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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퇴장하는 윤석열 정부, 카카오 이제 숨통 트이나

주름 가실 날 없었던 카카오의 앞날이 윤석열 정부의 퇴장과 맞물려 햇살을 마주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창업자의 사법리스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를 겨냥한 천문학적인 과징금 등 카카오는 현 정부 들어 다른 어느 기업보다 강도 높은 압박에 시달려왔다. 이미 시장의 낙관론이 반영돼 주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는데, 정상 궤도에 안착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반도체 대장주도 놀란 카카오 상승세1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국내 증시 침체에도 한 달 사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냈다.지난달 14일 52주 최저가인 3만2550원을 찍었던 카카오 주가는 완만한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이달 13일 4만5900원까지 올랐다. 한 달 사이에 약 41% 상승했다.같은 기간 반도체 대장주 SK하이닉스의 증가세는 1.4% 수준에 그친다. 코스피도 3% 오르며 회복기에 진입한 것으로 만족했다.이런 카카오의 선전에 현재의 정치 상황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비상계엄 해제 이후 탄핵 정국이 개막한 지난 4일 주가는 전일보다 8.5% 급등한 4만6600원을 기록했다. 이후 하향 안정화 구간에 진입했는데,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첫 거래일인 16일 주가 추이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창업자 구속에 과징금 폭탄까지카카오는 현 정부 출범 이후 하루도 평온한 적이 없었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사법리스크로 발이 꽁꽁 묶였다.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해외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는 '비욘드 글로벌' 전략 추진의 일환으로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검찰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조사를 받기 위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출석했을 때는 전에 없던 포토라인 앞에 서야 했으며, 업계 예상을 엎고 도주 우려가 있다는 법원 판단에 구속됐다가 지난 10월 말 가까스로 보석 석방됐다.검찰은 SM엔터 인수 당시 경쟁 관계였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카카오가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다"고 호소한 바 있다.검찰은 김 위원장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집중 추궁하고 있다.주요 임원들에게 한 "평화적으로 가져오라"는 발언에 김 위원장의 SM엔터 인수 의지가 녹아있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의 하이브 공개매수 저지 등 불공정 행위를 유도했다는 논리를 펼쳤다.당초 김 위원장은 SM엔터 인수에 회의적인 입장이었으며, 꼭 필요하다면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 방향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1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김 위원장이 SM엔터 인수를 강압한 적이 없으며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는 방법을 고민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김 위원장의 사법리스크는 꽤 오랜 기간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내년 가을 첫 선고가 나오고, 항소심 등을 고려하면 3~4년 정도 걸려야 불확실성이 사라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교체되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나 금감원 등 관계 부처와 기관이 사안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이미 시작된 재판은 끝날 때까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다툼을 벌여야 한다"고 관측했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의 폭격에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공정위는 지난해 2월 자사 가맹택시에 일반 호출을 우선 배차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콜을 제외하는 등 콜 몰아주기를 문제 삼아 2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또 올 10월에는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의 영업상 비밀을 제공하도록 강요했다며 724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이렇게 누적된 과징금은 1000억원대로 3년 치 영업이익을 웃돈다.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 플랫폼에도 일반 호출을 제공하고 민감 정보를 수신하지 않는 제휴 계약을 체결하는 내용의 동의의결(자진 시정)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약 100억원의 경쟁 촉진 및 상생 재원도 약속했지만 공정위는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외면했다.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차량 호출 1위 입지를 독과점으로 규정하며 "카카오 택시의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꼬집어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기업 이름을 콕 집어 비판한 사례였다. 시장 기대감에 주가 상승플랫폼 반등을 점치는 시장 기대감이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의 몸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은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약 보름 전이다.비슷한 시기인 지난 11월 14일부터 29일까지 국내 증시 '큰손'인 연기금은 순매수 기준 카카오를 547억원어치 사들였다.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대한항공, HMM 등 전통 산업 기업들과 함께 모처럼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외국인들도 플랫폼과 게임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비상계엄 사태 다음 날인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카카오를 31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 HD현대일렉트릭에 이어 13번째다. 1위는 약 2130억원 규모를 순매수한 네이버였다.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경기 악화로 투자가 온라인으로 몰리는 추세"라며 "내년 생성형 AI 본격 도입으로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플랫폼 업계는 지금의 정치 혼란과 시장 변화를 두고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는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주력 서비스를 꾸준히 고도화할 방침이다.카카오 측은 "당장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어도 준법과신뢰위원회 등 외부 모니터링 기구 등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며 "정기 경영진 회의를 열어 주요 사안에 대한 논의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12.16 07:00
금융·보험·재테크

