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에 가거나 집으로 받아야 하던 ‘카드 발급’이 편의점에서 이루어지는 시대가 열렸다. 모바일 앱에서 신청하고 가까운 편의점에서 받기만 하면 되는 방식을 트래블월렛이 시작하면서다.
2분 만에 ATM서 카드 발급
지난 28일 5월 초의 황금연휴 기간 해외여행을 앞두고 트래블월렛 카드를 발급받기로 했다. 트래블월렛 카드는 원화로 해외결제를 하는 게 아닌, 필요한 만큼 현지 통화를 충전해 결제할 수 있게 된 ‘외화선불식 충전카드’다.
발급 페이지에 들어가니 현재 트래블월렛 카드는 비자(VISA)와 함께 적립 등 혜택을 키운 플래티늄 카드로 무료 업그레이드 발급하고 있다. ‘ATM 카드발급 신청하기’를 누르기 전, ‘즉시 발급되는 근처 ATM 찾기’를 통해 가능한 GS25 편의점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수령 방식과 영문명을 확인하면 곧장 신청이 완료된다. 수령 방식은 ‘더 보기’ 탭 내 ‘카드 관리’에서 변경도 가능했다.
가까이 있던 ‘GS25 뉴안녕인사동점’에 방문했다. ATM 메인 화면에 트래블월렛 앱 아이콘 아래 ‘카드발급’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어 찾기 어렵지 않았다. 앱을 누르면 바로 ATM에 QR코드가 나오는데 이를 트래블월렛 앱을 통해 스캔하기만 하면 절차는 끝이다. 1~2분이 지났을까, 카드가 바로 나왔다. ATM 화면에는 ‘발급 완료 후 카드 뒷면의 이름, 카드번호, 유효기간, CVC의 인쇄상태를 확인하여 주십시오’라는 안내가 나왔다.
GS25 편의점 내 ATM에서 트래블월렛 카드를 발급받은 모습. IS포토 이 서비스는 트래블월렛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그동안 자택으로 발송되는 카드의 배송 여부를 확인하고 재촉하는 요청이 발생함에 따라 회사가 자체 고안하고 개발하게 됐다. 여행 직전 급히 카드 이용을 원하거나 분실한 경우에도 즉시 카드를 재발급할 수 있도록 해 ‘즉시성’과 ‘접근성’ 니즈를 충족한 셈이다.
트래블월렛 관계자는 “배송 지연 위험 없는 즉시 발급 서비스”라며 “특히 내달 황금연휴를 앞두고 급하게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고객들에게 유용하며, 공항 인근과 홍대, 명동 등 여행객 밀집 지역에서도 간편 발급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부터 ATM 카드 발급을 시작했는데 올해 1분기 발급된 카드 중 50%가 GS25를 통해 이뤄졌다. 현재 GS25 편의점 600여 곳에서 발급이 가능하다.
모바일 앱과 연동해 ATM서 즉시 카드에 카드 정보 등을 인쇄해 발급하는 이 기술은 트래블월렛이 현재 특허 출원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이 서비스가 고도화되면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나 기성 은행들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은행 영업점에 비해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편의점에서 가능하다는 점이 고객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는 “GS25 ATM 카드 발급은 여행 일정에 맞춰 빠르게 카드를 수령하고 싶어하는 고객들을 위해 선보인 서비스”라며 “더 많은 고객들이 필요한 순간에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발급 가능 지점을 연내 100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트래블월렛은 71개국의 46개 통화를 한 개의 카드에 환전 및 충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 환율을 확인하고 원하는 시점에 즉시 충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비자 연결망을 기반으로 전 세계 1억개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N빵 결제’ 글로벌 특허도
트래블월렛의 혁신 기술은 또 있다. ‘N빵 결제’로 불리는 더치페이 서비스다. 이는 친구들과 여행을 갔을 때 돈을 모아 결제하고 이후 정산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는 후문이다.
‘N빵 결제’는 모임 비용을 간편하게 정산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 대표자가 결제하면 모임원들의 결제 수단에서 자동으로 분할해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모임 후 별도로 정산을 요청하거나 남은 금액을 재분배할 필요가 없이, 모임 생성만 하면 동일한 금액으로 결제 시마다 정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그동안은 둘이 여행을 갔을 때 한 사람이 대표로 총 30만원을 결제했다면 세세하게 사용처를 기록해 공유하고, 해당 비용을 나눠 상대방이 15만원을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N빵 결제’를 이용하면 모임원에 A와 B를 연결해 A가 10만원을 결제했을 때 A와 B 각각의 계좌에서 5만원씩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N빵 결제’는 후 정산이 아니기 때문에 친구끼리 모여서 식사를 하거나 직장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을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누군가 결제하고 후 정산을 하거나 각자 계산대 앞에 줄 서서 계산하는 수고로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래블월렛은 이 기술을 지난해 5월 특허 출원했다. 이어 일본, 대만, 유라시아에서도 ‘더치페이 관련 분할 결제’ 기술 특허를 획득했다. 일본은 식사 비용을 개인별로 정산하는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해 분할 결제 기술이 현지 이용자에게 높은 편의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이에 따라 트래블월렛은 지난해 6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화 작업을 하는 등 글로벌 사업 진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또 특허 등록 국가는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현재 트래블월렛은 국내를 포함해 미국과 멕시코 등 추가 20개 이상 국가에서도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국내 결제로도 이용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도 대부분의 카드 가맹점에서 트래블월렛을 체크카드처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