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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클래식] 한국 야구 경쟁력 회복하려면, 슬라이드 스텝부터

KBO리그 국내 투수진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슬라이드 스텝(와인드업하지 않고 투구 동작을 빠르게 하는 것)을 짧게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한국은 지난달 막을 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 맞붙은 일본, 대만과 비교해 우리의 전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한 가지 확연하게 차이가 난 점은 바로 '슬라이드 스텝'이었다. 2024 KBO리그 도루왕은 조수행(두산 베어스)이다. 도루 64개를 기록했고, 성공률도 88.9%로 높았다. 시즌 도루 50개를 넘긴 선수가 조수행, 정수빈(52개) 황성빈(51개) 등 3명이다. 2024시즌부터 베이스 크기를 확대한 것도 도루 증가의 원인이다. 반면 일본 프로야구(NPB) 도루왕은 슈토 우쿄(소프트뱅크 호크스)로, 도루 41개다. 양대 리그를 합쳐 2024시즌 20도루 이상 올린 선수는 5명뿐이다. 모두 퍼시픽리그 소속이다. 센트럴리그에선 한신 타이거스의 치카모토 코지의 19개가 최다 도루 1위 기록이다. 반면 KBO리그는 20도루 이상 선수만 무려 14명에 달한다. 도루는 주자의 스피드와 판단력, 포수의 송구 능력 등이 크게 작용한다. 무엇보다 이를 견제하는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이 중요하다. 투수가 투구 동작에서 공을 던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으면, 주자는 도루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이 1.30초 안에 이뤄지면 주자가 섣불리 도루를 감행할 수 없다. KBO리그와 NPB의 도루 수를 비교하면 우리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이 얼마나 느린지 알 수 있다. 통산 도루 505개, 도루왕 4회 출신의 이대형 해설위원에게 물어보니 같은 의견이었다. KBO리그에서 슬라이드 스텝이 가장 빠른 선수는 LG 트윈스 박명근이다. 그다음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약 1.15초로 두 번째로 빠른 편이다. 원태인은 국내 선발 투수 중 견제와 퀵모션이 가장 뛰어나다. 반면 이대형 해설위원에 따르면 프리미어12에 출전한 일본 투수의 평균 슬라이드 스텝이 1.15초 정도였다. 한국전에 선발 등판했던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 1위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 드래곤즈)의 슬라이드 스텝이 1.12초로 가장 빨랐다. 이 정도면 도루 시도를 엄두조차 할 수 없다. 대만도 일본보다 느린 편이었지만 우리보단 더 빨랐다. 주자가 도루에 성공해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하면 득점 확률이 더 높아진다. 반면 수비하는 처지에선 더블 플레이 가능성이 떨어지고, 실점 확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느린 슬라이드 스텝을 수정·보완하면 일본이나 대만과의 경기에서 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 나머지 능력은 엇비슷하다. 우리 투수의 경우 팔 스윙이 길어 슬라이드 스텝이 긴 편이다. 팔을 위에서 돌려야 하는데, 심지어 팔 스윙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선수도 있다. 당연히 공을 던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점을 단시간에 바로잡기까지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하려다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는 등 어려움이 뒤따른다. 한 달여 뒤 10개 구단은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다. 선수와 코치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슬라이드 스텝을 단축하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정리=이형석 기자 2025.01.0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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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클래식] "마무리 아끼다 홀라당 다 타버린 대표팀, 4강 탈락 아쉽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2024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4강(슈퍼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B조(한국·일본·대만·호주·쿠바·도미니카공화국) 전력을 고려하면 예선 탈락이 너무 안타깝다. 