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기자의 눈] 창원 돔에서 2015년 올스타전 보고 싶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지난 13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TV로 관전한 뒤 "최고 스타들의 플레이도 좋았지만 경기가 열린 야구장의 풍경이 더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언급한 야구장은 애리조나의 홈구장인 체이스필드다. 1998년 메이저리그 막내구단 애리조나의 첫 경기에 맞춰 개장된 돔구장으로 김병현이 활약할 당시 뱅크원볼파크라는 이름으로 국내 팬들에게는 더 친숙한 곳이다.막내의 야구장답게 체이스필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신식을 자랑한다. 28개월동안 3억5400만달러(약 3758억원)를 투입해 완공한 4만5000여석 규모의 개폐식 돔으로, 무엇보다 우중간 담장 위에 있는 수영장으로 유명하다. 수영을 하면서 야구를 즐기는 상상속 장면을 실현시킨 것이다. 수영장으로 홈런볼이 떨어질 때는 10m 넘게 튀어오르는 물줄기가 장관을 연출한다. 이번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는 아드리안 곤살레스의 홈런 타구를 한 남성팬이 수영장으로 다이빙하며 잡아내는 묘기를 펼쳐졌다.지난해 대구구장에서 열린 우리 올스타전이 떠오른 사람이 비단 김 감독 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축제의 장이라는 올스타전을 섭씨 30도가 넘는 땡볕 아래서 인조잔디가 뿜어내는 복사열을 받으며 촘촘히 붙은 녹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본 팬들은 과연 축제처럼 즐길 수 있었을까. 문학구장 그린존에 돗자리 깔고 앉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하지만 우리에게도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올스타전을 지켜볼 기회가 생길 지도 모른다. 창원시가 9구단 엔씨소프트를 유치하면서 최대 3000억원을 들여 최첨단 하프돔구장을 짓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당초 창원시의 구상은 2014년까지 야구장을 신축해 2015년부터 엔씨소프트의 홈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AT&T파크처럼 바닷가에 지어 지역명소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최근 창원시 의회가 재정낭비라며 제동을 걸고 나서 신규 구장 건설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엔씨소프트가 건축비 일부를 투자할 의향도 내비쳤지만 의회 측은 마산구장을 리모델링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대구구장보다 그라운드 상태가 더 나쁘고 관중석이 불편한 곳이 마산구장이다. IT와 첨단을 내세운 신생구단이 30년된 낡은 야구장을 사용하도록 하자는 것은 다소 무리가 아닐까. 애리조나는 창단 13년이라는 짧은 역사와 함께 사막 한가운데 인구 100만이 조금 넘는 피닉스를 연고지로 해 흥행에 불리한 여건을 다 갖고 있다. 그러나 어느 명문구단의 홈구장에도 뒤지지 않는 체이스필드를 이용한 다앙한 마케팅으로 많은 이익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애리조나 지역 주민의 자부심을 키워주고 있다. 바라건대 2015년 올스타전은 막내 구단 엔씨소프트가 창원의 새 야구장에 기존 구단의 스타들을 불러들여 콧대를 꺾어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야구를 즐기는 창원시민들의 모습을 보고싶다. 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
2011.07.20 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