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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유재선 감독 “데뷔작으로 칸, 예상 못한 것 투성이” [IS인터뷰]
“모든 기적과 운을 이 작품에 다 쏟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캐스팅부터 칸영화제 초청까지 모든 게 너무 잘풀렸어요. 정말 기뻤습니다.”영화 ‘잠’으로 유재선 감독은 자신의 이름 석자를 영화계와 대중에게 또렷이 각인시킬 게 분명하다. 무려 데뷔작으로 칸국제영화제 진출을 이뤄낸 유재선 감독의 ‘잠’을 영화에 대한 애정이 높은 한국 관객들도 분명 사랑할 것이므로.유재선 감독은 ‘잠’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데뷔작이 칸영화제 초청을 받은 데 이어 개봉까지 순조롭게 다다르게 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는 ‘잠’을 만드는 과정이 예상 못 한 것 투성이었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캐스팅부터 그렇게 잘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어요. 이선균, 정유미 배우 모두 제가 마음 속에 담아뒀던 일순위였거든요. 그래도 영화는 끝까지 모르는 거잖아요. 후반작업까지 마무리가 잘 돼야 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무사히 영화를 완성했고, 칸영화제까지 가게 됐어요. 칸에 초청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기분이 잊히지 않아요. 정말 기뻤거든요.”‘잠’은 행복하게 지내던 신혼부부의 삶에 어느 날 괴기스러운 일이 일어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남편 현수가 어느 날부터 수면 중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점차 과격해지는 현수의 행동 탓에 아내 수진은 잠을 이루지 못 한다. 이선균과 정유미가 각각 현수, 수진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선균은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 인연이 있는데, 마침 유재선 감독이 ‘옥자’의 연출부를 한 이른바 ‘봉준호 키드’였다. 봉 감독은 이선균은 물론 정유미에게도 전화를 직접 해서 ‘잠’의 시나리오를 볼 것을 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유재선 감독은 “제작사와 함께 캐스팅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제작사 대표님이 ‘현수와 수진 역에 어떤 배우가 어울릴 것 같냐. 불가능한 인물이라 생각돼도 말해 보라’고 했고, 내가 이선균과 정유미를 이야기했다”면서 “추측하건대 봉준호 감독님이 내가 두 배우를 섭외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서 전화를 해주신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두 분은 베테랑 배우시잖아요. 저는 그냥 데뷔하는 감독이고요. 데뷔하는 감독은 현장 경험이 없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작품에 함께 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힘이 됐죠. 저는 두 분과 잘 협업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그 속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뿐이었어요.”
유재선 감독은 연출부로 일하며 작품과 작품 사이에 ‘잠’ 시나리오를 썼다. 집중해서 시나리오 작업을 한 건 대략 3~4개월 정도. 촬영에는 2개월 정도가 소요됐다. 이선균과 정유미가 ‘잠’의 시나리오가 무척 깔끔했다고 했는데, 시나리오 만큼이나 작업 과정도 깔끔했던 셈이다.‘잠’에는 유재선 감독의 당시 상황도 많이 반영돼 있다. 주인공 현수는 극에서 이름이 알져지지 않은 배우로 나오는데 ‘잠’ 시나리오를 쓸 당시 유재선 감독 역시 일이 없었다. 유 감독은 “영화를 보면 수진이 왜 현수 같은 사람과 결혼했을지 의문이 들 수 있는데, 그 의문은 내가 내 아내에게 드는 것과 같다. 아내에게 ‘왜 나같은 사람과 결혼하려고 하느냐’고 묻자 ‘그런 문제는 둘이 함께 극복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과연 ‘잠’에서 수진과 현수도 둘이 함께 ‘수면 중 이상행동’이란 현수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가장 사랑하고 가까운 사람이 가장 무섭고 기피하고 싶은 존재가 될 때의 섬뜩한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잠’은 오는 6일 정식으로 개봉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9.01 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