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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현장]'국보' 투수에게 보물을 얻은 '예비 고교생' 김성찬

"선배님 한 가지만 더…" 지난 17일 부산 개성고. 아직 입학도 하지 않은 '막내' 투수 김성찬(16)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눈앞에 나타난 '우상'과 한 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다시 다가섰다. 그의 앞에는 '국보 투수' 선동열(58)이 있었다.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17일 개성고 야구부에 방문, '1일 인스트럭터'로 나섰다. '은사'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회장의 부탁이 있었다. 이 전 회장은 KBSA에서 물러난 뒤 부산에 머물며 모교(개성고)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선 감독이 KT 스프링캠프에 인스트럭터로 초빙돼 부산을 찾자, 어린 투수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고 '제자'의 시간을 얻었다. 개성고 투수들은 2인 1조로 불펜 피칭에 나섰고, 모두 선동열 감독의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불펜 피칭 뒤에는 실내 연습장에 모여 선 감독이 생각하는 투구 기본, 고교 야구 선수가 새겨야 할 마음가짐과 훈련 지향점에 대해서 특강을 받았다. 한 마디, 한 마디를 경청했고 시범한 동작을 따라 했다. 선수와 지도자 모두 생기가 넘쳤다. 선동열 감독은 1시간 30분에 걸쳐 '강의'를 진행했다. 마지막에는 함께 호흡한 선수들의 열정과 실력을 칭찬했고, 덕담도 남겼다. 이어 '사인회'가 열렸다. 투수조 12명이 줄을 지어 선 감독 앞에 섰다. 학교를 찾은 학부형 2명도 선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우완 옆구리 투수 김성찬은 선동열 감독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섰다. 불펜 피칭을 할 때 들은 조언을 곱씹은 뒤 의문이 생겼고, 자신의 투구 동작을 선 감독에게 직접 보여주며 교정받기를 원했다. 선 감독은 부상을 당하지 않는 투구 자세가 몸에 밸 수 있도록 이론과 시범 동작을 들어 설명했다. 팔이 축이 되는 다리에 가까이 있는 게 편하고 쉽게 동을 던질 수 있다고 강조했고, 투구 준비 동작에서 팔이 허벅지 뒤쪽으로 빠져 있으면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성찬은 "영화 퍼펙트게임을 본 뒤 선동열, 최동원 선배님은 내 우상이 됐다. 영화는 5번, 실제 그 승부(1987년 5월 16일 사직 선발 맞대결)도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10번 넘게 봤다"며 웃었다. 이어 "최근에 LG 스프링캠프에 가신 것을 기사로 봤다. 고교 야구에도 오실지 몰랐다. 처음 (개성고 방문) 얘기를 듣고 나는 설레발이 요란했다. 김응용 회장님께 감사하다. 선배들의 기량 성장을 위해 정말 좋은 기회를 주셨다" 우상과의 만남에 한껏 들뜬 모습을 보였다. 김성찬은 글러브, 모자, 공 모두 선동열 감독의 사인을 받았다. 하나씩 보여주며 마치 보물처럼 여겼다. 김성찬은 "초등학교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내 야구 인생에 가장 좋은 날이다"며 설렘이 가득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 예비 고교생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하루였을 것. 선동열 감독도 자신을 '선배님'이라고 부른 35번 투수를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프로 무대에서 한 명은 이 인연을 돌아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부산=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2.19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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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현장]프로·아마 누비는 '일타강사' 선동열

이천 찍고 부산. 선동열(58)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올겨울 가장 바쁜 야구인이다.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 현장을 누비며 '일타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지난 17일 부산시 기장군 기장·현대차 드림볼파크에 진행 중인 KT의 스프링캠프를 찾았다. 선수 시절 룸메이트였던 '후배' 이강철 KT 감독의 부탁을 받고 젊은 투수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하기 위해서였다. 선동열 전 감독은 KT 선수단과의 상견례에서 지난해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쾌거를 축하한 뒤 "(여러분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왔다. 스스럼없이 물어봐 달라. 아는 범위 안에서 답해주겠다"고 말했다. KT 투수조는 이날 강풍과 추위 탓에 캐치볼만 소화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23일까지 KT 캠프에 머문다. 