벤치의 경기 운영 실수도 한몫했다.필자는 국내 사령탑 중 일본과 대만을 가장 많이 상대했다. 이 칼럼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쓴소리하는 것이니 오해 없이 읽어주길 바란다. 조별리그는 토너먼트와도 같다. 꼭 이겨야 하는 상대가 있다. B조에선 일본과 대만이 그랬다. A, B조를 보니 우리보다 강한 전력은 미국과 일본 정도였다. 일본도 과거처럼 세진 않았다. 우리와 대만의 전력은 비슷하다. 이번 한국 대표팀은 선발 투수(4명)가 약하고, 불펜진(10명)이 강한 편이었다. 그렇다면 불펜진 몇 명을 정예부대(필승조)로 뽑아 운영해야 한다. 이들을 강팀과 맞붙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은 불펜 투수 중 가장 강한 박영현(KT 위즈)을 대만(3-6 패), 일본(3-6 패)전에 투입하지도 못했다. 불이 났으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 홀라당 다 타버리고 불을 끄면 어떡하나. 실점을 줄여야 역전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단기전은 정규시즌과 다르게 마운드를 운용해야 한다. 마무리 투수를 꼭 마지막에 써야 한다는 원칙이 어디 있나. 대만전에서 선발 고영표가 2회 2사 후 만루홈런을 맞고 흔들렸다. 이어 2루타에 이은 2점 홈런까지 얻어맞은 뒤에야 불펜을 가동했다. 더 일찍, 강한 투수를 투입하는 게 맞았다. 마운드 운영만 잘했으면 하는 대만전을 이겼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브루스 보치 감독은 2010, 2012, 201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선발 투수 메디슨 범가너를 불펜 요원으로 잘 활용했다. 필자도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미국과 일본을 꺾을 때 박찬호를 선발과 마무리로 번갈아 기용했다. 단기전에서는 그런 변칙이 필요하다. 장기 레이스와는 엄연히 다른 승부다. 대표팀에선 불펜 코치의 역할도 중요하다. 감독과 투수 코치의 의중을 파악하고 투수를 미리 준비시켜야 한다. 감독과 투수 코치가 다양한 상황을 놓고 고민하면서 매번 수화기를 들고 불펜에 지시할 수는 없지 않나. '투수 A 준비시켜'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때 '이미 준비했습니다'라고 답할 만큼 서로 호흡이 맞아야 한다. 필자가 WBC에서 호성적을 거뒀을 때는 선수들의 활약뿐 아니라 선동열 투수 코치와 송진우 불펜 코치의 역할이 아주 컸다. 앞으로 대표팀 코치진과 선수 구성이 완료되면 김응용·김성근·강병철 전 감독 등이 포함된 원로 자문위원과 티 타임을 갖는 게 어떨까 싶다.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프리미어12 4강 탈락에 화가 난다. 이번 대표팀은 구성 당시부터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대비한 세대교체가 주요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 뜻은 알겠지만, 태극마크를 달았다면 우선 나라의 명예를 걸고 나서야 한다. 최고의 선수를 뽑아야 하지 않겠나. 이번 대회 선발한 선수들이 2년 뒤, 4년 뒤에도 좋은 기량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에서도 선수 관리가 중요하다. 2017년 WBC 대회 전 국내에도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됐다. 이후 부상이나 몸 상태 등의 이유로 대표팀에 빠지는 선수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팀 운영이 점점 느슨해진다. 앞으로 대표팀 규정을 더 확실하게 만들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정리=이형석 기자 2024.11.1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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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클래식] KIA 우승의 결정적 두 장면, 초보답지 않은 이범호 감독의 판단

KIA 타이거즈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4 한국시리즈(KS)는 승부에 돌입하기 전부터 '호랑이'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다.삼성 라이온즈의 에이스 코너 시볼드(11승 6패 평균자책점 3.43)가 오른 어깨 부상으로 미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삼성이 원태인과 데니 레예스 두 명으로 플레이오프(5전 3승제)를 통과한 후 7전 4승제 KS 승부까지 이기는 건 쉽지 않다. 삼성은 후반에 2~3점을 리드해도 임창민, 김재윤으로 KIA 강타선을 봉쇄하기에는 버거워 보였다. 그렇다고 LG 트윈스처럼 PS에서 보직 전환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처럼 확실한 구원 투수를 보유한 것도 아니었다. 반면 KIA는 '좌우 놀이'를 할 정도로 불펜의 양과 질에서 우위였다. 특히 곽도규와 이준영, 최지민, 김기훈, 김대유 등 왼손 불펜이 넘쳤다. 