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센치. (사진=CAM 제공)
최근 음원차트에 남풍(男風)이 거세다. 지난해 ‘걸그룹 음원 광풍’이 마치 먼 옛이야기인 듯, 여자 가수들의 음원이 올 상반기 차트 상위권에서 상대적 약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21일 낮 12시 기준 멜론 TOP100 상위권은 1위 십센치 ‘너에게 닿기를’, 2위 우즈 ‘드라우닝’, 3위 제니 ‘라이크 제니’, 4위 조째즈 ‘모르시나요’, 5위 지드래곤 ‘투 배드’ 순으로 나타난다. 5위권에 여가수의 곡은 ‘라이크 제니’ 한 곡 뿐이다.
다음 순위도 비슷하다. 6위는 보이넥스트도어 ‘오늘만 아이 러브 유’고, 7위는 지드래곤 ‘홈 스윗 홈’, 8위는 황가람 ‘나는 반딧불’, 9위는 에스파 ‘위플래시’, 10위는 라이즈 ‘플라이 업’이다. 이후 순위에선 우디, 오반, 이무진, 로이킴의 곡이 두각을 보이고 있으며 아이브, 데이식스의 꿋꿋한 롱런도 눈에 띈다. 조째즈 현재 10위권 내에 진입한 곡 중 최근 한 달 사이에 발표된 곡은 라이즈의 ‘플라이 업’ 한 곡 뿐일 정도로 전반적으로 발매 혹은 화제가 된 시점 기준 짧게는 두 달, 길게는 반 년 넘은 곡들의 롱런이 돋보인다. 눈에 띄는 건 남자 솔로 가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걸그룹 혹은 여성 솔로 가수의 곡이 차트에서 초강세를 보였던 지난 1~2년 사이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뉴진스,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등 4세대 대표 걸그룹들이 시간차를 두고 컴백하며 한창 차트에서 자웅을 겨루며 시너지를 내던 시절에 비하면 그 파괴력이 약해진 보습이다. 지난 2월 아이브가 ‘레블 하트’로 걸파워 자존심을 세우긴 했지만 르세라핌이 지난 3월 발표한 ‘핫’은 상위 순위 랭크에도 불구, 이들의 데뷔 초반 파괴력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음원에서 파괴력을 보여주던 걸그룹들의 컴백 텀이 길어지면서 신곡 ‘수혈’ 주기가 길어졌고, 음원강자들의 ‘군웅할거’ 양상이 예전같지 않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키키, 하츠투하츠, 피프티피프티, 아일릿 등 5세대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걸그룹들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으나 아직 4세대 선배들에 비하면 화력 장전이 덜 된 듯 하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의 이유로 음원차트 이용자들의 리스닝 패턴 변화를 꼽고 있다. 팬덤형 청취를 하는 리스너들이 대거 스포티파이, 유튜브뮤직, 애플뮤직 등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과거에 비해 ‘음원 총공’ 화력이 떨어진 반면 바이럴 마케팅 혹은 자생적 이유로 쇼츠, 릴스 등 SNS를 통해 화제를 모으는 음원들이 강세를 보이는데 후자의 경우 남자 발라드 가수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은 데 기인하는 결과란 것이다.
아이들.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가요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취향에 따른 스트리밍을 많이 하는 추세로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여자 가수의 음원보다 남자 가수들의 음원 강세가 돋보이는 측면이 있다. 또 아이돌 그룹도 분화돼 차트에서의 스트리밍 화력이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물론 반전 기회는 열려 있다. 최근 미니 5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의 신곡이 방송 활동과 함께 입소문을 탈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오는 27일 아이유가 세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3’를 발매할 예정이다. 이들은 막강한 음원 파워를 지닌 만큼 곧바로 상위권 직행이 예상된다. 또 오는 26일 아이린&슬기를 비롯해 6월 9일 있지, 키스오브라이프, 16일 아일릿이 컴백을 확정했고 하츠투하츠도 6월 중 컴백이 예정돼 있어 차트 변화 양상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