본격적인 레슨은 19일 시작한다. 2020시즌 신인왕 소형준은 "(타자와의 승부는) 결국 정신력에서 갈린다고 생각한다. 선동열 감독님이 선수 시절 어떤 생각을 하며 투구하셨는지 가장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2019~2020년 연속으로 10승을 기록한 배제성도 "경기 운영 능력과 마운드 위에서의 강한 멘털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17일 KT의 오전 훈련이 끝나자 바로 부산 시내에 있는 개성고로 향했다. 모교에서 야구 선수들을 지도 중인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도 '국보 투수'를 초청했기 때문이다. 김응용 전 회장은 "이강철 감독과 통화하다가 선 감독이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루만 시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오후 2시에 온다더니 40분 일찍 도착했더라. 점심도 안 먹고 왔나 보다"라며 웃었다. 선동열 전 감독은 개성고 투수 13명 전원의 불펜 피칭을 일일이 지켜보며 보완점을 알려줬다. 중심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자세와 투수판을 밟은 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직접 투구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바람직한 투구 준비 자세를 묻는 한 선수에게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선수들이 신나게 공을 던지면 "아주 좋다"고 소리치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개인별 지도가 끝난 뒤에는 실내 연습장에서 짧은 강연을 시작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변화구를 잘 던지면 좋겠지만, 여러분들은 아직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가진 힘을 투구에 온전히 싣는 게 먼저다. 캐치볼과 스텝앤드스로(step and throw)가 그래서 중요하다. 하체 운동과 러닝도 습관화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이어 "김응용 회장님께서 다소 걱정을 하셨는데 내가 볼 때는 밸런스 좋은 투수가 많더라. 다들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김응용 전 회장은 지도를 마친 선 감독을 향해 "수고하셨습니다"라며 존칭을 쓰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지난 11~15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LG의 스프링캠프에 방문했다. 이민호, 고우석, 이정용 등 'LG의 미래'로 불리는 젊은 투수들을 지도했다. 이민호를 향해 "대투수로 될 성장할 자질이 있다"고 극찬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기회가 되면 선 감독님을 다시 모시고 싶다"고 했다. 선동열 전 감독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다. 메이저리그 최신 이론을 공부하는 그는 지난해 일간스포츠에 '선동열 야구학'을 연재했다. 관념적으로 알았던 정보를 데이터를 통해 재해석하며 새로운 야구 이론을 만들고 있다. LG 캠프에서는 트랙맨(레이더를 활용해 투구·타구 궤적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봤다. 데이터 결과를 연구했던 선동열 전 감독이 실제 장비를 보고 큰 흥미를 느꼈다고. 선동열 전 감독은 "2005년생 개성고 선수에게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들으니 기분 묘하더라. 오늘 하루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며 웃었다. 선동열 전 감독의 캠프 방문을 원하는 구단은 또 있다고 한다. 국보 투수의 광폭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부산=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2.19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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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배] 이용준의 5K 앞세운 서울디자인고, 율곡고 꺾고 8강행

서울디자인고가 대통령배 8강 무대를 밟았다. 서울디자인고는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4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16강전에서 율곡고를 9-2로 꺾었다. 32강전에서 소래고를 6-2로 제압한 데 이어 율곡고마저 격파하고 순항을 이어갔다. 2013년 10월 창단한 서울디자인고는 아직 전국대회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청룡기에서 개성고를 5회 콜드게임으로 제압하고 16강에 진출해 파란을 일으켰다. 난적 광주동성고에 가로막혀 8강엔 실패했지만 대통령배에서 8강 무대에 올랐다.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다. 