우리금융,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4일 SBTi(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로부터 그룹 탄소 감축 목표에 대한 승인을 획득했다고 31일 밝혔다.SBTi는 지난 2015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UN글로벌콤팩트(UNGC)·세계자연기금(WWF)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글로벌이니셔티브다.기업의 탄소 감축 목표 수립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제공하고 성과를 검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 6000여 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우리금융은 SBTi 권고안에 따라 기준연도를 2022년으로 설정했고, 탄소 배출량 측정·인증 범위도 국내 금융 회사 중 최대 규모로 추진했다.구체적인 이행을 위해 SBTi 기준에 따라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2022년 대비 2030년까지 42% 감축하고, 금융 자산 탄소 배출량은 같은 기간 27% 감축하는 것을 중간 목표로 수립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할 방침이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08.31 10:46
산업

두 분기 연속 흑자? 내주 실적 발표 앞두고 훈풍 부는 쿠팡

미국 증시에 상장된 쿠팡이 오는 28일(현지시각) 2022년 연간 실적을 발표한다. 이커머스 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이 작년 3분기에 첫 흑자를 거둔 가운데 4분기에도 흑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의 대형 운용사들이 이에 발맞춰 쿠팡을 대거 매수하며 쿠팡의 두 분기 연속 흑자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20일 대형 투자사와 기관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퍼드는 지난해 4분기 쿠팡 주식 674만2347주를 추가 매수했다. 베일리기퍼드의 보유 주식은 1억1517만6100주로 금액으로는 2조원가량이다.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 역시 같은 기간 쿠팡 주식을 약 705만주 매수했다. 이로써 블랙록이 보유한 쿠팡 주식 수는 약 998만주로 2.4배가량 늘었다. 가치로 따지면 약 2000억원에 달한다. 유명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도 지난해 4분기 쿠팡 주식 약 292만주를 사들이며 쿠팡 투자자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는 국내에서 테슬라에 대한 초기 투자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연기금 MIT는 작년 4분기에 쿠팡 주식 약 469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MIT가 보유한 쿠팡 주식 수는 약 2870만주로 19.5% 늘었다. 지분 가치는 약 5730억원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쿠팡이 두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달 초 영국계 초대형 IB 바클레이즈는 쿠팡에 대한 첫 리포트를 발간하면서 '비중확대' 의견과 함께 목표 주가를 24.25달러로 잡았다. 쿠팡 주가는 올해 들어 10% 상승하며 16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1년 상장 때 공모가(35달러)와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에 1037억원(약 7742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1215억원(약 9067만 달러)이며 매출은 2021년 같은 기간 대비 27% 증가한 6조8383억원(51억133만달러)을 기록했다.쿠팡은 지난해부터 수익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22년 1월에는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의 월정액을 기존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했다. 월정액을 올렸지만, 전년 대비 활성고객 수는 1800만명으로 7% 늘고 활성고객 1명당 매출은 38만원으로 3% 늘었다는 것이 쿠팡 측의 설명이다.지난해 3월에는 아시아권 최대 규모의 최첨단 물류센터 대구FC(풀필먼트센터)를 준공하면서, 미래형 물류센터 시스템을 전국 로켓배송센터까지 확장하고 있다. 쿠팡은 이를 통해 효율적인 상품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 쿠팡이 올해 연간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2.21 07:09
경제

