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바깥쪽 낮은 곳으로 99.2마일(약 159㎞)의 싱커가 꽂혔다.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왔다면 삼진이 되는 상황. 다행히 심판의 판정은 볼이었다. MLB닷컴이 제공하는 문자 중계 그래픽 상으로는 존 안에 걸친 공이었다. 하지만 이는 행운의 볼이 됐고, 8구까지 승부를 이어간 이정후는 추격의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정후는 1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미국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삼진을 기록했다. 전날(15일) 경기에서 삼진 3개를 당하며 무안타에 그쳤던 이정후는 이튿날 멀티안타로 부활에 성공했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도 0.322에서 0.333(63타수 21안타)으로 상승했다.
첫 두 타석에서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난 이정후는 6회 초 2루타로 침묵을 깼다. 상대 선발 헤수스 루자도의 초구 스위퍼를 받아쳐 우익수 방면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냈다. 이정후는 2루까지 내달려 1사 2루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시즌 9번째 2루타로, 2루타 부문 1위를 탈환했다. 이후 바뀐 투수 오리온 커커링의 폭투에 3루까지 진출한 이정후는 윌머 플로레스의 땅볼에 홈을 밟으며 득점을 기록했다.
네 번째 타석에서는 타점도 올렸다. 상대 투수 호세 알바라도와의 승부였다. 알바라도는 100마일(약 160㎞)이 넘는 빠른 공으로 이정후를 상대했다. 2구 100.3마일의 싱커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면서 스트라이크가 됐고, 이정후는 3구째 존 아래쪽으로 오는 96마일(약 154㎞) 싱커를 커트해 파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행운의 볼이 나왔다.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온 4구가 볼이 되면서 이정후에게 기회로 이어졌다. MLB닷컴 캡쳐
삼진 위기에서 숨을 고른 이정후는 5구째 존 가운데로 들어오는 100.2마일의 싱커를 다시 한 번 커트해낸 뒤, 6구 바깥쪽 컷 패스트볼을 재차 걷어낸 뒤, 땅으로 떨어지는 7구째 컷 패스트볼을 참아냈다. 그리고 이어진 8구, 자신의 몸쪽 위로 강하게 붙여오는 100마일의 싱커를 그대로 받아쳐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가르는 안타로 만들어냈다. 그 사이 3루주자가 홈을 밟으며 타점으로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타점으로 필라델피아에 4-6으로 쫓아갔다. 무사 1, 3루로 동점 및 역전도 노려볼 기회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세 타자가 범타로 물러나면서 흐름이 끊겼다. 필라델피아가 6-4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