서봤자, 승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피아트는 지난 2008년 장성기차의 페리가 판다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고 오히려 법정 비용을 지불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포르쉐 역시 2014년 T700를 제작한 중국 중타이자동차를 대상으로 소송에 들어갔지만, 판결은 요원하다. 앞서 언급한 랜드위드 X7 관련 재규어랜드로버가 승소한 게 유일하다. 이마저도 2014년 소송 후 5년이 지난 2019년에서야 베이징 차오양 지방법원은 장링자동차의 디자인 도용을 인정했다. 이미 랜드윈드X7가 중국에서 수십만 대 팔린 후였다. 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2.09.29 07:00
부동산

[금쪽같은우리집] 주거용 아파트 짓는데 세계적 거장이 총동원돼야 하나요?

최근 대형건설사들이 해외 유명 설계 그룹이나 조명 디자이너를 동원해 조감도를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각자 '세계적인 거장'이라고 소개되는 이들은 이름과 수식어만 들어도 놀랄만한 이력을 자랑한다. 업계는 건설사들의 이런 노력을 수주전에서 찾고 있다. 그럴듯한 설계사를 끌어들여 멋진 조감도를 선보여야 조합원들의 눈과 마음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거주가 목적인 아파트마다 거장들이 모두 참여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읽기도 어려운 '거장'의 이름 설계 그룹 '저디', 설치 예술 명가 '완다 바르셀로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오 바스쿠&클루그'…. DL이앤씨가 지난해 8월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에 '드레브 372' 단지를 제안하며 내건 이름들이다. 또박또박 읽기도 어려운 이름을 가진 이들은 건축 및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거장이라고 한다. 저디는 미국 라스베가스 5성급 호텔 벨라지오‧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 등 세계적 랜드마크를 설계한 글로벌 설계 그룹이다. 완다 바르셀로나는 설치 예술업계 저명한 스페인의 디자인 스튜디오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종이꽃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듀오 바스쿠&클루그는 유럽 조명 분야에서 명성이 있다. DL이앤씨는 당시 홍보 자료를 통해 이 단지에만 7명의 거장과 협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중에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 '티보 에렘'도 포함된다. DL이앤씨는 거장을 총동원한 덕에 막판까지 롯데건설을 꺾고 북가좌6구역을 품에 안았다. 다른 건설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물산은 2020년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래미안 원펜타스'를 제안하고 네덜란드 '유엔 스튜디오'와 손을 잡았다. 유엔 스튜디오는 지난 1988년 네덜란드 부부 건축가 '벤 판 베르켈'과 '캘롤라인 보스'가 설립한 설계 사무소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등을 디자인하며 명성을 높였다. 현대건설은 세계적인 패턴 디자이너 네덜란드 '카럴 마르턴스', 영국 공간예술가 '신타 탄트라',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과 협업을 추진해왔다. 포스코건설 역시 네덜란드의 그로닝거 미술관, 일본 히로시마 파라다이스 타워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에게 아파트 디자인을 맡긴 전례가 있다. 표절 시비도 해외 유명 설계사와 협업이 수주전 승리의 열쇳말이 되면서 표절 시비가 불거지기도 한다. 올해 초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개발)과 롯데건설이 맞붙었던 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관양 현대) 재건축사업 수주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HDC현산개발은 건축 명가 SMDP, 롯데건설은 저디와 협업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일부에서 롯데건설이 조합 측에 제시하는 책자에 공개한 아파트 디자인이 과거 HDC현산개발과 롯데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뤘던 부산 대연8구역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롯데건설이 저디와 협업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추가했고, 저디가 관양 현대를 디자인하기에는 다소 기간이 짧다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도 들끓었다. 파장이 컸다. 부산 대연8구역을 디자인한 SMDP 측은 롯데건설 측에 공문을 보내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SMDP 측은 "롯데건설과 롯데건설의 설계사에 설계 무단도용에 대해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롯데건설 측은 "디자인 표절 의혹은 사실무근이다. 디자인을 모방할 이유가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단지에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 캐슬'을 도입하고, 분담금 입주 2년 후 납부 등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롯데건설의 노력에도 관양 현대는 HDC현산개발에 돌아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디자인이슈와 관련해 "오랜기간 준비한 세계적 디자인 그룹 '저디'社와의 디자인이 치열한 수주전 속에서 왜곡된 방향으로 알려졌다" 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한 설계사나 아티스트를 데려오면 조합에 더 많은 표를 받을 수 있고 그럴듯해 보이니까 무리해서 협업을 추진하고, 결국 탈이 난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거장 좋아하다 공사비만 '쑥' 건설사들은 거장과 협업 배경으로 차별화를 거론한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조경이나 디자인의 수준을 예술로 끌어올리고, (수주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확실한 장점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해외 설계사를 동원한 과도한 디자인 경쟁은 공사비 증가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서울 강북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B 조합 관계자는 "문주도 멋있게 짓고, 스카이 브릿지도 연결하는 곳이 늘었다. 멋있긴 하지만 결국 공사비 증가로 (시공사와) 싸움만 난다. 조합 입장에서는 다 대출"이라고 입맛을 다셨다. 학계는 건설사의 이런 트렌드에 분명한 명과 암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명식 동국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세계적 거장이 한국 아파트 설계에 참여하면 한국을 알릴 수 있고, 세계 건축계에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 국내 설계사들에게는 자극도 된다. 건축업계 전반적인 부분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 교수는 주거가 목적인 공간마다 거장이 참여하는 트렌드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와 같은 주거 공간은 한국적인 생활공간에 맞고, 여러 국내 법규에 맞게 지어야 한다. 겉은 서구 것인데 내부 거주지는 법규적 환경이 따로 있다.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실력 있는 설계사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및 한국퍼실리티매니지먼트학회 회장이기도 한 이 교수는 건설사가 해외 유명 설계사를 끌어와 단기간에 명품을 만들어 가치만 높이고, 조합은 비싼 것이라면서 반기는 구조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국 건축계가 자국에서조차 뒤로 밀려나면 설 곳이 없어지고 발전도 이룰 수 없어서다. 실제로 해외 거장은 국내외에서 떠받들어지지만, 실력 있는 국내 건축가들은 제대로 된 설계비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사는 거장만 찾고, 한국 건축계는 침체하고, 아파트 거품만 가득 끼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는 셈이다. 이 교수는 "최근 K컬처가 명성을 얻고 있다. 국가와 기업의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우리 건축업계도 이런 노력과 지원, 정당한 대가만 뒤따른다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08.01 07:00
경제