연기금, 삼전·LG화학 팔고 LG엔솔 대량 매수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을 향한 연기금의 관심이 뜨겁다. 상장일부터 2조5000억원 이상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삼성전자와 LG화학 등 대형주는 대거 팔아치웠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주축인 연기금 등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9거래일간 이 종목을 2조5141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연기금의 코스피 전체 순매수 금액인 1조5459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많은 규모이다. 일자별로는 상장일인 지난달 27일 순매수액이 2조1085억원이었고 8거래일간 매수 우위를 유지하다가 지난 11일에 9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업공개(IPO) 역대 최대어인 LG엔솔은 상장일에 공모가 30만원보다 68.33% 높은 50만5000원에 마감하며 단숨에 코스피 시가총액 2위에 올랐다. 주가는 이후 40만∼50만원대에서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해 최근 거래일인 11일에는 48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현재까지 순매수 금액에서 수량(483만3793주)을 나눠 추산한 연기금의 LG엔솔 평균 매수 단가는 52만112원이다. 11일 종가인 48만2000원과 비교하면 현재 손실 규모는 약 7%가량인 셈이다. 반면 연기금은 LG엔솔이 증권신고서를 내고 상장 절차를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7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삼성전자를 1조20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LG화학(4159억원), 카카오(3136억원), SK하이닉스(2992억원), 네이버(2227억원) 등도 2000억원 넘게 팔았다. 두 달여간 이들 대형주 5개를 순매도한 금액을 합산하면 2조4928억원으로 LG엔솔 순매수 금액과 맞먹는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은 국내 주식 운용 벤치마크인 코스피, 코스피200지수과 구성 종목 비중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100조원이 넘는 초대형주인 LG에너지솔루션을 담으려면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다른 코스피 대형주를 팔 수밖에 없다. 코스피200은 신규 상장 종목의 15거래일 일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50위 이내면 조기 편입이 가능해 LG에너지솔루션의 조기 편입이 유력하다. 연기금의 대형 공모주 매수 행진은 지난해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의 상장 초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 지난해 연기금의 순매수 1위 종목은 크래프톤(1조1782억원)이었다. 연기금은 크래프톤 상장일부터 10월 27일까지 무려 51거래일간 매수 우위를 유지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2.02.13 15:53
경제

‘큰손’ 연기금, 8월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주식시장 큰 손인 연기금(국민연금 주축)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팔고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 등이 8월 들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2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263억원어치를 팔았는데, 6조1919억원 순매도한 외국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액수다. 연기금은 올해 삼성전자를 꾸준히 팔아왔다. 연초 이후 누적 순매도 금액은 8조9525억원이다. 연기금이 8월 같은 기간에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이 판 종목은 SK하이닉스(1520억원)와 현대차(1182억원), 포스코(700억원), 한국조선해양(629억원), 삼성전자우(618억원), 삼성전기(617억원), 네이버(580억원) 등의 순이다. 연기금은 대신 이달 초 상장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이하 카뱅)과 게임업체 크래프톤에 투자했다. 이달 들어 카뱅과크래프톤을 순매수한 금액은 각각 4422억원, 3810억원이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 1위와 2위다. 연기금은 두 종목이 상장된 날로부터 거의 매일 사들였다. 카뱅은 지난 6일부터 10거래일 연속, 크래프톤은 지난 10일부터 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카뱅과크래프톤은 상장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카뱅은 지난 6일 시초가 5만3700원로 출발해 계속 오르고 있고, 20일 9만1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을 보면 현대차를 제치고 코스피 8위에 올랐다. 크래프톤은 지난 10일 공모가(49만8000원)보다 낮은 44만8500원으로 출발해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했지만 지난 12일 2분기 호실적이 발표된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 19일 공모가를 회복했다. 20일 종가는 49만1500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것은 목표 수익률을 정하는 표본인 벤치마크로 삼는 코스피200 지수 내 비중을 맞추려고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직접 운용에 코스피200을 벤치마크로 활용하며, 기존 코스피200에 코스피 내 50종목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벤치마크를 개편할 계획이다. 카뱅과크래프톤이 코스피200 조기 편입이 유력하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2021.08.22 15:11
경제

