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승리를 가져오는 2점 홈런. 그라운드를 돌아 홈플레이트를 밟은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는 그를 축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구자욱에게 '손가락 7개'를 들어 올렸다. 강민호는 "7월이 돌아왔다"는 의미로 숫자 7을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
강민호는 지난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 7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 2회 초 결승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7월 첫 경기를 기분좋게 승리한 삼성은 4연패에서 탈출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야수 최고참 강민호가 연패 탈출의 주역이었다. 0-0으로 팽팽하던 2회, 1사 1루 상황서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는 상대 선발 최민석의 낮은 슬라이더를 당겨쳐 좌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시즌 6호포로, 지난달 28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5경기 만에 나온 홈런이었다.
강민호는 '손가락 7개'를 들어 올리며 지난해 7월을 떠올렸다. 강민호는 지난해 7월 20경기에서 타율 0.408(76타수 31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홈런은 무려 11개를 때려내며 26타점을 쓸어 담았다. 같은 기간 홈런과 타점 리그 1위를 질주했다. 강민호는 올해도 7월 첫 날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강민호가 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시즌 6호 홈런을 쳤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강민호는 "작년 7월에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올해도 '이제 7월 시작했으니, 내가 한 번 힘내볼게'라는 의미로 손가락 7개를 폈다"며 "7월에는 왠지 모르게 야구가 잘됐다. 올해도 첫 타석부터 홈런 나온 거 보고, '(올해) 7월엔 좀 더 좋은 일이 많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웃었다.
무더운 여름, 불혹의 나이에 체력 소모가 큰 포수 마스크를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강민호는 꿋꿋했다. "안 힘들다는 건 거짓말"이라면서도 "힘들어도 '그냥 하자'는 성격이다. 힘들어도 '이 정도는 참고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경기를 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경기를 하다보면 체력이 또 생겨서 하루하루를 잘 버텨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 강민호. 삼성 제공
삼성은 시련의 6월을 보냈다. 월간 승률 0.409(9승 12패)로 7위까지 추락했다. 팀 평균자책점(ERA)과 팀 타율은 각각 9위(4.85)와 8위(0.258)에 머물렀다. 역전승도 3회뿐(리그 9위)인 데다, 역전패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6회나 당했다. 7월 첫날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가운데, 강민호가 '7월 DNA'를 되살려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강민호는 "최근에 경기력이 좋지 않아서 선수들이 무거운 마음이었는데, 전반기 남은 9경기 동안 좀 더 힘내서 해보자고 이야기했다"며 "우리가 분위기 안 좋고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지만, 그래도 5할 승률을 지켜냈다는 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전반기 남은 경기를 잘해서, 후반기 때 반격할 수 있도록 선수들끼리 잘 해보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