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공연장이 카이로 꽉 찼다. 엑소 카이가 모든 정체성을 아낌없이 듬뿍 담은 무대를 2년 ‘군백기’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선물했다. 엑소엘(팬덤명)은 오프닝 무대에서 “김종인”을 목 터져라 외치고, 열정 가득한 댄스 브레이크 무대에는 박수갈채를 보내며 그의 귀환을 맘껏 환영했다.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2025 카이 솔로 콘서트 투어 ‘카이온’’이 열렸다. ‘카이온’은 17~18일 개최된 가운데, 양일 공연이 전석 매진하며 양일간 9000여 명의 관객과 함께했다.
소집해제 후 약 2개월 만인 지난달 21일 네 번째 미니앨범 ‘웨이트 온 미’를 통해 컴백한 카이는 무려 4개의 앨범을 가진 솔로 아티스트다. 카이는 첫 솔로 콘서트인 ‘카이온’을 통해 솔로 아티스트로서 그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며 수많은 엑소엘(팬덤명)의 호응을 얻었다.
엑소 카이 ‘카이온’.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카이온’의 시작은 ‘시너’였다. 빨간색 의상을 입고 나온 카이는 그만의 전매특허 ‘섹시함’을 맘껏 뽐냈다. ‘시너’로 거울 세트로 독무를 선보이는가 하면, 첫 앨범의 타이틀곡 ‘음’으로 떼창을 불러내기도 했다. ‘나띵 온 미’를 마지막으로 오프닝 무대를 마무리한 카이는 “어제보다 더 떨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카이는 ‘카이온’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팬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데뷔 14년 차 가수다운 면모였다. 모든 멘트에 다정함과 유머를 동시에 섞었고, 엑소엘은 멘트가 끝날 때마다 웃음을 터트렸다. “어제 바지가 터졌는데 오늘은 안 된다. 어린 친구들도 있다. 7세부터 볼 수 있는 콘서트다. 그런 일 없도록 잘해보겠다”고 유머러스하게 포부를 밝혔다.
퍼포먼스와 무대 장치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슬라이딩’(Slidin’) 무대에서 돌출로 향하는 무대에 슬로프 리프트를 활용해 퍼포먼스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미끄럼틀 형식으로 바뀐 무대 리프트 위에서 슬라이딩하며 섹시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슬라이딩’ 무대에서는 비명을 지르던 팬들이 무대가 끝나자마자 박수와 존경을 담은 환호를 보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엿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엑소 카이 ‘카이온’.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2012년 그룹 엑소로 데뷔한 카이답게, 공연에 엑소로서 카이의 모습도 아낌없이 선보였다. 공연 시작 전 오프닝 곡으로 재생된 곡은 2014년 발매된 엑소 ‘월광’이었으며, 무대 중간에는 ‘엑소 메들리’ 무대를 보였다. 카이는 데뷔초 엑소가 발매한 앨범의 수록곡인 ‘마이 레이디’, ‘베이비 돈 크라이’, ‘너의 세상으로’를 차례로 댄스 메들리 형식으로 선보였다. 엑소엘은 MR만 재생되는 무대에 노래 떼창으로 보답했다. ‘엑소 메들리’ 무대에 사용된 세 곡 모두 카이가 엑소로 데뷔하기 전 ‘EXO 티저_KAI’라는 이름으로 댄스를 선보일 때 공개된 노래로 의미가 있다. 이날 공연에는 엑소 멤버인 수호, 찬열, 디오가 자리하며 카이를 응원해 팬들의 열기를 더했다. 카이는 ‘엑소 메들리’ 무대를 마친 후 “오랜만에 엑소 노래 어땠냐. 오랜만에 떼창을 들으면서 춤을 추니까 벅차오른다”며 “이번 무대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추억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너의 세상으로’에서는 울컥해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고 말했다.
엑소 카이 ‘카이온’.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무대 구조부터 카이다웠다. 그가 엑소로 공연하던 KSPO돔, 고척돔 등의 무대에 비해 다소 좁다는 평을 받는 핸드볼경기장이지만, 작은 공간에도 다양한 무대 장치를 활용해 다채로운 무대로 ‘카이온’을 꽉채웠다. 영문 타이포그래피 KAI가 각각 글자 하나하나로 자연스러운 LED 장치가 됐다. 중간에 위치한 ‘A’는 본무대뿐 아니라 삼각형 모양으로 돌출 무대에도 활용됐다. ‘피치스’에서는 턴테이블 형식으로 돌아가고 움직이는 리프트형 무대를 활용했다. 기울어지기도 하는 턴테이블 무대 위에서 카이는 능숙하게 안무를 소화했다.
17곡의 무대를 선보인 후 카이는 마지막 곡인 ‘로버’ 전 소감을 밝혔다. 카이는 “이번 콘서트를 통해서 여러분들께 ‘제가 돌아왔다’고 알리고 싶었다. ‘카이 이즈 백’이다. 여러분들이 저를 잘 기다렸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잘 좋아했다는 마음을 심어 드리고 싶었다”며 “저를 좋아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역시 이래서 카이 좋아하지’, ‘카이 말고는 성에 안 차지’, ‘내 진정한 도파민은 카이’ 등을 확인 시켜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엑소 카이 ‘카이온’.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미니 3집 타이틀 곡 ‘로버’ 무대를 마친 후 퇴장했다가, “앵콜” 소리에 다시 무대에 올라온 카이는 사진 촬영 중 팬들의 이벤트를 보고 눈물을 보였다. 카이는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준 콘서트다. 두려움도 있었다. 2년 만에 돌아온 거라서 여러분들께 멋있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어제 공연 전에도 ‘이거를 해낼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무대 위에만 올라오면 그런 생각이 없어지고 행복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시작이다. 가을만 되면 세훈이도 돌아온다. 이제 군백기도 없다. 우리를 막을 것은 없다”고 말해 엑소 완전체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카이는 서울 공연 이후 알라룸푸르, 마카오, 자카르타, 싱가포르, 타이베이, 마닐라, 방콕, 요코하마, 홍콩 등 아시아 10개 지역에서 투어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