[단독]펀드 손실 돌려막던 이종필, 라임 비장의 카드 있었다

‘폭탄 돌리기’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옆 사람에게 폭탄을 넘기는 게임이다. 계속 폭탄을 돌리다가 정해진 시간이 되면 폭발 효과음과 함께 폭탄이 터진다. 이때 폭탄을 들고 있는 사람이 패자다. 라임자산운용은 장기간 고수익률을 자랑했다. 덕분에 펀드 설정 규모가 커지면서 자산운용업계 1위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금융 당국과 검찰 조사 결과, 펀드 구조는 사실상 폭탄 돌리기 게임이나 마찬가지였다. 라임자산운용은 투자자들의 돈을 173개 자(子) 펀드에 쌓아두고, 펀드 자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더해 총 1조7226억원을 다시 4개의 ‘모(母) 펀드’에 투입했다. 모펀드는 이 돈을 굴려서 수익이 나면 투자자에게 돌려줬는데, 라임 돈(테티스2호)을 투입한 국내 상장사 채권이 부실화하면, 또 다른 라임 돈(플루토FI-D1호)을 투입한 비상장사가 이 채권을 매입했다. 폭탄 돌리기 게임에서 폭탄이 언젠가 터지듯, 돌려막기로 부실을 키운 라임자산운용도 언젠가 부실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펀드의 설계·운용을 총괄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도 이와 같은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 ‘공모펀드 운용사’ 준비했던 이종필 그런데 폭탄 돌리기를 하던 이종필 전 부사장이 펀드 부실을 영구히 감출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로 ‘공모펀드’다. 라임자산운용의 자금 최소 수백억원 이상을 직접 운용했던 운용업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한 본지와 인터뷰에서 구속 직전 이종필 전 부사장과 본인의 대화 내용 털어놨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은 사모펀드 운용사였던 라임자산운용을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실제로 공모펀드 운용사 인허가를 받으려고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5월 사내에 부동산운용본부·대체투자전략본부를 신설했다. 대체투자전략본부는 기존에 운용하고 있던 대체투자운용본부와 별개의 신설 조직이다. 법정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유상증자를 몇 차례 실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 전 부사장이 당시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을 추진한 건,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는 49인 이하 투자자만 비공개 모집하는 하는 펀드다. 소수 투자자만 비공개 모집하기 때문에 규제에서 다소 자유로운 운영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공모펀드는 불특정 다수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50명 이상 공개 모집한다. 누구나 투자가 가능하지만, 운용 과정에서 금융당국 규제가 까다롭다. 사모펀드 운용사와 달리, 공모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면 기관 자금 수탁·운용이 가능해진다. 라임자산운용은 당시 업계 1위였기 때문에, 기관투자가들이 자금을 배분할 때 쉽게 돈을 넣을 수 있는 명분이 있었다. 여기에 트랙 레코드(track record·실적)가 조금만 쌓이면 연기금 투입까지 가능해진다. “라임자산운용 입장에선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만 성공하면 대규모 자금 유치가 불 보듯 뻔했다”며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 그간 펀드 돌려막기로 숨겨왔던 부실을 만회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 경찰에 붙잡히기 50여일 전 신청 철회 실제로 라임자산운용은 2018년 8월 금융감독원에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을 신청했다. 하지만 비리 의혹이 줄줄이 터지고 검찰 수사가 시작하면서, 금융감독원은 막판에 인·허가 심사를 중단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 2일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함께 도피 중이던 그가 지난해 4월 23일 경찰에 검거되기 50여일 전에 벌어진 일이다. 라임자산운용의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 계획이 좌초하면서, 현재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중 공모 운용사 전환에 성공한 곳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 1곳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최초로 이 운용사에 대한 인가안을 의결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라임 사태의 주범인 이종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30억원, 추징금 14억4000억원을 구형했다. 법정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신한금융투자 측에 펀드 부실 은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대규모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규명하고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자본시장 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2021.01.03 10:58
경제

다가온 크리스마스…분주한 유통가

국내 유통업계가 11월부터 크리스마스트리 불을 밝히며 이른 연말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신세계백화점은 본점(서울 중구) 외관을 연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연출로 장식했다고 10일 밝혔다.올해는 클래식한 크리스마스가 물씬 풍기는 화려한 외관 디자인에 스토리가 있는 3분 6초 길이의 콘텐트를 더한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진다.화려한 외관을 배경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는 발레리나 모습을 담았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발레리나와 오케스트라 등 마치 공감각적으로 잘 연출된 공연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할 예정이다. 앞서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달 31일부터 압구정동 명품관에 크리스마스 관련 조형물과 외관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갤러리아의 올해 크리스마스 조형물은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과 진행했다. 조형물 컨셉트는 ‘플루오 크리스마스(Fluo Christmas)’로 루이 비통의 상징인 모노그램에 다양한 형광색을 입혔다.백화점 외관에 적용된 형형색색의 루이 비통 패턴은 연말까지 유지된다. 갤러리아명품관은 불가리(2016년), 까르띠에(2017년), 샤넬(2018년) 등 명품 브랜드와 손잡고 이색적인 크리스마스 조형물을 선보여 왔다.서울 롯데월드타워는 두 달간 크리스마스 마을로 변신한다. ‘실천하는 사랑, 별이 빛나는 밤(Love in action starry night)’이란 주제로 LED 조명과 디지털 스크린을 이용한 멀티미디어쇼를 두 달간 펼친다.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10분 간격으로 월드타워와 쇼핑몰 벽면을 활용한 쇼를 볼 수 있다.또 롯데월드타워아레나광장에 설치된 높이 8m 대형 돔을 이글루 모양으로 꾸미고 세계자연기금(WWF), 구세군 등과 함께 난방비를 기부하는 ‘마음 온도 37도 캠페인 이글루’를 진행한다.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연말 분위기 띄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11∼12월 매출이 연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며 "이 기간에는 선물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데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기 위해 찾았다가 충동구매를 하는 고객들도 많아 연말 분위기 연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19.11.11 07:00
경제