서울디자인고는 1회 초 타자 일순하며 안타 4개와 볼넷 3개를 묶어 빅 이닝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이동준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도루에 성공했고 2번 정재환이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3루타로 선제 득점을 올렸다. 3번 김정원의 볼넷으로 무사 1, 3루. 4번 이정현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뒤 5번 김민승의 안타로 점수를 추가했다. 공격은 계속됐다. 6번 강동화가 야수 선택으로 출루해 1사 만루. 7번 안현태의 밀어내기 볼넷에 이어 8번 박진형이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2루타로 쐐기를 박았다. 서울디자인고는 1사 1, 3루에서 이동준의 희생플라이로 1회에만 7득점 했다. 5회 초 1사 만루에선 신준우의 내야 땅볼 때 1점을 추가했다. 끌려가던 율곡고는 7회 말 터진 조승연의 2타점 2루타로 영봉패를 겨우 면했다. 오히려 서울디자인고가 9회 초 1사 만루에서 대타 양민수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오른손 투수 이용준이었다. 이날 서울디자인고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를 밟은 이용준은 2⅓이닝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선보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용준은 시즌 7경기에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13(23⅔이닝 3자책점)을 기록 중이었다. 지난 13일 열린 32강 소래고전에서도 4이닝 2실점(비자책점) 투구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2학년 최용하와 함께 원 투 펀치로 활약하며 서울권 신인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경기 후 "초반에 확실히 점수를 내줘 투수들이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1학년 때부터 전국대회를 계속 던져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다. 선발이나 중간 어느 위치에서도 던질 수 있다"고 자신의 매력을 보였다. 이어 "고우석(LG) 선배를 좋아한다. 직구나 슬라이더를 보고 배우고 싶다. 어느 팀이든 뽑아주시면 열심히 할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호 서울디자인고 감독은 "초반에 점수가 나서 조금 여유는 있었지만 방심할 순 없었다. 4강을 목표로 한 경기 한 경기를 결승전이라고 생각해 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목동=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8.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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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감독이 콕 찍은 고교 후배 최영환

지난해 신인 투수 송창현(25·한화)을 콕 찍어 키워냈던 김응용(73) 한화 감독이 올해는 신인 최영환(22)의 피칭을 눈여겨보고 있다. 김응용 감독은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2012년 11월 말 롯데에 신인 지명된 왼손 송창현을 데려오고, 베테랑 타자 장성호를 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시 프로에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과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스타 선수를 맞바꾼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은 보는 눈이 있었다. 좌완에다가 건장한 체격 조건(184cm, 95kg)을 지닌 송창현의 가능성을 믿었다. 주로 제주도에 머물던 야인 시절에 제주국제대에서 뛰는 송창현을 유심히 지켜본 결과였다. 송창현은 지난 시즌 후반 선발 로테이션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승8패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타선 지원이 적어 승리가 별로 없었지만, 제법 괜찮은 피칭을 했다. 9월 이후 선발 6경기에서는 4패를 했지만 투구 이닝(38이닝)과 평균자책점은 1.89로 빼어났다. 김응용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전훈에서 신인 투수들을 눈여겨봤다. 캠프 초반 1차 지명 좌완 황영국(19·청주고 졸업)이 눈길을 끌었으나 평가전을 통해 최영환(2차 1번·동아대 졸업)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최영환은 지난해 대학 시절 시속 150㎞의 강속구를 주무기로 신인 드래프트 직전까지 13경기(54이닝)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2.83의 기록을 남겼다. 대학 때부터 불펜으로 주로 뛴 경험도 있다. 최영환은 오키나와에서 열린 팀의 8차례 평가전에서 5번 등판했다. 주로 8회 또는 9회에 등판해 셋업맨 테스트를 받았다. 첫 두 경기(2이닝)에서 아웃 카운트 6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눈길을 끈 최영환은 총 5경기에서 5이닝 6피안타 7탈삼진 2실점(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SK전 2사 2루 위기에서 좌전 안타 때 포수의 블로킹 실수로 1점을 내준 것이 아쉬웠다. 간결한 투구폼과 150㎞의 직구 제구력이 수준급이다. 