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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SK하이닉스, 한미반미체에 한화세미텍 추가 계약한 이유는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필수 제조 장비인 ‘TC 본더(열압착장비)’ 협력사를 다변화하고 있다.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한화세미텍과 10대 안팎(420억원 규모)의 HBM용 TC본더 공급 계약을 맺었다. 기존 한미반도체 외에 한화세미텍이 추가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시장 주류이자 HBM 5세대인 'HBM3E 12단' 제조 공정에 한미반도체 장비를 전량 사용해왔다. 그러다 한화세미텍을 신규 협력사로 삼고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오랜 ‘동맹’ 관계를 유지한 한미반도체는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가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TC본더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등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TC본더는 인공지능(AI) 반도체용 HBM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D램에 열과 압력을 가해 고정하는 공정에 TC본더가 쓰인다. 이와 관련해 한미반도체가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8년간 동결해 온 기존 장비 가격을 약 25% 인상하고, 그간 무료로 유지보수를 해 오던 고객서비스(CS)의 유료화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최근 인천에 위치한 한미반도체 본사를 찾아 양사간 협력 관계 회복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협력사와 관계된 일이라 상황을 확인해줄 수 없다. 하지만 수요 대비를 위한 공급망 다변화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5년 TC본더 장비 공동개발에 나섰고, 2017년 처음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장비를 공급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조만간 신규 TC본더 장비 발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는 24일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발표에서 TC본더 장비 공급 및 협상 상황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한편 한미반도체 역시 고객사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한미반도체는 지난달 31일 1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올해 1분기 매출 중 해외 고객사 비중이 90%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반도체의 핵심 고객사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미국 마이크론이다.한미반도체는 지난해 4월 HBM3E 8단용 TC본더를 마이크론에 대량 공급하기 시작했고, 마이크론은 최근 HBM3E 12단 TC본더 전량을 한미반도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올해 4월 초 기준으로 마이크론이 확보한 TC본더 물량은 작년 한 해 사들인 물량(약 30∼40대)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김두용 기자 2025.04.22 06:20
IT

[IS시선] 미·중 독무대서 한국 AI가 빛나려면

"어느 세월에 육성하나요? 다 영입하는 거죠"최근 IT 업계의 한 관계자를 만나 회사의 AI(인공지능) 인력 수급 방향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시간을 들여 사내 인재를 키우기보다 검증된 전문가를 불러와 글로벌 리더들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그런데 이마저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자체 생성형 AI를 쏟아내고 있는 주요국과 비교해 임금 수준이 현저히 낮아 핵심 인재 확보가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글로벌 상위 20% AI 연구원 중 한국이 배출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모습을 반영하듯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다툼을 마냥 바라보는 처지에 놓였다.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해 초거대 AI 모델 출시 현황을 살펴봤더니 중국 알리바바가 15개로 가장 많았고 미국 메타와 오픈AI가 각각 13개, 9개로 뒤를 이었다. 상위 15개 기업 가운데 한국에서는 LG만이 3개로 가까스로 이름을 올렸다.SK하이닉스가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덕에 하드웨어 경쟁력은 잡았지만 유독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그런 탓인지 이달 방한한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CEO는 K팝 아이돌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행사장에서 나란히 걸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 화제가 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회동해 3국 AI 동맹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깜짝 파트너십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포옹도 마다하지 않아 현장을 놀라게 했다. 그의 동선 곳곳에는 혹시 모를 한마디를 듣기 위해 기다리는 기자들로 북적였다.이렇듯 1박 2일 동안 올트먼 CEO가 한국을 휩쓸고 간 뒤 왠지 모를 쓴맛이 남았다. 전 세계 AI 트렌드를 주도하는 그의 러브콜 없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을 오롯이 보여줬기 때문이다.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해 10월 개최한 AI 전략 발표회에서 "AI 기술과 규모의 고도화는 게임이 이미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면 협업을 해야 하고 수준과 속도를 높이는 게 차별화"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연합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전임 대표가 추진한 자체 AI 밸류체인 구축 계획을 통째로 뒤엎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이제는 AI를 '어떻게 잘 만드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AI의 엔진(엔비디아)과 설계(오픈AI) 분야는 일찍이 치고 나간 미국과 중국에 일부 맡기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구글과 애플이 조성한 앱 생태계에서 국산 게임이 한류를 퍼뜨리는 것처럼, 우리만의 킬러 AI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반대로 오픈AI의 러브콜을 받을 수도 있다.선구자 입지는 놓쳤지만 주연이 될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미국에서 탄생했지만, '페이커' 이상혁의 역사는 한국에서 시작된 것처럼.정길준 경제산업부 기자 kjkj@edaily.co.kr 2025.02.25 07:00
IT