올해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 나머지 4개 팀 중 두산 베어스 이병헌 정도를 제외하면 믿을만한 왼손 투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KIA의 우승에서 이범호 감독의 지도력을 빼놓을 수 없다. KS에서도 두 장면이 눈에 띄었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돼 23일 재개된 1차전 0-1로 뒤진 7회 말 무사 1루 공격 상황이었다. 좌타자 최원준 타석에서 삼성이 왼손 투수 이승현 대신 오른손 투수 김태훈으로 교체했다. 최원준은 초구에 희생 번트 동작을 취했다가 공이 높게 들어오자 방망이를 뺐다. 이범호 감독은 1볼에서 강공 작전으로 전환했고, 최원준이 우전 안타를 쳐 찬스를 연결했다. 최원준의 안타는 승리를 불러오는 결정타 같았다. KIA는 7회 공격에서 4점을 뽑아 5-1로 이겼다. 사령탑은 경기 중에 결정적인 순간을 맞는다. 그때 순간적인 판단력이 중요하다. 젊은 초보 사령탑이 그런 큰 경기에서 자신감 있게 작전을 바꾼 게 대단하다. 가장 인상적이었고, KS 흐름을 바꾼 장면이다. 또 3승 1패로 앞선 5차전에서는 선발 투수 양현종이 홈런 3개를 허용하며 3회 초 2사까지 5실점 하며 부진했다. 투구 수는 41개. 여기서 6차전 승부를 고려하지 않고 과감하게 마운드를 바꿨다.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불펜 소모를 막고자 양현종을 계속 끌고 갈 수 있었는데 투수를 교체했다. 이후 KIA로 기운이 넘어온 거 같다. 여기서도 결단력이 돋보였다. 기존의 감독을 뛰어넘었다. 많은 이들이 1차전 우천 서스펜디드 게임을 놓고 삼성의 운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가 계속 진행됐더라도 삼성의 불펜이 약해 1-0 리드, 무사 1·2루 찬스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삼성이 플레이오프에서 예상 외로 LG를 물리친 건 포수 강민호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강민호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지만, 이전과 확실히 차이가 나더라. 약한 투수들을 이만큼 끌고 온 것도 강민호의 뛰어난 볼 배합 덕분이다. 다만 KS에서는 체력 한계 탓에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이번 PS를 보며 꼭 한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10개 구단 모두 투수 기량이 너무 떨어진다. 번트 수비나 견제만 봐도 투수의 제구력을 판단할 수 있다. 경기당 볼넷이 너무 많지 않나.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투수 전력이 올라와야 한다. 전 국가대표 감독정리=이형석 기자 2024.11.0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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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대 드래프트 지명 0명-대학 야구 고사 직전, 이대로 안 된다 [김인식 클래식]

한국 대학 야구가 위기다. 9월 11일 열린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총 1197명이 지원해 고졸 선수 94명, 대졸 선수 16명(얼리드래프트 3명 포함) 등 총 110명이 프로 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았다. 대졸 선수의 약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그마저도 대졸 예정 선수를 최소 1명은 선발해야 한다는 규정 덕을 봤다.특히 대학 야구의 주축이었던 연세대와 고려대 선수 중 한 명도 지명을 받지 못한 건 충격적이다. 한양대와 성균관대, 중앙대, 건국대 등 오랫동안 대학야구를 이끈 4년제 대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학 야구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처럼 고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육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대학 야구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대학별로 선수 선발 제도는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수도권 대학은 1차 서류전형, 2차 실기전형을 통해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서류 전형에서 내신 성적 등급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명문고 야구부일수록 내신 등급이 낮아 더 불리하다. 또한 2차 실기 전형도 야구 지도자가 아닌 체육학과 교수 등 비전문가가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애초부터 좋은 선수를 뽑지 못한다고 아우성친다.선발 과정에서 기량이 좋은 선수가 걸러지는 경우가 많다. 전국대회 4강 진출 팀의 A 선수가 있고, 전국 대회 본선을 밟은 적 없이 지방에서 예선전만 치르는 신생팀의 B 선수가 있다. 