"에루샤 VIP 인플루언서가 '짝퉁'을 팝니다"…요지경 명품 신먹이사슬

최근 수 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유명 인플루언서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으로 위조 명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3대 럭셔리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 VIP로 화려한 일상을 공유해 팔로워를 끌어모은 뒤 "내가 가진 것과 똑같다"며 가품을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에루샤 VIP가 가품팔이? 가정주부인 A 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보다 깜짝 놀랐다. 적지 않은 수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 인플루언서가 '자체 제작' 상품이라면서 짝퉁 에르메스 '린디' 가방을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인플루언서는 자신이 소장한 진짜 제품과 가죽 재질과 마감을 비교하면서 적극적으로 판매를 권하고 있었다. "자체 제작", "한 땀 한 땀" 등의 설명도 서슴지 않았다. A 씨를 분노하게 한 부분은 더 있었다. 이 인플루언서가 평소 3대 명품으로 통하는 '에루샤'의 VIP 고객이라는 사실을 은근히 자랑하고, 새로 나온 정품 명품 가방을 샀다면서 자랑하는 게시물을 자주 올렸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은 정품 명품을 사들이고 이를 과시하면서 뒤로는 가품을 팔아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던 셈이다. A 씨는 본지에 "많은 소비자가 에르메스는 정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 실적을 쌓고 발품(오픈런)을 팔며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 인플루언서는 명품 VIP라고 자랑하면서 팔로워를 모으더니 '자체 제작'이라는 말로 소비자를 현혹해 가품을 판매하는 '악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A 씨는 다른 소비자들과 함께 인스타그램과 해당 게시글을 신고했다. 더 나아가 에르메스 브랜드 측에 '가품팔이'를 하는 VIP인 이 인플루언서를 고발할 생각도 갖고 있다. 해당 인플루언서만의 일이 아니다. 본지 확인 결과 인스타그램에는 자신이 백화점에서 구매한 명품 가방과 주얼리를 '언박싱'하는 게시글을 올리면서 동시에 자신의 팔로워를 상대로 위조명품을 파는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 약 7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B는 에르메스 린디 가방과 거의 유사한 디자인의 가방을 여러 개 올린 뒤 "끄레(에르메스 가방 중 크림색을 일컫는 말) 미입금 컬러까지 곧 품절"이라고 홍보했다. 그는 앞서 특별한 이들만 초대된다는 루이비통 쇼에 참석한 사진이나 현장에서 선물로 받은 고가의 샴페인을 자랑하는 게시물을 올리며 팔로워들로부터 수많은 '좋아요' 버튼을 얻었다. 소비자 C 씨는 "이런 인플루언서들이 파는 가방이 유명 명품 가방의 독보적인 디자인을 도용했거나, 가짜인 줄도 모른 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가품 팔아 돈을 벌어 진품과 럭셔리카를 사들이는 이들이 파는 제품은 절대 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로그·카카오톡 연동…음성화하기도 유명 인플루언서 중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드러내놓고 가품팔이를 하는 대신 블로그나 카카오톡으로 계정을 연동해 음성적으로 판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약 9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D는 에르메스와 샤넬 등의 럭셔리 브랜드 가방 수십여점을 보유한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대부분 1000만~3000만 원에 달하는 제품을 든 그는 호텔이나 레스토랑, 고급 자동차를 타는 모습이었다. 이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에 연동한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들고 있던 명품 가방 색깔과 디자인, 후기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부자 명품 애호가의 일상과 다름없었다. 본지는 블로그에 소개된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D 인플루언서에게 "제품의 가격대가 궁금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정품과 동일한 가죽이다. 에르메스 장인들이 사용하는 실로 제작한다. 퀄리티를 장담한다"며 본지에 가격 및 구매 절차까지 상세하게 전달했다. 결국 1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음성적인 방식으로 특A급 가품 판매를 하고 있던 것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온라인 위조 상품 신고·제보 건수는 2020년 1만6935건으로 2019년 6864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 5426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평소 명품 VIP 인플루언서가 가품을 판매하는 걸 자주 봤다는 소비자 E 씨는 "요즘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같은 급 가죽에 프랑스 실에 한 땀 한 땀이라고 설명한다. 도가 지나치다. (명품) 본사에서 다 알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가품팔이 인플루언서가 신상 명품으로 휘감고 소위 '플렉스(과시)'를 하면서, 명품이 유행을 타게 됐다는 말도 분석도 나온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소위 명품 VIP라는 것을 자랑하면서 동시에 가품을 판매하는 것은 결국 대중의 욕망을 자극하고 대리충족시키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인플루언서를 추종하고, 가품을 사면서 자신의 부추겨진 욕망과 '로망'을 구현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 문화평론가는 "가품을 판매하는 것은 분명한 위법행위다. 또 해당 인플루언서를 보면서 정품을 사는 소비자들에 대한 배반 행위다"고 꼬집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3.25 07:00
연예