반도체 훈풍 불자 터진 트럼프 폭탄…관세·투자 압박 '이중고'

이제 막 훈풍이 불기 시작한 K반도체에 느닷없는 미국발 관세 폭탄이 떨어질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다행히 대미 수출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고 생성형 AI(인공지능) 확산에 주문이 끊길 일은 없다는 게 증권가의 예측이다. 다만 현지 투자를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내 반도체의 2강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최태원 "대미 투자 검토"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2025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미 투자 계획 질문에 “검토는 계속할 것이다. 비즈니스라는 게 필요한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최 회장은 이어 "어느 기업도 '트럼프 시기에 얼마를 하겠다'고 생각하며 다가가지 않고, 이게 내 장사에 얼마나 좋으냐 나쁘냐를 얘기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생산 시설을 좀 더 원한다고 얘기하지만, 우리는 인센티브가 같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최 회장의 발언은 취임 후 줄곧 '자국 우선주의'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구체화한 데 따른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 연설에서 "다음 한 달 안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그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관세를 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예고대로라면 반도체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미국에서 수입하는 한국산 반도체에는 1997년 체결한 WTO(세계무역기구)의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관세가 매겨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반도체는 관세 직격탄을 맞는 자동차와 달리 미국으로 가는 물량이 다른 곳보다 많지 않아 출혈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한국무역협회의 지난 1월 수출입 현황을 보면 반도체 수출 규모는 전년 동월 대비 7.2% 증가한 102억2000만 달러(약 14조7014억원)로 전체 수출의 약 20%를 책임졌다.국가별로 최대 고객 중국이 32.4%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베트남(17.3%)과 대만(14.9%), 홍콩(10.5%)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8.0%에 그쳤다.이에 증권가도 반도체 관세 부과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이 25%의 관세를 책정해도 반도체의 연간 총 수출액은 오히려 1.01%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반도체를 비롯해 전지, 철도, 석유정제, 시멘트, 주조 등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에도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산업군으로 분류했다.다만 장한익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관세 인상의 수출 감소 효과는 6개월 정도 조정 기간을 거쳐 안정화되지만 미국의 요구 조건 미충족 시 관세를 추가로 더 높이는 압박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돼 실제 충격은 더 크고 길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관세에 보조금 축소 우려까지이에 반도체 대장주들의 투자 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 총 370억 달러(약 53조원)를 들여 공장과 R&D(연구·개발) 센터를 구축할 것을 약속했다.이 가운데 170억 달러(약 24조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에 들어간다.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로 테일러시에서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공장에서는 5G와 AI, HPC(고성능 컴퓨팅) 등 분야의 차세대 기술을 뒷받침하는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회사는 이 사업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50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이곳에서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현지에서 1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노력에 지급을 약속한 보조금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산업연구원이 앞서 발간한 2025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가 더욱 강화돼 해외 기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를 높여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도록 하겠다'는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그러면서도 "반도체는 중간재로 사용되기 때문에 직접 미국으로 수출하는 양이 많지 않아 관세 회피를 목적으로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5.02.24 07:00
산업

