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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유해진 "영화 속 日 잔인함, 역사 속 잔혹함보다 못할 것"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의미있는 시기, 의미있게 만날 수 있어 더 의미깊은 작품이다. 5~6년 전부터 기획된 영화 '봉오동전투(원신연 감독)'를 2019년 8월 스크린에 걸리게 만든 것도 하늘에 계신 독립군의 뜻이라면 뜻, 곧 운명이다. 쉽게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반일감정 속 불매운동 분위기가 점점 스케일을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 해 광복절을 맞이했다. '봉오동전투' 팀은 개봉 전부터 어떤 상황에 휨쓸리는 관심보다 영화의 힘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을 여러 번 강조했지만, 99년전 독립군의 외침이 있었기에 되찾은 빛으로 지금을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절묘한 타이밍도 복이라면 복이다. 어제의 농부와 학생이 오늘의 독립군이 됐던 한민족 핏줄은 변한 것이 없다. 들끓는 마음을 끊임없이 들끓게 만드는 그들의 행태도 변함이 없이 안쓰러울 따름이다. '봉오동전투'는 그 선을 정확하게 그으면서 역사가 남긴 뜻을 받든다.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이겼던 전례가 있다. 그 때도, 지금도 활짝 피어있는 '무궁화 꽃', '봉오동전투'가 전하는 이야기다. 진정성은 이미 통했고, 무명의 독립군으로 함께 뛰고 달린 배우들의 마음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이끈 유해진의 노고는 배우가 할 수 있는 연기 그 이상의 무게를 확인케 한다.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특별한 고민없이 "하겠다"고 결정짓게 만든 '끌림'이 곧 유해진의 진심이다. 이번 영화에서 유해진은 전설적인 독립군 황해철 역을 맡았다. 황해철은 평소에는 허허실실이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항일대도로 일본군의 목을 거침없이 베는 비상한 솜씨를 지닌 인물이다. 동료들의 목숨은 끔찍이 아끼지만 정작 자신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번 용맹스럽게 일본군에 맞선다. 누구보다 캐릭터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표현한 유해진은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강렬함부터 유연한 코믹 연기까지 '봉오동전투' 전반을 진두지휘하며 완급 조절을 알맞게 해냈다. 인터뷰 당시 노트북을 펼쳐든 취재진을 보며 슬쩍 태블릿PC를 꺼내든 유해진은 '봉오동전투' 개인 포스터를 활용해 직접 편집하고 오려붙여 만든 바탕화면을 자랑, 시작부터 웃음을 자아냈다. '봉오동전투'와 독립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는 유해진이 전한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도 뚝뚝 묻어 나왔다. 예민하고 싶지 않지만 연기 앞에서는 여전히 예민할 수 밖에 없다. 그 예민함이 지금의 믿고보는 유해진을 만들었다. 나이가 들 수록, 배우의 나이을 먹어가면서 책임감까지 더욱 생각하게 된다는 속내. 직업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올바르게 활용하고 있는 유해진이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황해철은 총이 아닌 검을 쥔 인물이다."'쾌도난마'라고 표현하는 시퀀스인데, 스토리에 따라 나 역시 '찢어버리겠어!'라는 일념 하나로 마구 휘둘렀다. 일본군을 벼 베듯 휙휙 날려버리니까. 3·1 운동을 하다 옥에서 순국한 분들의 유골이 바닥에 막 뿌려져 있는 것을 봤으니 그 분노가 어땠겠나. 공통된 의견은 '절대 기술이나 기교가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화려하지 않아야 한다. 일부로라도 철저히 배제하자'는 것에 뜻을 모았다. 생존을 위한 검술이니까." -소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실제 검은 잘 들지도 못한다. 무쇠다. 소재를 달리한 검을 사용했는데 그것 역시 쉽지는 않았다. 정두홍 무술감독이 내 대역을 맡아줬는데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정말? 정말?' 몇 번을 확인했다. 그리고 역시나 말하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 장면이 나와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더라. 형이 나에게 액션 지도를 해주기도 했지만, 형이 직접 연기한 부분들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 너무나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신 자체로도 멋졌다. '멋지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는 것도 멋졌다. "휴. 자연스럽게 풍기는 분위기는 정말 어쩔 수 없고~. 하하하하. 완전 농담이다.(웃음) 내가 했으니 나의 멋이 나왔을 것이고, 다른 배우가 했다면 또 다른 멋이 담겼을 것이다." -동굴 장면은 흡사 '말모이'가 생각나기도 했다."