'글로벌화' 도전 투썸플레이스, "속도보다는 방향, 지속가능 경영 할 것"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 2위인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가 해외 진출을 향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글로벌화'를 목표로 내건 CJ푸드빌의 전략에 따라 중국 내 매장 확대는 물론이고 북미와 아시아 전역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투썸플레이스는 해외 자본 유치를 성사하며 '토종 브랜드 1위' 커피전문점의 자존심 사수에 나섰다. 그러나 업계는 투썸플레이스의 무리한 글로벌 진출 시도가 경영난 끝에 법정관리에 들어간 카페베네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투썸플레이스의 공격적 행보CJ푸드빌이 운영하는 카페 투썸플레이스는 지난달 31일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 글로벌 연기금인 캐나다연금(CPPIB), 싱가포르투자청(GIC)과 13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1일 CJ푸드빌에서 분할돼 독립 법인으로 나선 투썸플레이스는 "투자금 1300억원은 브랜드 강화를 통해 국내 1위 도약 및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현재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 1위는 스타벅스다. 매장 수만 1100개에 이르고 연 매출액이 1조원을 넘는다. 반면 투썸플레이스는 국내 매장 940개와 해외 매장 45개 그리고 연 매출 2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투썸플레이스가 커피 시장 포화 상태인 국내를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답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해외 진출은 독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숫자의 매장을 여는 데 이어 미국과 중동까지 도전했던 카페베네가 대표적이다. 한때 전국에 1000여 개의 매장을 거느렸던 카페베네는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창업 10년 만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커피 업계 신화로 불리던 카페베네의 몰락은 해외 진출 실패에서 비롯됐다.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일본 등 12개국에서 500개가 넘는 매장을 냈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100% 지분을 갖고 있던 미국 법인의 부실이 컸다. 그사이 국내 매장의 영업이익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카페베네의 신화도 끝났다. "속도보다는 방향, 무리한 경영 없다"투썸플레이스가 경계해야 하는 최우선 과제는 바로 카페베네처럼 무리한 글로벌화의 추구다.투썸플레이스 측은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단호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국내 가맹점의 매출 포트폴리오가 탄탄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투썸플레이스의 2016년 매출은 약 2000억원, 영업이익은 3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같은 기간 CJ푸드빌이 매출 1조3917억원에 영업손실 23억원을 낸 점을 고려하면 투썸플레이스의 성과는 더욱 돋보인다.투썸플레이스 측 관계자는 "우리는 2002년 첫 번째 매장이 오픈 한 뒤 15년에 걸쳐서 차근차근 성장한 전문점이다. 현재 100% 직영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를 제외하고 가맹점을 받는 전문점 가운데 1위로 올라섰다"며 "가맹점 역시 연 매출 1위를 달릴 정도로 내실이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또 "외형적 성장보다는 꾸준한 가맹 지원책과 함께 지속적인 제품 개발 그리고 브랜드 타깃을 연구해 온 결과"라고 덧붙였다. 무리한 확장 정책을 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밝혔다. 국내에서 그랬듯 해외 진출도 '속도전'이 아닌 내실 강화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겠다는 게 CJ푸드빌의 전략이다.이 관계자는 "무리한 해외 진출은 부실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상존할 수 있다. 그러나 투썸플레이스는 지금까지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지향점을 갖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해 왔다"며 "글로벌 시장은 진출에 앞서 디테일한 현지 시장 연구와 (상품) 개발이 선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2018.02.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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