이재용 배당금 3465억 1위, 현대차 정몽구·정의선 2·3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배당금 부호 1위에 이름을 올렸다.18일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2024년 이재용 회장은 전년 대비 228억원 늘어난 3465억원을 배당받았다. 주요 기업 개인 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2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으로 전년보다 131억원 많은 1892억원을 수령했다. 뒤를 이어 정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위에 올랐다. 정의선 회장은 계열사들의 배당금 증가 영향으로 183억원 불어난 1747억원을 받았다.4~6위는 삼성가 세 모녀가 가져갔다.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배당금은 1483억원으로 128억원 감소했다. 이어 모친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은 276억원 감소한 1467억원을 배당받았으며, 차녀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82억원 줄어든 1145억원을 수령하며 순위를 차지했다.세 모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배당금 규모가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7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전년의 650억원에서 40% 증가한 910억원을 받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전년도와 동일한 778억원으로 8위를 기록했다.9위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 전년보다 21억원 줄어든 756억원을 배당받았다. 10위는 김남호 DB그룹 회장으로 전년보다 95억원 늘어난 439억원을 수령했다.올해 배당금을 1조원 이상 지급한 기업은 총 7곳이나 됐다.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9조8107억원이었으며, 현대자동차가 3조1478억원, 기아가 2조5590억원, SK하이닉스가 1조5195억원, KB금융이 1조2003억원, 신한지주가 1조880억원, 하나금융지주가 1조15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배당금이 가장 크게 증가한 기업은 SK하이닉스다. 전년의 8254억원보다 84.1% 증가한 금액을 배당했다. 2024년 영업이익이 23조4673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를 기록한 영향이다.배당금 증가 2위는 기아다. 분기 배당 없이 결산 배당금을 주당 5600원에서 6500원으로 인상해 배당 총액이 전년 대비 3647억원 증가했다.배당금을 가장 크게 줄인 기업은 메리츠금융지주다. 2023년 4483억원에서 지난해 2400억원으로 46.5% 감소했다.LG화학은 2년 연속 배당 규모를 줄였다. 2022년 8603억원에서 2023년 2743억원, 2024년 786억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돼 1000억원 이하가 됐다.리더스인덱스는 지난해 배당금 총액이 전년 대비 10.4% 늘어난 것과 관련해 "SK하이닉스가 배당금을 2배 가까이 늘리며 증가세를 주도한 가운데,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발맞춰 기업들이 배당 확대 전략을 펼친 것이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5.02.18 15:06
산업

한미일 AI 동맹 ‘스타게이트’ 어떤 국내 기업들 참여할까

한·미·일 3국이 인공지능(AI) 동맹 구축에 나선 가운데 5000억 달러(약 7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AI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국내 기업들의 참여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AI 대표주자들이 전날 한국을 다녀가면서 ‘스타게이트’ 참여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의 딥시크 추격 속에 AI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이 힘을 합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타게이트는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한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다. 먼저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1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향후 4년 동안 최대 5000억 달러를 투자해 초대형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ARM,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MGX 등도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고,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미국은 더 많은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한국의 삼성과 SK 등이 스타게이트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과 SK 수준의 글로벌 기업이 돼야 기존 초기 투자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4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과 잇따라 회동하며 ‘스타게이트’의 청사진의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인 메모리와 파운드리 제조설비를 확보하고 있는 동시에, 일괄생산 공급이 가능한 대규모 AI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보한 부분이 스타게이트 전략 파트너로서의 최대 강점”으로 평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재용 회장의 투자 참여를 설득하기 위해 지원 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손 회장은 전날 2시간에 걸친 3자 회동을 마친 뒤 삼성의 스타게이트 합류 여부에 대해서 “좋은 논의였다. 더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경영 족쇄’를 털어낸 이재용 회장에게 스타게이트 합류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이 고대역폭 메모리(HBM)과 파운드리 사업에서 부진한 만큼 스타게이트 합류로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삼성은 HBM과 파운드리 분야에서 각각 SK하이닉스와 TSMC에 밀려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다. AI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SK그룹도 잠재적 파트너로 꼽힌다. 최태원 회장은 전날 올트먼 CEO와 40분간 회동하면서 SK하이닉스의 HBM 공급과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벤처캐피털(VC) SBVA가 마련한 올트먼 CEO와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도 합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오찬 간담회 자리에는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카카오와 게임사 크래프톤 등도 거론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유일하게 올트먼 CEO와 만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게임 개발과 운영 전반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AI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오픈AI의 플래그십 모델을 비롯한 고품질 대형언어모델을 기반으로 게임 특화 AI 모델 최적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재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LG그룹 같은 기업을 제외하고 챗GPT 기반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스타게이트 합류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2025.02.06 07:00
산업