이 경우 개인 성적이 좋은 B 선수가 입시에서 합격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실제로 기량은 A 선수가 더 낫지만, 전국대회에 많이 나갈수록 손해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클럽 성격의 고교 팀도 대회에 나와서 팀 간 전력차가 크다.갈수록 수도권 4년제 대학에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줄어들고 있다. 반면 지방 대학은 선수 선발의 문턱이 낮다. 2년제 대학은 더 그렇다. 최근 고교 졸업 예정 선수들이 2년제 대학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23세 이하 야구 월드컵 대표팀은 프로 2군 선수들이 주축이다. 전체 24명 중 대학 선수는 6명인데, 그마저도 2년제 대학 선수가 2명이다. 예전에는 대학 야구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했다. 대학 야구가 이렇게 고사하면 학교 입장에서도 팀 운영에 회의를 느낄 수 밖에 없다. 대학 입장에선 운동부 학생들은 취업률도 낮은데, 상황이 더 악화하면 야구부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교육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현 시스템으로는 마땅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답보 상태인 대학 야구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과거에 비하면 감독과 코치가 가진 선수 선발 권한이 많이 줄어들었다. 입시 비리를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감독·코치에게 자율성이 부여되지 않으면 대학 야구는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 모 대학 감독은 "내야수가 필요한데 외야수가 대거 들어온다. 캐치볼부터 가르쳐야 하는 선수도 있다"라고 한탄했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정리=이형석 기자 2024.10.0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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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클래식] 한화와 롯데 5강 싸움 이끄는 네 명의 새 얼굴, 그리고 감독·코치

2024 KBO리그의 5강 싸움은 8월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반전으로 더 치열해졌다. 7위 한화와 8위 롯데는 8월 승률 2위(13승 7패)와 3위(10승 7패)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두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5위)에 있는 KT 위즈를 각각 1경기, 4경기 차로 추격했다. 잔여 일정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추월이 가능하다.류현진이 합류한 한화는 개막 전부터 5강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김태형 신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롯데를 5강 진출 팀으로 전망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두 팀의 반전은 새 얼굴이 이끌었다. 한화 문동주와 김서현은 완전히 '틀'이 잡힌 모습이다. 후반기 문동주는 3승 1패 평균자책점 3,27, 김서현은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 중이다. 둘 다 구속은 빠르지만 들쑥날쑥한 제구가 아쉬웠다. 최근에는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해지고 자신감도 찾은 모습이다. 마운드에서 제대로 힘을 쓰며 투구할 줄 안다. 이런 모습을 보니 '투수로서 틀이 잡혔다'고 표현하고 싶다. 6월 초 부임한 김경문 한화 감독이 늦게나마 양상문 투수 코치를 합류시켰다. 덕분에 두 선수가 기량을 꽃 피우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한화는 마운드 전력만 놓고 보면 최상위권에 속한다. 류현진이 기둥이다. 잠시 기복을 보인 적도 있었지만, 야수진의 실수 탓에 잘 던지고도 승리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 '썩어도 준치'라고 본인의 몫은 충분히 했다. 롯데는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서 팀을 많이 바꿨다. LG 트윈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직접 손호영을 데려와 주전 3루수로 성장시킨 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손호영은 부상으로 71경기만 뛰고서도 팀 내 홈런 1위(15개)에 올라 있다. 타율(0.326) 타점(62개) 성적도 좋다. 2024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3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왼손 투수 정현수의 발견도 눈에 띈다. 