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그동안 지는 게 참 지겨웠어요. 이기는 건 지겹지가 않더라고요."
2025년 노시환(25·한화 이글스)은 프로 데뷔 후 가장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한화는 24일 기준으로 30승 21패(승률 0.588)로 정규시즌 3위를 달리고 있다. 1위와 단 2.5경기 차, 4위와는 4경기 차로 승리를 제법 넉넉히 벌어놨다.
한화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선수가 바로 노시환이다. 노시환은 4월 셋째 주(15~20일) 6경기에서 타율 0.400(20타수 8안타) 5홈런 10타점 10득점을 기록했다. 출루율(0.520)과 장타율(1.300)을 더한 OPS는 1.820. 기간 홈런·타점·득점·장타율·OPS·루타(26개)에서 모두 리그 1위를 기록했다. 노시환의 괴물 같은 활약을 앞세운 한화도 6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조아제약과 본지는 노시환을 4월 셋째 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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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환은 "연승 기간 활약으로 주간 MVP를 받게 돼 너무 기쁘다. 팀이 더 많이 이길 수 있게 힘을 보탰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노시환은 매 경기 안타를 치고, 높은 타율을 기록하는 타자는 아니다. 노시환은 매년 기복과 싸워왔다. 홈런·타점왕에 오른 2023년에도 43타석 무안타를 경험한 바 있다. 올해도 기복을 보인다. 3월 22~23일 개막 2연전에서 연이틀 홈런을 때렸으나, 이후 11경기에선 홈런 없이 타율 0.100에 그치며 침묵했다. 5월(1일~24일 18경기 타율 0.214 무홈런)에도 다시 부진이 찾아왔다.
몇 차례 기복을 경험한 그는 이제 평정심을 가지고 '버티는 법'을 안다. 그는 "타격감이 좋았을 때 다른 건 없다. 그저 똑같이 했고, 사이클이 자연스럽게 올라와 성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5월 25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스리런 홈런을 때리며 슬럼프 탈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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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환은 2023년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면서 홈런 수를 늘렸다. 올해는 힘을 빼고 타석에 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노시환은 4월 셋째 주 활약에 대해서도 "스윙을 정말 가볍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항상 가볍게 치려고 노력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갈 때가 있다. 그래도 힘을 빼면 정타를 칠 확률이 높아지는 걸 안다. 힘이 들어가면 타구가 멀리 갈지 몰라도 콘택트 확률이 줄어든다고 느꼈다. 힘을 빼고 타격한 게 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면 장타력이 상승한다. 반면 변화구에 속을 확률도 커져서 헛스윙이 늘어난다. 하지만 노시환은 "내 목표는 계속 홈런 타자로 뛰는 것이다.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둔다면 타율이 올라갈지 몰라도, 홈런은 줄어들게 된다"며 "히팅 포인트를 계속 앞에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프로 7년 차인 노시환은 아직 포스트시즌에서 뛴 경험이 없다. 내친김에 1위까지 바라보는 올해는 한화 선수단의 분위기도, 노시환의 기대도 달라졌다. 노시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도록 좋다. 이기는 건 지겹지가 않더라"며 "그동안 지는 게 참 지겨웠다. 매년 하위권에 머무르면서 분했는데, 이기는 건 계속 이겨도 좋았다. 하루하루 야구가 재밌다"며 웃었다.
노시환은 "우리 선발진이 그러는 것처럼 타자들도 서로 파이팅을 외친다. 투수진이 좋으니 5점만 날 수 있게, 한 점 한 점 소중하게 여기자고 다짐한다"며 "팀이 연패하는 날도 올 수 있지만, 그때는 좋을 때 분위기를 떠올린다면 다시 연승할 수 있을 거다. 선수단 중간에서 동생들과 형들을 잘 도와서 1위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