2024년 실적 국내 1위 기업 바뀌었지만...2, 3위가 더 두각

2024년 연간 실적이 발표되면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개별 기업으로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되찾은 가운데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등이 호실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삼성전자 1위 복귀했지만 SK하이닉스 두각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개별 기업 영업이익 1위로 복귀했다. 2023년 반도체 불황으로 현대차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다시 2년 만에 왕좌를 되찾았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매출 300조800억원에 영업이익 32조73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5.89% 늘어나 2년 만에 다시 300조원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스마트폰, PC 수요 부진이 이어지며 범용 메모리 판매가 줄어들어 4분기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영업이익 1위는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는 디바이스 솔루션(DS)과 디바이스 경험(DX) 합산 영업이익이 32조원을 넘겼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만 23조원을 상회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인 DS부문의 영업이익은 15조원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23조4673억원으로 전년(영업손실 7조7303억원)과 비교해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매출은 66조1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순이익은 19조7969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매출은 종전 최고였던 2022년(44조6216억원)보다 21조원 이상 높은 실적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메모리 초호황기였던 2018년(20조8437억원)의 성과를 넘어섰다.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8조8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35.8% 늘었다. 4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9조7670억원과 8조65억원이었다.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다. 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의 4분기 전사 영업이익을 처음으로 앞지르기도 했다. 현대차, 기아 합산 영업이익만 27조원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에 이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3년 개별 기업 영업이익 1, 2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26조9067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에 세웠던 합산 최고 매출(262조4720억원)보다는 7.1%, 합산 최고 영업이익(26조7348억원)보다는 0.6% 증가한 것이다.현대차·기아가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배경으로는 미국을 포함한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견조한 판매 성장세 속에 친환경차,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판매량 증가가 꼽힌다. 먼저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을 뚫고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23일 열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75조2312억원, 영업이익 14조239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8.1%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종전 최대였던 2023년 실적(매출 162조6636억원·영업이익 15조1269억원)보다 매출은 7.7%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5.9% 감소한 수치다.기아가 지난해 창사 이래 첫 매출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기아는 24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07조4488억원, 영업이익 12조667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종전 최대 실적이었던 2023년 매출(99조8084억원)과 영업이익(11조6079억원)보다 각각 7.7%, 9.1% 증가한 것이다.당기순이익은 9조7천913억원으로 11.5%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1.8%로 역대 최고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보다 0.2%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판매량(도매 기준)도 0.1% 증가한 308만9300대로 창사 이래 가장 많았다. 김두용 기자 2025.01.24 17:55
산업

최태원, 젠슨 황, 토요타 등 CES를 찾은 유명 기업인은

세계 최대 규모의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5’에는 160개국 4800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만큼 볼거리가 가득하다. 여기에 국내외 재벌과 유명 기업인 등도 직접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5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 등이 참석해 열기를 더욱 달구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 반도체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최태원 회장과 젠슨 황 CEO가 회동할 예정이라 시선을 모으고 있다. AI칩의 지배자인 황 CEO는 지난 6일 8년 만에 CES 기조연설을 하며 새로운 GPU(그래픽 처리 장치) 지포스 ‘RTX 50’ 시리즈를 공개했다. 7일 기자회견에 등장한 황 CEO는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관련해 “현재 테스트 중이며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이번 CES 기간 최태원 회장을 만나느냐”는 질문에 “만날 예정이다.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3년 연속으로 CES를 방문하는 최 회장은 9개월 만에 다시 황 CEO와 회동하게 된다. 둘은 지난해 4월 미국 실리콘밸리 엔비디아 본사에서 조우한 바 있다. 이번 CES에서 SK는 ‘글로벌 AI 협력모델 구축’을 내걸고 전시관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황 CEO가 SK 전시관을 둘러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 전시관에서는 SK하이닉스 5세대 HBM 16단 제품의 샘플이 전시될 예정이다.이날 에드 바스티안 델타 CEO는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지구 모양의 대형 공연장인 스피어에서 혁신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토요타를 이끌고 있는 토요타 아키오 회장도 5년 만에 CES에 복귀했다. 전날 기조연설에서 그는 토요타가 꿈구는 AI 기반 미래형 도시인 ‘우븐시티(Woven City)’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AI 기반 미래형 도시인 우븐시티의 1단계 건설이 완료됐다. 2026년 일반 대중에게 공간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ES 단골손님’인 구자은 회장도 모습을 드러낸다. LS그룹이 전시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구 회장은 각 계열사 최고전략책임자(CSO)들과 현장을 찾아 업계의 최신 동향을 살펴볼 계획이다. 사내 행사 ‘LS 퓨처데이’에서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은 ‘LS 퓨처리스트’들도 함께 한다. 롯데그룹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이 현장을 찾았다. 그는 컨벤션센터 노스홀에 마련된 롯데이노베이트 부스를 찾아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 등을 체험하고, 전기차 충전기 이브이시스(EVSIS)의 전시 등을 둘러봤다. 칼리버스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롯데의 신성장 사업이다. 기업인들은 CES를 통해 글로벌 산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는 한편 글로벌 고객사와 미팅 등을 하면서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장으로 삼고 있다. 세계적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리더이자 기업가인 윌아이엠이 LG전자 부스를 찾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이번 CES를 참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14만 여명이 라스베이거스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두용 기자 2025.01.09 07:00
산업

