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뜨거운 화력에 비해 마운드 전력이 온전치 않다. 특히 불펜 운영이 어렵다. 현재 정철원 의존도가 너무 높다. 셋업맨 구승민이 컨디션 난조로 2군에 내려가 있는 상황. 이기고 있을 때 1이닝을 맡길 투수가 마땅치 않다. 김태형 감독도 "딱 한 명만 더 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지난주 키움 히어로즈와의 주중 3연전, 이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말 3연전에서 분투했던 박진형과 박시영 역시 아직 조금 더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2년 차 좌완 정현수(24)가 너무 잘 해주고 있다. 그는 올 시즌 등판한 19경기에서 홀드 3개를 올렸다. 평균자책점(2.38)도 매우 좋은 편이다.
정현수는 24일 한화 이글스와의 '고공' 조류 대첩 롯데의 승리(스코어 5-3) 숨은 공신이기도 하다. 롯데는 1-3으로 지고 있었던 6회 말 나승엽이 1사 만루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우전 적시타를 치며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1·3루 기회에서 전준우가 땅볼로 타점을 올리며 4-3으로 역전했다.
이어진 7회 초 수비는 롯데에 가장 중요한 수비였다. 반드시 리드를 지켜내야 했던 상황. 정현수는 이닝 첫 투수 김상수가 황영묵을 2루 땅볼 처리한 뒤 한화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플로리얼은 이 경기 전까지 한화 8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정현수는 1~4구 모두 슬라이더를 구사해 타자의 시선 영점을 흔들었다. 초구는 가운데 낮은 공, 2구는 가운데 높은 공, 3구는 스트라이크존에 걸리는 낮은 공, 4구는 바깥쪽(좌타자 기준)으로 흐르는 공이었다. 정현수는 이후 포심 패스트볼(직구) 1개를 보여준 뒤 몸쪽에 슬라이더를 붙여 결국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후속 타자 문현빈과의 승부에선 초구로 1루수 직선타를 잡아냈다.
7회 무실점 결과에 김상수의 지분도 꽤 크지만, 역시 정현수가 두 좌타자를 잘 막아주면서 불펜 운영이 꼬일 여지를 지웠다. 정철원을 조기에 투입하지 않도록 정현수가 깔끔하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낸 것도 의미가 있었다. 롯데는 이후 정철원이 8회 2사까지 잡고,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조기등판해 '4아웃' 세이브를 해내며 승리, 한화의 9연승·9연속 선발승을 모두 막아냈다.
정현수는 이날 개인 한 시즌 최다 등판(19)을 경신했다. 신인이었던 2024시즌은 18번 등판했다. 롯데에 많지 않은 좌완 불펜 투수라는 점만으로 존재 가치가 있는데, 심지어 점점 성장하고 있다.
이번 부산 시리즈는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한화와 롯데의 맞대결로 큰 관심을 받았다. 정현수는 롯데가 1차전에서 패하고, 2차전도 살얼음판 같은 리드를 안고 있을 때 등판해 제 몫을 다했다. 강하게 크고 있지만,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