나도 그랬다. 그래서 감독님께 직접 언급 하기도 했다. ''말모이'를 보신 분들은 '말모이'를 떠올릴 것 같은데 내가 있으면 더 '말모이' 같을 것 같으니 나는 구석에 살짝 빠져 있겠다'(웃음) '내가 '말모이'를 했으니 그 장면을 아예 빼 달라'고는 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옆 쪽에 있는 듯 없는 듯 있었다.(웃음)" -아예 패러디로 갔다면 어땠을까."순간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장난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보는 분들이 불쾌할 수 있다. 잠깐 웃음 얻자고 큰 것을 희생할 수는 없으니까. 이번에는 그 선을 최대한 지키려고 했다." -일본을 저격하거나 독립에 대한 뜻을 품은 마음 등 꽤 노골적인 대사들이 배우들의 입을 통해 직접 전달된다."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에둘러 표현하거나 빙빙 돌려 말하기엔 상황과도 맞지 않을 것 같았다. 분노가 억누를 수 없는 지경까지 치솟아 있을 테니까.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았을 땐, 그리고 그 감정의 시발점이 눈 앞에 있을 땐 더 더욱 조근조근 이야기 할 수 없지 않나. 다 쏟아내야 맞다고 판단했고, 자동 반사적으로 직설적인 말들이 튀어 나올 수 밖에 없겠더라." -생각보다 잔인하게 표현된 장면이 많다는 반응도 있다."음…. 영화라서 더 보여진 것도 있겠지만, 덜 보여진 것도 있을 것이다. 잔인하다? 눈에 보이는 자체로는 그렇게 받아 들일 수 있지만 그 시절을 떠올려 본다면 역사는 더 잔혹하지 않았을까? 씁쓸하지만 실제로 더 잔혹했던 것도 맞고. 우리 영화에 나오는 일본군의 핍박과 압박은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니까 못 보여지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라는 반대의 생각이 더 컸다." -원신연 감독은 어땠나."내가 원신연 감독을 '바위 같다'고 했는데, 뚝배기 같은 그 느낌이 분명 있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끼리는 '삽살개 같다'고도 한다. 묵직하게 지키고 있는 무언가가 또 있다. 솔직히 '봉오동전투'는 원신연 감독이기 때문에 잘 끝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큰 장면도 많았고 그만큼 위험한 부분도 많았는데, 원신연 감독은 단 한번 보채지도 않고 묵직하게 밀고 나갔다. 모은 것을 다 흡수하더라. 푹 짜면 참아왔던 것들이 흘러 넘칠 것 같은? '저러다 병나면 안되는데' 걱정할 정도였다. 아무다 진두지휘 할 수 없는 현장에서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뒤에서 바라보고 있을 때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반일감정 분위기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상업영화로서 흥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현재 상황은 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자체의 힘으로 가는 것이 맞다. '봉오동전투'는 그 힘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영화를 보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소중하구나'를 많이 느끼실 것 같다." -굉장히 소탈해 보이지만 그 만큼 연기에는 굉장히 예민할 것 같다."확실히 예민한 구석도 있다. 얼마 전 (류)준열이가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난 라디오를 워낙 좋아하니까 틀어놓고 들었는데, 나에 대해 '생각보다 낯가림을 하셔서 그런지 생각보다 무뚝뚝함도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늘상 지금의 모습 같지는 않다. 현장에서나, 아니면 회사와 일을 할 때도 그렇고 예민한 일이 있다 싶으면 진짜 예민해 진다. 비교적 그러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순간도 있다. 잠깐 기분 좋자고 큰 걸 놓치면 돌이킬 수 없지 않나. '허허실실 하다가 이거 놓친거 아니야?' 후회할 땐 이미 지나간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더 예민할 수 밖에 없다." -그 또한 배우 스스로에게는 어려운 숙제겠다."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편이다. 예전에는 촬영 전날 아예 한숨도 못 잤다. 찍고 나서도 못 잤다. 그게 너무 심했다. 지금은 살만하다.(웃음) 어느 순간 '현장에 있는 시간도 내 인생의 하루인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만 살지?'라는 것을 느꼈고, 그렇게 느낀지가 좀 오래 됐다. "반대로 '삼시세끼' 등 예능 방송이 나갔을 땐 혹시 몰라 한번씩 친한 친구들에게 물어본다. '어떻냐, 나 같냐' 하면 '뭐래, 너지 임마!' 한다. 나도 모르는 새 가식적으로 보일까봐, 나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 체크를 한다. 그렇게 보이고 싶지는 않다."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사진=(주)쇼박스
2019.08.15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