재계, 종무식 없이 2024년 차분한 마무리

탄핵 정국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재계는 별도의 종무식 없이 차분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연말 휴가 모드에 돌입하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 20일 계열사별로 올해 업무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권장 휴가 기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구성원은 최장 12일간의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됐다.LG그룹은 구성원이 한해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매년 12월 마지막 주에 휴가를 쓰도록 권장하고, 통상 다른 기업이 연초에 내는 신년사도 연말에 발표해 왔다.이번에도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주요 기업 중 가장 이른 지난 19일 전세계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신년사 영상을 보내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세우자"고 당부했다.다른 주요 기업도 별도 종무식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에 이어 지난주에 내년 사업 전략을 짜는 글로벌 전략회의까지 마무리한 상태다.이에 따라 내년 초 열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 준비를 맡은 직원 등을 제외한 상당수 직원은 자율적으로 남은 휴가를 사용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내년 시무식은 예년처럼 새해 첫 출근일인 1월 2일에 경기 수원 캠퍼스에서 경영진과 일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올해 초부터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운영 효율화를 강조해 온 SK그룹도 대체로 연말에 남은 휴가를 소진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작년 5월부터 연차 사용량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 '연차 소진 리워드'를 운영하는 등 휴가를 독려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역시 종무식을 따로 열지 않고, 내년 1월 3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임직원이 참여하는 신년회를 연다. 신년회에는 정의선 회장의 참석 가능성도 점쳐진다.현대차그룹은 올해 전기차 전용공장인 기아 광명 이보플랜트에서, 작년에는 남양연구소에서 신년회를 개최했고, 모두 정 회장이 참석해 임직원에게 새해 메시지를 전달했다.포스코그룹도 종무식을 하지 않지만 연말 휴가는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다. HD현대의 경우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건설기계 계열사들은 연차 촉진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의 연차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LS는 오는 30일과 31일 이틀간 권장 휴가를 실시한다. 이어 내년 1월 2일에는 시무식을 하고 새해 다짐을 발표할 예정이다.대한항공은 그룹 차원의 별도 행사 없이 부서별로 자율적으로 종무식을 할 예정이다. 대한항공과 더불어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은 전 사원이 필요시 남은 연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효성그룹은 매년 연말마다 '샌드위치 연휴' 등을 감안해 이듬해 회사 전체가 쉬는 날짜를 정하고 있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둔 23∼24일도 지정휴가일에 해당해 구성원 모두 연차를 사용했다.재계 관계자는 “CES 2025를 준비하는 일부 직원들을 제외하곤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연차 소진을 독려하는 분위기”라며 “제약 업계의 경우에는 25일부터 연말까지 공식 휴일로 지정됐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12.24 11:30
산업

