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재현(26·두산 베어스)에게 투런 홈런을 맞은 게 너무 아쉬워서 그랬다. 내가 꼭 막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2년 차 시즌 개막 후 부진을 이어가던 라이언 와이스(29·한화 이글스)가 깔끔한 호투와 함께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와이스는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과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과 3분의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7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1패)을 수확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3경기 평균자책점 6.89로 부진했던 그는 이를 5.40까지 낮췄다.
1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 경기. 한화 선발 와이스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문자 그대로 간결하고 깔끔한 투구였다. 앞선 3경기에서 초반부터 흔들렸던 것과 달리 이날 와이스는 7회까지 완벽에 가깝게 질주했다. 7이닝 동안 와이스의 단순한 구종 배합을 뚫어낸 건 제이크 케이브(2안타)가 전부였다.
완봉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는 페이스였지만, 8회 흐름이 깨졌다. 와이스는 8회 선두 타자 김재환에게 안타를 내주며 4회부터 4이닝 12타자 연속 이어지던 범타 행진을 마감했다. 흐름을 찾을 새도 없었다. 그는 후속 추재현을 상대로 유인구를 던졌으나 2구 연속 볼만 기록했다.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150㎞/h 하이패스트볼을 던졌지만, 추재현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투런 홈런. 무실점 행진이 끝났다.
1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 경기. 한화 선발 와이스가 8회 두산 김기연을 삼진아웃시키고 교체 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와이스가 그대로 무너진 건 아니다. 후속 타자 박계범과 김기연은 1루수 땅볼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그대로 이닝을 마치는 듯 했지만 한화 벤치가 움직였다. 상위 타선부터 시작되는 걸 경계했고, 와이스는 이닝을 마치고 싶어했다. 격렬하게 손을 저었으나 양상문 코치가 꿈쩍도 하지 않고 그를 교체했다. 와이스는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소리를 지른 후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화는 승리했지만, 이 정도로 격렬하게 저항하는 건 KBO리그에서 다소 보기 드문 장면이다.
경기 후 와이스에게 이를 묻자 그는 "그저 단지 추재현에게 투런 홈런을 맞은 게, 너무나도 아쉬웠기 때문"이라며 "교체 때문은 아니다"라고 웃으며 해명했다. 아쉬움이 컸던 건 사실이다. 와이스는 "내가 승부욕이 강한 편이다. 그러다보니 당시 승부욕을 좀 많이 드러냈던 것 같다"며 "홈런을 맞긴 했지만, 이닝을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싶었다. 내 힘으로 막고 싶었다. 그걸 해내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해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다.
1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 경기. 한화 선발 와이스가 8회 두산 김기연을 삼진아웃시키고 교체 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양상문 코치 역시 그를 책하며 강판시키지 않았다. 대신 호투를 칭찬하며 마음을 돌렸다. 와이스는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는 홈런을 맞았다는 생각만 들어 아쉬웠는데, 코치님이 '정말 수고했다. 충분히 해줬다. 오늘 잘 던져줘 고맙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올 시즌 첫 활약. 와이스는 '꾸준함'을 강조했다. 그는 "야구라는 게 참 어려운 스포츠다. 지난 두 경기에서 부진했다고 변화를 주려한 건 아니다. 꾸준함을 유지하려고 했다. 야구가 갑자기 잘할 수도 있지만, 갑자기 부진할 수도 있는 일이다. 꾸준하게 야구하려고 한다"고 했다.
1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 경기. 한화가 7-2 승리했다. 경기종료후 김경문 감독과 승리 투수 와이스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와이스는 팀 타선이 살아나는 만큼 선수단 전체가 상승세를 타길 기대했다. 와이스는 "우리 야수진을 믿는다. KBO리그가 참 쉽지 않은 리그"라며 "그동안 타선이 조금 부진했는데, 지난 5일 류현진 선수가 등판했을 때 8회와 9회 역전승을 거둔 일이 있었다. 그날 경기가 아마 타격감이 살아나는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