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는 외딴섬에 있다. 25일까지 전적 14승 41패, 승률 0.255를 기록하며 9위 두산 베어스에도 10경기 밀려 있는 10위에 머물고 있다. 역대급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승수 자판기'로 전락한 게 사실이다.
라인업에 외국인 타자 듀오(야시엘 푸이그·루벤 카디네스)를 두는 모험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을 재증명한 셈이다. 결국 키움은 지난 19일 푸이그를 방출하고, KBO리그에서 101경기에 등판한 라울 알칸타라를 영입했다.
방향 설정을 잘못한 건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다. 하지만 성적표에 가장 큰 압박을 받는 건 결국 선수들이다. 특히 주축 선수, 베테랑은 더 그렇다.
주장 송성문(29)도 마찬가지다. 5월 출전한 22경기에서 타율 0.337, 출루율 0.385, 장타율 0.494를 기록했다. 개인 타격 페이스는 나쁘지 않지만 팀이 좀처럼 승리하지 못해 오히려 자책감이 크다.
팀 분위기가 좋을 리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송성문은 동료들을 믿는다. 그는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 지칠 법도 한데, 경기 전 훈련이나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누구도 가라앉지 않고,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걸 내 눈으로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팀 분위기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현재 키움이 놓여 있는 상황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송성문은 "(다른 팀과) 전력 차이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현재 성적이 현실"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분투하는 프로 입문 1·2년 차 젊은 선수들은 보며 오히려 힘을 낸다. 송성문은 "나도 하위권 팀 성적에 젊은 선수들이 위축될까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안타깝고, 그걸 보며 (선배로서) 내 마음도 무거워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은) 올해만 야구를 하는 게 아니다. 5년, 10년, 길게는 20년 동안 그라운드를 지켜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히, 흔들리지 않고 할 일을 한다면, 개인과 팀이 모두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3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롯데 와 키움 경기. 키움 송성문이 9회 우월 3점 홈런을 날리고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고척=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5.04.30.
송성문 자신도 결국 매일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그는 지난 시즌(2024) 타율·안타 부문 리그 5위에 오르며 데뷔 10년 찬에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올해 초반에는 4월까지 타율 0.221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송성문은 "지난해만 반짝 잘 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고, 팀이 (지난 2시즌에 이어) 또 최하위가 되는 걸 꼭 막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조급한 마음이 생긴 게 사실"이라고 돌아보며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도 있었지만, 결국 매일 해야 할 일(훈련)을 꾸준히 하다 보니 조금 나아진 것 같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저 선수로서 일관성 있게 성실한 자세를 갖추려고 한 게 최근 나타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알칸타라는 빠르면 이번 주 합류해 KBO리그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다. 아직 키움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주장 송성문도 자신과 후배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는 데 힘을 쏟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