롯데 마운드가 강하지 않은 가운데, 정현수는 단연 돋보이고 있다. 커브의 각도나 예리함이 상당히 좋더라. 투구 시 팔 스윙이 짧고 힘을 잘 활용해 던진다. 불펜에 고민이 많았던 롯데로서는 정현수의 합류가 큰 힘이 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승부사 기질을 갖춘 사령탑이다. 강성우 배터리 코치를 1군에 불러올렸는데, 강 코치가 경기 중에 포수에게 직접 사인을 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공 배합이 나오더라. 다만 손호영은 올 시즌 햄스트링 부상 등으로 몇 차례 전력에서 이탈한 게 걱정이다. 누상에서 스킵 동작을 하거나 무리하게 뛰는 동작을 자제시키면 좋을 듯하다. 또한 지난 2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선발 투수로 내보낸 정현수의 기용법도 관건이다.KIA 타이거즈, 삼성, LG, 두산 베어스는 가을야구 진출이 유력해 보인다. 결국 한 자리를 놓고 여러 팀이 싸우는 형국이다. 지난해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SSG 랜더스와 KT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오히려 하위권에서 치고 올라오는 한화와 롯데의 5강 싸움이 관심을 끈다. 어쩌면 양 팀의 8차례 맞대결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려질지 모른다.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2024.08.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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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WBC 소환한 이종범-후지카와 재대결...긴장감 사라졌지만, 야구팬 향수 자극

일본 프로야구에서 가장 늦게 지어진 최신식 돔구장 에스콘필드. 일본 홋카이도현 기타히로시마시 소재로 현재 퍼시픽리그 니혼햄 파이터스의 홈구장이다. 지난 22일 밤 한·일 야구를 빛낸 올드 보이들이 에스콘필드에 모였다. 한일프로야구 드림 플레이어스 게임을 치르기 위해서다. 한국은 '국민 사령탑'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바람의 아들' 이종범, '양신' 양준혁, '타격 기계' 김태균 등 1990년도 초반부터 수 년 전까지 KBO리그와 국제대회를 이끈 선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일본은 하라 다쓰노리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이나바 아쓰노리 전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조지마 겐지, 후쿠도메 고스케 등 국내 야구팬에게도 익숙한 '전' 선수들이 합류했다. 정규이닝을 7회까지로 한정한 이날 경기는 한국이 6-10으로 역전패했다. 5회까진 앞섰지만, 6회 말 1사 2·3루에서 고창성이 이토이 요시오에게 스리런홈런을 맞고 역전을 허용했고, KBO리그 통산 111홀드 투수 윤길현이 141㎞/h까지 찍히는 '강속구'로 응수했지만, 빗맞은 안타를 연속으로 허용하는 등 흔들리며 추가 실점 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주목받은 건 일본 리그 주니치 드래건즈에서 뛰었던 이종범이었다. 이젠 메이저리거 이정후의 아버지로 더 유명하지만, 그는 한국 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천재 야구 선수였다. 상대적으로 젊은 이대형(1983년생)조차 실전 감각을 되찾지 못해 자신의 강점인 주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50대 중반 이종범은 이날 펄펄 날았다. 1번 타자로 나선 그는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기록하며 5출루 경기를 펼쳤다.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2루수로 자리를 옮겨 수비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올드 야구팬 추억,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도 나왔다. 이종범과 후지카와 큐지의 대결이 7회 초 펼쳐졌기 때문이다. 2006년 열린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로 거슬러 올라간다. 2라운드 한일전 0-0으로 맞선 8회 초 1사 2·3루에서 타선에 선 이종범은 당시 일본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던 후지카와의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치며 한국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타구가 외야에 떨어지자, 두 손을 번쩍 들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의욕 앞선 주루를 하다가 3루에서 아웃된 장면이 아직도 야구팬 기억에 선명이 남아 있다. 