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취임식 가진 배드민턴 수장...김동문 협회장 "협회, 지시하는 조직 아닌 함께 뛰는 팀이 될 것" 대한배드민턴협회 새 수장을 맡은 김동문 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취임식에서 두 가지 의지를 드러냈다. 통합과 혁신이다.
배드민턴계는 지난해 큰 위기에 빠졌다. 대표팀 간판선수 안세영이 2024 파리 올림픽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협회와 대표팀 운영·규정 문제점, 낡고 비합리적인 선수촌 문화에 대해 일침을 가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어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조사 과정에서 전임 김택규 협회장의 배임·횡령 혐의 등 내부 문제가 드러났다.
김동문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회장을 맡았다. 그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2개를 획득한 배드민턴계 레전드이자, 지도자·해설위원·교수로도 활동했다. 현장과 스포츠 행정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 회장의 초기 행보는 통합 메시지 그 자체다. 부임 뒤 분열된 배드민턴계 인사들이 한마음으로 도약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석이었던 대표팀 총감독에 명망 있는 지도자(박주봉)을 선임했고, 그러면서도 김학균 전임 총감독 시절 코치들을 배제하지 않았다. 취임식에서는 그동안 갈등을 빚었던 엘리트 체육·생활체육 대표 인사들, '안세영 사태'로 곤란해진 후원사(요넥스)를 향해 모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동문 회장은 "운영과 시스템이 시대적 흐름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선수들은 경기 외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라며 협회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봤다. 김 회장은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겠다. 낡은 틀을 깨고,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외쳤다.
이미 문체부를 통해 시정·폐지 권고가 이뤄진 선수 처우·관리 규정이 많다. 그동안 선수 지원이 미흡했던 점을 의식한 김 회장은 "협회는 더 이상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함께 뛰는 팀이 되겠다"라고도 강조했다. 엘리트 체육 대표 인사들과 임기 내내 대립각을 세웠던 전임 회장과 달리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이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배드민턴 저변 확대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안세영이 지난 17일 영국 버밍엄의 유틸리타 아레나에서 열린 2025 BWF 전영 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왕즈이(중국)를 제압한 뒤 시상대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당장 대표팀 선수들의 개인 용품 사용 여부를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협회와 계약한 후원사의 라켓·신발·보호대만 써야 했다. 안세영이 "발에 맞지 않는 운동화를 신고 경기를 해야 했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경기인들의 주장에 모든걸 맞출 순 없다. 개인 용품 사용을 선수 자율에 맡기면 메인 스폰서의 후원 규모가 크게 줄어든다. 김동문 회장은 이미 요넥스 본사를 찾아 후원액 감소 폭을 줄이기 위해 협상했다. 더불어 자생력 강화를 위해 후원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마케팅 부서 신설, 전문가 영입도 고려 중이다.
현안은 쌓이고 쌓였다. 개인 용품 관련 해결책 제시는, 산더미 현안 중 하나일 뿐이다. 국제대회 출전 자격 제한 규정 구체화, 국제대회 성과금 제도 개선, 승강제 리그 활성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모두 돈 문제다. 후원사, 후원금 유치가 수월한 일이었다면, 애초에 내부 갈등이 없었을 것이다. 배드민턴계 정상화를 위한 김동문 회장의 방향성은 바람직한 것 같다. 관건은 실행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