경기 침체에 30대 그룹 임원 승진 10% 감소...감소폭 가장 큰 그룹은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국내 30대 그룹 임원 승진자가 지난해보다 약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24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국내 자산 기준 상위 30대 그룹 중 8월 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임원 승진 인사를 발표한 21개 그룹 245개 계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임원 승진자는 작년 1442명보다 9.6%(139명) 감소한 총 1303명으로 조사됐다. 올해 임원승진 계열사는 지난해(152개) 대비 4개 더 늘어났지만, 전체 승진 임원 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특히 사장단 이상 승진 인사의 감소폭이 컸다. 초임 임원인 상무급 승진자는 지난해 1129명에서 올해 1021명으로 9.6% 줄어들었고, 사장단 이상 고위직은 43명에서 24명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기업별로 살펴보면 회장 승진자는 정유경 신세계 회장과 정교선 현대홈쇼핑 회장 등 2명이다.지난해 11명이었던 부회장 승진자는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부회장, 조석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부회장, 홍순기 ㈜GS 대표이사 부회장,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등 4명에 불과했다.4대 그룹의 경우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외하면 3년 연속 부회장 승진자가 없다. 사장 승진자도 지난해 32명에서 올해는 37.5% 감소한 20명을 기록했다.임원 승진자가 작년보다 많은 곳은 농협, CJ, DL, 미래에셋, 현대백화점 등 5곳에 그쳤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한화그룹의 임원 승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올해 임원 인사를 발표한 한화그룹 13개 계열사 승진자 수는 총 62명으로, 지난해(99명) 대비 37.4% 줄었다. 이어 GS(33.3%), 신세계(29.6%), 롯데그룹(22%), HD현대그룹(12.2%), LG그룹(11.9%) 등의 순이었다.지난해 임원 승진자가 전년 대비 크게 감소(127명→82명)했던 SK그룹은 올해도 그 수가 줄어들어 75명을 기록했다.계열사별로 차이가 컸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힘입어 크게 실적을 개선한 SK하이닉스가 지난해(13명)보다 3배가량 많은 34명을 승진시킨 반면, SK텔레콤의 승진자는 17명에서 3명으로 대폭 감소했다.현대차그룹의 경우 작년(253명)보다 14명 줄어든 239명의 인사를 발표했다. 현대차 내 임원 승진자가 97명에서 73명으로 줄어든 반면 기아는 38명에서 44명으로 늘었다. 현대건설도 작년(7명)의 2배 수준인 16명의 승진자가 나왔다.10대 그룹 중 임원 승진 감소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삼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승진 임원은 지난해 265명에서 올해는 260명으로 5명(1.9%) 감소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145명에서 139명으로 6명 감소한 가운데, 삼성SDI(21명→12명)와 삼성중공업(13명→5명)의 임원 승진자는 급감했다.이에 비해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8명→11명)과 삼성증권(4명→6명)은 증가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12.24 10:31
산업

4대 그룹 슬림화 속 포기할 수 없었던 ‘인사코드’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글로벌 불확성 확대로 인해 대기업들도 조직 슬림화와 긴축 재정 등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 그럼에도 4대 그룹은 ‘기술 리더십’을 앞세우는 근원적인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거는 인사 코드를 보여줬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4대 그룹의 신규 임원의 축소 속에서도 세대교체가 두드러졌다. 30~ 40대 임원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등 기술 경쟁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삼성그룹은 2025년 정기 인사에서 39세의 최연소 상무를 선임하는 등 ‘미래 경영자 후보군 확대’를 내세웠다. 주인공은 DX(디바이스 경험)부문 통신 소프트웨어 연구팀의 하지훈 상무로 차세대 통신 플랫폼 설계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이뿐 아니라 삼성은 연령과 무관하게 경영 성과 기여도가 높고 성장 잠재력을 갖춘 40대 부사장을 대거 선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철학인 ‘인재 제일주의’와 궤를 같이하는 인사로 볼 수 있다. 또 삼성은 창업주 시절부터 기술 제일주의를 경영의 최우선 이념으로 삼으며 인재 양성에 주안점을 두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인재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젊은 리더들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의 경쟁력 저하를 비롯한 전반적인 그룹의 위기 상황도 이러한 삼성의 기술, 인재 중심의 인사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자신했던 기술 경쟁력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며 미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그동안 내세웠던 초격차가 아닌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SK그룹도 기술, 현장, 글로벌 키워드로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는 인사를 단행했다. 신규 임원 75명을 선임했는데 그중 현장 및 기술 분야에 특화된 인물이 3분의 2에 달할 정도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 세계 1위인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제조 역량을 지속하는 한편 ‘일류’ DNA의 계열사 확산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 출신 임원들을 계열사에 전환 배치한 점이 눈길을 모았다. 현대자동차는 미래 준비와 조직 활력 제고를 위해 세대교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신규 임원 중 40대 비중을 41%로 확대, 리더십 세대교체에 힘을 줬다. 이는 2020년 21% 수준에서 2배가량 확대된 수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의 과감한 발탁과 육성 등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그룹도 미래 역량 확보를 위한 기술 투자 인사가 돋보였다. LG는 이번 인사에서 연구개발(R&D) 분야 신규 임원을 21명으로 늘렸다. 이로써 그룹 R&D 분야의 임원이 총 218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됐다. 여기에 미래 먹거리인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에서 신규 임원 23%를 발탁하는 등 미래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AI 분야에서 1980년대생 3명이 임원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LG는 80년대생 임원이 17명으로 증가했다. 5년간 3배나 증가한 수치다. LG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R&D 분야 차세대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며 “도전적 목표를 세워 변화와 혁신에 속도를 높일 것을 강조한 구광모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번 인사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1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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