'지헤중' 박효주, 걸크러시↔눈물샘 오가는 공감 연기

배우 박효주의 걸크러시 매력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금토극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전미숙 역을 맡은 박효주가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 열연으로 안방극장을 채우고 있다. 박효주는 내추럴한 복장에 옅은 화장으로 극 중 유일한 전업주부인 전미숙 캐릭터에 몰입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패션업에 종사하는 다른 캐릭터들과 대비된 모습이지만 캐릭터가 갖는 자연스러움을 박효주의 스타일로 매력 넘치게 소화해 독보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40대를 앞둔 친구들과 나누는 인생, 사랑에 관한 대화부터 남편 윤나무(곽수호)에게 퍼붓는 잔소리까지 리얼한 모습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 무엇보다 박효주는 절친 송혜교(하영은)와 최희서(황치숙) 사이에서 든든한 어른 매력으로 극의 활력을 높였다. 송혜교가 과거 연인이었던 신동욱(윤수완)의 죽음을 알고 난 후 상실감 앞에 눈물을 흘릴 때 묵묵하게 옆에서 위로를 건넸다. 또 장기용(윤재국)이 신동욱의 동생이라는 관계 때문에 고민에 빠진 송혜교에게 "네가 좋아하면 그만이지 알게 뭐냐. 남이 네 인생 살아주냐?"라는 속 시원한 충고를 건넸다. 그런가 하면 최희서를 향한 깊이 우러나오는 직언도 박효주의 몫이다. "네가 원단에 공장까지 뺏어갔고, 디자인 도용당해서 영은이 바쁘다" "좋아하는 건 자기 사정이지 왜 얘한테 이래라 저래랴냐"라며 패션 회사 더원의 이사로서 직원인 송혜교와 갈등하는 최희서에게 팩트 폭격을 가하며 통쾌함을 선사했다. 일적으로 얽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송혜교와 최희서의 가교 역할까지 해내며 세 사람의 우정을 다지는 주요 역할을 소화 중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췌장암 진단에 절망에 빠진 박효주의 사연이 그려지며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미래만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왔던 지난 삶에 대한 후회와 괴로움이 혼재된 복잡한 감정에 빠진 모습이 안타까움을 유발했다.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에 그 무게를 홀로 안고 가고 있지만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 터져 나온 박효주의 눈물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먹먹함을 전했다. 박효주의 흡입력 높은 연기와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은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속 전미숙을 완성도 있게 담아내고 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공감 대사부터 장면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현실 연기가 극과 어우러지며 시청자의 감정 이입, 몰입도를 높였다. 전미숙에 대한 첫인상에 대해 "다이내믹한 인물처럼 보여 고민도 많았지만 '나에서 시작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나답게, 나에서 시작한 작품이었다"라고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전했던 박효주. 회를 거듭할수록 그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8회는 오늘(4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ongang.co.kr 2021.12.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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