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 부진에 허덕이던 구자욱이 강민호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돌아온 답변은 간단했다. "어차피 넌 (성적이) 올라오게 돼있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말이었다. 하지만 베테랑 구자욱도 올해만큼은 확신이 없었다. "'정말 (타격감이) 안 올라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컸다"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그렇기에 구자욱은 더 방망이를 휘둘렀다. 5월 강민호와 함께 경기 전 특타를 자청하는 등 평소보다 더 뛰었다. 평소 솔선수범을 강조하던 그는 중참이자 주장으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땀을 흘렸다. 그리고 구자욱은 그 결실을 맺었다.
구자욱은 7월 2~3주 4경기에서 타율 0.706(17타수 12안타) 1홈런 3타점, 출루율(0.737)과 장타율(1.000)을 합친 OPS 1.737를 기록했다. 이 기간 리그 타율 1위, 최다 안타 1위, OPS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본지와 조아제약은 구자욱을 7월 2~3째 주 주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했다. 구자욱은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초반 부진을 씻어내는 성적을 냈는데, 팀 성적이 좋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다"며 "이 상을 계기로 앞으로 남은 경기에 좀 더 집중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삼성 강민호-구자욱. 삼성 제공
구자욱의 시즌 초반은 좋지 않았다. 4월 한 때는 타율이 1할대까지 떨어졌고, 5월까지 그의 타율은 0.249로 2할대 초중반에 머물렀다. 지난해 타율 4위(0.343)의 맹타를 휘두르던 모습과는 상반된 페이스였다. 지난 시즌 가을야구에서 입은 부상(왼 무릎)에서 회복했으나, 지난해의 페이스를 회복하기엔 시간이 걸렸다.
구자욱은 "기본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한 게 반등의 원동력이 됐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힘들수록 (시즌 중후반 반등을 위해) 체력을 더 비축을 해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기가 잘 안 풀리고 힘들다 보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기가 정말 힘든데, 그걸 참고 이겨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무더위 속에서 잘 버티고 있고, 남은 시즌도 체력 문제 없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라고도 덧붙였다.
삼성 구자욱. 삼성 제공
구자욱은 6월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6월 한달간 타율 0.329로 맹타를 휘두르더니 7월 전반기 9경기에서 타율 0.485(33타수 16안타)로 만개했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 20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3득점으로 상승세를 이어간 구자욱은 23일까지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시즌 타율을 0.304까지 끌어 올렸다.
구자욱과 함께 팀도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기를 4연패로 마치며 8위까지 추락한 삼성은 23일 기준, 후반기 3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단독 6위까지 다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전반기 후 주장 구자욱과 베테랑 강민호를 중심으로 선수단 미팅과 회식을 했다는 후문이다. 구자욱은 "훈련할 때부터 선수들끼리 마음가짐을 많이 바꾸자고 이야기했다. '필생즉사, 필사즉생'이라고 하지 않나. '우리 진짜 하루하루 죽을 힘을 다해서 하자'고 강조했다. 후반기에 그런 모습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삼성 구자욱과 디아즈. 삼성 제공
그는 후반기 키워드로 '정신력'을 꼽았다. 구자욱은 "죽기 살기로 한 경기 한 경기 뛰는 게 목표다. 후반기엔 정말 정신력으로 버텨야 할 것 같고,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