무려 18년이 흘러 다시 투타 맞대결을 한 두 선수. 1980년생 후자카와도 어느덧 4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구속은 130㎞/h대로 떨어졌다. 긴장감 있는 승부도 없었다. 후자키와의 공은 3구 연속 낮았고,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후지카와는 해맑게 웃어보였다. 이종범은 출루로 1사 1·2루 득점 기회를 열었지만, 후속 타자로 나선 이대형과 양준혁이 후지카와를 상대로 각각 삼진과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결국 한국은 역전에 실패했다. 경기 뒤 이종범은 "어렸을 때부터 일본과의 승부는 목숨처럼 생각하면서 했다. 일본은 강적이었고, 그 강적 물리치기 위해서 팀워크로서 경기를 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고 돌아보면서도 "지금은 은퇴를 해서 다들 배도 나오고 머리도 벗겨지고 그런 모습도 있다 보니, 그런 점들도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졌지만 즐거운 추억이다. 일본에서 뛸 때 알고 지낸 일본 후배 선수들을 만나 즐거웠다"라고 말했다.안희수 기자 2024.07.23 19:33
스포츠일반

"도루 증가 시대, 김형준 한준수 김재현 등장 반갑다" [김인식 클래식]

2024년 한국 프로야구는 세계 최초로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포구 능력의 중요성이 줄어들었지만, 야구에서 포수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프로야구 출범 초창기에 삼성 라이온즈 이만수가 대표적인 공격형 포수였다. 당시 수비형 포수로는 김경문(OB 베어스)과 한문연(롯데 자이언츠)이 있었다. 곧이어 해태 타이거즈 장채근이 공수를 겸비한 포수로 등장했다. 1990~2000년대 박경완과 진갑용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강민호(삼성)와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바통을 넘겨받아 오랜 기간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 시즌에는 베이스 크기가 기존 15인치(38.1㎝)에서 18인치(45.72㎝)로 확대, 도루 증가가 눈에 띈다. 지난해 총 도루 시도는 1437회였다. 전체 일정의 54.2%를 소화한 26일 기준으로 올 시즌 도루 시도는 총 934회. 지난해 시즌 전체의 65% 수준이다. 성공률 차이는 1% 내외(2023년 72.4%, 2024년 73.7%)에 불과하지만, 도루 시도 자체가 늘어났다. 주자의 도루 시도 증가는 베이스 크기 확대, 투수의 퀵 모션(슬라이드 스텝)과 더불어 포수의 2루 송구 능력이 떨어진 점도 영향을 끼친다. 과거에는 도루에 특화된 선수가 뛰었다면, 올 시즌은 여러 선수가 베이스를 훔치고 있다.두루를 막아야 하는 포수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포수가 도루 성공률을 높이려면 송구 동작이 빠르고 간결해야 한다. 우리 포수 대부분은 포구 시 다칠까 봐 오른손을 뒤로 뺀다. 그러나 피치 아웃 같은 상황에서는 공을 두 손으로 잡아야 송구가 유리할 때가 있다. 최근 KBO리그에 등장한 포수의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국가대표로 뽑힌 김형준(NC 다이노스)은 굉장한 자질을 갖췄더라. 1~2년 안에 대형 포수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김형준의 도루 저지율(0.345)은 리그 평균(0.263)을 크게 상회한다. 주전 포수 중 3할대 저지율을 기록 중인 안방마님은 그가 유일하다. 지난해 저지율(0.231)과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체격(1m87㎝·98㎏)이 큰 데도 김형준은 몸놀림이 빠르다. 올해 타석에서 홈런을 12개나 때렸다.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공에 약점을 보이지만, 몸쪽 공에 굉장히 강하더라. 경험이 쌓이면 타격이 더 좋아질 것이다. 한준수(KIA 타이거즈) 역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아직 수비력은 떨어지나, 3할대 타율을 기록 중일 만큼 공격력이 우수하다. 입단 13년 차 김재현(키움 히어로즈)은 뒤늦게 꽃을 피운 경우다. 투수 리드와 수비력이 뛰어나 중요한 상황에서 기용폭이 커졌다. 도루 저지율도 0.320으로 높다. KBO리그에 포수 세대교체가 더뎠는데, 모처럼 새 얼굴들이 등장해 반갑다. 전 국가대표 감독 2024.06.29 11:16
프로야구

김태균·봉중근·권혁·이대형 등 한일야구 드림플레이어스 추가 합류 확정