변화구로 커브도 인상적이었다. 평가전 피칭을 오는 시범경기에서도 보여준다면 최영환은 송창식, 박정진 등이 있는 기존 불펜의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최영환은 "데뷔 첫 해 1군에서 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응용 감독은 "최영환은 개막 엔트리에 들 수 있다"고 칭찬했다. 최영환은 김응용 감독의 개성고 후배이기도 하다. 투수층이 얕은 한화에서 강속구 투수로 김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 2014.03.0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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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환의 ‘KS 스토리’는 이제부터다

윤성환(31·삼성)은 한국시리즈(KS)와 인연이 없었다. 1년 늦게 삼성에 입단한 후배 오승환(30)은 다섯 번째 KS를 치른다. 이미 3개의 챔피언 반지를 차지했다. 하지만 윤성환은 지난해 처음으로 KS에 나섰다. 입단 첫해인 2004년에는 군 입대 문제로 KS에 나서지 못했다. 삼성이 우승을 차지한 2005년과 2006년에는 공익근무 중이었다. 2010년에는 어깨 부상으로 KS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정말 이럴 수도 있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거를 떠올리던 윤성환은 "이제부터 매년 KS에 뛰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KS 1경기에서 3⅓이닝 1실점에 그쳤던 그가 올 가을에는 삼성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1차전과 5차전에서 모두 선발승을 따내는 역투. "KS MVP(최우수선수)로 거론된다"는 말에 윤성환은 "말씀만이라도 감사하다"며 웃었다. ◇소년 윤성환의 꿈은 롯데 에이스사실 윤성환의 꿈은 '롯데 에이스'였다. 1999년 10월 부산 사직구장. 부산상고(현 개성고) 3학년 투수 윤성환은 1루측 롯데 응원석에서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지켜봤다. 그에게 주형광(현 롯데 투수코치)은 '가장 멋진 사나이'였다. "주형광 선배처럼 롯데의 에이스가 되겠다"는 각오가 자랐다. 2000년 동의대에 진학한 그는 2004년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 "내가 태어나고, 야구를 시작한 부산에서 프로 생활도 하고 싶었다. 롯데의 지명을 기다렸다." 그러나 롯데는 1차 지명으로 부산고 좌완 장원준을 택했다. 오기가 생겼다. 윤성환은 "롯데에서 2차 2~3순위에 나를 지명할 생각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1차지명과 2차 1순위에서 뽑지 않은 것을 보고, 다른 팀에 가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윤성환의 가능성을 먼저 발견한 쪽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2차 1순위에서 윤성환을 지목했다. ◇선동열의 첫 작품대졸 신인 윤성환은 2003년 11월 팀 마무리 훈련에 합류했다. 스타급 투수들이 즐비했다. "전병호 코치님, 김현욱 코치님, (임)창용이 형…. 1군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윤성환은 데뷔 첫해 개막전 엔트리에 들었다. 당시 삼성 수석코치였던 선동열 KIA 감독은 "공에 힘이 있었다. 커브는 이미 완성형이었다. 잘 키우면 좋은 투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첫 시작이 불펜이긴 했지만 연차가 쌓이면 선발로 써야겠다는 장기적인 계획도 세웠다"고 회상했다. 2004년 신인 윤성환은 4승7패 1세이브 17홀드 평균책점 4.84를 기록하며 삼성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냈다. 그에게 '선의 첫 작품', '선동열의 황태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두 번의 어깨 재활2004년 정규시즌 종료 뒤 윤성환은 공익근무를 시작했다. 2007년 시즌 초 복귀를 꿈꿨지만 오른 어깨에 탈이 났다. "빨리 던지고 싶은 마음이 독이 되더라"는 게 윤성환의 회상이다. 선동열 당시 삼성 감독은 윤성환을 복귀와 함께 선발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부상 이력을 보고 "한 해 더 불펜으로 뛰라"고 결정했다. 윤성환은 "몸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했다. 2008년 선발로 전환한 그는 2009년 14승으로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다. 에이스로 공인받기 시작하던 2010년 다시 어깨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또 6개월의 재활기에 돌입했다. 두 번의 재활. 윤성환은 늘 "다치지 않는 게 최고의 목표"라고 한다. ◇커브볼러? 직구도 자신!윤성환은 '커브볼러'다. 2009년에는 커브 구사율이 30%였다. 최근에는 20% 내외로 떨어뜨렸다. 그의 생존전략. 윤성환은 "직구가 살아나지 않으면 커브도 맞는다"고 했다. 그는 '구속'보다 '회전력'에 집중했다. 윤성환은 "직구를 던질 때 공을 감싸쥐지 않고 손가락 끝으로 '찍어' 던진다. 회전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모 구단 전력분석원은 "타자들은 회전이 많은 직구를 볼 때 '호핑(공이 떠오르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느낀다. 