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상남자'인 줄 알았더니 이 남자, 참으로 사랑에 지고지순하다. 배우 장혁(41·본명 정용준)의 이야기다. 피트니스클럽에서 필라테스 강사였던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한 장혁은 3개월이란 시간 동안 묵묵하게 청일점으로 해당 수업을 들었고 드디어 고백, 6년간의 열애 끝 결혼에 골인했다. 지금은 세 남매를 둔 연예계 대표 다둥이 아빠다. 작품에도 열정이 남다르다. 지난 2월에 종영한 MBC 주말극 '돈꽃'을 통해 '추노'를 잇는 인생작을 경신했다. 복수의 화신 강필주가 돼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했다. 쫄깃한 반전 스토리를 거듭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주말극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쉼을 택하지 않았다. JTBC '뭉쳐야 뜬다'에 출연해 '투 머치 토커'로 활약했고 일찌감치 차기작을 정했다. 5월 첫 방송 예정인 SBS '기름진 멜로'로 복귀한다. 쉼 없이 일해도 지치지 않는다는 장혁. 다만 아내를 향해 "육아를 많이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볼수록 자상한 남편상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②편에 이어
- 차태현씨와는 드라마 '햇빛 속으로(1999)' 때부터 친했던 거죠.
"그 작품 덕분에 친해졌어요. 그 전에도 알고 있었는데 추구하는 성향이 비슷해서 친해졌죠. 성격은 달라요. 그때 친해져서 지금도 잘 지내고 있어요. 영화 '신과 함께'로 1000만 관객 배우가 됐는데 변하지 않는 친구예요. 한결같아요."
- '햇빛 속으로' 속 명하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나요.
"(박성수) 감독님은 정말 재밌는 분이었어요. 내가 했던 명하 역이 감독님의 자화상을 그린 거였거든요. 다큐멘터리나 예능 쪽에서 부장급으로 일하다가 드라마 조감독부터 다시 시작해서 입봉하는 작품이었는데 정말 순수했던 작품이었어요."
- 차태현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신인 초기 때부터 예능의 길을 걸었어요. 근데 생각보다 차태현이란 친구는 되게 진지해요. 웃기지 않아요. 예능감은 내가 타고났죠. 순발력이 좋더라고요."
- '용띠클럽' 중 유일한 미혼이 김종국씨 아닌가요.
"굳이 결혼하라고 안 해요. 하라고 해서 할 애도 아니고요.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간다고 생각하고 그런 여자를 만나면 180도 변할 거예요. 준비가 된 뒤에 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 쉼 없이 바로 차기작을 결정했죠.
"쉼이 없어 힘들지 않냐고들 물어보는데 전혀 힘들지 않아요. 가능하면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요.(웃음) 활극을 해 보고 싶었는데 SBS '기름진 멜로'에 활극 지점이 있어요. 로맨틱 코미디니까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툭툭 던져 주면서 움직이는 게 매력 있었어요."
-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TJ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이 나와요.
"가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지메이킹을 위한 시도였죠. 그 당시 많이 활용했던 방법이 뮤직비디오였거든요.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모습들이 배우의 여러 이미지를 만들어 줬어요. 그런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뮤직비디오 7~8편과 프로젝트 음반을 만들었죠. 근데 무대에 서지 않으면 뮤직비디오를 안 틀어 주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무대에도 섰어요."
- 그 당시에도 인지도가 있는 상태였잖아요.
"작품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어요. 좀 더 영화에서 밀도 있게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한 거였죠. 지금은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지만, 그땐 안 그랬거든요. 그래서 지금 쉬지 않고 일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정서가 더 좋기도 하고 나이가 좀 더 들면 작품을 찾기 힘들 것 같기도 해서요."
- 언젠가는 주인공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텐데요.