한일프로야구 드림 플레이어스 게임에 출전할 선수단 명단이 최종 확정됐다.한국 선수단은 기존에 예고된 구대성, 박경완, 박석민, 박종호, 박한이, 서재응, 손시헌, 양준혁, 윤석민, 이종범, 이혜천, 장성호 외에 김태균, 권혁, 고창성, 봉중근, 윤길현, 이대형, 이현승, 조웅천, 조인성의 추가 합류가 이뤄졌다. 이번 경기는 7월 22일 일본 홋카이도 기타히로시마시 에스콘필드에서 열리며, 일본 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스가 주최한다. 일본팀은 다니시게 모토노부, 도리타니 다카시,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우에하라 고지, 우치카와 세이이치, 이나바 아쓰노리, 이와쿠마 히사시, 조지마 겐지, 후지카와 규지, 후쿠도메 고스케 등 기존 선수 외에 가다오카 야쓰유키, 고마쓰 사토시, 노미 아쓰시, 니시오카 쓰요시, 다무라 히토시, 마쓰나카 노부히코, 마쓰다 노부히로, 마하라 다카히로, 모리후쿠 마사히코, 미야모토 신야, 사토자키 도모야, 세쓰 다다시, 시미즈 나오유키, 이토이 요시오, 이와타 미노루 등이 합류했다.한일 야구를 대표하는 사령탑이 이번 게임의 지휘봉을 잡는다. 한국 대표팀은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9 WBC 준우승, 2015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을 이끈 김인식 전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이 이끈다. 일본 대표팀은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 사령탑을 지낸 하라 다쓰노리 감독이 맡는다. 이형석 기자 2024.06.05 14:34
프로야구

한화 감독 교체 어떻게 봐야 하나, 새 감독 조건은 [김인식 클래식]

최원호 감독이 한화 이글스 지난 27일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난해 5월 11일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이 경질되고, 최 감독이 한화 퓨처스(2군) 사령탑에서 1군으로 승격(3년 계약)된 지 1년 만이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해 부임하자마자 2024시즌을 정조준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내년에 '이기는 야구'를 하기 위해서 올해는 준비작업을 해줄 수 있겠느냐는 얘기를 (구단이) 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필자는 '그렇다면 감독을 왜 바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단과 감독이 2024년 호성적을 목표로 한 만큼 한화는 올 시즌 잘했어야 한다. 시즌 초반 7연승을 달렸던 한화는 현재 하위권으로 처졌다. 구단은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팀이 반등하는 상황에서 감독이 물러나는 건 결국 구단과 합의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성적 부진으로 감독을 경질하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결과에 책임을 지며 항상 긴장하는 게 감독의 숙명이다. 구단의 입장도 이해한다. 최근 몇 년간 많은 투자를 했는데도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여유가 없을 것이다. 언제까지 리빌딩만 외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최원호 감독이 잘할 것으로 기대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오랫동안 한화 선수들을 지도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나머지 구단들과 비교해도 멤버 구성이 절대 처지지 않는다. 12년 만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의 등판을 유심히 보면 한화의 문제점이 엿보인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해도 류현진은 상대에게 많이 얻어맞는 투수는 아니다. 그런데 엉뚱한 장면에서 수비 실책이 나오는가 하면, 내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주는 모습이 잦더라. 한화 벤치가 경기에 관여하는 모습이 부족해 보였다. 포메이션이 정해져 있더라도 투수 유형이나 구속 차, 타자 성향 등을 고려해 세심하게 수비수의 위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감독이 일일이 배터리에 사인을 줄 필요도 있다. 이게 간섭 또는 참견으로 비칠지 몰라도 이런 과정을 통해 팀도, 선수도 성장할 수 있다. 한화는 이런 디테일이 부족하다. 안 줘도 될 안타를 주고 점수를 허용하더라. 한화의 전력을 보면 절대 나쁘지 않다. 투수진은 물론 타선도 강화됐다. 베이스 크기가 확대된 만큼 이도윤과 최인호 등 빠른 발을 갖춘 선수들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포수 최재훈은 공격보다 수비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또한 멀티 플레이어 활용 비중도 줄여야 한다. 선수들이 '제2포지션'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하는 만큼 각자의 주포지션을 살려야 한다. 필자가 한화의 신임 사령탑 선임 조건을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다만 공 배합과 수비 위치 등을 직접 챙기며 신경 쓰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베테랑과 젊은 선수의 특성을 파악해 훈련량이나 출전 시간 등을 조절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새 감독을 잘 선임해 다시 뛴다면, 한화의 2024시즌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정리=이형석 기자 2024.05.30 08:53