윤성환의 직구가 그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도 수준급으로 올라섰다. 윤성환은 "체인지업을 손가락 깊숙히 잡는다. 각이 조금 커졌다. 커브를 던질 타이밍에 체인지업을 던지면 타자들이 혼란스러워 하더라. KS에서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삼았다. 이제 커브만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 2012.11.0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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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게 묻는다:두산 이혜천①] “와일드 투구폼은 내 고집 탓”

이혜천(32·두산)이 돌아왔다. 그리고 왼손 타자들은 '꼼짝마라'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 해인 2008년 좌타자들은 이혜천을 상대로 타율 1할9푼3리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에서 보낸 두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이혜천은 조금 더 큰 투수가 돼서 돌아왔다. 어떤 점일까. 그를 상대할 타자, 그리고 동료 왼손 투수들도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 부산상고(현 개성고) 시절 처음 봤을 때부터 투구폼이 와일드했다. 프로에서도 그 폼으로 꾸준히 활약했는데 어떻게 그런 폼이 만들어졌나. 폼을 바꿀 생각이나 권유를 받은 적 없나.(LG 서승화)"부산상고 때 이야기 왜 안 하나 했네.(대전고를 졸업한 서승화는 이혜천의 프로 입단 동기) 자연스레 몸에 맞는 폼이 만들어 진 거지. '폼을 바꾸라'는 이야기는 지겹게 들었어. 아마추어 때도 감독님들께 늘 '팔을 위로 올리라'고 야단을 맞았지. 하지만 난 고집이 센 편이야. 나한텐 이게 맞다는 확신이 있었어. 또 지시하는 대로 폼을 바꿔 던지니 공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지난 13일 시범경기에서 선배님과 맞대결을 했습니다. 투구폼이 예전처럼 와일드하진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이전에는 키킹부터 다이나믹했는데. 일본 투수 코치들의 조언으로 폼을 바꾼건가요. 폼을 바꾼 이유와 바꾼 뒤 좋아진 점을 알고 싶습니다.(삼성 차우찬)"우찬이가 좋아졌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직접 보니 깜짝 놀랐어. 정말 좋은 투수가 됐더라고. 그건 그렇고 내가 특별히 폼을 수정한 건 아냐. 시범경기이니 40~50% 힘으로 던지는 거지. 그날은 제구 위주로 던지겠다고 마음먹었으니 좀 작아졌다고 할까. 정규시즌에 들어가서는 시범경기와는 다른 폼이 될지도 몰라. 일본 코치들도 처음엔 손을 많이 대려고 했지. 하지만 어느 순간 '저렇게 던져도 되는구나'라고 납득하는 것 같았어. 그 뒤론 폼에 대해 별 지적을 받진 않았지."- 타자들에게 물어보니 혜천이 형이 마운드에 서 있으면 무섭다더군요. 왼손이라서가 아니라 같은 투수 입장에서 부럽습니다. 그런 포스,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지요.(롯데 강영식)"내 경우엔 투구 폼 때문인 것 같아. 왼팔 각도가 스리쿼터와 사이드암의 중간 정도지. 위가 아닌 옆에서 공이 나오다보니 타자 입장에선 등 뒤로 공이 날아올 듯할 느낌을 가지지. 나도 타격을 해 봐서 알지만 그 느낌은 무섭거든. 그리고 난 캐처 미트가 아니라 타자 무릎을 보고 던져. 몸쪽을 던지기 위해서지. 몸쪽 공을 잘 못 던지는 투수가 있잖아. 타자가 공에 맞을까봐 두려운 거지. 하지만 투수는 몸쪽을 던져야 해."- 일본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언어? 음식? 그리고 일본 선수들이 실제 생각하는 한국 프로야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SK 김광현)"용병 신분이니 팀에 적응하는 게 어려워. 말도 제대로 안 통하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힘든 건 역시 플레이가 잘 안 될 때지. 나는 상대해야 할 타자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어. 물론 선수 분석 자료는 주지. 분석원 수도 한국 구단보다 많고 데이터도 방대해. 하지만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이잖아. 난 10타수 무안타로 누른 선수에게 4타수 4안타를 맞은 적도 있어.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타자는 다른 방식으로 타격을 해. 저 선수가 컨디션이 어떤지, 그때는 어떤 식으로 치는지를 모르니 답답했지. 일본은 너무 분석에 의존해 야구를 하는 것 같아. 그 때문에 오히려 힘들어하는 선수도 있어. 일본 선수들은 실제로 한국 야구를 높게 평가해. 두산 시절 경기 동영상을 보여줬는데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에 특히 감탄하더군. 연봉 수준이 높아선지 일본에선 허슬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많지 않아."부산=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 2011.03.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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