"이미 지금도 영화에선 주인공 안 해요. 캐릭터로 들어가죠. 캐릭터가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대부분 주인공을 했어요. 주인공은 주인공다워야 해요. 경기에서 주장 완장 차고 있는 것과 같죠. 연기도 해야 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신경 써야 하고요. 매력 있는 캐릭터를 맡아서 하는 게 좋아요. 지금은 안타고니스트에 대한 연민이나 스펙트럼도 넓히고 싶고요. 내 롤에 맡게 임팩트 있게 가고 싶어요. 솔직히 요즘은 '서브'라는 개념이 없어요. 그리고 뒤를 보고 내려가면 뒷길이 보이지만, 안 내려가려고 하면 하나도 안 보이죠. 모든 건 자연스러워야 해요."
- 내려놓는 걸 의미하겠네요.
"그게 중요해요. 육아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뭐든 내려놓아야 해요. 남편들이 육아하면서 더 힘들어하는 이유가 '무언가를 해야지!' 이런 계획을 잡아 두고 있어서 압박감이 더 큰 거예요. 엄마들처럼 '나의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걸 내려놓으면 덜 힘들어요. 일도 마찬가지고요. 힘을 줄 때 주고, 뺄 땐 빼야 더 잘 전달되거든요. 이미숙·이순재 선생님은 그 부분에 진짜 능수능란하세요."
-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어떤 문제가 있냐에 따라 달라져요. 오늘 고민은 허리가 아픈 거예요. 어제 운동을 많이 해서요.(웃음) 복싱을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하고 왔어요. 평상시에도 큰 고민보다 소소한 고민이 더 많아요."
- 불혹을 넘겼어요.
"어떤 게 끝인 걸 아니까 에너지 낭비를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경험도 있고 전문성도 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도 있기 때문이죠. 이미 가 봤기 때문에, 알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것들이 있어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나한테 단 것인지, 쓴 것인지 구별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 1990년대 청춘스타의 삶과 지금의 삶을 비교한다면요.
"그때가 좋죠. 낭만이 있었어요. 지금은 연예인으로 산다는 게 쉽지 않아요. 그 세월을 지나왔어요. 지금이 좋은 이유도 있어요. 대중이 원하는 취향이 생겨 그런 것에 맞춰 갈 수 있죠."
- 좋아하는 게 있나요.
"무서운 놀이기구를 진짜 좋아해요. 와이어를 타며 액션 연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슬아슬한 걸 좋아해요. 친구들과 있으면 어린 시절 낭만이 느껴져 어린아이 같은 발걸음으로 걸어 다니죠. 물론 아빠의 입장에서 아이들과 놀이공원에 가면 참아요. 아빠의 역할에 집중하죠. 그런 걸음걸이는 DVD 사러 갈 때도 나와요. DVD 모으는 게 취미거든요. 큰 장을 다 채울 정도로 모았어요. 1만 장 정도 될 거예요. 피겨 모으는 것도 좋아했는데, 아이들이 크면서 자꾸 부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위쪽 선반에만 피겨가 있어요."
- '뭉쳐야 뜬다'를 통해 패키지여행을 다녀왔죠.
"그랜드캐니언에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황홀했어요. 그간 너무 작은 세상만 본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함께 헬기를 타고 멤버들과 그랜드캐니언을 바라봤는데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경치를 보자마자 다들 할 말을 잃었어요. 그 정도의 풍경이더라고요. 꼭 한 번 가 보세요."
- 패키지여행이 힘들진 않았나요.
"처음 시작한 리얼 예능이 MBC '진짜 사나이'였어요. 그래서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딱 맞더라고요. 스케줄에 맞춰서 딱딱 여행하고 좋았어요. 거기에 가서도 매일 운동했어요.(웃음)"
- 다음에 또 초대하면 갈 건가요.
"안 그래도 너무 좋다고 또 간다고 했어요. 다음에 간다면 쿠바에 가 보고 싶어요. 비행시간이 23시간이라고 하던데 괜찮아요. 쿠바의 낭만을 느껴 보고 싶어요. 여유를 즐기면서 그들의 파티를 경험해 보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