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만약 도쿄올림픽이 연기된다면? 2022년 메가 이벤트의 해 되나
'만약 도쿄 올림픽이 연기된다면?' 5개월 남짓 남은 2020 도쿄 올림픽이 화제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대회인 만큼, 올림픽이 열리는 해마다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도쿄 올림픽이 관심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이제까지와 조금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대회 취소, 혹은 연기 가능성 때문이다. 미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한국시간) 일본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의 다카하시 하루유키 이사와 인터뷰를 통해 올해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영향으로 1~2년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카하시 이사는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을 논의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올해 여름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다면 1~2년 연기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옵션"이라는 의견을 전했고, WSJ의 보도를 통해 이 발언은 각국 언론들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았다. 물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모두 공식적으로 도쿄 올림픽의 취소나 연기는 없다는 입장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역시 "도쿄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선수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 일로에 있는데다, 판데믹(전염병 대유행) 단계에 돌입할 경우 앞일을 장담하기 어렵다. 일본 내에서 올림픽 전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올림픽 개최를 통해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IOC와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의 강행 의지에도 불구하고 대회 취소 혹은 연기에 대한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메가 이벤트의 특성상 '대회 취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최국인 일본이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은 물론, IOC 역시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취소라는 최악의 선택을 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 WSJ는 미국 미디어 기업인 NBC유니버설의 케이블 방송사 컴캐스트는 도쿄올림픽의 미국 중계에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지불했다고 설명하며 IOC 수입 중 73%가 중계권 판매로 이뤄진다고 전했다. 따라서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무관중으로 치르는 것보다 차라리 1, 2년 연기해서 치르는 방향이 낫다는 설명이다. 물론 여기에도 조건은 있다. 유럽 축구나 미국 프로야구(MLB) 미국 내셔널 풋볼리그(NFL) 등 다른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와 겹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다카하시 이사는 바로 이런 점을 고려해 1년 내 단기간 연기가 어려울 것이며, 3월 말 열릴 이사회에서 일정 변경에 대한 부분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데일리 스포츠 역시 "금전적 손해를 생각하면 취소되거나 가을~내년 봄까지 시기로 연기하는 방안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엄청난 중계권료를 지불하는 미국의 경우 9월부터 미식축구 등 인기 프로스포츠가 개막한다. 방송국이 난색을 표할 것"이라며 1년 내 연기는 힘들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고 2년 뒤로 연기하는 방안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카하시 이사의 말대로 올림픽이 2년 늦춰진다면 2022년은 '메가 이벤트의 해'가 된다. 2022년 초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도쿄 올림픽과 카타르 월드컵까지 한 해에 모두 열리는 셈이다. 여름·겨울 올림픽과 월드컵이 한 해에 열리는 진기한 기록이 쓰여지게 된다. 하지만 그만큼 대회마다 관심도가 분산될 수 있고 출전권을 얻은 선수들의 참가 자격 취득 문제도 생긴다. 현실적으로 취소도, 연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3.12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