프로야구

"논란의 ABS, S존 재설정 중요, 심판진도 문제" [김인식 클래식]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 즉 ABS를 두고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어느 정도 우려는 했지만, 예상보다 시끄럽다. 가장 큰 잘못은 심판진에게 있다. 현재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NC 다이노스전에서 나왔다. 3회 말 2사 1루 삼성 이재현의 타석에서 NC 투수 이재학이 던진 2구째가 스트라이크존(S존)을 통과했지만, 심판은 '볼'을 선언했다. 이재학이 공을 3개 더 던진 뒤 강인권 NC 감독이 항의했다. 확인 결과 ABS는 이재학의 2구째를 '스트라이크'였다. 이때 심판 조장이 주심에게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 건… 그것밖에 없는 거예요"라고 한 말이 TV 중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인이어를 통해 전달되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심판진이 놓치자 '기계적 오류'로 넘기려고 담합한 정황으로 보인다. ABS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주심 외에 3루심도 인이어로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심판진 두 명이 모두 이를 놓쳤다니 너무 아쉽다. 무엇보다 뒤늦게 오심을 확인했다면 바로 잡았어야 한다. '실수'를 덮으려고 하다 거짓말을 하는 '잘못'을 저지른 셈이다. 이런 문제점을 줄이려면 주심과 3루심 외에도 최소 3명이 인이어를 통해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수신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KBO는 지난 4년 동안 퓨처스(2군)리그에서 ABS를 시범 운영했다. 그런데 올해 1군에 도입된 스트라이크존을 보면 어처구니없다. 왼손 타자,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살짝 휘는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더라. 심판이 직접 판정 내린다면 '볼'로 선언될 공이 ABS는 '스트라이크'로 인식한다. 이 외에도 눈으로는 너무나 당연하게 '볼'인데, '스트라이크' 선언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선 "불만이 많다. 솔직히 믿을 수가 없다. (시끄러운) 말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로봇 심판 때문에 오히려 논란이 커지는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구장별로 ABS의 S존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투수들이 이에 대한 전략을 짜고 나온다고 한다. 타자의 키나 자세 등에 따른 ABS에 대한 불만도 많다. 대부분의 심판은 야구 선수 출신 아닌가. 지난 4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시범 운영할 때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움직였어야 한다. 심판진이 KBO의 운영에 무조건 따라서는 안 된다.당장 오는 11월 프리미어12 국제대회가 열린다. ABS의 S존에 익숙해진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혼선을 느낄지 우려된다. 이는 국제무대 성적과도 연관된다. 현장 지도자도 시범경기를 통해 ABS의 문제점 또는 보완점을 인식했을 것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공유해야 한다. ABS는 전 세계에서 KBO리그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ABS 도입은 분명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다만 판정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상태에서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 완벽하게 판을 짜고 새 시스템을 들여왔어야 한다. 단순히 양 팀에 같은 기준, 똑같은 조건으로 판정하기 때문에 '항의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선 안 된다. 9회 말 투 아웃 동점 상황에서 ABS의 터무니 없는 볼 판정으로 승부가 갈린다면 어쩔 것인가. 공 판정에 신뢰를 잃으면, KBO는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S존 재설정이 중요하다. 이번 기회에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보고 수정, 보완해야 한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정리=이형석 기자 2024.04.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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